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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론적 배경 및 연구문제1) 선행연구의 검토신문은 한 시대의 박물지(博物紙)이다. 여기서 박물이란 한 시대의 모든 사건을 담고 있는 시대 의 축소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그 사건들을 선별하고 배제하고 유형화하는 담론의 장으로 기능한 다는 것을 말한다. 신문은 주로 논설, 정부소식, 해외기사, 사회기사(잡보), 광고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기사는 다른 자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민중들의 생활상과 갈등을 볼 수 있는 귀중한 보고이다. 광고 또한 새롭게 유입된 문물들의 전시장으로서 당시의 소비상품을 통해 물질적 생활상을 보여주며, 특히 광고카피는 당시 사람들의 관심거리와 분위기를 말해준다. 근대 인쇄매체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하고 다채롭게 진행되어 왔다. 신문매체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들을 유형화해 볼 때, 우선적으로는 언론사(言論史)적 접근과 정치사적, 사상 사적으로 접근한 연구가 주축이 되었으며 또 다른 유형으로는 이 시기 텍스트들을 어휘, 문법, 문체, 문학 형식 등의 측면에서 접근한 것을 들 수 있다. 한편 광고사는 신인섭과 서범석이 공동저술한 『 한국광고사 』 와 광고단체연합회에서 제작한 「 한국광 고 100년사 」, 『 광고연구 』 의 과제논문으로 실린 정진석의 「 광고사회사 Ⅰ, Ⅱ 」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저작은 자료보존이나 역사적 성찰보다는 향후의 전략수립과 효과측정, 소비자심리에 관심을 보이는 학계 풍토에서, 연도별 광고산업과 매출액과 광고시장 규모, 광고 단가, 광고산업의 발달 광고 형식 등을 정리한 소중한 자료다. 그러나 1886년대에서 2003년까지의 시간적 규모는 단순히 연대기적 의미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아쉽게도 각 시대의 횡적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이 아직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이제 그 세부적 연구와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근대광고연구는 주로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온 단일매체에 대한 내용분석 연구이다. 당시 주요 매체였던 한성주보, 독립신문,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제국신문 등에 대한 단편적 인 연구들이며 내용분석을 방법론으로 삼은 대부분의 연구들(김광수, 1997; 한은경, 1997; 이정 민, 1997; 김영순, 2000) 에서 나온 결과들은 당시 주된 광고업종과 산업양식, 광고형식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광수(1997)의 「 『 독립신문 』 의 광고분석 」 에 보면 광고업종은 ‘도소매/유통’ 이 19.5% 로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 가 14.4%, ‘은행/금융/보험’ 이 9.3%, 출판이 8.55% 순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유통’은 외국물건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형태가 가장 많았다. 당시의 주산업이 물건을 수입해 판매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 많은 빈도를 차지한 서비스 역시 도소매와 관련있는 수송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언어별 광고분석을 살펴보면 국문광고는 ‘출판’이 가장 많았으며, 의약품이 뒤를 이었는데, 이 두 분야의 상품이 과반 수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반면 영문광고는 ‘도소매/유통’이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 ‘은행/금융/보험’ 광고 순이다. 반면 황성신문의 경우(한은경, 1997)는 출판·서적·문구광고, 분실·위조 광고, 학교·학원광고, 교통·통신 운송광고, 금융·보험광고, 단체 광고, 유통업 광고 및 제약 의약광고 등이 대부분 을 차지하였다. 매일신보에 실린 광고(이정민, 1997)의 각 업종별 빈도는 잡화(20.7%), 약품(16.5%), 병원/단체/학교(11.5%), 서적(10.3%), 개인광고(7.7%) 순이었다. 잡화는 주로 외국에서 수입된 공산품 혹은 일상용품으로 시계, 안경, 모자, 문방구 등이며 주로 외국물품이었다. 약품광고는 1911년부터 1919년까지 계속적인 증가를 보였고 매년 전체 광고업종 중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담배류는 1914년 이후 점차 감소한 반면, 화장품류는 점점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다. 2) 한국의 근대와 근대성 논의우리나라에서 광고가 처음 등장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시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는 것이 근대(Modern), 근대성(Modernity) 이라는 문제다. 근대성은 보통 구체적으로 국민국가의 성립, 자본주의 발달과 산업화, 개인주의, 시민사회, 합리주의적 정신 및 과학기술의 발달, 그로부터 야기된 세속화, 도시화 등으로 구현된다고 정의된다(박지향, 2003). 한국의 근대화는 외세에 대한 대응과 근대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수반해야 했던 수난의 시대였다. 근대는 모든 나라에 단일한 세계시간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며 우리 상황은 근대와 전근대의 중첩이 필연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근대성에 관한 논의 자체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 있어 근대의 형성은 대단히 복잡한 양상을 띠 고 있다. 근대의 조건인 정치, 경제, 사회적 양상이 제각각 다른 시기에 구현되었고, 중첩되어 왔으며 사상적으로도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그간 한국의 근대에 관해 역사학계에서는 ‘내재적 발전’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외세에 의한 개화 이전에 우리민족이 나름대로 근대를 예비하고 있었다는 이 논리는 자생성과 이식성 간의 오랜 논쟁과 성찰을 불러왔다. 학자에 따라서는 근대가 그 이념형으로 보아 민족이라는 동일체감을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서 조성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근대는 그 출발에서부터 국민주권이 상실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식민지 공간이라는 상황은 주체적 근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박탈하였다(신용하, 1990)고 보는 입장도 있다. 이점에서 그는 근대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의 시기로 지연된다는 논지(신용하, 1990)를 펴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우리의 근대는 ‘16세기 영·정조 시대에서 시작해 17, 8세기를 통해 발전해서 19세기에 절정을 이루었다가 20세기에 들어와 위기에 봉착한 일련의 역사적인 흐름’(김호기, 1995)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 역사적 시각에서 근대는 무엇보다도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자본주의적 경제질서의 확립, 의회민주주의의 성립으로 대표되는 근대적인 정치제도의 확립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 철학적 시각에서 근대는 중세의 봉건적인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의식·사상·이념을 함축하는 것으로, 진보·이성·합리성·과학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시대의식을 의미한다. 사회학적인 시각에서는 근대를 근대적인 조직 및 생활양식과 등치시키고 있는데, 사회생활 및 일상생활이 전통적인 주술의 세계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이나 기준에 입각해서 이루 어진다(김호기, 1995)는 점을 들고 있다. 이병천(1993) 은 세계사적 근대성의 원리를 ‘이성과 주체’, ‘자본주의’, ‘민주주의’, ‘시민사회’, ‘제국주의와 세계체제’ 로 들고 있다. 그러나 식민 지배 기간은 물론이고 해방이후 한국의 근대사는 세계사적 수준에서의 근대성 원리와 그 복합적 구조에서 볼 때, 적극적, 문명적 차원은 극소화되고, 부정적, 반문명적 차원만이 극대화된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배경하에 임현진(1996)은 우리사회의 근대화 프로젝트를 검토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고 있다. 첫째, 국민국가가 미완의 상태에 있고, 둘째, 자본주의가 자립적이지 못하며, 셋째, 민주주의의 실질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근대화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라는 것이다. 이렇듯 근대성은 문화적, 사회학적 혹은 인식론적 관점에서 각기 강조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개념이다. 근대성은 단순한 일련의 현상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시간의 특수한 경험과 역사인식을 가리킨다. 다시말해 근대성은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인식’이며, 여기서의 새로움이란 자신들의 시대가 지나간 시간과는 전적으로 다른, 그리고 더 나은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3) 개화기의 근대성과 계몽의 담론한국 근대형성에 있어서 1880년대부터 1910년 대까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는 개항이후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봉착했던 상황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었던 정치적 움직임들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가 주권이 상실되어 가는, 이른바 식민화에 이르는 시기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쇠퇴기이자 한국근대사에서 암울한 시기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미미하게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당시 국내 자본가의 형성, 무역과 상품의 유입, 광고의 발달과 같은 경제적 발전이 있었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한국의 근대 형성을 이루는 대단히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사회적 영역에서는 다양한 세력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이념을 검토하였고 또 실행에 옮기고자 노력하였고,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과 더불어 근대적 지식이나 관념이 폭발적으로 수용되고 확산되어갔다. 사실 외견상 동아시아의 근대는 내적발전과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서구의 출현’과 함께 홀연 시작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일본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서구문물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귀결되었다.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그리고 한국의 동도서기(東道西器)에서 볼 수 있듯이, 서방의 우월한 물질문화를 동방의 우월한 정신문화와 절충시키는 것이었다(임현진, 1996). 일제의 식민화로 인해 그들이 겪은 근대화를 중역적(重譯的)으로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물질문화와 정신문화 사이에 문화지체를 야기하였고, 나아가 근대화의 실질 보다 외형이 강조되었다. 때문에 개항기에서부터 1920년대와 30년대에 꽃핀 근대성은 소비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당시 광고매체인 신문과 잡지가 모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광고 매체는 아니었지만 유행의 하향전파(trickle down)에 의해(McCracken, 1990) 소비의 열풍은 지식인 층과 부유층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로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김진송, 2002). 일제시기에 대한 기존의 연구를 보면, 식민지적 근대화에 따른 일상생활 조건의 변화와 그 경험을 통하여 식민지적 근대화의 성격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근대적 문물을 수용하고 근대적 사회변화에 맞춰 살아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상의 현실이었다.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고, 자기가 속한 곳에 일체감을 갖기도 어려운 주변인적 의식이 식민지 사회의 근대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강하게 나타나리라 짐작된다(김영근, 2000). 그렇지만 근대화, 근대성이라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변화의 과정으로 파악할 때, 개항이후 분단시대까지 이루어진 이식된 근대의 시발에서 우리민족이 지니는 도전과 좌절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찾음으로써 한국의 근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것이다. 근대 계몽기는 고미숙(2001)에 따르면 한마디로 ‘근대성’ 전반에 대한 발본적인 문제제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연대이다. 19세기말에서 1910년 한일합방에 이르기까지 불과 15년 정도에 해당하는 이 짧은 연대는 그 이념적 파토스와 사유의 스펙트럼에 있어 이후의 어떤 시기와도 견주기 어려운 특이성을 분사한다. 유럽에서는 몇 세기에 걸쳐 일어난 중세와 근대의 교체가 지극히 짧은 시간에 압축되어 진행됨으로써 역동적 파노라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지는 담론은 외래의 과학과 문물을 받아들이되 민족계몽과 자강의 필요성을 강론하는 계몽의 담론이다. 계몽담론은 그 내부에 병리학, 섹슈얼리티, 시공간의 재배치, 기독교, 진화론, 언문일치, 글쓰기 등 다면적인 층위를 지니고 있다. 그 지층들은 서로 상충하기도 하고, 어울리 기도하면서 민족 및 문명이라는 근대성의 중심 담론을 구성해 갔던 바, 근대계몽기는 그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지층들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탐사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테마들이 도출될 수 있는 일종의 ‘근대성의 광맥’이다(고미숙, 2001). 4) 연구문제광고는 단지 상품의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도입에서 드러나는 경제적구조와 교역상황, 그리고 2차적으로 전달되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개화기 당시 광고에서 주로 등장한 주요 담론들을 검토하는 것은 당시의 담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의약품을 비롯하여 서구에서 빌려드는 소비재들의 일상성과 개인성은 상품이 어떻게 의미를 갖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상품의 유입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듯이 광고담론은 일상에서 확산되고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이와 같은 문제제기와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연구문제 1> 개화기의 주된 광고상품과 그 사회적
배경은 어떠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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