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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명예훼손 관련 쟁점1) ‘실제적 악의’ 브랜드 혹은 기업을 패러디하는 소비자 의견 사이트는 저작권이나 상표권과 같은 지적 재산권 문제와 연류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즉 비방죄(libel)와도 관련될 수 있다. 출판물에 의해 명예훼손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기업에게도 해당된다. 만약 패러디 사이트가 대상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 사업 활 동에 대해 허위적 사실에 기초해서 비난함으로써 외부적 평판과 신용을 저하시켜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왔다면, 그것은 ‘기업 비방죄(trade libel)’에 해당될 수 있다.38) 즉,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달리 기업에 대한 명예훼손은 기업 평판 및 신용도를 위태롭게 함으로써 이윤 획득 혹은 사업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신용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39) 물론 어떤 패러디 사이트가 비방죄에 해당하는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명예훼손을 야기하는 비방죄는 원고가 사적 인간(private person)인가 공적 인간(publicperson)인가에 따라 그 잣대가 달라진다. 40) 원고 가 사적 인간인 경우는 피고가 명예훼손을 야기한 허위사실을 유포함에 있어서 납득한만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부주의한 과실( negligence) 을 입증하면 되지만, 원고가 공적 인간으로 간주될 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미국은 1964년 뉴욕타임즈 대 셜리반 판례(New York Times v. Sullivan) 41) 이후 원고가 공인인 경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주장하려면 피고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즉, 피고가 자신들이 허위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혹은 그것을 확인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고도 확실한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로 입증해야 한다. 여기서 물 론 이러한 실제적 악의의 원칙이 광고물과 같은 상업적 표현에 의한 비방죄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42) 최근의 프럭터 앤드 겜블 대 암웨이 판례(Procter & Gamble v. Amway Corp.)43)가 보여주듯이, 경쟁 기업 사이에서 상업적 동기에 의해 비방이 일어난 경우 그러한 상업적 표현에 대해 비방죄로 책임을 묻기 위해서 원고가 피고(이 경우는 광고주)의 실제적 악의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 즉, 광고와 같은 상업적 진술에 대해 비방죄를 묻기 위해서 실제적 악의를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도 명예훼손의 기본 법리가 광고와 언론에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광고 등 상업적 진술은 언론에 비해 비방죄로부터 제한적으로 보호된다고 할 수 있다.44) 어떤 행위가 실제적 악의 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행위들을 들 수 있다.45) 즉, ①나쁜 의도를 가질 때, ②탐사하거나 증명하는 데 실패 했을 때, ③본래적으로 불확실한 정보원에 의존할 때, ④피고를 옹호하기 위한 증거만을 탐색할 때, ⑤부정적인 톤과 스타일 편집경향 언어, ⑥균형과 선택성이 부족할 때, ⑦비전문적인 편집 절차, ⑧외부 전문가와 상담이 전혀 없을 때, ⑨철회를 못할 때 등이다. 이러한 원칙에 근거해 볼 때, 패러디 사이트는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기업의 특정 브랜드를 비판하는 것이고 기업은 공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만약 기업이 자사 및 브랜드를 비판 풍자하는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비방죄를 물으려면 패러디 사이트의 운영주체에게 실제적 악의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회사의 평판 및 신용도에 타격을 가하고 있는 패러디 사이트가 불만 고객을 가장하여 경쟁 업체에서 상업적 동기에서 만든 사이트라고 한다면, 패러디 당한 기업이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 실제적 악의를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하겠다.
2) 허슬러 잡지 대 제리 팔웰 판례(Hustler Magazine v. Jerry Falwell) 이 판례는 패러디가 비방이 될 수 있는지를 판결함에 있어서 이러한 실제적 악의가 어떻게 고려 되는지를 보여준다. 1983년, 플레이보이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성인 잡지인 허슬러에서는 한 주류 회사의 시리즈 광고를 모작한‘패러디’를 선보 였다. 원래의 주류회사 광고에서는 여러 유명인사들이 나와서 그 술을 처음 맛본 순간의 ‘첫 경험’ 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었는데, 허슬러 잡지는 그 의미를 성적인 의미로 치환하여 ‘제리 팔웰, 자신의 첫 경험을 말하다’ 라는 제목의 패로디를 선보였다. 제리 팔웰은 정치 및 공공문제에 대한 도덕 주의적 발언으로 전국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명 인사이다. 그러한 그가 허슬러 잡지의 패러디에 가상적으로 등장해서는 자신의 첫 경험은 취중에 헛간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벌인 근친상간이었다고 고백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광고의 한쪽 구석에 ‘이것은 단지 광고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 것’이라고 표기했다. 허슬러 잡지의 이러한 ‘무도한 패러디(outrageous parody)’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문서적 비방이라는 팔웰 목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이러한 패러디도 미국 수정 헌법 1조에서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소송을 다룸에 있어서 뉴욕타임즈 대 설리반 판례에서 적용된 ‘실제적 악의’원칙을 검 토했다. 왜냐하면 팔웰 목사는 보통사람보다 자신을 변호할 기회와 능력이 더 많은 공인(publicfigure)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공인에게 적용되는 이러한 원칙에 근거해 볼 때, 허슬러 잡지가 자신이 허위 진술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그것의 확인을 소홀히 한 실제적 악의를 가지고 팔웰 목사 를 패러디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며, 또 허슬러 잡지의 패러디 광고를 독자들이 보고 그것이 실제 일어난 일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은 별로 없기에 비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와 관련해서 이 판례가 시사하는 바는 비록 불만을 품은 소비자가 브랜드나 기업을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풍자와 비판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했다고 해도, 그 소비자가 자신이 패러디 사이트에 담은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그 패러디 사이트에 대해 명예훼손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3) 더스틴 호프만 대 캐피탈 시티즈 판례(Dustin Hoffman v. Capital Cities)46) 소비자의견 사이트가 브랜드나 기업을 패러디 할 때 패러디 대상이 되는 브랜드의 로고나 심볼 마크, 혹은 다른 디자인 요소들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복제 조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패러디 사이트에서 많이 활용되는 이러한 디지털 조작(digital manipulation)과 관련되어, 과연 그러한 디지털 조작으로 변형 왜곡된 이미지가 명예훼손 이 될 수 있는가를 다룬 판례가 더스틴 호프만 대 캐피탈 시티즈(Dustin Hoffman v. Capital Cities)재판이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만의 이미지 조작이 실제적 악의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라고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비방죄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1997년에 로스엔젤레스 매거진(LAM)은 ‘커다란 환상(Gr- and Illusion)’이란 제목 아래 여러 배우들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로 조작했다. 그 중의 하나로, 1982년 ‘투시(Too- tsie)’라는 영화에서 나온 더스틴 호프만의 여장 사진을 사용했는데, 이 영화에서 그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배역을 얻기 위해 여자 행세를 했던 한 남자배우 역을 연기했다. LAM은 영화 속에서 여장하고 나온 더스틴 호프만 사진에 디지털 조작을 가해, 그가 마치 리차드 타일러와 랠프 로렌이 디자인한 실크 가운 및 하이힐을 착용한 것처럼 만들어서 잡지에 실었다. 더스틴 호프만은 LAM에게 자신의 사진을 이용할 것을 허락한 적도 없을 뿐더러 만약 자신이 정말 랠프 로렌의 옷을 입고 그 광고모델로 나왔을 경우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을 고려해 볼 때, LAM의 이러한 사진 조작이 자신의 이미지뿐 아니라 비지니스상에도 손해를 가져온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LAM이 더스틴 호프만의 사진을 조작해서 출판한 것은 제품의 광고나 판매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상업적 진술(non- commercial speech) 이며, 기본적으로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부여한 표현의 자유를 구가할 권 리가 있다고 보았다. 비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LAM이 독자들로 하여금 더스틴 호프만에 대한 기만적 인상을 갖도록 하려는 악의적 의도가 있었다는, 실제적 악의를 더스틴 호프만이 명백한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LAM이 디지털 조작 사진을 내보이면서 ‘커다란 환상’이란 제목을 붙였기 때문에 실제적 악의가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즉, LAM이 조작한 사진에 대해 독자들이 그 사진은 더스틴 호프만이 실제로 랠프 로렌이 디자인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해서 찍은 사진이라고 믿는다는 증거가 없으며, LAM에게도 독자들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 하려는 악의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 판례가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에 시사하는 바 는 비록 브랜드 로고나 심볼, 회사 마크 등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하는 과정에서 많이 활용되는 디지털 조작이 그 자체로 실제적 악의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비방죄 성립 요건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조작을 통해 이미지를 허위적으로 왜곡시킨 소비자가 자신이 왜곡한 이미지가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또는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 39) 이승선, “광고의 인격권 갈등에 대한 법적 판단의 특성 연구: 명예훼손 관련 광고판례를 중심으로”, 56, 『광고연구』, 187-209(2002 가을). 40) 명예훼손에서 공적 인간은 크게 공직자(public officials), 다목적 공인(all- purpose public figures), 제한적 목적의 공인(limited- purpose public figures)으로 나누는데 기업은 보통 명예훼손 소송에서 공인(public figure) 으로 간주된다. DON R. PEMBER, MASS MEDIA LAW, 161-199(2001) 참조. 41)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376 U. S. 254(1964). 42) Constance M. Pendleton & Alison P. Howard, Actual Malice and the Commercial Speech Doctrine, FIRST AMENDMENT LAW LETTER, Summer 2002, at 3-15. 43) Procter & Gamble Co. v. Amway Corp., 242 F. 3d 539(5th Cir 2001). 44)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언론소송과 광고소송에 적용된 조정법리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앞의 이승선(2002) 논문 참조. 45) Hustler Magazine, Inc. v. Jerry Falwell, 485 U. S. 46(1988). 46) Dustin Hoffman v. Capital Cities/ABC, Inc., 255 F. 3d 1180(9th Cir.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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