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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법적인 측면에서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제기되는 쟁점 중 하나는 법적 책임소재 문제이다. 익명성과 가명성, 접근의 용이성 등으로 누구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이 개설한 웹사이트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지 분명치 않을 때가 있다. 만약 ‘갑’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 에서 돈을 받고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을’이라는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패러디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병’ 이라는 방문객이 와서 해당 브랜드를 풍자 비판하는 내용을 남기고 사라졌고 그 내용이 명백히 재산권 침해나 명예훼손인 경우, 과연 누구에게 그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가? 직접적으로 특정 브랜드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남긴 방문객 ‘병’인가?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으로 인해 그 방문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특정 브랜드를 패러디하는 사이트를 처음 개설하고 운영한 ‘을’인가? 돈을 받고 인터넷 상에 웹사이트 공간을 빌려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갑’의 책임은 없는가? 최근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업체 ‘갑’을 대상으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47) 첫째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개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지불능력이 풍부한 ‘매력있는 피고’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한 ‘을’이나 글을 남기고 사라진 ‘병’ 에 비해 그 실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서는 소송을 걸기 더 곤란하다. 왜냐하면 안티포스코 사례에서 보듯이,48) 소비자 불만을 표현한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해당 기업이 소송을 걸었다는 그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나가는 경우, 그 소문은 패러디 사이트 그 자체보다 더 큰 이미지의 손상을 해당 기업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러디 사이트 운영자 그 자체보다도 그러한 사이트에게 공간을 제공한 서 비스 제공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과 관련된 쟁점을 저작권 및 상표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침해의 경우와 비방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자.
1) 재산권 침해의 법적 책임 많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Internet Service Provider)들은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불법적인 내려받기나 파일공유 등으로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 자신들의 법적 책임은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저작권이나 상표권 소유자들은 서비스 제공업체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가입한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기술적 지원을 해주고 그들과 사업상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가 재산권 침해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서비스 제공업체도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998년 미국 의회가 새로 채택한 법안에 따르면,49) 서비스 제공업체가 단순히 가입자들을 위해 디지털 정보만을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경우,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은 면제된다. ‘엄격 책임성(strict liability)’이론에 따르면, 만약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가 일어난 경우에 서비스 제공업체가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거나 알아야할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50) 만약 특정 기업을 패러디한 사이트에 대해 해당 기업이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고 그에 대해 서비스 제공업체에 통보 하여 불만을 제기하면, 서비스 제공업체는 그 패러디 사이트의 재산권 침해 여부를 검토해야 하고, 재산권 침해가 확실히 일어났으면 즉시 해당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재산권 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만약 특정 패러디 사이트에 의한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 사실을 해당 기업이 서비스 제공업체에게 통보했음에도 서비스 제공 업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 서비스업체는 재산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재산권을 침해당한 해당 기업이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비스 제공업체가 패러디 사이트를 개설한 소비자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책임은 없다. 예를 들어 1995년의 한 판례51)에서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넷콤(Netcom)은 단순히 사용자 안내서 복사물을 전달하는 역할만을 했기 때문에 직 접적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면제되었다.
2)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성이 빈번하게 제기되는 영역은 재산권 침해의 영역보다는 명예훼손과 관련될 때이다. 1996년 통신 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of 1996: CDA)이 통과되면서 명예훼손에 대한 서비스 제공업체의 책임을 추궁하려면 그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예를 들어 1995년 스트래튼대 프로디지 판례(Stratton v. Prodigy)52)에서 서비스 제공업체인 프로디지는 그 법적 책임을 추궁당했다. 왜냐하면 프로디지는 게시판 등에 게시된 메시지에 대해 부적절한 내용은 삭제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편집권을 갖는 신문과 유사한 지위의 매체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1996년의 통신품위법에 비추어 본다면 이 판례는 인터넷에서 표현을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통신품위법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과 교육적 기능으로 사상의 자유 시장이라는 고전적 개념을 현대적으로 실현시키는 기술로 보았다.53) 따라서 만약 비방죄의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한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업체의 책임을 훨씬 광범위하게 면제시켰다. 더 나아가서 AOL이나 Earthlink같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뿐 아니라, Amazon.com이나 yahoo.com 같은 포탈 사이트에 대해서도 같은 종류의 면책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슈나이더 대 아마존의 판례(Schneider v. Amazon.com)54)에서 원고인 슈나이더는 자신의 책에 대해 명예훼손을 가하는 제3자의 비방적 메시지가 아마존 웹사이트의 서평 페이지에 실린 것을 보고 아마존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법원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상의 서비스업체를 AOL과 같은 ISP와 같은 수준으로 보고 제3자의 비방 글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상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 문제를 고찰해볼 때, 엄격 책임의 원칙에 따라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 --------------------------- 48) 포항제철이 안티 포스코 사이트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이 소송 소식은 국제 진보통신 연합( APC)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어 전세계 10여 개 국 진보네크에서 포철의 소송에 항의해 안티포스코 사이트의 미러(MIRROR)를 잇달아 개설했다. 이 소식은 다시 국내 신문을 통해 보도됨으로써 포철은 패러디 사이트를 법적으로 봉쇄하려다가 오히려 부정적 측면을 국내외적으로 홍보한 꼴이 되었다. 최윤필,“포철 ‘국제망신 부메랑’”, 한국일보(2001. 3. 16) 8면 참조. 49) Digital Millenium Copywright Act, 17 U.S.C. (1998). 50) 앞의 Lawrence Lessig, et al 참조. 51) Religious Technology Center v. Netcom, 907 F. Supp. 1361 (N. D. Cal.1995). 52) Stratton Oakmont, Inc. v. Prodigy Services Co., 23 M.L.R. 1794(1995). 53) 47 U.S.C. sec 230. 54) Schneider v. Amazon. com, Inc., 31P. 3d 37(Wash. Ct. App.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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