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커뮤니케이션과 위기뉴스 데이터베이스

3. 결론 및 논의

현대 조직환경을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위기상황의 빈발과 확대는 경영에 있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위기 관리에 있어 급속하게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하지 못할 때, 위기자체로 인한 손해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명성과 관계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영환경의 변화는 상품으로서 위기 뉴스가 지니는 매력과 미디어산업의 발전과 맞물려,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점점 더 많은 역량을 할애하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위기뉴스의 속성과 생리를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 이 연구는 2003년 한 해 동안 한국주요언론에 나타난 위기뉴스들을 취합해 그 시기, 매체, 유형, 발생원인, 진행방식, 원인제공자, 산업, 정보원, 그리고 대응전략을 일차적으로 분석했다.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통해 한국조직이 경험하고 있는 위기의 대표적 속성들을 새로운 방향에서 다각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고, 동시에 언론의 시각과 형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조직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차분석의 주요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 첫 해 결과기 때문에 이전 년도와의 비교는 할 수 없었지만, 2003년은 다양한 위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시기였다. 특히 진보적 정권이 집권하면서 주요 언론과의 관계를 재조정했고, 그 사실이 반영된 듯, 총 1500여 개의 위기기사를 분류해 낼 수 있었다. 가장 확실한 시기별 특징은 5-6월에 노사갈등을 둘러싼 부정적 뉴스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임금협상이나 고용 재계약의 계절적 특수성이 그 원인이기 때문에 이는 상당기간 계속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밖에 대형 사고 (대구 지하철화재)나 사회적 사건(대선자금수사)들로 인한 위기뉴스의 증감이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시기적 특성이기 보다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향후 조직재무 사이클이나 언론취재관행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 위해 요일별, 날짜별 연구가 필요하다.

위기보도의 매체별 차별성은 가장 주목되는 대목 중 하나였다. 우선 인터넷 뉴스가 일반조직의 위기보도에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새로운 발견이었다. 중립성과 논란의 여지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정치조직을 연구대상에서 제외시켰는데, 오마이뉴스의 경우 다른 어떤 매체보다 정치관련 뉴스가 많아, 분석할 수 있는 기사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위기보도에 필요한 전문성과 경험, 조직적 지원을 하기 어려운 신생매체사의 한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인터넷이 가지는 의미와 잠재성를 고려할 패, 이점을 매체의 일반적 특징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방송과 신문을 비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그 차이가 명확했다. 방송과 신문 모두 위기뉴스를 우선적으로 편집, 순서상 더 빨리 보도하고 있어 매체를 불문하고 위기 뉴스가 매우 중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보도하는 전체기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더 적은데도 불구하고 방송은 신문보다 더 많은 위기뉴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 전달력이 높고 자극적인 속보를 중시하는 방송의 매체특성과 위기뉴스의 성격이 맞아떨어진 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매체특성은 기술적인 원인 때문에 아무래도 위기를 더 빨리 보도하게 되는 방송뉴스를 관리하는 것이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체전략의 핵심이라는 지원배(2001)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한편, 일차분석에서는 제외했지만, 위기보도의 대상을 살펴본 결과, 신문의 경우 조선일보는 공공 행정 및 국방분야에 대한 기사가 많은 반면 한겨례신문은 재벌을 비롯한 기업의 위기뉴스가 자주 등장해, 위기뉴스의 대상에 대한 매체별 선호나 광고흐름과의 상호관계 등에 대한 조사필요성이 대두되기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한국조직의 위기는 3분의 2 (65%)가 내부자의 의도적 행위에서 비롯되는 일들이었다. 즉, 불가항력의 사건이 아니라 관리와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었던 위기들인 것이다. 또한 내부에서 발생한 위기가 외부에서 비롯된 경우보다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 역시 드러났는데, 조직문화와 위기 커뮤니케이션이 별개가 아니라는 주장(박효정, 1997)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견이다.

위기뉴스의 유형 분석결과, 가장 빈발하는 3가지 위기는 부실경영, 화이트칼라범죄, 그리고 노동쟁의였다. 상해/사고는 상대적으로 적어, 결국 위기예방과 커뮤니케이션의 결정적 변수는 경영진이라는 기존연구의 결과를(유종숙, 2000)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고발이나 성희롱과 같이 증가추세에 있는 다른 유형의 위기들도 조직 문화와 관계가 깊다는 점 역시 유념할 만하다.

위기관리에 있어 경영진과 조직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엿보게 해주는 결과는 언론보도에 나타난 위기의 원인제공자와 진행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절반 이상의 위기 (60.9%)를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들은 다름 아닌 경영진이었고, 누군가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예방하지 못하고 위기로 발전한 경우(smoldering crisis)가 86.7%에 달했다는 사실은, 권위적으로 경직된 조직문화가 최고경영진의 비리와 문제점을 통제해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위기예방과 위기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큰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준다.

위기뉴스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다섯 개의 산업은 공공행정 및 국방, 재벌, 운수업, 금융/보험, 그리고 제조업이었다. 한국경제의 독특한 현상으로 불리는 재벌이 필연적 해체과정에 놓여 있고 운수업의 약진이 작년 화물연대파업과 대구 지하철화재로 인한 단기적인 현상임을 고려할 때, 공공행정 및 국방 즉, 정부조직이 언론의 주요 관심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검찰, 교육부, 국방부, 철도청 등을 비롯한 정부기구의 위기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위기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기업의 관심사로 끝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미디어의 부정적 보도에 대한 조직의 대표적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첫째가 무대응(57.5%), 그리고 둘째가 정당화/공격자 공격/변명/부정 등과 같은 회피적 자세였다. 이는 위기뉴스 기사에 나타난 조직의 입장을 가지고 분석한 결과기 때문에, 무대응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조직이 언론보도로 인한 위기에 즉각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내부에서 의도적으로 발생한 사건일 때 특히 무대응이 많다는 것 역시 문제의 핵심을 보여준다. 대개의 경우 무대응이 더 많은 후속보도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라 보기 어렵다.

위기뉴스의 정보원은 커뮤니케이션의 채널관리와 메시지 전략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윤미경, 2000). 왜냐하면 미디어가 선호하는 뉴스 정보원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조직의 입장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뉴스의 정보원은 법조인(361, 24.8%)이 가장 많았고, 정부관료와 경영진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발견된 사실은 언론이 조직 내부의 정보원을 선호하고, 그 중에서도 경영진이 아닌 일반 직원이나 노조 간부를 우선시한다는 것이었다. 조직내부에서 일반직원이나 노조간부가 등장하는 뉴스는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기사자체가 훨씬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었다. 이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조직 내 부원들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유와 미디어 트레이닝 등의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준다.

이번 분석에서 정의한 위기는 미디어에 보도된 기사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총 1500여 개의 위기뉴스를 발굴, 고찰한 이 작업은 무엇보다 체계적으로 정리된 미디어자료에 의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연구와 실무적용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다양한 관련 변인에 학술적 접근이 입체적으로 가능할 뿐 아니라,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는 장, 단기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회성이 아니라 향후 계속되는 다년간의 자료축적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에서 위기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부 정적 담론구조를 규명해 내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에 바탕하는 경험적 토대를 제공하게 될, 이번 위기뉴스의 축적은 조직을 둘러싼 위기발생의 추세와 원인 및 유형을 파악하고, 위기빈발 조직과 특성을 이해 시켰을 뿐 아니라 위기보도의 틀, 시기별, 매체별 특성을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 결과적으로 언론을 상대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위기뉴스가 보도했거나 불가피한 경우, 관련공중의 부정적 반응을 최소화하고 최단 기간 안에 정상 상태로 되 돌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개발에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총 1500여 기사를 22개 변인으로 나누어 기록했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에서의 분석과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것도 향후 기대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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