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표에서와 같이 우리나라 기업체의 제품디자인 방법은 디자인 유형에서 볼 때 아직은 수정디자인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 기업체중 디자인 개발에 대한 투자가 아직도 0%인 회사가 53.7%, 1%미만까지 합하면 전체의 91.8%나 된다. 또한 산업디자인의 개념과 제품의 외형개발 및 다른 제품의 모방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전체의 43.2%로 나타나고 있다. 디자인을 제품의 기능과 외형, 경제성을 결합한 중요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경우도 전체의 56.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기업 경영자 및 이사급 이상의 중역들이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있지 못함으로써 산업디자인의 발전 및 기업의 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헌실 속에서 아직도 기업체 내부에서의 다자인 부서의 위치가 정립되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디자인 업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부족으로 사실상 디자이너는 생산과 기획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통합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리나라 기업체의 디자인 현실 속에서는 디자인 매니지먼트의 확립도, 일관성 있는 디자인 정책의 수립도 되어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CIPD의 개념도입도 미비한 상태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일부, 특히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의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 디자인 정책도 수립되어 있고 CIPD에 관한 노력도 미비하나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직은 외적형태와 그래픽 처리에 의한 아이덴티피케이션의 시도정도에 불과하며 새로운 제품을 경쟁적으로 시장에 내놓기에 급급한 듯이 보인다.
이는 경영인들의 이해부족에서 오는 과다한 신제품의 요구와 지원부족, 인력부족 그리고 시간과 예산의 부족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서, 보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업이 생산성 향상과 시장 점유율 향상,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증대를 위한 CIPD의 도입에 기업체의 지원과 이해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C. 외국기업의 CIPD 사례
1. 브라운사
가. 브라운사의 연혁
BRAUN사는 1921년 1차대전후 베를린에서 기계기사로 있던 막스 브라운이 프랑크푸르트 암 바인에서 작은 작업장을 빌어 벨트 접속기를 제조하면서 출발하였다.
1953년 프리츠 아이히러(Fritz Eichler)박사가 브라운사의 디자인 책임자로 오면서 울름 조형대학과 디자인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갖고 디자인 개발에 힘써왔다.
특히 1957년에 브라운 국제 디자인을 설정함으로써 젊은 디자이너의 발굴과 굿 디자인 계몽에 힘써 1958년에는 제1회 브라운 국제 디자인상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며 계속적인 디자인 개발과 제품과 커뮤니케이션의 통합작업을 이룩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58)
나. 브라운의 디자인철학과 행동지침
브라운사의 디자인 활동은 확고하면서도 포괄적인 기업철학에 기초하고 있으며, 훌륭한 디자인과 훌륭한 질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이 곧 CIPD의 기본개념과 연결되는 것으로서 BRAUN의 CIPD의 기본방침이 되고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질과 분리된 디자인에 관심이 없으며 또한 소비자들은 쓸모 있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브라운사는 단순히 훌륭한 외형의 제품에 관심을 두지 않고 기술적으로나 질적으로 유용한 디자인의 제품과 설득력 있고 조직적 단위를 형성하는 의사소통에 관심을 갖고 있다.59)
이러한 브라운사가 추구하는 제품향상전략 중 특기할만한 것은 조직적으로 기능상의 발전을 지향하며 그러한 발전이 단순히 외형에만 국한되지 않고 지속적인 디자인 플랜(Design plan)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으로서, 브라운사는 결코 외형에만 국한해서 제품의 모델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보다 손쉽게 조작하고 관리하며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적당한 재료를 사용하여 경제적으로 만드는가 하는 문제가 언제나 개선을 위한 주안점이 되는 것이다.60)
이러한 브라운사의 디자인 철학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61)
(1) 기능적 디자인-"사용된다"라고 하는 것이 모든 디자인 작업의 출발점이며 목표로서, 사람들이 브라운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도구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디자인의 우수함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이며 이상적인 문제의 해결을 구한다. 브라운사에 있어서 좋은 디자인이란 기능적인 디자인을 뜻하며 디자인은 그들에게 있어서 물건의 기능 또는 유용성의 실현인 것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브라운은 표면적인 형태의 변화보다는 전체적으로 같은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물건의 기능과 유용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그림 3에서 보듯이 기능위주의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브라운의 디자인은 단순히 표면적인 모양의 디자인이 아니며 내부에서부터 즉, 제품의 기술적 컨셉트와 커뮤니케이션의 소재로부터 시작한다.
(2) 질서의 추구-유효한 디자인의 제 1의 원리를 질서로 인식하여 브라운의 디자인에서 현저하게 인정되는 질서 또는 청결성은 첫째로 제품의 기능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도록 하고 취급법을 명쾌하게 하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질서를 세우는 것은 브라운 디자인의 문법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사용상 불필요한 부붐, 예를 들어 연결나사 하나라도 브라운사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질서조직에 포함되는데 이는 무계획한 요소는 어떠한 것이든지 현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4, 5에서 보듯이 현혹적인 장식을 배제하고 제품설명서에서까지도 일관된 명확한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3) 경험의 중요성-디자인의 경험은 인간의 경험이다. 즉, 디자인은 인간을 위한 것이며 인간 공학적인 정확성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인간 공학적인 디자인이란 것은 전체에 있어서나 각 부분에 있어서나 인간적이며 사용자에게 적합한 디자인을 의미하며, 이는 경험의 소산이다. 브라운의 디자인이 타 디자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제품에 있어서의 인간 공학적인 요청을 어떻게 충족시키는가 하는 충족의 수준에 있는 것이다.
(4) 유용성의 추구-브라운의 디자인에 있어서 부차적이라는 것은 없다. 즉 모든 제품에 있어서 세심하고 밀도가 높고 오랫동안 사용하기에 잘 견디는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며, 이차적으로 중요하다는 부수적인 부분이라고는 없다. 따라서 브라운사의 디자인에는 두 가지의 척도 내지 규준은 없으며, 전시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나 다른 메이커의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평균적인 성격의 제품도 디자인 하지 않는다.
(5) 균형과 조화-모든 구성요소를 적합한 부분과 맞추어 넣도록 노력한다. 즉, 균형과 조화의 특징으로 모든 척도, 구성요소, 표면, 색채 등이 조화와 균형이 맞는 상태가 되도록 한다. 이는 균형과 조화에 기반을 둔 조형 또는 제품에 특별한 유용성을 부여하는 것이 인간의 환경에 보다 좋게 적합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6) 단순성-가장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마무리 하는 것으로 브라운사의 디자이너들은 과제를 항상 가장 작은 구성요소로서 해결하고자 한다. 제품에 있어서 기능의 실현대신 점두효과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며, 브라운사는 이런 측면에서 그러한 종류의 접근을 거부하는 절약성을 추구한다. 그렇게 하여 얻은 디자인이야 말로 본질적인 타당성을 얻으며 또한 알기 쉽고 생명력이 긴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7) 디자인의 일관성-모든 제품 및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은 상호 관련성을 갖고 항상 광범위한 프로그램에 따라 디자인 되고 있다.(그림 6, 7, 8) 브라운의 한 제품은 기능적으로 다른 브라운 제품과 서로 보완관계에 있으며 외관적으로도 일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브라운의 제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디자인상의 조그만 차이로 선택이 어려워지는 경우는 없다. 이는 하나하나의 제품은 전체적 맥락의 부분으로 디자인하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브라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디자인과의 일치를 통하여 서로 관련 지워지고 있다.
(8) 혁신적인 디자인-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에 의하여 개량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는 기술이 발전함으로 인해 기술적인 혁신이 가능하며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라운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할 때 외관적으로 일반화한 사용자의 행동의 패턴에 표적을 정하지 않고 습관화된 것이나 승인된 것에 관하여 끊임없이 도전함으로써 제품에 있어서의 새로운 방법이나 혁신적인 해결을 받아들이고 오래 길든 습관에서 해방되는 능력을 키워간다.
(9) 질과 진보에 어울리는 표현의 부여-굿 디자인이란 물건을 그 이외의 다른 물건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그 물건의 특질을 감추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질의 높음, 진보적인 기술 또는 혁신적인 기능특성 등에 완전하게 알맞는 표현을 찾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또한 제품의 질과 진보에 어울리는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브라운의 디자인은 기능에서 출발하여, 디자인은 표면의 스타일링부터가 아니라 내부에서 출발한다는 기술 컨셉트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 브라운의 디자인 원리는 크게 질서, 조화, 경제의 3가지로 들고 있다.
이 세가지 원리가 BRAUN의 CIPD에 기초를 이루는 것으로서, 제품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질서의 추구와 제품 상호간의 통일 및 환경과의 융합을 지향하는 조화, 그리고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을 최소로 그치는 것이다."라는 외적 장식성을 배제하는 경제성의 원리가 BRAUN의 '훌륭한 디자인과 훌륭한 기술적 생산, 훌륭한 질의 추구'를 구체화 시키고 기업이미지를 형성하여 기업과 소비자간의 일관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