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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창양행의 국내 활동광고학 혹은 언론학 분야에서 세창양행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광고를 한성주보에 게재한 독일 무역상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구한말 세창양행의 국내 활동은 단순한 무역상을 벗어나 매우 광범위하고 복잡했다. 물론 설립 초기에는 주로 물물 교환을 하는 무역상이었지만, 나중에는 해운사업, 근대 기기 도입, 기술자 고용 알선, 광산채굴, 무기판매 등 아주 다양한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또한 세창양행은 경제적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조선과의 문화적인 교류도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한국 정부에 돈을 빌려준다든지, 때로는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우 복잡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1) 해운사업과 차관도입 세창양행이 국내에서의 해운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서는 1882년 12월에 해관장(海關長)에 임명된 뮐렌도르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세창양행은 뮐렌도르프의 주선으로 1885년 2월에 조선 정부와 윤선임조계약(輪船賃租契約)을 체결했다. 즉, 朝鮮政府, 欲租賃輪船一·. 走往 上海·長崎·釜山·仁川等港, 及泊全羅道一港, 裝載粮米, 運往仁川, 故今特囑德國世昌洋行, 隨意到上海, 賃船三·五個月之久, 至於分局諸事, 則歸該行管理, 本行當存心辯事, 如有·項與利息, 則朝鮮政府四·之二, 仁川海關可以管理, 又二·, 該行與仁川華商可以管理, 分局各事, ·於盤廛, 運抽五分, 此爲憑據 라 하여 조선 정부가 선박을 1소(소) 용선(傭船)하고 운항을 세창양행에 위탁한다는 것이다. 운항구역은 상해·부산·인천 등이며, 전라도 1개 항구도 왕복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운항 목적은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쌀의 운송이었고, 선박의 용선 기간은 3~5개월, 위탁 운항 수수료는 5%로 정했다. 첫 사업으로 전라도 항구에 있는 27,800여 석의 조세용 쌀을 인천으로 운송하는데 그 기한을 3개월로 정했다. 그리하여 목포미를 希化船이 인천항으로 운송하는 사항이 결정되었다(이배용, 1986). 그러나 조선 정부가 외국의 선박을 용선하면서 조곡(租穀) 수송에 전용하자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7) 세창양행은 그 책임을 모두 조선 정부에 전가시켰다.8) 그러면서 세창양행은 조곡(租穀) 수송의 독점권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9) 조선 정부가 이에 난감을 표시하자 세창양행은 5년 동안 년 5만석을 계약하면 차관 이자를 10% 감면해주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10) 당시 조선 정부는 한성조약(漢城條約)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배상금 지불로 재정이 매우 궁핍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외국 차관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는데, 조선 정부는 이 차관 건을 청나라와 교섭 중에 있었다. 그러나 청나라와의 차관 교섭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자 결국에는 세창양행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조선 정부는 할 수 없이 세창양행과 차관계약을 맺고 아울러 3만석의 쌀 운송을 보장했다.11) 즉, 조선 정부는 차관에 대한 반대급부로 세창양행에 미곡 운송의 혜택을 주게 된 것이다. 세창양행의 강압적인 처사로 미곡 운송의 타결은 보았지만 실제 운송과정에 있어서는 조선 정부와 세창양행 간의 잦은 갈등이 표출되어 배상문제가 불거져 조선 정부는 해관세(海關稅) 수금으로 세창양행 측에 배상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12) 한편, 조선 정부는 1887년에 독일 기선 2척을 구입해 세창양행에게 운송업무를 대행토록 했다. 조양호(朝陽號)와 창룡호(蒼龍號)로 명명된 이 두 기선은 세창양행의 차관으로 구입했는데, 매월 해관세로 7천원(元)씩 갚기로 했다(이배용, 1986). 그러나 조선 정부가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세창양행은 이 기선들에 독일기를 게양하고 운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廣灣·朝陽兩號輪船, 此係本政府所購, 現方·行內洋, 裝運稅米, 合堅朝鮮國旗, 爲此照會, 請煩貴署理總領事査照, 卽將此由電飾仁川港·住貴國商人世昌洋行主, 該兩號輪船換竪朝鮮國旗可也13) 라 하여 조선 국기로 바꿔 달 수 있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세창양행 측은 照按本國律例, 買賣船隻, 價銀船隻彼交此受, 方可換竪旗號14) 라 하여 차관을 완전히 상환해야만 바꿔 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계속 상환이 지연되자 세창양행은 아직 지불하지 못한 기선 구입비에 대해서는 창룡호의 운반세로 거두어들인 미곡을 매각하여 충당하겠다고 통고했다. 이에 한국정부는 1892년 말에 청나라의 차관을 얻어 기선 구입비를 완전 상환했다. 이렇듯 조선 정부와 세창양행은 해운사업을 둘러싸고 잦은 갈등을 일으켰는데, 당시는 육로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선 정부가 세창양행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근대기기 도입과 기술자 고용 알선 조선 정부는 화폐를 만들고 통화(通貨)정책을 합리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근대 화폐의 운용이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1883년 8월 7일에 상설 조폐기관인 전환국(典?局)을 설치하고, 근대 조폐기기 도입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1884년 3월에 뮐렌도르프가 전환국 총변직(總辨職)에 임명되면서 근대 조폐기기의 도입 계획은 그의 주도하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다(이배용, 1986). 뮐렌도르프는 그 업무를 세창양행을 통해 추진했다. 그 결과 1885년에 세창양행을 통해 조폐기기와 기술자가 들어오게 되었다. 1885년 말 뮐렌도르프가 전환국 총변직에서 해고되자 세창양행은 전환국을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책임자를 독일인에게 위촉하자는 제안을 했다. 근대적 화폐 제도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조선 정부는 세창양행의 제안을 받아들여 같은 해 11월 18일 2명의 독일인이 입국했다. 이처럼 초기 조폐기기의 도입과 이를 다룰 기술자들은 모두 세창양행의 주선으로 왔을 뿐 아니라 조선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 세창양행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근무했다. 그러나 조선 정부의 근대 화폐 제조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적 단계에서 중단되고 세창양행을 통해 초빙된 독일인 기술자들도 해고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봉급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조선정부와 세창양행 사이에 공문이 오간 내용이 구한외교문서에 자주 등장한다.15) 결국 조선 정부는 세창양행과 차관계약을 맺어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데 1889년 12월 22일에 맺은 세창양행과의 차관계약은 다음과 같다. 世昌洋行借款合同 大朝鮮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 爲證立合同事, 玆由本衙門, 現借世昌洋行銀一千四百八十七元二角, 每百元按月起息一元, 就仁川海關稅銀中, 證以三個月爲限, 幷利息排還事16) 결국 조선 측 입장에서 보면 세창양행을 통한 근대 조폐기기의 도입과 독일인의 기술자 고용은 재정적 이득이나 근대화 정책에 긍정적 효과를 끼쳤다기보다는 오히려 금전적 손해와 세창양행에 대한 부채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3) 광산 채굴권 획득 독일은 조선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금광 개발에 대한 관심을 많이 나타냈다. 1866년 독일인 오페르트(Ernst Oppert)는 충청도 덕산에서 묘지를 파헤치고 금을 캐려다가 발각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그는 조선의 금이 아시아에서 가장 좋은 품질을 지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최종고, 1983). 특히 조선과 독일의 수호통상조약 체결에 깊이 관여한 뮐렌도로프는 광산개발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 그가 조선의 통리교섭통상사무협판(統理交涉通商事務協辦)으로 부임할 때 중국 개평 금광 개발의 주역을 담당했던 당경성(唐景星)과 영국 태화양행의 광산기술자인 버틀러(Buttler)과 동행하기도 했다(고병익 역, 1963). 1884년 제물포에 세창양행이 설립되자 독일은 세창양행을 앞세워 광산 채굴권을 얻으려 했다. 1885년 8월 세창양행은 조선 정부에, 請各採五金鑛産, 一擔會飾速辨17) 이라 하여 광산 채굴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조선 정부는 흉작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채광을 허용할 수 없다며 일단 거절하였다. 이에 대해 독일 영사 부들러(Budler)는 재차 세창양행에게 금광개발 사업을 허용할 것을 종용했지만 1880년대에는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이배용, 1986). 그 후 1895년에 미국이 평안북도 운산(雲山)금광 이권을 획득하게 되자 독일도 세창양행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교섭을 추진했다. 그 결과 광지(鑛地)를 정하기도 전에 조선 정부와 세창양행 사이에 광산특허계약이 체결되었다. 세창양행은 처음에 평안남도 은산(銀山)금광 채굴권을 요구했으나 조선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대신에 강원도 금성(金城) 당현(堂峴)금광의 채굴을 약속했다. 그러나 조선 정부가 당현 금광 채굴권마저도 허가하지 않자 독일은 불만을 표시하고 1897년 6월 29일에 독일 영사관에서 영사 크리인(F. Krien)이 외무대신을 모욕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18) 우여곡절 끝에 세창양행은 1898년 7월 18일에 금성 당현금광 채굴권을 정식으로 획득했지만,19) 이번에는 조선인 토착 채광자들이 소요를 일으키는 등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최종고, 180). 이럴 때마다 문제해결을 위한 세창양행의 태도는 항상 조선 정부에 대한 주권 침해로 귀결되었다(이배용, 1986). 독일이 조선에서의 금광 채굴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는 독일 황태자의 내한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899년 6월 9일에는 독일 황태자 하인리히(Heinrich)가 내한하여 금성 당현의 금광채굴 현장을 살피고 돌아가기도 했다.20)
4) 문화교류 활동 세창양행은 경제적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조선에서 문화적인 사업도 전개했다. 1886년 2월 15일자 한성주보 3호에 보면 독일 영사 부들러(H. Budler)가 서양서적 200여권을 자기 돈으로 구입해 박문국에 보내왔다는 내용이 실려 있고, 1886년 4월에는 세창양행주 볼터가 박문국 도서관에 서양의 도서를 기증했다는 내용이 외교문서에 실려 있다.21) 이는 대부분 서구과학에 대한 책과 신문들이었다. 또한 1889년에는 함부르크 산업박람회에 조선의 물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이는 세창양행 설립자인 마이어의 중재에 의해서였다. 마이어는 볼터에게 박람회에 전시할 물품들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는데, 볼터는 두 개의 물품목록을 작성하여 그 물품들과 함께 함부르크로 보내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1894년 겨울에는 함부르크 미술공예박물관에서 조선 전시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전시회도 세창양행의 설립자인 마이어가 개입되어 있다. 1906년부터는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의 요청으로 조선에서 수집된 여러 물품들이 세창양행을 통해 독일로 전달된다(조흥윤, 1985). 한편, 1898년 9월에는 독일어 학교가 설립되었다. 세창양행은 독일어 학교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학기말 시험 때마다 큰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당시 황성신문을 보면 세창양행의 고위 경영진들이 독일어 학교에 금시계 등의 물품을 기증한 기사들이 자주 실리고 있다.22)
5) 기타 활동 세창양행은 독일인들의 내한을 적극 알선하여 한국 전 지역을 답사하도록 하는 업무도 담당했다. 이른바 여행 증명서인 ‘호조’(護照)의 발급 업무를 대행한 것이다. 구한국외교문서에 보면 독일인에 대한 ‘호조’는 거의 세창양행이 관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배용, 1986). 이밖에도 세창양행은 잠업(蠶業), 전선가설(電線架設)을 위한 기기 및 기술자 등을 알선하기도 했다. 세창양행은 전복 채취권과 철도 부설권 등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독립협회 등의 이권양도 반대운동 등으로 조선정부가 거절함으로써 실현을 거두지 못했다. 이렇듯 구한말 외교 및 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큰 영향력을 지배해오던 세창양행은 1914년 일본의 대독(對獨) 선전포고로 서울의 총영사관과 함께 폐쇄되었다.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 후 다시 문을 연 세창양행은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다가 6·25 당시 책임자였던 ‘쉴바움’의 납북으로 인천에서의 활동에 종지부를 찍었다.
------------------------------- 7) 첫째는 각 읍민의 근대식 운송에 대한 인식부족이었고, 둘째는 연안 운송에 종사한 재래선(在來船)에 대한 타격이었으며, 셋째는 항구가 매우 낮아 배가 접근하기 어려웠다(이배용, 1986). 8) <德案> 1, 문서번호 193, 1885년 8월 18일. 문서번호 194, 1885년 8월 18일. 문서번호 216, 1885년 9월 8일. 9) <德案> 1, 문서번호 248, 1885년 10월 7일. 문서번호 252, 1885년 10월 14일. 10) <德案> 1, 문서번호 337, 1885년 12월. 11) <德案> 1, 문서번호 354, 1885년 1월 2일. 12) <德案> 1, 문서번호 545, 1886년 12월 23일. 13) <德案> 1, 문서번호 637, 1887년 12월 3일. 14) <德案> 1, 문서번호 638, 1887년 12월 3일. 15) <德案> 1, 문서번호 795, 802, 803, 804, 805, 894, 895, 910, 917, 920 등 16) <德案> 1, 문서번호, 941, 1889년 12월 22일. 17) <統記>, 고종 22년 8월 25일조. 18)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독립신문> 1898년 7월 2일자와 7월 8일자에 실려 있다. 19) 德案 2, 문서번호 1892, 1898년 7월 18일. 20) <독립신문> 1899년 6월 9일자 및 <황성신문> 1899년 6월 9일자, 6월 15일자 참조. 21) <德案> 1, 문서번호 447, 1886년 4월 22일. <德案> 1, 문서번호 936, 1889년 2월 16일. 22) <황성신문>, 1900년 6월 21일자. 1901년 6월 29일자. 1902년 7월 1일자. 1906년 7월 6일자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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