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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분석결과1) 외국열강의 경제침탈 - 세창양행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는 『 한성주보 』 1886년 2월 22일자 제4호에 실린 독일 무역상 세창양행의 ‘ 덕상세창양행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 이다. 계몽의 수단으로 창간되기 시작한 신문의 발달 초입 단계에 등장한 광고라는 개념은 서구 자본주의의 유입과 더불어 밀려들어오는 여타 문물들만큼이나 신기하고 생경한 것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이 광고의 존재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문으로 된 이 광고는 번역문에 따르면 ‘호랑이, 수달피, 검은 담비, 흰담비, 소, 말, 여우, 개 등의 가죽과 사람의 머리카락, 소, 말 돼지의 갈기 털, 꼬리, 뿔, 발톱, 조개와 소라, 담배, 종이, 오배자, 옛동전 등’ 을 ‘수량이 많고 적음을 막론하고 모두 사들이고 있으니’ ‘공평하게 교역’ 하자는 것으로 시작된다. 또한 ‘외국에서 자명종시계, 뮤직박스, 호박, 유리, 각종 램프, 서양단추, 각종 서양 직물, 서양 천을 비롯해 염색한 옷과 선명한 염료, 서양바늘, 서양실, 성냥 등을 들여와 팔고 있으니 도매상이든, 소매상이든, 아이나 노인도 와서 사라’고 하고 있다. ‘손님이나 선비나 상인에게 염가로 팔겠으며, 은양은 시세에 맞게 계산하여 아이나 노인이 온다 해도 속이지 않겠다’ 는 내용이다 (신인섭, 1985; 정진석, 1999). 상품의 열거만으로 된 광고지만, 사는 물건과 파는 물건의 목록에는 명백히 이항대립이 존재한다. ‘호랑이, 수달피, 검은 담비, 흰담비, 소, 말, 여우, 개 등의 가죽과 …’ 와 ‘자명종시계, 뮤직박스, 각종 램프, 각종 서양 직물, 염료, 성냥…’ 등은 구문물/신문물, 원자재/공산품, 서양/동양의 대비가 극명하다. 식민지와 피식민지의 산업구조 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그다지 ‘공평한 교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들이 헐값에 사간 가죽은 구두가 되고 혁대가 되어 다시 비싼 값에 파는 물건이 되었고, 우리는 그들의 신기한 물건들에 매료되어 삶의 필수품인 쌀을 내주었던 것이다(정연식, 2001). 황현은 『 매천야록 』에 “심하도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둔함이여. 대개 나라에 들어오는 물건은 비단, 시계, 물감 따위 기묘하고 기이한 물건에 지나지 않고 나라에서 나가는 것은 쌀, 콩, 가죽, 금, 은 따위 평상시에 박실한 보배였다” 고 한탄하고 있다. 또 개항기의 대표적인 수입상품은 서양면사와 면포였는데, 이러한 무역은 조선의 자생적인 공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원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허영란, 1998). 우리민족이 ‘옥같은 서양의 면포’라는 뜻의 옥양목을 입고, 기선을 타고, 시계와 구리무에 신기해하고 있는 동안 열강들은 쌀과 금을 실어 날랐으며 이 양곡을 침략의 밑천으로 삼고, 이곳에서 가져간 원자재로 비싼 공산품을 만들어 다시 식민시장에 되팔기 시작했다. 근대의 원리라고 하는 제국주의와 세계체제를 광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창양행의 광고는 개화기의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다. 『 독립신문 』을 비롯하여 그후에 창간되는 여러 민간신문들에도 빈번하게 광고를 실었고 일제치하까지 최대의 광고주였다. 특히 독립신문에는 세창양행의 광고가 600여회 이상 실렸는데, 주로 금계랍(金鷄蠟)광고다. 정확히 말하면 수입 금계랍을 파는 중간상인 모집광고다. 특정상품을 600여회 이상 광고했다면 그 제품이 시중에서 잘 나가는 주력상품이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고, 그 상품이 의약품이라면 그 시기 질병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금계랍은 기나수라는 열대수의 수액에서 추출한 말라리아 특효약이다. 말라리아는 지금은 열대나 동남아 밀림지대에 사는 원주민에게나 있을 법한 병이지만 개화기 시절 우리나라에는 매해 학질 혹은 염병이라는 이름으로 오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학질과 콜레라, 염병과 장질부사 등은 그 당시 흔한 질병이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도시의 위생상태, 상하수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한편 세창양행(Edward Meyer& Co.)은 개항기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고 상징적인 기업이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세창양행은 동양의 총본산을 홍콩에 두고 지점을 중국의 상해와 천진, 일본의 고베, 우리나라의 인천에 지점을 설치한 무역 상이다. 1876년의 강화도조약 이후 세창양행은 묄렌도르프(P. Mollendorf)1)의 배경에 힘입어 처음에는 바늘, 염료, 면포 같은 생활용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다 점차 쇠와 강철, 약품, 기계, 무기 등을 중개무역하면서 큰 수익을 거두었다. 한편으로 독일인 외교관, 기술자, 상인, 학자들의 내한을 알선하여 한국 답사를 시키면서 지하자원 등의 여러가지 정보를 입수, 1890년대에는 광산 채굴권, 철도매설권 등 본격적인 이권사업을 추진하였다(李倍容, 1989). 세창양행이 게재한 최초의 광고는 우리나라에 포문을 연 외국자본의 침탈 면모를 잘 보여준다. 2) 개명의 약재 - 의약품광고광고가 등장한 초기부터 일제시기의 신문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상품은 의약품이다. 물론 의 약품광고는 지금도 여전히 광고물량이 많은 물품이지만, 한말과 일제시대에 최대의 광고주였다. 약품 광고가 많은 것은 광고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특허약품과 여러 공산품들의 개발이 초기 광고와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Fox, 1997).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우리 나라에 퍼졌던 대표 적인 전염병인 콜레라는 1821년 최초로 발병한 이후 거의 3년에서 4년 터울로 조선을 찾아왔으며, 한꺼번에 전체 인구의 5퍼센트 이상이 사망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학질이나 콜레라 등이 만연한 개화기 도시의 불결한 상황은 당시 한국을 여행했던 영국인 비숍의 『 조선과 그 이 웃나라 』에 잘 드러나 있다.2) 그 시절,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판에 위생이니 보건이니 하는 개념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디프테리아, 천연두 등 각종 전염병이 쉴새없이 창궐했지만 개인도 국가도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광고가 1921년 4월 경성부의 광고 전단(박윤재, 1998)이다. ‘파리를 잡아오세 요, 파리 열 마리를 잡아오면 3전을 드립니다’ 라는 문안의 이 전단지 광고는 꽤 위협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파리가 쓰러진 여자아이를 결박하고 있는 그림이 있고, 아래 ‘파리를 죽이고 애기를 살리자’ 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된 것은 미국의사 알렌에 의해서였다. 우정국사건에서 크게 다친 민영익을 치료해 서양의술의 신기한 위력을 조야에 확인시킨 그는 입국 다음해 왕립 의료기관인 광혜원(제중원으로 개명)을 세웠다. 일본인 약업자 또한 1883년 서울에 설치된 일본관 의원에 은단, 용각산, 건위고장환, 건뇌환, 대학목약 등 일본에서 유행했던 약을 소개하면서 조선에 상업적 매약 시대를 열었다(이강필, 1999). 비슷한 시기, 일본 약업자들의 활동에 자극 받은 일부 조선 약업자들도 약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897년 창립한 동화제약의 전신 동화약방이 최장수 의약품 ‘활명수’를 내놓은 것도 이 무렵이다. 양자양환, 천일약방의 됴(조)고약, 조선무약의 영신환 등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개화기 국내 의약품 광고주 중에서는 이응선의 화평당 약방(和平堂大藥房本鋪)과 이경봉의 남대문 제생당약방(濟生堂藥房)이 최대의 광고주였다. 화평당은 팔보단(八寶丹)이라는 건위소화제를 제조하던 제약회사였는데 ‘화평당은 약업계의 광채요, 팔보단은 세계인의 선약이라’ 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정진석, 1990). 제생당 약방을 경영한 이경봉은 청심보명단(淸心保命丹)과 삼용 대보원(蔘茸大補元)의 특허를 얻어 초기 광고 발달에 크게 기여했다. 제생당의 인기품목이었던 청심보명단의 광고는 대화 형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어 근대 문헌의 서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글에 그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강호만유객 담화’ 라는 제목의 광고에서는 두 노인이 뱃놀이를 하며 흥겹게 술잔을 기울이다가 술 깨는 약을 찾는다. 동자의 대답 ‘환약은 청심환, 소합환이 잇고 탕약은 인삼양위탕과 대금 음자 잇사오니 명령대로 하오리다’ 노인은 ‘청심환, 소합환, 양위탕은 진약이라 불가하다’ 며 ‘현금시대는 개명적 시대이므로 개명적 약품으로 가져오라’ 고 주문하고 특히 청심보명단을 찾는다(권보드래, 2000). 또 ‘황해만풍도광경’ 이라는 광고에서는 많은 승객이 탄 상선이 장산곶에 이르러 위태롭게 출렁이자 승객들이 혼비백산해 있는 중에 옥같은 얼굴에 별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미소년이 등장, 학도 모자를 쓰고, 연설을 하며 청심보명단과 녹용대보원을 꺼내 승객에게 권한다. 승객은 그 ‘신발명약품’과 ‘개명적 고견’에 감동한다는 내용이다. 이 두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신약은 개명적 약품과 등치된다. 개명적 약품/개명적 시대/개명적 고견은 이 시대의 가치임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생명을 살리는 신비한 묘약’이라는 뜻의 활명수를 비롯해서, 청심보명단, 회생수, 소생단, 자강단, 자양환, 팔보단, 장양복원단 다른 약들은 대부분 소화제이거나 보양강장제이다. 기운을 북돋우고 소화를 도우며 성능력을 배가시킨다는 이 약들은 구체적인 효능을 발휘하는 치료제라기보다는 강장제인 셈이다. ‘이성’과 ‘주체’의 문제제기는 식민상황의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광고에 나타난다. 광고뿐 아니라 논설 등 기사에서도 나타나는데, “한국인은 병인이오 한국세계 병세계”라는 진단이 널리 나타나면서 일심단테환을 지어 동포에게 먹여야 한다는 은유가 일반화되었는가 하면 부패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정수리에 침한대, 산업부진에 원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십전대보탕, 혼미한 정신을 깨치는 데는 청심환이라는 식으로 비유가 구체화된 예도 적지 않다. 한국이 고질에 시달린지 오래되었으니 약제를 적절하게 처방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원기를 돋우고 체질 자체를 바꾸어야 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마찬가지였다(권보드래, 2000). 국가가 ‘큰 나’,‘참 나’ 라는 사고가 팽배해 있던 참이라 약 먹기에는 개인과 국가의 구별이 없었다. 국가의 원기를 회복하는데 약이 필요하다면 ‘나라를 맛튼 자’인 나에게도 의당 약이 필요할 터였다. 약으로 개인의 건강을 다스리면 국가의 일분자를 강하게 하는 셈이요, 국가의 힘이 자랄 수 있었다. 구토, 소화불량, 멀미 등에 특효가 있다는 약에 ‘자강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我同胞의 자강정신을 배양하기 위하여’ 특별히 제조했다고 광고를 하기까지 했다. ‘자강’ 이라는 말을 개인과 국가에, 신체와 정신에 한꺼번에 연결시켰던 셈이다. 약이란 개인, 국가, 신체, 정신에 동시에 관여하는 일종의 비유이기도 했던 것이다. 특수한 증상에 효능이 있는 약으로는 성병치료 제가 가장 많았다. 일반적으로 임질이나 매독 등은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고생이 많았고, 그만큼 다양한 민간 요법이 행해지고 있었다. 따라서 약에 대한 대중소비시대가 열리면서 성병치료제에 대한 광고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던 것은 그만큼 이런 약품에 대한 수요가 컸기 때문이었다. 이는 일본이 들여온 공창제도와 유곽의 도입 이후 매매춘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거류민들의 수요와 일본의 의도적인 문화통치수단으로 유곽이 활성화되면서 부산에 최초의 유곽이 형성되어 전국에 퍼졌다 한다(손정목, 1982). 3) 근대적 시간과 철도의 등장 - 우체시간표1899년 9월 국내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개통 에 이어 1905년 5월에 서울과 부산간의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었다. 이어 1914년에는 서울-원산 간의 경원선과 대전-목포간의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바야흐로 도시와 상권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기차와 철도는 근대를 대표하는 사물이다. 기차는 농업과 어업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작은 마을들을 단일한 경제권으로 묶어내었고 이로써 중세적인 농촌공동체의 질서를 넘어선 국민국가의 성립을 가능하게 하였다. 기차가 등장하면서 신문에는 기차시간표와 우체시간표가 종종 등장한다. 이는 정부광고로서 공시적인 정보여서 꽤 빈번하게 게재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는 기차시간표와 우체시간표는 근대적 시간의 등장을 보여준다. 독립신문 1896년 4월 21일(제7호)에 실린 우체시간표를 보자. “한셩내외 모히는 시간 오젼 칠시 십시 오후 일시 사시 젼하는 시간 오젼 구시 졍오 십이시 오후 삼시 륙시 한셩 인쳔간 보내는 시간 오젼 구시 오는 시간 오후 오시 삼십분 한셩 개셩간 보내는 시간 오젼 구시 오는 시간 오후 이시 삼십분 한셩 슈원 공쥬 젼쥬 남원 나쥬 간 보내는 시간 오젼 구시 오는 시간 오후 삼시 한셩 츙쥬 안동 대구 동내 간 보내는 시간 오젼 구시 오는 시간 오후 삼시” 빼곡이 적힌 우체시간표는 시간외에 다른 정보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활에 시간개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시간 측정법, 근대적 시간관념이 나타난 것은 서양의 역법과 시간개념이 도입되면서부터였다. 1896년 1월 1일부터 태양력을 채택했는데, 1주일 단위의 시간리듬을 나타내는 7요일제는 대한제국 『 관보 』에 1895년 음력 4월 1일부터 나타나고 있다. 1890년대 중반의 『 독립신문 』에는 24시간제에 다른 기사내용도 보인다. 그러나 이시기에 서양의 역법이 일반화되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식민지 시기 학교와 공장의 확대, 철도와 우편, 전신망 등 교통통신의 발달과 같은 사회적 변화를 거치면서 근대적 시간의식, 시간리듬이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에서도 시간개념이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바로 전국적인 운송망인 우편마차의 등장이었다. 1784년 영국에서는 공공도로망이 완비되어 영국 전역에서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우편마차시스템이 실시되었다. 우편 마차는 폭풍우, 어둠, 위험 등 온갖 장애를 극복하고 먼 거리를 달리는 운송망의 전국적 협력체계를 이루었고, 우적 소리는 우편마차가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과 시간 지키기의 중요성을 끊임 없이 일깨워주었다(휘트로, 1998). 산업혁명 이후 증기력이 등장하면서 우편마차는 기차로 대치되었고 공장과 기차의 시간 지키기는 필수사항이 되었으며 시간은 시 단위가 아니라 분 단위까지 관리되기에 이르렀다. 때문에 Mumford는 ‘증기엔 진이 아니라 시계가 현대 산업사회의 핵심이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철도는 근대적 시간관념을 각 지역으로 전파시키는 선구자였다. 철도는 증기선에 비해 경유지가 훨씬 세분되었고, 그 규칙성과 정확성, 속도의 측면에서도 증기선을 능가했다. 따라서 시간표 또한 좀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었다.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하기 이틀 전인 1899년 9월 16일 『 독립신문 』은 ‘화륜거 왕래 시간’을 실었는데 경인선 열차의 발착시간이 분 단위로 기록되었다. “경인철도에 화륜거 운전하는 시간은 좌와 같다는데 인천서 동으로 향하여 매일 오전 7시에 떠나서 유현 7시 6분 우각동 7시 11분 부평 7시 36분 소사 7시 50분 오류동 8시 15분 노량진 8시 40분에 당도하고 / 또 인천서 매일 오후 1시에 떠나서 유현 1시 6분 우각동 1시 11분 부평 1시 36분 소사 1시 50분 오류동 2시 15분 노량진 2시 40분에 당도하고 / 노량진서 서로 향하여 매일 오전 9시에 떠나서 오류동 9시 33분 소사 8시 51분 부평 10시 5분 우각동 10시 30분 유현 10시 35분 인천 10시 40분에 당도하고 / 또 노량진서 매일 오후 3시에 떠나서 오류동 3시 33분 소사 3시 51분 부평 4시 5분 우각동 4시 30분 유현 4시 5분 인천 4시 40분에 당도한다더라.” 자본주의는 근대적 시간의식과 시간리듬을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즉 자본주의적 노동과정은 최대한의 생산성을 위해 고도로 정확한 시간측정과 동작관리를 추구했다. 이러한 지식, 권력의 미시적 시간통제와 관리, 지배는 우리에게 과학적 또는 효율적이란 말로 다가오며 과학과 효율성이라는 담론으로 절대적 가치를 생산하는 지 식/권력의 드러나지 않는 공모관계를 보게 된다 (황봉주, 1998). ‘동작관리’와 ‘시간관리’ 로 유명한 테일러주의와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는 포드 주의는 이러한 변화의 산물이었다. 4) 계몽의 열정 - 출판광고개항기 신문광고에 나타난 특성 및 시대상을 다룬 연구 대부분(김광수, 1997; 한은경, 1997; 이정민, 1997; 김영순, 2000)에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사실은 그 시기 광고 중 기초재의 도소매, 유통과 함께 주요품목이었던 것이 출판과 서적, 문구였다는 것이다. 대한매일신보에서의 서적 광고도 1906년부터 각종 다양한 서적들과 교과서들의 출판이 신문을 통하여 많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이 시기의 독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출판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의 산물로 보여진다. 당시의 교육사업은 정부에 비해 민간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민의 계몽을 목표로 삼았던 사립학교에서는 교육을 통해 점차 외세의 침략야욕에 맞서 대항하는 민족의 저항세력이 되었다(김 영순, 2000). 신문의 발간과 더불어 각종 서적의 발행이 국민의 자주의식 고취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특히 을사조약의 체결은 교육운동을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의 사립학교는 민족주의에 입각한 근대교육이 민족운동의 기반이며 동시에 그 본질이라는 인식에서 설립된 것이다. 이러한 교육 기관의 설립은 교과서를 비롯한 신서적 발행의 직 접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김봉희, 1999). 이는 인쇄소 및 서포의 발전에서도 볼 수 있다. 당시는 인쇄소가 도서의 발행사업도 겸하였으므로 관영인쇄소 박문국이 설립된 이래 민영인쇄소가 민족주의 인사들에 의해 활발하게 발전하였다. 최남선이 설립한 ‘신문관’과 안창호가 설립한 ‘태극서관’ 등은 이 시기에 운영되던 인쇄소였다. 그 중에도 최초의 종합 월간지인 『 少年 』을 발간한 신문관은 그 인쇄기술이나 편집형식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김봉희, 1999). 도서의 유통과 출판을 겸한 서포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한말 신문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최초의 전문적인 서적상이라 할 ‘대동서시’가 문을 연 1896년 이후부터 한일합방 때까지의 15년간 경향 각지에서 무려 70여곳의 서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이승우, 1993). 또한 개화기에 들어온 기독교가 선교를 위해 설립한 인쇄소들도 많은 교과용 서적과 종교서적을 발간해 내었다. 감리교 선교부에 의해 배재학당 내에 설립된 삼문출판사를 비롯하여 성서활판소와 영국성공회 인쇄소, 제칠 일안식교의 시조사 등이 활발한 출판활동을 보인다. 신문의 서적광고의 수록유형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단일 서적광고와 모든 판매 도서 목록을 게재하는 광고이다. 다시 말해 여러 발매 소들이 서적 한 두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경우와, 또 하나는 특정 서포가 자관의 판매도서 목록을 광고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경우에는 권수와 정가가 명시되고 있다. “세계지리서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인데 사람마다 볼만한 책이니 학문상에 유의하는 이는 이 책을 종노책전에서 사시압. 값은 여덟량.”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 창간호에 실린 『 사민필지 』의 광고다. 미국선교사 헐버트가 한글로 쓴 것을 다시 한역한 책이다. 같은 면에 실린 『 한영자전 』, 『 한영 문법 』 광고도 수회에 걸쳐 독립신문에 자주 실린 것을 볼 수 있다. ‘영국 말을 자세히 배우려면 이 책이 있어야 할 것이니라’ 한 이 광고는 서양문물을 알기 위해서 양말을 알아야 했던 당시의 사정을 짐작케 한다. 아마 최초의 한영사전과 문법이었을 이 책들은 배 재학당의 창시자인 미국인 언더우드가 만들어서 인지 판매도 배재학당 한미화 활판소에서 한다고 쓰여있다. 당시 출판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독교는 근대성의 전 영역에 삼투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물론 그것은 형이상학적 논변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국강병의 전략으로, 문명의 표상이자 원동력으로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되었다(고미숙, 2001). 이렇듯 갑오개혁 이후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출판겸업의 서점은 개화기 신문화운동의 중요한 수단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처음부터 상업적인 영리를 목적으로 당시 각광받던 신종 직업인 이 분야에 뛰어든 이들도 많았겠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지식의 보급과 국민계몽이라는 문화사업으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에서 출발한 이들도 적지 않았음을 당시 신문광고의 문면에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이승우, 1993). 아무튼 개화기에는 신문광고에서 차지하는 책 광고 또는 서점광고의 비중이 오늘날보다 훨씬 컸다. 개화기 지식인들의 위선을 고발하고 계몽을 촉구하는 책과 광고도 눈에 띈다. 안국선의 『 금수 회의록 』 광고에는 제목에 걸맞게 양, 쥐, 호랑이, 새 등의 금수들이 둘러서서 회의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것은 책표지 그림을 그대로 실은 것으로, 연미복에 실크 모자(hat)를 쓰고 있으며 가운데에 회장인 염소가, 좌측에 화자인 인간 ‘나’가 서있는 모습이다. 금수회의록은 우화적인 기법을 통하여 인간들의 비리와 정치, 사회에 통렬한 비판과 조소를 보내는 소설이다. 반포지효(反哺之孝), 호가호위(狐假虎威), 정와어해(井蛙語海) 구밀복검(口蜜腹劍), 무장공자(無腸公子), 영영지극(營營之極), 가정이맹어호(苛政而猛於虎), 쌍거쌍래(雙去雙來)라는 제목으로 모든 구습과 악덕, 식민침탈의 간악한 인간면모 등을 꼬집고 있다. 광고는 책의 내용보다는 ‘이 책의 원본은 내지(조선?) 압수한 책이니 그 책을 보면 야국사상을 일으키는 줄을 가히 알 것이요 이 책의 원본은 압수뿐 아니라 각 책사에 있는 책까지 몰수하였으니 다시 얻기 어려운 책이오’ 하여 이 책이 금서임을 강조해 놓았다. 『 금수회의록 』은 원래 1908년에 발간되었으나 이 문안에서 보듯이 압수 당하자 미국, 중국, 러시아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연대하였던 단체인 국민회의 기관지 신한민보에 1909년에 실린 것이다(목수현, 1996). 5) 백의민족과 염료 - 염료광고세창양행의 ‘고백’이 실리던 기간인 1886년 6월 31일자 한성주보 제22호에는 일본 상인들의 국한문 혼용광고 두건이 동시에 실렸다. 하나는 염색약을 제조하는 방법을 알 수 있도록 가르쳐 주겠다는 광고였고, 다른 하나는 옷감과 곡물 등을 판매하는 상점광고였다. 염색약 제조법 광고는 ‘감색 비색 기타 각색 염액 제조 급 염양법 전수광 고(紺色緋色其他各色染液製造及染揚法傳受廣告)’라는 제목으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산기승차랑(山岐勝次郞)이라는 사람이 염색법을 깊이 연구하여 가르쳐 주고자 하는데 이를 배우면 생계를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보라색, 꽃색 등 여러 가지 색 제조법을 배우려면 지화 2원을 보내야 하고, 붉은 비단색, 매화색, 복숭아 색 등의 여러 가지 색을 배울 사람은 1원 50전을 보내면 그 자세한 제조법을 기록해서 보내 줄 것이다. 만일 염색 법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보낸 금액을 도로 환불하겠다” 는 것이다(정진석, 1990). 1907년 만세보에는 화롯불에다 옷감에 물을 들 이는 아낙이 ‘이 물감은 빗도 곱고 드리기도 쉬운 상등물감이니 사다 드려보시오’ 하고 외치고, 개울에서 빨래를 하는 다른 아낙은 ‘이 물감은 빠라도 빠지지 안코 벗지도 아니하는 참 조흔 물감이오’ 하며 만화형식으로 만든 염료 광고도 있다. 전통적인 목판화 기법을 쓰고 있음이 주목할만하며 증언식 광고의 원조격이라 하겠다. 두 그림 사이에 ‘룡표와 꼿표와 ◇표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감’ 이라고 써 물감의 상표만을 밝혀놓고, 어느 회사, 어느 나라 제품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이것은 ‘아닐린’이라는 19세기에 발명되어 종래의 자연염료를 몽땅 도태시킨 화학염료를 광고한 것일 듯하다(목수현, 1993). 이미 1890년 대에 중요한 수입품목이었던 이 화학염료는 이런 광고를 타고 더욱 폭넓게 쓰였을 것이며 옷 색깔에 관한 감각까지 바꿔놓는 역할을 했다. 이 광고들은 당시 정치경제적 상황을 보여준다. 1905년 10월, 경무사 신태휴는 독특한 법령을 발표했는데, 흰옷 대신 검정색 등 짙은 옷을 입으라는 것이다. 검은색이란 조선에서 철저히 기피하던 색이었다. 평상시에는 흰색, 외출할 때는 노랑, 분홍이나 하늘색 같은 화사한 색을 주로 한 것이 조선인의 차림새였다. 반면에 서양 옷이나 일본 옷은 대개 검은 색이었다. 이 판에 심흑색(深黑色) 옷만을 허용하겠다 했으니 한바탕 소동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윽고 흰옷을 규제하는 조치가 시작되었다. 대한매일신보 1906년 1월 7일자에 의하면, 등판에 ‘흑(黑)’ ‘묵(墨)’ 자를 쓰기도 하고, ‘염색’ 이라고 써서 짙은 색으로 물들이지 않고는 입고 다닐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권보드래, 2000).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일제의 주장은 흰옷이 비위생적이라는 것이었다. 흰옷은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며, 검은 옷이 편리하고 위생적이라고 했다. 흰옷은 미개의 징표이고, 검은 옷이야말로 신문명에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생을 위해 옷을 염색해야 한다는 논리는 합리적인 것이 아니며, 일본에서 수입된 색색의 옷감이 잘 팔리지 않았다는 배경이 혐의를 더한다. 아닌 게 아니라 흰옷 금지 조치 이후 결국 사람들은 일본 옷감과 염료를 사 들였고 일본의 염료산업은 이 기회에 조선 진출의 발판을 확실하게 다지고 있었다. 그러나 본래 조선은 흰옷에 대한 집착이 유별한 나라였다. 한국인이 흰옷을 입게 된 내력은 분분 하지만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유교사상에 따라 상례가 엄하게 지켜졌던 조선에서는 10년 사이 3명의 왕이 사망하는 바람에 상복을 바꿔입기에 지친 나머지 그때부터 계속 흰옷을 입어 항상 국상에 대비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한편 또 하나의 이유는 여인들에게 계속해서 빨래거리를 끊이지 않게 하여 긴 수다를 늘어놓을 여유도 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로제티, 1996). 평상복인 흰옷은 세심한 청결이 필요함으로 흰 옷을 어떻게 더 하얗게 보이게 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일찍이 흰옷 표백이 유행하다 규제령까지 내려진 일이 있었거니와, 1900년대에 새로운 문물이 들어올 때도 역시 표백효과가 관심을 끌었다. 1905년말의 흰옷 금지 조치는 일본 염료 산업의 진출과 조선 염료산업의 부분 성장이라는 결과를 남겼지만, 1900년대 말까지도 여전히 조선옷은 늘 흰색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한일합방 후에도 큰 변화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청백분’ 광고와 같이 표백제 광고 또한 꽤 지속되었다. 한복을 입은 여자가 빨래를 하는데 중국사람, 흑인, 갓쓴 조선사람, 서양 사람들, 일본인 여자와 남자가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다. 청백분의 효능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영국제를 일본 수입상이 팔았던 이 제품은 광고에 효용성, 경제성, 편리성 뿐 아니라 묽게 타서 세수하거나 머리 감는데에도 좋다며 만능성까지 주장한 문안이 곁들여 있다. 영국의 루너 못든 사의 소다(세제 및 음료) 광고도 수개월에 걸쳐 반복하여 게재되었다. ‘루너 못든’사의 광고는 단일 브랜드로 다양한 업종을 광고하였기 때문에 황성신문에만 311개가 게재되기도 했다. 어쨌든 ‘흰옷을 더욱 희게’ 라는 최근 표백제의 슬로건만큼이나 흰옷에 대한 집착은 굳건했던 것 같다. 6) 문명의 기호 - 모자, 양화 광고새로운 유행을 받아들인 개화기 멋쟁이들의 외 관은 모자, 안경, 여송연, 단장, 시계 등으로 장식되고 있었다. 광고에 등장하는 도안에도 입에는 궐련을 물고 중절모를 쓴 신사의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1895년 양복이 허용되고 이어 단발령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들여온, 이전에는 없던 문물이 양복, 모자, 안경, 단장, 시계, 여송연 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착되기에는 꽤 많은 시간과 진통이 필요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쇄국에서 외부세계로 발을 딛는 근대화 과정에서 단발은 모두가 겪어야 했던 공동 운명이었다. 일본에서도 메이지유신과 더불어 무사를 상징하는 존마게를 자르고 양복을 입었으며 중국에서도 청조를 배척하고 근대화하는 상징으로 청족의 상징인 변발을 잘랐다. 하지만 한국의 상투를 자르는 데에는 존마게나 변발과는 달리 침략자들의 강요라는 변수가 있었고, 때문에 단발은 역사의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단발이 시대적 추세가 되어가면서 이발 소나 모자 상점이 성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갓을 비롯해 신분, 나이, 계급과 직업을 말해주는 갖가지 모자들이 상투와 함께 없어지면서 양복과 중절모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대한민보의 모자광고는 중산모자, 중절모자, 부인모자, 학도모자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밑에 1등 5원 50전부터 4등 2원 50전하는 식으로 값을 밝혀놓았다. 도안과 가격제시로 정보를 소개한 다음 모자의 필요성과 품위, 위생성, 실용성을 조목조목 밝혀놓은 설득형 문안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1907년 만세보에 실린 구미잡화 광고와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모자광고는 신문물의 첨단적인 문화상품을 소개한 것이다. 서양 지팡이와 우산과 신사를 상징하는 중절모, 위스키와 유성기 등등은 당시의 신문 물의 도입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개항이래 단발문제는 단순히 유행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으며, 따라서 가장 첨예한 의견의 대립으로 찬반논쟁이 빈번하였고 그 쟁점은 보수적이고 봉건적인 인습과 진보적이고 서구적인 인식의 차이였다. 때문에 1920년대, 30년대에 이르면 이것은 개혁적인 행동이 된다. 기생들의 단발, 또 이른바 신여성으로 통했 던 ‘히사시가미’의 멋쟁이 단발은 봉건을 타파하는 젊음의 상징이었다(임종국, 1995). 고무신이 등장한 것은 대략 1907년이라 한다. 일제 고무신이 시판된 것은 1915년의 일이고, 1922년 발매된 대륙고무의 고무신이 최초의 우리 고무신 브랜드다. 평양의 고무신 장수 이병두는 일본으로 건너가 여러 달 동안 고무신공장에서 고무신 제조기술을 배워와 1919년 평양 교구동에 공장을 차리고 본격적인 고무신 제조에 나섰다고 한다. 고무신공장의 설립에는 최형준, 최창환 등 평양의 자본가들이 참여했다. 고무신은 우리의 짚신과 코신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는데, 남성용은 짚신을 본뜨고 여성용은 버선발의 코를 본떠 만들어 전래의 신발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또 짚신보다 훨씬 질겨 오래 신을 수 있고 비가 와도 물이 새지 않는 장점 때문에 이 고무신은 호황을 누렸 다고 한다. 고무신이 일반 사람들의 신발이었다면 멋쟁이 신사와 신여성들은 양복에 걸맞게 양화를 신었고 그 즈음 구두광고도 매우 치열했다. 양화가 대중화된 것은 1910년 이후지만, 1895년 이후 진고개에서 일본인이 중도(中 島)상점을 개업하였고 1898년 경에는 이규익이 지금 을지로 1가 근처에서 한국 최초의 양화점을 개업하였다. 세창양화점은 1923년 동아일보1면에 ‘活社會에 進軍할 卒業生諸軍에게’ 공고하는 식으로 졸업기를 맞아 거리를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그려 당시의 신세대를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1926년 중외일보에는 가을 신학기를 맞아 활달하게 걷는 학생모습으로 발을 과장하게 크게 그린 재미있는 광고를 실었다. 로우앵글로 잡는 구두광고의 시초라 할 수 있다(목수현, 1993). 부유한 양반집이 신던 가죽신발이 양화점의 구두로 대체될 때 가죽신발이 표상하던 신분의 질서는 그 정통성을 상실하며 이제는 양복에 반짝이는 구두가 새로운 신분의 질서로 새로운 정통성을 확보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간헐적이고 비일상적인 품목에 한정될 때라면 모르되 일상적인 모든 물질이 새로운 문물로 대체되거나 또는 이제까지 없었던 물질로 구성되기 시작될 때 기존의 신분구조는 빠른 속도로 해체되기 시작하며 기존의 사회질서 가 급격히 전환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김진송, 2001). ----------------------------------------------------------------------------------------------------- 2) “서울은… 내가 북경에 가보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불결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비틀어진 소로(小路)의 대부분은 짐실은 두 마리 소가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좁으며 한사람이 짐을 실은 황소를 겨우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의 너비이다. 그 길은 그나마 물구덩이와 초록색의 오수로 인해서 더욱 좁아진다. 하수도에는 각 가정에서 버린 고체와 액체의 오물로 가득차 있으며 그들의 불결함과 악취나는 하수도는 반나체 어린애들과 피부병이 오른 채 눈이 반쯤은 감긴 큰 개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비숍, 2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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