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소재 기업광고의 문제점

우리 기업광고는 양적인 면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증가하여 왔으나 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별 발전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재발견으로 우리식 광고를 정립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경향이지만, 어쩔 수 없는 신년·명절에 주로 선택되어 전통이 광고소재화 되고 있고, 일관적 기획에 의한 실시가 아니라 단발식, 일회성에 그치는 경향이라 꾸준하고 깊이있는 연구과 계획이 요망된다.

내용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소구주제와 소재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광고"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우선적으로 첫눈에, 1차적으로 보는 데서 강하게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므로, 주제에 어울리는 적절한 소재를 선택해야 한다. 여러가지 우리의 전통을 소재로 다룬 기업광고들의 사례를 볼 때, 안일한 자세로 기획하여, 어느 회사의 이름을 끼워 넣어도 무리가 없는 차별화되지 않는 광고를 제작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마치 한국적 이미지가 느껴지기만 하면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은 幻像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鮮京그룹은 한국적인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꾸준히 확립하여 왔으며 그 독특한 개성으로 선경의 이미지를 선명히 부각시켜 왔다.

1차적으로 접수된 광고는 거기서 그치는 얕은 광고가 아니라, 기억으로 연결되는 깊이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소재에서 풍기는 맛과 정신을 끌어내서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것이 좋다.

앞의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광고는 교육적이고 교훈적인 「교양문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많은데, 물론 전통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팽개쳐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고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현대의 감각으로 다듬어서 보존해야 하겠다는 공기능적 사명을 가져야 하지만, 전통의 보존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를 고양하기 위한 일수단으로 전통소재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겠으며, 「교양문화」에서 「생활문화」로 시선을 돌려 누구나가 同感하고 共感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를 확보하는 문제도 생각해야 겠다. 쌍용그룹의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광고였다.

일단 소재를 선택했으면 누가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도록 기업의 성격에 맞도록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필요한 데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표현방법이다. 광고의 제작에 앞서 철저한 선행조사와 전문지식의 축적으로 개성적인 광고를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기존의 사진이나 그림을 제시함으로 무개성적 광고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태도는 대상의 호감을 획득할 수 없을 뿐아니라 오히려 구태의연한 이미지로 남아 역효과를 초래할 따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참고 인내하면서, 사진·드로잉·타이포그래피 어떤 표현방법을 사용하든지 소재를 기억에 선명히 고취시키도록 성의있고 발전적인 자세로 창작에 임해야 겠다.

남들이 직선코스를 정신없이 치달을 때 우회하여 가는 여유를, 남들이 큰소리로 정신없이 외쳐댈 때 조용하게 속삭이는 지혜를 갖어야 겠다.

이상 소구주제 및 소재의 활용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요약할 수가 있다.

첫째, 추상적이고, 피상적이고, 막연한 주제로 실시되고 있다.

둘째, 전통소재가 회사의 개성과 밀착되지 못하고 어설프게 이용되고 있다.

세째, 長期적 안목과 철저한 선행연구가 배제된 채 기업주의 일방적 외침만이 있을 뿐 哲學이 들어있지 않다.

네째, 정보와 뉴우스성이 부족하다.

다섯째, 지나치게 교훈·계몽적이어서 오히려 거부감이 제기될 소지가 많다.

여섯째, 生活속에 파고드는 現實性이 부족하다.

일곱째, 전통문화의 다양한 소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

여덟째, 전통소재의 표현까지도 외국광고, 특히 日本광고의 모방이 빈번하여 독자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 개선방안

앞으로의 기업광고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테마로, 대중을 위한 가식없고 솔직한 자세로 제작되야 하겠으며 점차로 비중이 커가는 환경·공해·소비자의 권리·공공의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개성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일본경제신문사에서 1986년 발간한 「이미지가 회사를 변하게 한다」라는 책은, 유명기업 2,800사의 기업이미지를 광고접촉도·기업인지도·기업평가도 중심으로 1983년 9월부터 1985년 9월까지 2년간 조사한 결과 기업을 이미지 업하는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⁴⁵⁾

첫째, 홍보물·광고·이벤트를 통일

둘째, 문화전략에 밀착된 이벤트전략

세째, 사풍·개성을 明確히 표현

네째, 센스있게 호소

다섯째, 영문과 약어의 표기 활용

여섯째, 타겟(Target)을 세분화

일곱째, 기업의 포지션(Position)을 명확화

여덟째, 중역들이 PR에 직접 참여

배경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든, 소재를 전통문화에 국한하든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앞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앞으로의 바람직한 기업광고의 발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소비자의 여가패턴에 대응하여 전통에 대한 선구자적 입장이 되어서 심포지움·연구회·이벤트 등 독자 참가형·사회환원형 이벤트를 개발, 그동안 치우쳤던 교육적인 광고보다는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를 병행한다.

둘째, 이러한 개발, 노력으로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소재와 주제의 관계를 밀착시켜서 보다 높은 효과로 직결시킨다.

세째,「문화의 시대」에 걸맞도록 소비자의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철학과 기업의 이념을 명확히 담아서 장기계획하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네째,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로 굳혀버리는 고정적 관념에서 벗어나 다각적 측면의 우리모습을 밝혀가는 정보와 뉴우스를 담도록 한다.

다섯째,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내용보다는 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듯 하면서 소비자 심리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소재와 표현을 개발한다.

여섯째, 소비자와 대등하고 인격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또한 평범한 이웃과 대화를 나누듯이 서민 생활감정에 가까이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광고 영역을 확보해 간다.

일곱째, 다른 기업과 차별화하고 자기업만이 소비자의 기억의 사다리에 선명히 포지셔닝할 수 있도록 우리 것에 대한 다양한 테마를 다양한 각도에서 전개하도록 한다.

여덟째, 외부와 차단하고 독불장군식 광고를 전개해서는 안되겠지만 지나친 모방은 삼가하여, 한국식광고, 우리들만의 은밀한 공감이 오고가는 광고를 발전시켜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