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 결론개화기의 광고를 모두 섭렵할 수는 없지만 빈번하게 게재된 광고를 검토해 보았을 때, 교역과 상품판매를 위한 광고에서도 당대의 주요 담론이 수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각종 근대신문에 등장하는 광고에는 밀려드는 서구문물과 외국기업의 침투를 잘 보여줄 뿐 아니라 광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는 모습, 우리민족에게 꿈틀거리는 계몽의 의지가 잘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개화기 초기 광고에서 나타나는 무역물품과 광고상품은 당시 무역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최대의 광고업종이었던 약품광고의 광고 메시지는 병리학과 계몽의 담론이 잘 어우러진 사례다. 국가에 병이 있고, 동포가 고통이 있으면 국가를 보존키 어렵고 동포가 생존키 어려우므로 건 강한 신체들이 모여 건강한 민족을 이루기 위해 위생과 청결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이야말로 계몽주의자들의 모토였다. 그 배경에는 유기체론과 사회진화론이 깔려 있는데, 세계를 약육강식의 경쟁사회로 파악,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사회와 단체, 민족, 인종 단위로 집합적 신체를 구성하여 맞서 싸워야 한다는 논리를 엿볼 수 있다. 민족의 병을 치유코자 하기 위해 개인의 병은 약품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개화기 신문과 서포, 근대출판을 반 영하는 출판광고는 신문과 출판이라는 매체를 통해 민족계몽에 나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근대적 시간과 공간을 창출한 철도의 등장은 철도시간표와 우체시간표 광고를 통해 우리민족에게 근대적 시간으로 이행토록 종용했다. 우리의 전통과 서구문물의 진출 사이에서 줄다리기했던 사례는 염료광고와 모자광고에서 잘 볼 수 있다. 점차 상품의 범람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소비재들에 눈떠가는 우리민족은 소비의 기호를 통해 근대성,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근대 계몽기의 문명담론은 한 편으로는 제국주의자들의 지배전략을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자들의 계몽적 욕구에 의해 적극적으로 주창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근대성의 원리라는 ‘이성과 주체’, ‘자본주의’, ‘제국주의와 세계체제’가 주요 상품 품목과 광고내용에서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진보’, ‘이성’, ‘합리성’, ‘과학’의 상징도 광고에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외세에 대한 저항의식과 신문물에 경이와 공포를 함께 가지고 있던 이 시기 광고의 주요 담론은 과학을 받아들이고 우리 것을 지켜가겠다는 ‘계몽의 의지’였다. 한편 이 연구에서는 깊이 다루지 않았지만, 일제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 국면이 바뀐 1920년대, 30년대는 근대성에 대한 양식이 바뀐다. 김진송(1999)과 김영근(2000)은 이 시기에 대해 개화기 때부터 외래문물에 대한 선망이 있어, 안경 쓰고 단장 짚는 것이 개화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박래품(舶來品)을 가지면 마치 ‘근대적 문명’을 손에 넣은 듯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1920년 대의 이른바 문화정치 시기, 사회적으로 근대주의 적 논리가 강조되었던 시기에 그런 경향은 한층 더했던 것으로 보인다(김영근, 2000). 1920년대 말에 이르면 상황은 보다 광범위한 변화를 맞게 된다. 식민지배가 점점 뿌리깊게 자리잡힐수록 한편으로 그 상황에 반발하는 민족주의적 의식이 깊어갔지만, 일상의 현실은 계몽적인 힘을 점점 상 실해가기 시작했다. 모더니즘은 이제 계몽주의자의 엄숙한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 속의 발랄한 모더니스트를 통해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김진송(1999)은 지적한다. 김진송(1999)은 “현대의 실체는 외려 물질을 매개로 한 전파와 수용의 과정이다. 거창하게 현대성 혹은 현대에 대한 논의를 말하기 전에 현재 우리 사회의 삶의 구조와 삶의 모습, 보편적 인식 틀과 사고방식, 사회적 제도와 구조 등이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현대성의 실체일 수 있으며 그것은 곧바로 현대의 충격이 시작될 무렵의 유사성과 차이의 발견을 통해 현대성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근거점이기도 하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Twichell(2000)은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이즘’이 ‘물질주의’라고 주장한다. ‘물질’과 소유에 대한 사랑, 거래와 비축, 구매와 판매, 나아가 물건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현대의 정치적 시스템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봉장은 광고라고 한다.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광고는 대량생산된 수많은 상품들을 차별화시키고 개성을 부여하며 어느새 구원의 사절이 되어 종교의 역할을 대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산업혁명이 갖는 중대한 의미는 생산혁명인 동시에 소비혁명이라는 사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생산혁명과 소비혁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대량생산된 소비재가 대량광고에 매개되어 대량 소비되는 사회를 소비사회라고 부른다면, 그 탄생은 동시에 근대광고의 탄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한은경, 1997). 결국 상품과 광고의 역사, 그것은 자본주의와 욕망의 역사다. 경제체제가 바뀌어도, 산업구조가 바뀌어도 광고의 모습은 자본주의의 탄력성만큼이나 순발력 있게 변해 갈 것이며, 그 배후에는 광고주와 광고인, 소비자라는 동시대 인들의 소통이 존재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