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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정당한 사용 관련 조항의 적용에 대한 비판적 분석대부분의 경우 법원에서는 정당한 사용을 판단하는 4가지 요인들은 따로 고려하여 이들간의 중요도에 의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 많은 경우 첫 번째와 네 번째의 요인들이 가장 관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요인인 저작물의 성격의 경우 공표 또는 출간된 저작물에 비해 그렇지 않은 저작물을 사용한 경우 정당한 사용이라고 보기 더 어렵다는 기준이 사용되는 정도로서, 대부분의 사건에서 크게 쟁점이 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저작물 사용의 양과 질의 경우는 꼭 필요한 부분만을 사용한 것인지,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사용한 것인지 등이 관건이 되는데, 사용의 목적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의 문제와 맞물려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도 첫 번째와 네 번째의 두 요인을 중심으로 정당한 사용 관련 조항 적용의 문제점들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1. 사용 목적의 상업성과 변형성 저작물 사용의 목적에 대해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상업적 사용이었는지 비상업적 사용이었는지의 문제이고, 소니 이전의 사건에서는 주로 상업적 목적인지 비영리적 교육적 목적인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왔다(Patry, 1980). 최근에도 상업적 사용인지의 여부는 첫 번째 요인을 다룸에 있어서 반드시 논의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소니 사건과 캠벨 사건에서 생산적 사용과 변형적 사용의 기준이 제시된 이후, 많은 법원들이 사용의 목적을 가늠함에 있어서 상업성과 변형성의 요인을 따로 질문하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소니 사건의 항소법원에서 정당한 사용이 될 수 없다고 판정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첫 번째 요인인 저작물 사용의 목적과 성격이었다. 소니 항소법원에서는 1심법원에서 채택한 상업적. 비상업적 사용이라는 분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대신 방송프로그램을 비디오로 복사하여 시청하는 것은 생산적 사용(productive use)이 아니라고 판시하였고, 나아가 생산적 사용이 아닌 것은 정당한 사용으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23) 법원에서는 이 때 생산적 사용이라는 것이 일반 이용자들의 편리나 접근을 위한 사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종류의 사용이라고 보았다. 원저작물이 의도했던 일반적인 목적을 위해 단순히 복제하는 것보다는 원저작물을 사용하여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해 내는 경우, 두 번째 저작자의 이러한 사용을 생산적 사용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24) 항소법원에서는 저작권법의 조항이 ‘편리’나 ‘오락’ 또는 ‘접근 증대’등을 정당한 사용의 일반적 범위에 넣고 있지 않다면서, 특히 새로운 기술 발전의 상황 하에서는 원저작물을 원래의 목적 그대로의 사용과 원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높이기 위해 이를 단순 복제하도록 허락할 경우에는 원고가 겪게 될 피해가 우려된다고 명시하였다.25) 즉, 소니 항소법원에서는 무엇보다도 첫 번째 요인을 가장 중요시하였고 이 요인을 적용함에 있어서 생산적 사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저작물의 사용을 정당한 사용으로 인정하기 더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의 목적이 연구 또는 교육 등임에도 불구하고 원저작물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사용이 아니라고 판결된 경우가 생겨났다.26) 이러한 사건들은 이전의 사용 목적 기준에 의하면 정당한 사용으로 판정되기 매우 쉬웠을 상황인데도, 원저작물을 사용하여 새로운 저작물을 생산해 낸 것인가 하는 기준이 하나 더 추가됨으로써 정당한 사용의 범위를 줄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Lape, 2002; Bunker, 2002). 반면 대법원에서는 항소법원의 이러한 ‘생산적 사용’이라는 기준을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물의 사용이 생산적인지 아닌지 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는 기준일 수 있지만 반드시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27) 이 밖에 생산적 사용이라는 기준에 대한 별다른 논의는 없었고, 대법원에서는 가정에서의 비디오 녹화가 비상업적인 사용이고 그러므로 정당한 사용이라고 일단(presumptively) 가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또한 1심법원에서 사용했던 상업적. 비상업적 사용이라는 기준을 다시 적용하면서, 방송프로그램을 시간 이동을 통해 청취하는 행동으로 인해 이용자가 직접적으로 얻는 상업적 이득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비디오 녹화를 통한 이용은 정당한 이용이라고 판결하였다. 다만, 반대의견(dissenting opinion)을 낸 블랙먼(Blakcmun) 판사가 항소법원의 생산적 사용 기준을 옹호하였으며, 이는 이후의 정당한 사용 관련 기준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28) 어쨌든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첫 번째 요인과 네 번째 요인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면서, 가정에서의 저작물 사용의 목적이 사적이고 비상업적인 시간이동이라는 점과 저작권자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nonminimal) 볼 만한 근거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VTR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non-infringing) 사용을 상당한 정도로 가능하게 하고, 이에 따라 일반인들에게 비디오 기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간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다고 된다고 판시했던 것이다. 이후 캠벨 사건의 대법원에서 소니 사건과 그 이후의 법원들이 받아들인 생산적 사용 의 개념과 거의 비슷한 변형적 사용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대법원에서는 시장에의 영향이나 사용의 목적과 같은 요인보다 저작물과 패러디와의 관계에 창조적인(creative) 요소가 있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새로운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변형한 것일수록, 다른 요인들의 중요성은 감소된다고 보았다. 이는 소니 사건 대법원의 반대의견과 함께, 새로운 정보, 미, 통찰력 등을 만들어 내는데 원저작물이 재료로 쓰이면서 변형되었다면, 이러한 활동이 바로 정당한 사용의 원칙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보호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한 레발 판사(Leval, 1980)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렇게 소니 사건과 캠벨 사건의 경우 저작물 사용의 목적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정당한 사용인지에 대한 판 정이 영향을 크게 받고 있고, 무엇보다도 사용 목적의 상업성을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보는가에 따라 사건의 판결 자체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캠벨 사건과 같은 경우 항소법원에서 사용 목적의 상업성이 정당한 사용이 아님을 추정할 수 있다고까지 보면서 정당한 사용이 아니라고 판시한 반면, 대법원에서는 상업성의 문제는 결정적이거나 정당한 사용여부를 추정할 수 없다고 보면서 정당한 사용이 아니라고 판시했던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용 목적을 가늠함에 있어서 변형적 사용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의 목적이 상업적인가의 여부를 알아본 후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저작물이 얼마나 원저작물에 비해 변형된 것인지를 보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정당한 사용 여부에 대한 판결을 다소 변형시키고 있으며, 캠벨 사건의 대법원에서 처음 변형적 사용 개념을 도입한 의도와도 다른 적용이기도 하다. 캠벨 사건에서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첫 번째 요인인 사용의 목적을 가늠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서 뿐 아니라 저작권법의 원래 목적인 공익을 위해 정보환경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새로이 도입한 측면이 있었다. 즉, 사용의 목적이 상업적이라 하더라도 정보환경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제공하는 기여를 하게 된다면, 저작권법의 목적에 근거하여 이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후의 사건들에서는 오히려 비상업적인 목적의 이용에 대해서도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하여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변형적 사용의 요인이 첫 번째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서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냅스터 사건의 경우에도 법원에서는 먼저 저작물의 사용이 변형적인지, 즉 새로운 저작물을 만들어 낸 것인지를 질문하였고, 이어서 상업적인 사용인지 아닌지를 살펴보았다.29) 그런데 캠벨 사건의 대법원에서나 이후의 사건들에서 변형적 사용의 개념은 엄밀히 말해서 변형된 저작물(tran- sformed work)의 개념 으로 해석되고 있다. 즉, 사용 자체의 변형성이나 새로움을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저작물의 변형성을 보고자 한다. 캠벨 사건의 대법원에서 명시한 변형적 사용 관련 내용도, 새로운 저작물(‘the new work’)이 얼마나 변형적인 것인지를 다루고 있지 이용자의 원저작물 사용(‘the use’)이 얼마나 변형적인지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새로운 ‘저작물’, 또는 새로운 저작물의 ‘창조(creation)’에 중점을 두는 접 근방법은 한 편으로는 변형저작물의 생산을 쉽게 만드는 디지털 환경에 중요한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Benkler, 1996), 한 편으로는 일반 사용자들의 저작물 사용, 특히 디지털로 복제한 원형 그대로의 저작물에 대한 사용의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제한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2.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고정된 시장 개념 저작물의 사용이 그 저작물의 잠재적 시장 또는 저작물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소송 당사자인 저작자와 저작물 이용자가 서로 상반되는 시장 분석 또는 이용자 분석의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냅스터 사건의 경우에도 양 당사자가 서로 상반되는 자료를 제출하였는데,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별다른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저작권자인 원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법원에 따라 일관성 없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소니 판결의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볼 만한 근거가 거의 없다고 하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 반면, 냅스터 판결의 경우에는 아직 상업적인 사이트로서 기능하지도 않았던 냅스터의 무료이용이 음반회사의 향후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에의 진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였다. 향후 저작권자들이 유료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려고 할 때 이미 무료로 파일을 교환하는 것에 익숙해진 이용자로부터 돈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냅스터의 이용이 적어도 당시에는 무료였다는 사실은 원고와 피고간의 시장에서의 경쟁 가능성을 감소시켜 시장대체성이 적다고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법원에서는 오히려 무료로 제공된다는 사실 때문에 인터넷 상의 활동이 무료라는 인식이 심어져 향후의 상업적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이 자리잡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들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갖는데, 먼저 저작권자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새로 이 형성될 가능성만 있는 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주려 했다는 점이 있고, 이러한 시장을 보호해 주는 방안으로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인식, 즉 P2P 소프트웨어 사용이 공짜라는 인식을 통제하려고까지 했다는 점에서 저작자와 이용자에 대한 권리와 이해관계의 균형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에 크게 위배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저작권자의 시장을 보호하고자하는 법원의 입장은 한편으로는 기본적으로 고정된 시장, 그 안에서 생겨나는 고정된 이득을 가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법에서 이미 상정하고 있던 변형저작물( derivative works)의 개념까지 포함하여 현재의 시점에서 기대 가능한 시장과 이득만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방향의 입장을 갖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용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자극하고, 보다 다양한 상품과 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장과 공간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전례없이 생겨날 수 있는(unprecedent) 시장과 활동을 상상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시장 대체성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이러한 가능성들을 방해하는 결정을 내리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인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작물 사용의 성격과 관련하여 분석되는 경우에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요인이 추가로 한 번 더 논의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처음 소니 사건의 항소법원에서 생산적 사용의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 역시 단순히 저작물의 복제와 이에 대한 접근을 도모하기 위한 사용을 허용해 준다면 저작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너무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였 다. 소니 사건 이후 생산적 사용의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서, 비생산적인 사용이라고 판단되는 저작물의 사용은 거의 항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 요인을 충족시키는 사용으로 간주되었다. 결과적으로 저작자의 권리와 이득을 더욱 보호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저작물 사용의 목적이라는 요인의 존재가치를 덜하게 한다는 것이다(Bunker, 2001). 캠벨 사건에서도 1심에서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지만, 항소법원에서는 상업적 사용이라는 이유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추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에서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기준을 함께 다루었는데, 변형적 사용일수록 시장대체성이 줄어들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의 가능성 역시 줄어든다고 보았다. 결국 변형적 사용의 기준과 네 번째 요인이 서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변형적 사용의 기준을 새롭게 도입하는 이유와 근거를 찾기 어려워진다. 원저작자의 권리와 이득을 보호하는 것을 보다 더 강조하게 됨으로써, 정당한 사용이라는 조항이 추구하는 목적인 저작권법의 균형을 오히려 희생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24) Id.. at 970. 25) Id. at 971. 26) American Geographical Union v. Texaco, Inc ., 802 F. Supp. 1, 11 (S. D. N. Y. 1992); Weissman v. Freeman, 868 F. 2d 1313, 1324 (2nd Cir. 1989). 27) Sony, 464 U. S. at 455 n. 40. 28) 대법원의 판결은 9명의 대법원 판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만장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다수의견(majority opin- ion)이 법원의 공식판결이 된다. 판결의 결정(holding)에 대해 반대한 판사들은 반대의견(dissenting opinion)을 낼 수 있고, 결정에는 동의하였지만 이러한 결정에 이르는 논거(rationale)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한 동의의견(concurring opinion)을 낼 수 있다. 이러한 소수의견들 역시 결정문에 포함되며, 이후의 사건들에 대해 구속력(binding effect)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논거가 이후 판결의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블랙먼 판사의 소수의견은 항소법원의 근거와 함께 이후 정당한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29) 냅스터 사건의 법원에서는 이용자들의 파일공유를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을 비상업적인 것이며 변형적이지도 않은 것으로 판시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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