다. 디자이너의 역할
이제는 디자인의 전문성에 대한 브라운사의 의식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디자이너의 직능은 때때로 토탈맨(Total man) 또는 탑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로 이끌어 가게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 디자인의 효율적인 수행은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디자이너는 한 가지만의 전문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그 일의 분야에 따라 전문가들과 공동협조하면서 항상 전문적 아웃사이더로서의 재능과 경험과 교양에 바탕을 둔 생각을 전체에 새겨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브라운의 디자인 활동상황은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매우 유리한 편이다. 이는 일반적인 탑 매니지먼트가 디자이너의 전문성의 특질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디자이너들도 그 전무적 시점에서 만의 제품디자인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운의 디자인 활동이 디자인의 전문적 목표를 뚜렷이 세워가면서 다른 전문가와의 밀접한 협동작업 위에 성립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며 브라운 디자인 팀의 일관된 디자인 관은 "브라운의 디자인은 개인적 작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 팀 워크에 의한 성과'라는 것이다.
브라운의 디자인 부문은 제품디자인을 다루는 프로덕트 디자인부와 광고활동을 하는 커뮤니케이션부가 서로 일체적인 협력관계 하에 있다. 프로덕트 디자인부는 엔지니어 부문 및 생산부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한편 커뮤니케이션부는 마케팅부문과 밀접한 상호교류를 한다. 이러한 방식이 브라운의 디자인 철학의 실현에 결정적 요인이 되며, 기업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 모두 "물건"의 전체적인 질(Total Quality)로서 일체를 "물건" 안에 통합하려고 하는 디자인 철학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디자인 업무가 단순한 제품의 외형이나 광고 등 지엽적인 문제만을 다루지 않고 전체 기획과 생산라인을 총괄하여 제품의 질적 통합에 기여함으로서 일관적인 디자인의 기업이미지 구현을 이룩해가고 있다.
라. 브라운사의 기업이미지의 구현
브라운에서 제품의 통합적 사상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나 있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서, 일반적으로 기업이 홍보활동은 광고활동이라고 받아들여지기 쉬운데 비해 브라운의 광고활동은 광고라는 단일의 활동분야로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기업과 제품의 포괄적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와 같이 광고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브라운사의 사고방식은 앞에서 정리해본 CI의 사고방식과 동일시 할 수 있는 것인데, 다만 일반적 CI의 이해와 조금 다른 점은 커뮤니케이션을 기업과 제품 그 자체의 내실에 맞게 이야기 하는 기업환경과의 대화의 미디어로 확실히 파악하고 있는 점이다.62)
일반적으로 CI를 기업이미지의 통일화로 향한 토탈 커뮤니케이션 수법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은 동일한 출발점을 갖지 않은 전혀 별개의 채널작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현대에는 제품은 물건으로서의 단면과 이미지로서의 단면으로 필연적으로 분열되었으며 이 두 가지는 별도로 조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별개의 프로세스의 것도 아니고 또한 프로세스의 별개의 단면도 아니며 그것도 동일한 프로세스인 것이다.63)
브라운사가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을 일체화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이며 제품디자인이 사용자에 대한 제품의 질적 책임을 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활동도 제품의 질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브라운의 커뮤니케이션부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제품 디자인부 이다.
"브라운 커뮤니케이션 기준"의 첫머리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브라운의 기업자세와 제품의 질에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여, BRAUN의 CIPD는 이러한 기업이념을 반영함으로써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의 동일화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브라운의 커뮤니케이션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등한시되어 있는 이미지의 질에 대한 한의 기준을 구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브라운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기본자세의 골자를 정한 것으로서, 일상적 작업을 위해서는 각 작업영역에 기초한 더 구체적인 제 규칙을 메뉴얼화 했으며 이렇게 하여 일상적인 여러 가지 결정의 기준이 각 개인을 통하여 공유화 되어 있는 것이다.64)
2. 올리베티사
가. 올리베티의 개요(Company profile)
올리베티사는 이태리 밀란(Milan) 근처의 이브레아(Ivrea)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럽 최대의 정보처리 기기 제조업체이다. 정보처리 기기란 사무용 기기를 포함하는 타자기, 복사기, 자동제어공작기계, 사무용 가구, 통신기기, 초경량 컴퓨터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서 1976년에는 회계기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제1위, 타자기, 초경량 컴퓨터의 시장 점유율은 제2위, Teleprinter와 On-line Terminal은 제3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올리베티 그룹은 이태리에 본사를 두고 해외 30개의 지사가 있으며 판매영역을 지역적으로 이태리, 유럽, 미국, 라틴아메리카, 남아프리카와 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5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24개의 생산공장은 이탈리아에 14개, 해외에 10개로 나누어져 있으며 종업원은 68,997명, 자산규모는 600억 Lira에 이른다.
올리베티사는 인간 중심적인 기업철학에서도 나타나듯이 1940년대에 이미 종업원의 건강과 복지체계가 굳건하게 확립되어 종업원을 사회복지 차원에서 보장해주며, 주택, 상점, 병원, 여름캠프, 도서관, 학교, 연금제도, 장학제도 등을 마련하고 종업원을 위한 훈련과 교육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나. 올리베티의 기업이념과 디자인 방침
올리베트사는 제품생산의 새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노동으로 얻은 성과의 대부분은 전력을 바쳐 이에 협력한 사람들에게 환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카밀로 올리베티(Camillo Olivetti)의 기업가로서의 이상에서도 나타나듯이 올리베티사는 철저하게 휴머니티에 입각하여 운영되었으며, 기계화된 공업을 새로운 형식의 미로 접근시켜 기술문명의 미를 실현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올리베티의 기업이념과 디자인 방침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65)
첫째, 물체와 정신적 가치를 인간적 차원으로 조화시킴.
올리베티는 인간성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기업의 운영이 인간 중심적 체제로 진행되었다. 모든 물체를 인간생활에 적합하게 생산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는 인간적인 감성과 탐미감에 적응된 것으로서 공동사회에 맞게 표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둘째, 예술과 기술의 융화
예술가와 기술자, 예술적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과 대량생산의 실체적 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전통적으로 엄격한 gap를 종식시켰다. 올리베티는 기술자, 디자이너, 건축가, 미술가, 문사 등 많은 사람들이 협력하여 기계와 예술의 연계로 기계시대의 가장 훌륭한 제품생산과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산업예술의 선도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세째, 장식의 배제(그림 10, 11)
기기는 장식품이 아니고 실용적이고 우아한 조형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함으로써 제품에 있어서의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는 조형적 표현을 이루었다.
넷째, 명쾌, 통일, 논리성에 의한 제품 디자인(그림 12, 13)
아드리아노 올리베티(Adriano Olivetti)는 사무용 기기는 쾌적하면서도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고 합리적이면서도 비인간적이지 않으며 겸손하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만족할만한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디자인은 가장 근대적이고 문화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인식하여 제품디자인을 통해 기업과 구매자간의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어 나가고자 하였다.
다섯째, 기업이미지 증지에 기여(그림 14, 15, 16, 17)
타자기, 계산기, 통신용 기계, 초경량 컴퓨터, 자동정보처리 기기 등 사무용 가구 등을 일관된 디자인 방침하에 기획, 생산하여 기업의 통일된 이미지 구현에 힘썼으며 전 세계의 사무실에 올리베티 제품 혹은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에 대해 올리베티만의 독특한 기업이미지 실현에 기여했다.
여섯째, 급격한 변화를 배제(그림 12)
기기의 디자인의 변화를 거의 주지 않으며, 한 제품에 대해 갑작스러운 변화를 줌으로써 구매자를 현혹시키는 행위나 기능을 떠난 형태변화를 주는 것 등의 디자인 행위를 배제함으로써 단순한 라인과 평면으로 구성된 일관성 있는 제품 이미지를 지속시켰다.
일곱째, 기계와 사용자간의 상호관계에 의한 디자인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디자인이 아니고, 일관된 디자인 방침에 따른 기계와 사용자간의 가장 합리적이고 쾌적한 조화를 위한 상호관계에 기초를 하여 제품디자인의 전체적인 통일을 이루었다.
여덟째, '올리베트 스타일'의 추구
광고, 선전을 인간 본래의 도덕적이고 미적인 가치기준을 발전시키는 도구로 보는 견해를 갖고, 단지 팔기 위한 광고가 아닌 합리적이며 명랑하고 성실하며 고상한 인간의 행복에 기초를 둔 '근대적 기업'이라는 회사의 이미지 구현에 목적을 두었다. 이와 같이 기술과 디자인과의 긴밀한 관계 위에 합리적 건축과 구성적 기술로서 제품디자인, 타이포그래피, 그래픽디자인을 통일 있는 전체상으로 만든 올리베티 스타일이 구현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올리베티는 그 기업이념에서 '인간중심'의 사고가 기저를 이루고 있으며 모든 디자인 활동은 이러한 '인간중심' 사상에서부터 파생되어 올리베트 고유의 CIPD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