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Ⅴ. 정당한 사용 원칙의 적용에 대한 제안지금까지 미국 저작권법에서의 정당한 사용의 원칙은 무엇인지, 이를 주요 이슈로 하는 최근 판례들의 동향은 어떠한지, 정당한 사용을 판단하기 위한 요인들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새로이 나타난 변형적 사용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고, 디지털 저작물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간략히 논의하였다. 그렇다면 결론으로서 앞으로 정당한 사용의 원칙이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법리적 분석과 정보환경에 대비한 논의를 통해 제시해 본다. 먼저 새로운 저작물의 생산과 이러한 저작물의 변형성, 이로 인한 정보환경의 발전 등에 중점을 두는 접근방법은 저작권법의 근본 목적을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복제, 추가, 삭제, 변형 등을 통해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 수 있게 하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 창출의 가능성들을 포괄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기준을 정당한 사용 판단의 4가지 요인 이외의 정책적 고려사항으로 사용할 경우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앞서 논의한 고정된 시장 개념의 문제 역시 이러한 방법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잠재적 시장개념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고정된 시장에 대한 기득권자들의 이해관계를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작물의 변형성 기준은 이러한 고정된 시장에 관계없는 새로운 잠재적 시장, 또는 시장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어떠한 공간이나 활동에 대해서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사용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특성인 변형가능성과 상호작용성은 정보의 사용과 생산의 과정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사용 방법 및 활동과 이를 통한 새로운 정보물, 시장 및 공간 등의 가능성이 펼쳐지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저작물을 사용하여 새로운 저작물이 창조되었을 때, 이러한 사용의 상업성이나 기존 저작권자의 잠재적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이를 막기보다는, 만일 이러한 저작물이 이용자들을 위한 정보환경에 새로운 기여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게 하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본 논문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변형적 사용의 기준에 대해 비판한 학자들은 모두 이러한 기준을 제시한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접근권과 사용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정당한 사용의 원칙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였다(Lape, 2002; Bunker, 2002 등). 그러나 앞에서 논의하였 듯이 이들이 비판하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은 사용의 변형성이 아니라 새로운 저작물의 변형성의 개념으로 해석되어 적용된 것을 뜻한다. 그러나 변형적 사용의 사전적 의미를 보거나 사용의 목적이라는 첫 번째 요인의 한 부분으로서 적용되는 법리적 의미를 보거나, 변형적 사용 기준은 저작물 생산에 있어서의 변형성보다는 사용 그 자체의 변형성 으로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호작용적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동 안의 비판학자들의 주장해 온 저작물에 대한 이용이나 접근 자체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여러 가지 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보다 저작권법의 목적에 맞는 것일 수 있다. 즉, 같은 저작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또는 저작물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여 사용하거나 매체만 달리 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이용자들은 이를 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사용과 활용에 있어서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것이,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디지털 환경을 포괄하도록 사용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본다. 현재 디지털 기술의 첨단으로 불리고 있는 P2P 서비스와 관련한 냅스터의 경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본다. 법원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나타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이전 보다 더 보수적 결정을 내리고 있다. 냅스터 판결과 소니 판결을 비교해 보면, 소니 판결에서는 받아들여졌던 개인적 사용의 주장이나 상당한 정도의 침해 아닌 사용 (substantial non-infringing use) 등의 주장이 냅스터의 경우에는 항변으로 작용하지 못하였다. P2P 소프트웨어를 통한 파일교환이 개인적 이용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냅스터 법원에서는 P2P 파일교환을 개인적 이용이라고 볼 수 없는 근거로서,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이 아닌 익명의 요청자에게 파일을 배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익명성이라는 점과, 익명의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 출현의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니 사건의 대법원에서는 시간 이동을 위한 프로그램 시청으로 인해 직접적인 상업적 이득이 없다는 점을 강 조한 반면, 냅스터의 사용은 돈을 주고 사야하는 물건을 무료로 얻었기 때문에 저작물 의 상업적 사용이라는 것이다. 유통의 비용을 거의 제로로 절감시킨 기술의 발전이 정당한 사용이라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에 의하면 인터넷상의 여러 가지 활동 중 개인적, 비영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니 판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던, P2P를 통한 파일교환이 침해 아닌 사용으로 상당한 정도 이용되는지의 여부는 냅스터 사건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일본의 파일로그 사건에서는 아예 법원에서 대부분의 파일교환이 상품으로 판매하는 파일을 중심으 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냅스터와 같은 음악파일교환 서비스의 경우 기존의 대형음반사업자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종류의 음악 서비스 를 가능하게 하리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 음악가들이나 비주류 음악가들에게 전통적인 음반생산과 유통방식이 제공하지못하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용자들은 검색, 샘플링, 편집, 커뮤니티 활동 등 기존의 음반으로 는 할 수 없었던 많은 활동들을 할 수 있다. 대형음반사업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허락받지 않은 사용을 금지하려는 목적과 함께 냅스터와 같은 서비스가 제공하는 새로운 기회들이 자신들의 시장독점에 위협이 될까 두려워서 더욱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는 지도 모른다(Fessenden, 2002). 또한 법원에서도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인식 변화가 저작권자로부터 잠재적 시장인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시장을 개발할 권리를 박탈하지 않을지 우려하였다.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활동과 가능성에 대 해서는 고려하지않은 채 기존 저작권자들의 잠재적 이익까지 극대화하려 한다면, 정당한 사용의 원칙을 인터넷 상의 활동에 대해서 원천적으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게 됨을 보여주는 예이다. 만일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냅스터와 같은 사건에 적용하고, 이러한 기준을 제2의 저작자가 아닌 일반 이용자들의 저작물 사용에 있어서의 창작성과 변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법원에서는 다소 다른 질문들을 했으리라고 본다. P2P 기술, 또는 이로 인한 파일 공유가 기존의 음반이나 CD 기술이 허용하지 않 던 어떠한 활동들을 가능하게 하는지, 음악을 듣는 일 외에 어떠한 새로운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는지, 검색, 샘플링, 브라우징 뿐 아니라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고 피드백을 제공하고, 보다 상호작용적이고 정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이러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러한 활동들이 음악이나 사람들의 정서와 관련된 환경에 어떠한 혁신을 가져 오고 있는지 등의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무엇일지, 이를 통한 정당한 사용 여부는 어떻게 결정이 될지는 여기서 결론을 내리 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어떠한 사용이 변형적인 것인지를 알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다 른 질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법적 개입을 먼저 시도하기 이전에,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가능성들이 사회의 공익을 위해 기존의 기술이 할 수 없던 어떠한 일들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현실에 기반을 두고 탐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본 연구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이 정당한 사용 에 대해 판단하는 유일한 요인이나 결정적인 요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이용자의 저작물 사용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향상시킬 만큼 창조적이고 변형적일 수 있는지, 이러한 ‘사용’의 창조성이 정당한 사용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가치가 손상되는지의 문제는, 정당한 사용 관련 논의에서 적어도 하나의 요인으로 고려될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