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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표권 관련 쟁점소비자 패러디 사이트와 관련될 수 있는 또 다른 지적 재산권법은 상표법(trademark law)이다. 1946년의 상표법( Lanham Trademark Act)에 따르면,27) 상표(trademark)는 “재화의 원천을 표시하기 위해, 다른 것으로부터 자신의 재화를 구분하고 식별하려는 목적에서 채택되고 사용되어진 단어나 이름, 상징, 도안, 혹은 이 모든 것의 조합” 으로 정의되어 있다. 제품 대신에 서비스를 식별하기 위해 광고나 판매 과정 등에서 사용되는 상징은 서비스마크( service mark)로 정의된다. 브랜드 네임이나 로고, 심볼마크, 도메인 네임, 로고 사운드, 방송국의 호출신호 등등, 상품 혹은 서비스와 관련된 단어와 상징 등은 저작권법으로는 보호받지 못하지만 상표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있 다. 상표를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는 기업 및 소비자 양쪽 모두를 위해서이다.28) 기업에서는 자신의 상표를 통해 좋은 평판을 유지하고 다른 경쟁자로부터 자신을 구별하게 하여 고객과 배타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반면에 상표는 제품 및 서비스의 질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담보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구매 과정에서 탐색의 시간 및 노력을 줄일 수 있다.
1) ‘ 혼동 가능성’ 의 원칙 패러디 사이트는 흔히 패러디하는 대상의 홈페이지 디자인이나 상표, 로고 등을 디지털 조작을 통해 풍자적으로 복제한다. 만약 패러디 사이트에서 사용된 상표가 자사 브랜드의 상표와 똑같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하여 일반인들을 기만하고 혼동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면, 브랜드 매니저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상표 침해(trademarkinfringe ment)를 주장할 수 있다. 란함법(Lanham Act)에 따르면, 상표 침해 여부를 가리는 핵심 요인은 기존 상표에 대한 패러디가 소비자의 눈으로 볼 때 과연 기존 상표와의 혼동을 야기시키는가 여부이다. 최근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들이 소비자 대상 서베이를 혼동 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여부에 대한 증거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법정이나 학계에서는 그 서베이 표본이나 방법론적 객관성 등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도 꽤 있다.29) 미법정은 그동안 상표 침해 여부의 핵심 관건인 혼동 가능성을 분석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목록을 만들곤 했다. 다음의 8 개 항목은 그 중의 한 예로서, 밸리 토탈 피트니스 대 페이버(Bally Total Fitness v. Faber)30) 판례에서 법원이 혼동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한 요인들이다. 즉, ①상표의 강도(strength) ②재화의 근친성(proximity of the goods) ③상표의 유사성 ④실제적 혼동(actual confusion)의 증거 ⑤사용된 마케팅 채널 ⑥재화의 유형과 구 매자들이 조심한 정도 ⑦피고가 그 상표를 선택한 의도 ⑧제품 계열의 확장 가능성 등이다. 비록 기존 상표의 패러디가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혼동하게 하지는 않았어도, 패러디된 상표 때문에 본래 상표의 변별적 특성이 모호해지고 변질 되었다면 상표 희석(trademark dilution)이 발생 할 가능성이 있다. 1995년의 연방 상표 희석법 (Fe- deral Trademark Dilution Act of 1995)은 본래 상표의 변별적 특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상표 희석을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유명’상표의 무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31) 파나비전 대 토이펜 판례(Panavision v. Toeppen)32)에서 보듯, 인터넷의 폭넓은 확산으로 사이버 공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상표 침해 및 상표 희석이 나타나고 있는데, 33)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이버스케팅(cybersquatting)과 그렇지 않은 사이버그리핑(cybergriping)이 그러한 예이다.34)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는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해당 기업의 도메인 네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사이버그리핑에 해당한다. 하지만 소비자 패러디 사이트는 상표 침해나 상표 희석의 주장에 연류되기 쉽다. 왜냐하면 패러디 사이트의 이름이나 웹 주소는 흔히 패러디하려는 기업이나 브랜드 이름에 안티나 석스같은 단어를 첨가해서 만든 경우가 많고, 또 대상 기업의 로고나 심볼, 색상 등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쓰거나 디지털 기술로 우스꽝스럽게 변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패러디 사이트가 상표권을 침해 혹은 희석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지 다음의 두 가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2) 밸리 토탈 피트니스 대 페이버 판례(Bally Total Fitness v. Faber)35) 이 판례에서 대법원은 밸리 토탈을 비판한 페이버의 패러디 사이트가 상표 침해나 희석을 야기시키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웹디자이너인 페이버(Andrew Faber)는 밸리(Bally Total Fitness Holding Corp)의 헬스클럽 관련 서비스에 불만을 느껴 자신의 불평과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밸리 석스(Bally sucks)라는 패러디 사이트를 만들었 다. 그 사이트는 Bally Total Fitness Complaint! Un-Authorized이란 제목과 함께 밸리의 심볼마크 위로 sucks( 사기, 실패, 구역질이란 뜻)이란 글자를 걸쳐놓은 마크를 사용하였다. 또 남자 누드 포르노 사이트 및 게이 커뮤니티 사이트, 그리고 페이버 자신의 웹디자인 서비스를 광고하는 다른 사이트와 연결되도록 했다. 미 대법원은 과연 이 밸리 석스 사이트가 밸리의 상표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혼동 가능성의 8개 요인을 검토했다. 그 결과 혼동 가능성을 구성하는 8개 요인 중 첫번째 항목(밸리의 상표가 강력하다)만 빼고는 그 어느 요인도 밸리의 상표 침해 주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분석에 의하면 패러디 사이트의 밸리 석스 로고를 볼 때 소비자들이 sucks란 글자를 보지 않은 채 밸리의 원래 로고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밸리의 원래로고와 밸리 석스 로고와는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할 수 없고 실제 혼동했다는 증거도 없다. 비록 밸리와 페이버 가 모두 웹사이트를 활용했지만, 페이버가 만든 밸리 패러디 사이트의 목적 및 마케팅 채널이 원래의 밸리 사이트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두 사이트는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또 밸리의 패러디 사이트가 제품 및 서비스 계열을 피트니스 서비스 시장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밸리의 잠재적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다. 이러한 여러 요인을 검토해 볼 때 혼동 가능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페이버의 패러디 사이트가 벨리의 상표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기각함으로써, 미국 대법원은 패러디 사이트가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는 판례를 남겼다.
3) 피타 대 도우니 판례(PETA v. Doughney)36) 벨리 토탈 대 페이버 재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미국의 법학자들로부터 “상표 소유자의 권리와 개인의 권리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취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었다.37) 하지만 피타 대 도우니(PETA v. Doughney)판례는 반대로 특정 단체를 우스꽝스럽게 비판한 소비자 의견 사이트가 해당 단체의 상표 침해를 유발하는 경우를 예시해 준다. 피타(PETA) 는 원래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의 약자로 비영리 자선단체이다. 그런데 1995년 피타가 아직 자체 홈페이지가 없을 때, 도우니가 피타의 견해에 반대하고 그 활동을 비꼬기 위해 ‘맛있는 동물을 먹는 사람들(People Eating Tasty Animals)’이란 이름으로 www.PETA. org란 웹 사이트를 도메인 네임으로 등록해버렸다. 피타는 도우니의 PETA.org 사이트가 오랫동안 등록해온 ‘동물의 윤리적 대우를 위한 사람들’의 서비스 마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혼동 가능성이 발생하는가를 분석하여, 인터넷 사용자들이 동물애호단체인 피타와 도우니의 피타 사이트를 혼동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결했다. 왜냐하면 피타라는 원래 단체명이 강력한 상표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우니의 사이트와 피타는 그 성격상 서로 근접해 있고, 도우니의 사이트가 ‘PETA’라는 이름과 피타의 본래 심볼 마크를 그대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피타의 잠재적 시장 혹은 활동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우니의 패러디 주장에 대해, 법원은 피타와 도우니의 사이트 사이에는 패러디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패러디란 본래 두 대립적인 사상이 동시에 나타날 때 가능한 것인데, 인터넷 이용자들이 도우니의 www.PETA.org 사이트에 접 속할 때까지는 그것이 피타의 공식 홈페이지인 것 으로 오인할 것이며, 본래의 피타 사이트와 도우 니의 사이트에 동시에 접속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우니 사이트가 피타의 상표를 침해했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도우니는 자신의 도메인 네임을 포기해야 했고, 현재 www.PETA.org는 동물 애호단체인 피타의 공식 홈페이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도메인 네임의 일부인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인터넷 사용자를 현혹시키는 경우, 미국 수정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법적으로 누리지 못함을 보여준다.
-------------------------- 28) Keren Levy, Trademark Parody: A Conflict Between Constitutional and Intellectual Property Interests, 69 GEO. WASH. L. REV. 425 (2001). 29) Lyombe Eko, Trademark Parody and the Mass Media: Going Beyond Survey Evidence in the Deter- mination of “A Likelihood of Confusion”, 3 COMM. L. & POL’Y 589 (1998). 30) Bally, 29 F. Supp. 2d. 31) 15 U.S.C. sec 1125(c), 1127(1995). 32) Panavision v. Toeppen, 141 F. 3d 1316(9th Cir. 1998). 33) 그전까지 인터넷의 도메인 네임은 NSI(Network Solutions, Inc.)의 관리하에 선착순의 원칙에 따라 주어졌다. 하지만 도메인 네임에 대한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NSI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천명했다. 즉, 모든 도메인 네임 신청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도메인 네임 침해는 없을 것임을 약속하고, 만약 향후 누군가가 자신이 기왕에 등록한 도메인 네임이 신청자의 도메인 네임에 의해 침해되었다는 것을 제시하면 NSI는 신청자의 도메인 네임을 나중에라도 강제로 취소시킨다는 것이다. 34) 사이버그리핑(cybergriping)은 대상이 되는 기업의 이름에 anti나 suck같은 단어를 붙여 도메인 네임으로 등록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의 목적은 상업적 이윤의 추구가 아니라 대상이 되는 기업을 비판 풍자하는 공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에 사이버스퀘팅(cybersquatting)은 다른 사람의 등록된 상표명 등으로 구성된 도메인 네임을 미리 등록해서 점유하고 있다가 나중에 비싼값에 되팔려고 하는 것으로 그 목적이 전적으로 상업적 이윤 추구에 있다. 악명 높은 cybersquatter이던 Dennis Toeppen은 수천 개의 도메인 네임을 등록해서 터무니없는 값에 되팔다가 Panavision v. Toeppen 소송에 의해 되돌려주어야 했다. Allon Lifshitz, Recent Development: Cybersquatting, 38 HARV. J. ON LEGIS. 529(2001) 및 앞의 Eric D. Paulsrud(2001)의 논문 참조. 35) Bally, 29 F. Supp. 2d. 36) People for Ethical Treatment of Animal, Inc. v. Doughney, 113 v. Supp. 2d 915(E. D. Va. 2000). 37) 앞의 Leslie C. Rochat(2000) 논문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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