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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론본고에서는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와 관련된 법적 쟁점들을 미국의 판례를 중심으로 하여 고찰해 보았다. 저작권 관련 쟁점에서 핵심 관건은 과연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가 저작권 침해의 예외 사항인 ‘공정 이용’에 해당될 수 있는가였다. 판례를 통해 미국 법원에서는 ‘공정 이용’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를 어떻게 검토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상표법과 관련된 쟁점에서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가 상표권을 침해했는가를 판정하는 기준은 소비자의 눈으로 볼 때 ‘혼동 가능성'이 있는가였다. 판례를 통해 패러디 사이트가 어떤 경우에 혼동 가능성을 야기하며 어떤 경우에 야기하지 않는가를 비교해 보았고, 혼동가능성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요소를 하나의 예로서 살펴보았다. 명예훼손에 연류되는 경우 핵심 쟁점은 패러디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실제적 악의’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특히 패러디 사이트에서 많이 활용 되는 기법인 사진 등의 디지털 조작이 명예훼손이될 수 있는가를 판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패러디 사이트에 의해 재산권 침해 및 명예훼손이 발생했을 때 서비스 제공업체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하는 쟁점에서는 ‘엄격 책임’이란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또 제3자가 재산권 침해나 인격권 침해를 범한 경우에 서비스 제공업체나 웹사이트 운영자의 법적 책임을 면제시켜주는 판례들이 나오고 있음을 지적했다. 물론 인터 넷이라고 하는 새로운 매체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이 분야에서 새로운 판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판례 및 논의는 2002년 현재의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는 것을 명기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보듯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는 소비자 의 표현의 자유 권리와 기업의 재산권 및 인격권이 빈번하게 충돌하는 영역이다. 미국의 언론학자 번커(Bunker)에 따르면, 많은 언론인, 문화예술인, 소비자 운동가들은 언론 및 창작 활동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개념보다도 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더 근본적인 법적 원칙은 재산권에 대한 보호라는 것이다.55)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재산권이나 인격권이 서로 충돌할 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제약받는 경우가 많다. 미국 사회의 전반적 흐름을 거시적으로 볼 때 재산권이 지속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를 침식해 왔으며,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재산권과 표현의 자유 사이에 긴장관계가 발생했을 때 (미국)법정이 이 문제를 좀더 거시적이고 비판적 인 관점에서 판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번커는 강하게 비판한다.56) 이것은 소비자와 기업 간의 현실적 힘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별로 없다. 따라서 기업에서 전문변호사 등을 통해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가 재산권 침해나 명예훼손에 해 당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소비자는 자진 해서 패러디 사이트를 페쇄할 가능성이 높다.57) 법학자인 레비(Levy)도 비슷하게 비판을 하면서, 법정이 상표권 침해 관련 패러디 사건에서 일관되지 못한 태도를 보여 일반인들을 혼동하게 만 들었다고 주장했다.58) 특히 인터넷 상에서는 소비자의 의견 표명과 상업적 경제적 동기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소비자의 표현의 자유와 기업의 재산권 및 인격권 사이의 갈등이 패러디 사이트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는 표현의 자유, 재산권, 그리고 인격권 사이의 갈등이라는 ‘오래된 분쟁의 새로운 격전지’59)가 되고 있다.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나 기업의 입장에서 양쪽 모두에게 의미있는 소통수단이 될 수 있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패러디 사이트를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의미있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패러디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무조건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을 통해 효과적으로 개진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나 기업을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이나 상표권 같은 재산권 침해나 명예훼손 분쟁에 연류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존슨과 스필거는 패러디 광고를 제작할 때 법적인 측면에서 주의할 네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한 적이 있다.60) 본고에서는 이것을 바탕으로 소비자가 패러디 사이트를 운영할 때 주의해야 할 다섯 가지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브랜드나 기업을 패러디할 때는 그것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 모방한 것이 아니고 대상 기업 및 브랜드를 풍자 비판하기 위해 흉내낸 것임 을 분명히 나타내는 것이 좋다. 또 가급적 상업적 내용은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담지 않는 것이 좋다. 둘째, 패러디하려는 요소가 상당한 정도 알려져 있어서 누구나가 쉽게 그것의 원작을 알 수 있는 것을 패러디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삼성 이나 엘지의 심볼마크는 우리나라 소비자 대부분이 금방 알 수 있어서 패러디 대상이 되지만, 어느 조그만 중소기업의 동물 캐릭터같은 것을 변형 왜곡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셋째, 패러디 사이트가 기존 사이트의 디자인이나 브랜드 로고, 심볼 마크 등을 흉내내되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상당한 정도로의 독창성을 보여 원작과의 혼동가능성이 없도록 해야 한다. 넷째, 패러디 사이트에 브랜드나 기업을 비난하는 내용을 실을 때는 최소한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증거를 보이는 것이 좋다. 만약 허위적일 수 도 있는 내용일 때는(허슬러 잡지나 더스틴 호프 만의 사례에서 보듯) 패러디 사이트의 어느 곳인 가에 이것은 패러디일 뿐이라고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섯째, 자신이 운영하는 패러디 사이트에 다른 방문객이 와서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도발적인 내용을 남기고 갈 수도 있다. 이럴 때 패러디 사이트 운영자가 법적 책임을 면제받으려면, 게시판 등의 글에 대해 운영자는 아무런 편집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방문객의 글은 자신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 한편 권리 침해를 당한(혹은 당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 및 홍보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들의 불만을 수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 대법원 판결문이 지적 했듯이,61) 기업이 인터넷이라고 하는 새로운 매체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 과실만을 취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서 자사 브랜드의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 혹은 명예 훼손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법적 대응을 펴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안티 포스코 사이트에 대한 포항제철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한 기업의 법적 대응은 패러디 사이트 그 자체보다 기업의 이미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의 경우 패러디는 표현의 자유로서 상당한 수준에서 법의 보호를 받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를 정당한 의사표현으로 존중하 는 입장이다(안티 포스코 및 안티 삼성 사이트에 대한 법원 판결 참조)62) 따라서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섣부르게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기업이미지에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 등에서 표출된 고객의 불만을 적극 수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인터넷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이용하여 고객과의 상호 소통과 대화를 원활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이 상호작용성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나 기업의 웹사이트 들에는 유권자 혹은 소비자와 상호소통하려는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63) 따라서 브랜드나 기업의 홈페이지에 고객이 불만을 직설적으로 토로할 수 있는 게시판 기능을 강화하고, 담당자와의 채팅이나 이메일 등을 통해 소비자와 상호 대화를 활성화하는 것이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 할 것이다.
----------------------- 56) Id. 57)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한 미국 대학생이 빌게이츠의 이미지를 우스꽝스럽게 변형시켜 히틀러처럼 만들었다. 이 학생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고용 변호사로부터 항의편지를 받았는데, 이 편지에서 그는 빌게이츠 패러디 사이트가 도메인 네임 침해, 상표권 침해, 저작권 침해, 초상권 침해 등등이 일어났으니 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라는 협박성 충고를 했다. 그 학생은 자신의 패러디 사이트를 폐쇄했다. Deborah Tu- ssey, From Fan Sites to Filesharing; Personal use in Cyberspace, 35 GA. L. REV. 1129(2001) 참조. 58) Keren Levy, Trademark Parody: A Conflict Between Constitutional and Intellectual Property Interests, 69 GEO. WASH. L. REV. 425(2001). 59) Id. 60) Mandeline Johnson & Ursula Spilger, Legal Considerations When Using Paradies in Advertising, 29(4) J. ADVERTISING 77(2000). 61) Bally, 29 F. Supp. 2d. 62) 소비자 의견 사이트에 대한 한국의 판례를 미국의 판례와 비교하면서 적용가능한 법적 개념들을 분석하는 작업은 꼭 필요한 작업이나, 본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기에 후속 연구과제로 남긴다. 63) Jennifer Stromer-Gallery, On-Line Interaction and Why Candidates Avoid It, 50 J. COMM. 111-132( 2000).과 앞의 Barbar Warnick(1998) 논문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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