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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대적 배경 : 개항과 세창양행의 설립18세기 초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 자본주의 국가로 등장한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를 찾아 동양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 18세기 후반부터이고, 이 세력이 우리 나라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19세기 중엽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통상을 요구하면서 집요하게 조선에게 개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선 왕조는 비교적 오랫동안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쇄국정책을 고수했다. 당시 조선 왕국이 서구 열강의 통상을 거부하며 쇄국정책을 고수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서구 침략으로 인한 청나라의 고뇌를 잘 알고 있었으며, 둘째 서구 열강의 주 관심사가 인도, 중국, 동남아 등으로 조선에 대한 진출은 깊은 관심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구본호 · 이규억 외, 1991). 그러나 이러한 쇄국정책은 일본의 침략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과 더불어 서구 자본주의의 문화를 수용하면서 조선 침략을 계획적으로 추진해 왔다. 국내 재원이 빈약한 일본이 근대개혁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해외 침략을 통한 재원 조달이 필요했고, 그 첫 단계로 조선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에 일본은 1875년 강화도에서 운양호(雲揚號) 사건을 조작, 이를 빌미로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조선이 근대 국제법상 외국과 체결한 최초의 통상조약이 되며 이 조약에 의해 부산항이 개항되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조선과 통상무역을 하게 된 첫 번째이자 유일한 외국이 되었으며, 이러한 상태는 1882년 한미조약이 체결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일본이 조선과의 대외 무역을 독점하게 되자 가장 당황한 것은 청나라였으며, 또 조선 정부도 일본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청나라의 알선으로 1882년에 미국과 통상조약이 체결되고, 같은 해 청나라와도 무역장정을 체결했다. 이어 1883년에는 영국과 독일, 1884년에는 이탈리아와 러시아, 1886년에는 프랑스와 각각 통상조약을 맺게 되었다. 이후 통상조약은 더 확대되어 1892년에는 오스트리아, 1901년에는 벨기에, 1902년에는 덴마크 등과도 조약을 체결하여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에 국교를 열게 되었다(구본호?이규억 외, 1991). 개항 이후 우리 나라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되었다. 1890년대에 들어와 정부는 정치적으로 보수화 경향을 띠었던 것과는 달리 경제적으로는 식산흥업정책을 강화하여 상공업 부문의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이 시기에 근대공업 진흥 문제는 일상 생활용품으로서 공업제품의 자급문제로 매우 커다란 숙제이기도 하였다(한은경, 1997). 개항 이후 서구상품이 물밀듯이 들어와 도시인은 물론 농민의 일상에도 깊숙이 침투하였다. 이러한 외국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막대한 재화가 국외로 유출되었고, 그 때문에 이미 생활 필수품화한 이들 공업제품을 국내 생산품으로 자급하지 않고서는 경제적 혼란을 극복할 수 없었다(서은영, 1995). 이는 오늘날 일반 국민의 외제상품 선호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황성신문은 근대공업진흥의 필요성을 공산품의 자국 생산과 국내생산품의 수출로 인한 국제수지의 균형유지 등에서 구하고 있다(한은경, 1997). 한편, 독일은 조선정부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기 전부터 청나라의 주선으로 내한한 뮐렌도르프(P. C. Mσllendorf)의 역할로 정치·경제적 교섭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의 해관(海關)에 관계하던 뮐렌도르프는 1882년 말 조선의 통리교섭통상사무협판(統理交涉通商事務協辦)으로 임명5)되었는데, 1883년 11월 조선 정부와 독일이 통상조약을 체결하게 되자 그는 우선적으로 외무담당 기구의 창설과 화폐를 제조하기 위한 전환국(典·局)의 설치를 계획했다. 아울러 천진(天津)에 있는 E. Meyer & Co.의 지사 형식인 세창양행을 제물포에 설치하는 일을 주선하게 되면서 칼 볼터(C. Wolter)와도 연락을 취하게 되었다(고병익 역, 1963). 한편, 세창양행의 설립자인 마이어(H. E. Meyer)는 1841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성장해서는 뉘른베르그(Nurnberg) 근교의 퓌루트(Furth)에 있는 장난감 수출업체인 다니엘 라이(Daniel Ley)에서 상인수업을 받았다. 1859년에는 조그만 범선을 타고 중국에 도착했으며, 1863년에는 동생과 함께 홍콩에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1873년에 천진에 마이어 상사(E. Meyer & Co.)라는 본격적인 무역회사를 설립하면서 자본을 축적해 나갔다. 마이어는 1875년 함부르크로 귀향한 후 동아시아협회 결성에 참여하면서 계속 중국과의 무역 촉진에 기여하였고, 1877년에는 함부르크와 런던에도 마이어 상사(E. Meyer & Co.)를 설립했다. 1881년에는 동생과 공동으로 홍콩에 미야양행(味也洋行)을 설립하고, 1884년에는 뮐렌도르프의 주선으로 제물포에 세창양행이라는 지사를 설립하고 칼 볼터를 지사장으로 파견했다. 중국 천진의 마이어 상사에서 근무하던 볼터는 세창양행 설립 준비작업을 위해 잠시 유럽에 들렸다가 1884년 5월 상해에서 영국 기선 남진호(南陳號)를 타고 6월 6일 제물포에 도착해 세창양행을 설립했다. 칼 볼터는 세창양행 설립 초기에 뮐렌도르프와 긴밀한 협조 아래 경제권을 확장시켜 나갔는데, 가령 차관, 선박운송, 기술자 초빙, 광산권 개발, 무역 등에 걸친 뮐렌도르프의 사업계획은 거의 전적으로 세창양행에서 대행해 추진되었다. 이처럼 세창양행은 초기에 뮐렌도르프의 지원을 받아 급속도로 기반을 쌓을 수가 있었다. 이러한 활약상을 인정받은 마이어는 우리 나라 외교관이 독일에 부임하기 전인 1886년 3월에 조선 정부로부터 독일주재 조선국 총영사로 임명되어 조선과 독일간의 외교 업무를 담당했다. 1889년에는 함부르크 산업박람회에 한국물품을 소개하고, 함부르크 민족학박물관(Hamburgisches Museum fur Volkerkunde)에 한국 유물을 전달하는 등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한국과 독일과의 교류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세창양행은 단순한 무역상의 차원을 넘어 구한말 한국과 독일과의 외교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구한말 당시 국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세창양행의 광고도 단순히 마케팅 차원이 아닌 정치, 경제, 문화적 맥락 속에서 그 의미가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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