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조건과 반복횟수에 따른 광고효과

2. 관련 문헌 고찰

1) 암묵기억(implicit memory)을 이용한 광고효과 연구

최근 심리학 및 광고, 소비자행동 분야에서는 개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암묵기억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진 자극에 대한 노출 기억이 이후 태도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Schachter 1987, Greenwald, McGhee & Schwartz 1998; Maison, Greenwald & Bruin 2004 등).

암묵적 기억이론과 연구방법을 이용해서 광고정보의 암묵효과를 다룬 선행 연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Shanker와 Shapiro(1996)는 광고맥락 속에서 상표명에 대한 암묵적 기억을 연구했다. 이들은 한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상표명이 광고에서 잘 보이는지를 평정하도록 요청하고(비의미처리 집단), 다른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상표명이 제품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평정하도록 한 후(의미처리 집단) 기억을 측정한 결과, 암묵적 기억 검사인 어근완성(word stem completion) 검사에서는 비의미 처리집단이 의미처리 집단보다 더 수행이 좋은 반면, 명시적 기억 검사인 재인(recognition)과 회상(recall) 검사에서는 의미처리 집단의 수행이 더 좋았다. 하지만 이 연구는 다양한 광고정보 중에서 상표명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그 외의 다른 광고요소들은 다루지 않았으며, 광고효과의 지표로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상표태도에 미치는 영향도 다루지 않았다.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Shapiro, Heckler와 McInnis(1997)는 주의를 기울여서 처리하지 않은 광고의 기억효과뿐 아니라 광고태도와 상표태도도 측정하였다. 이들은 컴퓨터의 모니터에 제시되는 잡지 기사를 만들어 피험자들에게 광고를 기사의 사이에 삽입해서 제시하면서 광고에 노출되는 조건을 조작했다. 한 집단의 피험자들에게는 광고에 대한 질문에 답할 것이라고 알려주어서 광고에 주의를 기울여서 처리를 하도록 하고, 두 번째 집단에는 광고에 대한 아무런 지시 없이 커서를 글자와 닿지 않도록 하고 움직이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잡지기사를 제시했고, 통제집단에게는 광고를 제시하지 않았다. 세 집단의 광고태도와 상표태도의 차이를 분석한 결과 광고에 주의를 두어 처리하지 않은 우연노출 집단의 평균은 통제집단보다 광고태도와 상표태도가 더 좋으며, 광고에 주의를 두어 처리한 집중노출 집단의 평균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광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우연노출이라도 광고에 노출되면 주의를 집중한 것과 동일한 정도의 광고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연구로서 유창조(1997)는 암묵적 기억검사를 사용해 상표명에 대한 점화효과를 알아보았다. 그는 기존의 상표명을 이용해서 피험자에게 비의미처리와 의미처리를 하게하고, 재인검사(명시적 기억)와 어근완성검사(암묵적 기억)를 실시했다. 그 결과 재인검사에 대한 수행은 처리의 유형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지만, 어근완성검사에 대한 수행은 처리유형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두 집단 모두 수행은 학습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한 기초성과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서 암묵기억의 점화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김완석과 김용민(1999)은 기억효과의 측정치를 상표명 뿐 아니라 상표 속성으로 확장하고, 상표태도도 측정하는 암묵기억의 광고효과를 연구하였다. 이들은 비의미처리집단과 의미처리집단의 상표명기억과 상표 속성기억을 비교한 결과 명시적 기억검사에서는 두 집단간에 차이가 나타나서 의미처리 집단이 기억이 우수하였지만, 암묵적 기억에서는 두 집단간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중요한 결과로서 비의미처리 집단의 상표태도가 의미처리 집단의 상표태도와 차이가 없으며 광고에 노출되지 않은 통제집단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렇게 선행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광고의 내용에 주의를 집중하여 의미적 정보처리를 하는 것이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비의미 처리보다 회상이나 재인과 같은 명시적 기억에서는 기억성과가 우수하지만 암묵적 기억에서는 차이가 없으며, 광고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아도 노출이 일어나면 광고태도나 상표태도 형성에는 긍정적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TV광고의 경우에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시청하는 우연노출 상황의 광고효과를 명시적 지표로 측정하게 되면 광고를 집중하여 시청한 경우에 비해 기억성과가 미미하게 나타나지만, 암묵 지표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2) 광고 반복과 광고효과의 관계

광고노출과 관련하여 매체기획에서는 효과빈도와 효과도달률의 개념을 중요하게 다룬다(이명천, 이요한 1999).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도달률, 평균빈도, GRPs 등의 매체효과 측정방법은 단순히 광고에 노출되는 시청자의 빈도만을 알려주기 때문에 정확한 매체효과를 알고 싶어하는 광고주의 욕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이에 비해 효과빈도란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정한 광고 반복수를 의미하고, 효과도달률은 효과빈도수만큼 노출된 표적시장의 비율을 말한다. 따라서 표적 소비자가 상표명 회상을 위해 필요한 광고 반복수가 3-5회라면 광고에 3회에서 5회 노출된 표적 소비자의 비율이 효과도달률이 된다. 따라서 효과빈도 및 효과도달률은 광고의 반복노출을 의미한다.

광고반복에 따른 효과를 연구한 기존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반복노출에 따른 광고효과를 인지적 차원, 태도차원, 그리고 행동의도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그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다(Mitchell & Olson, 1981; Swinyard, 1979; Batra & Ray, 1984; 이명천, 이요한 1999 등). 광고반복과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한 학자들의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최소주의자(minimalists)의 입장으로 광고효과를 최대로 하는 최소 노출빈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연구자들이다. 이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반복주의자(repeatitionist)들은 적절한 소비자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광고 반복이 필수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이다. 최소주의자의 입장으로 일찍이 Krugman (1972)은 광고를 인지하는데 3회 노출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바있고, Johes(1995), Gibson(1996)는 단 1회 노출만으로도 광고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되는 입장으로서 Zielske(1959)는 광고를 13주 동안 반복하면서 그 효과를 살펴보았는데, 광고를 반복하는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회상이 증가하였으나 노출을 중단하자 곧 회상률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Swinyard(1979)는 광고반복 횟수를 1회, 2회, 4회로 나누고 각 집단의 회상율을 살펴본 결과, 1회 노출집단에서는 상표 회상이 6.2%에 그친 반면 2회 노출집단은 44.4%, 4회 노출집단은 73.3%의 회상률을 보여 극적인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회상과 달리 상표태도나, 구매의도에 대한 반복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에서는 광고반복이 이루어지더라도 상표태도나 구매의도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어 광고반복의 효과에 관해 논란을 가열시켰다(Mitchell & Olson 1977;Ray, Swinyard & Strong 1971 등). 이렇게 볼 때 광고반복과 관련하여 소비자의 태도변화와 구매의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 효과를 단언하기 어렵지만, 기억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3) 광고효과 과정에서 상표친숙도의 역할

상표친숙도(brand familarity)는 광고효과를 연구할 때에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소비자요인이다(Tellis, 1997). 친숙도는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에 상표에 대한 지식, 경험 혹은 충성도 수준 등으로 정의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점유율의 측면 혹은 상표의 시장 진입도(newness or order of market entry) 측면으로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상표친숙도는 상표의 시장적 특성과 소비자 인식상의 특성을 모두 반영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광고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조절변인으로서 상표친숙도를 고려하고자 한다.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상표친숙도에 따라 광고정보를 처리하는 과정과 결과가 달라지고, 또한 광고반복에 따른 효과 과정에서도 상표친숙도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고반복과 광고효과의 관계에 대해 선행연구들이 다수 있는데, 이중 상표친숙도의 역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Calder와 Sternthal(1980)에 의하면 친숙한 상표의 경우 광고가 반복됨에 따라 상표에 대해 더 호의적인 평가가 나타났으나, 친숙하지 않은 상표의 경우에는 광고 반복에 따라 오히려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화되었다. 또한 Craig, Sternthal과 Leavitt(1976)의 연구에서도 친숙한 상표의 경우에 광고반복에 따른 회상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으며, Ray와 Sawyer(1971)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즉, 광고반복 초기에 구매의도는 친숙도가 낮은 상표보다 친숙도가 높은 상표에서 더 높게 나타났고, 6회 노출 이후에도 친숙한 상표의 구매의도는 유의하게 높아졌으나 친숙하지 않은 상표에서는 반복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차이를 보였다.

Tellis(1997)는 적절한 광고반복 횟수에 대한 논쟁에 대한 해답은 상표친숙도(brand familarity)를 고려해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첫째, 소비자는 모든 광고에 주의를 두지 않고 선별적으로만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데 상표친숙도가 높은 광고에 대해서는 친숙도가 낮은 광고보다 노출횟수가 적더라도 더 많이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고 둘째, 친숙도가 높은 상표의 광고에 대해서는 과거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기때문에 더 쉽게 광고를 인지하게 되며 셋째, 소비자는 인지적 일관성(cognitive consistency)을 유지하기 위해 친숙한 상표의 광고에 대해 보다 호의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광고반복과 관련해서 상표친숙도의 역할을 규명한 국내 연구들도 다수 있다(이명천, 이요한 1999; 김완석, 권윤숙 1997; 이종민 2000; 이성호 2004 등 ). 이 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광고반복 수준에 따라 광고태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는 데에는 상표친숙도가 조절효과를 갖는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편, 상표친숙도는 광고정보를 처리하는 인지단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창조(1997)는 광고하는 상표명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친숙한가에 따라 광고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인지적 활성화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즉, 암묵적 기억과 명시적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인으로 상표친숙도에 주목하였는데, 그 이유는 상표친숙도에 따라 광고자극에 대한 자동적 활성화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친숙도가 높은 상표명에서는 암묵적 기억검사를 실시할 때에 단순히 상표명에 노출되기만 해도 상표명을 주의깊게 처리하는 것과 동일한 기억성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친숙도가 중간 정도인 상표명의 경우에는 명시적 기억성과에서는 주의깊게 처리한 것이 단순히 노출되는 것보다 효과적이지만, 암묵적 기억성과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친숙도가 매우 낮은 낯선 상표명의 경우에는 암묵적 기억성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될 때 그 광고에 매우 집중하여 광고내용을 처리할 때에 광고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상표에 대한 친숙도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 연구 문제 설정

지금까지의 고찰을 토대로 볼 때, TV광고에 대해서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시청하는 우연 노출 상황의 광고효과를 명시적 지표로 측정하게 되면 광고를 집중하여 시청한 경우에 비해 기억성과가 미미하게 나타나지만, 암묵 지표에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일상적인 TV광고 시청 상황으로 볼 수 있는 우연노출(incidental exposure)의 광고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며, 정확한 효과측정을 위해 명시적 검사와 함께 암묵적 지표를 도입하고자 한다. 또한, TV광고는 매체 특성상 시청자가 수동적으로 광고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동일한 광고를 반복 시청하게 되는데, 광고반복의 효과를 연구한 선행 연구들도 주의를 집중하지 않고 특정 광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의 효과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다. 본 연구는 이점에 착안하여 우연노출한 광고의 반복효과를 알아볼 것이며, 이 때 상표친숙도의 조절효과를 함께 검증하고자 한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광고시청자의 노출조건에 따라 명시적 기억인 회상, 재인, 그리고 암묵적 기억인 단어완성율에서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2> 광고시청자의 노출조건에 따라 광고반복의 기억효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또한, 명시적 지표와 암묵적 지표 각각에서 기억성과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연구문제 3> 광고 노출조건과 광고반복의 기억효과는 상표친숙도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

<연구문제 4> 광고 노출조건과 광고반복이 상표태도에 미치는 영향은 상표친숙도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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