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광고

음악 한 곡으로 부모님께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 방송광고 주제로 의정활동 주력, 감동 주는 광고 많아

손봉숙 / 민주당 국회의원

 

하루도 여념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사실 TV 앞에 앉을 시간조차 사치스러울 때가 있다. 이제는 다 성장해 품을 떠난 아이들은 그만두고라도 남편과 단둘이서 따뜻한 차 한 잔에 과일 한쪽 나누면서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그나마 여유로운 저녁 한때에 속한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의원으로서 방송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대단히 큰 주제이다. 방송 및 통신기술과 방송문화 환경의 진화 속도에 발맞추느라 열심히 공부도 하지만, 정작 여유 있게 TV프로그램하나 제대로 시청하지 못하고 있어서 ‘문화관광위원으로서 TV를 너무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하는 자문도 해보곤 한다.

제17대 국회의 첫 정기회를 보내면서 주어진 의정활동 기간을 통해 주력할 두 가지 과제를 정했다. 그 중 한 가지 주제가 바로 방송광고이다. 소비자로서 시청자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명료하게 호소하고 있는 방송광고의 매력 이면 에는 방송광고의 판매유통 구조와 방송광고심의, 그리고 방송광고의 제작환경 등과 관련된 수많은 정책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방송광고만을 살펴보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위한 아들의 응원가, 긴 여운 남겨

시청자들은 참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좋은 프로그램은 원 하지만 광고는 안 보겠다고 하니 말이다. 광고 없이는 좋은 드라마도 없다는 간단한 등식을 이해하는데에도 아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광고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 보니 광고의 ‘선정성’과 ‘상업성’,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의외로 사람의 마음에 따뜻한 감동이나 웃음을 주는 좋은 광고도 참 많다는 것을 느꼈다. ‘단 몇 초간의 짧은 시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과 더불어 감동까지 줄 수 있구나’하면서 탄복할만한 광고를 보게 될 때면, 이제 우리의 광고문화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보았던 TV광고 중에 유독 가슴이 따뜻해지는 광고가 있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1960년대 당시 영화의 주제 가로 기억되는데,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하는 구절이 귀에 익숙한 ‘아빠의 청춘’이란 가요가 나오는 광고였다. 그 곡이 실린 음반을 지금 사려면 아마도 청계천 일대의 중고 LP판 가게들을 뒤지거나 음반가게에 있더라도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 정도로만 남아있을 것 같다. 광고의 첫 장면에서는 음반가게의 구석구석을 열심히 뒤지며 자신이 원하는 곡을 찾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오래된 음반을 찾는지 먼지를 털어가며 뒤적거린다. 다음 장면에서는 두 부자가 나란히 자동차에 앉아 있다. 심신이 지쳐 피로가 가득한 아버지 얼굴을 바라보던 아들은 슬그머니 자신이 준비한 Compact Disc를 카오디오에 밀어 넣는다.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서 신나게 흘러나오는 “원더 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순간적으로 넉넉하게 웃음 짓는 아버지. 아들을 대견스레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이 ‘이제 너도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Compact Disc라는 수단은 현대를 상징한다. CD를 넣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은 그 음악이 최신음악이거나 하다못해 클래식 정도일 거라고 무심코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첨단의 멋쟁이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음악은 예상치 않게도 1960년대의 히트곡인 ‘아빠의 청춘’이었다. 아버지에게 꼭 맞는 응원가, 이를 듣는 아버지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광고보다 훨씬 긴 여운이 마음에 남았다. 열심히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오늘 퇴근길에 음반사에 들러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곡 하나쯤 골라보시면 어떨까요? 어머니, 아버지의 청춘과 사랑이 담겨있는... 그렇지만 한동안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그때 그 시절의 음악 한 곡을 사랑하는 부모님께 선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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