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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남북간 저작물 교류를 위한 제언
1. 남북간의 문화예술 교류현황지난 50년간 남북간에는 적대관계가 지리하게 유지되었다. 간헐적으로 남북 당국간의 접촉이 있었고, 몇 차례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신뢰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1991년 12월 31일 「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ㆍ협력에 관한 합의서 」(이하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 이후 1992년 5월 7일 「 남북교류ㆍ협력공동위원회 구성ㆍ운영에 관한 합의서 」와 1992년 9월 17일 「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ㆍ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제3장 남북 교류ㆍ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이하 제3장 부속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한편, 남한에서는 1990년 8월 1일 『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어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 후 남북간에는 경제와 산업, 문화와 예술 분야의 교류가 점차 늘어났다. 아직도 남북간의 교류는 활성화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1989년부터 1999년까지 11년간 북한주민접촉승인 신청건수가 총 19,680건(34,444명) 이고, 실제 성사된 것은 4,231건(10,967명)에 지나지 않았다. 접촉승인 신청건수의 절반 이상이 이산가족 상봉을 목적으로 한 것이므로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별 교류는 그나마 적었다(<첨부 2>, <첨부 3> 참조).
문화예술 분야나 언론출판 분야는 접촉승인 신청이나 성사 건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나 숫자만을 볼 때에는 빈번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 등 영상물이 남한으로 수입되어 방송이나 공연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첨부 1>, <첨부 4> 참조).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에 교류가 다방면에 걸쳐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와 언론출판 분야의 교류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1월에는 남북간에 4대 합의서인 「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 」, 「 남북 사이의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방지 합의서 」,「 남북 사이의 청산결제에 관한 합의서 」, 「 남북 사이의 상사분쟁 해결절차에 관한 합의서 」17)가 맺어지면서 실질적인 교류를 위한 남북간의 합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와 언론출판 분야 교류의 중심에 있는 것이 저작물이다.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과 이용은 남북간의 저작권 상호보호를 전제로 한다. 이제까지 문화예술이 서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허락을 받아 이용하는 단계로 급진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저작권법 제정은 남북간에 문화와 학술, 예술 분야의 교류를 더욱 촉진하는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저작권법만을 가지고 본다면 북한이 저작권 관련 국제조약에서 가입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북한의 조약 가입은 시기의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내부적으로 저작권법을 시행하면서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충분히 걸러내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조약상의 제반 원칙을 지키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의 경험과 관행이 북한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저작권법의 제정은 무엇보다도 남북간의 교류를 위한 걸림 돌을 하나 제거한 것이다. 특히, 남한에서 북한 저작물을 법률상으로나 실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북한 저작권법 제정은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남북간의 교류과정에서 남쪽 이용자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 법원에서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권리자 확인, 계약서의 진위 여부, 심지어 단체의 존재 여부 등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18)
2. 관련 법ㆍ제도 정비방안(1) 특별협정의 체결 이제까지 남북간에 저작권 상호보호를 위한 방안이 여러가지 제기된 바 있다.19) 첫째는 다자간조약 체제에 참여하는 방안이다. 이것은 남북한 모두 국제관계 속에서 상호보호하는 것이다. 남북간의 특수관계를 인정하기 곤란한 측면은 있으나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이다. 그러나 북한측의 입장에서 볼 때 받아들일 수 있는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둘째로는 특별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인데,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이 방안이 더욱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2000 11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 등 4대 합의서가 타결된 것도 그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 방안은 남한 저작물의 보호가 북한에서 다소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북한의 저작권법 제정은 이제 실천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북한 법이 개인에게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고 천명하면서 특별협정 체결은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20) 특별협정은 기본합의서와 제3장 부속합의서를 기반으로 하여 체결될 것이다. 남북은 기본합의서 제3장 ‘남북 교류ㆍ협력’ 이라는 제목하에,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에 합의하면서, 특히 제16조에서는 “남과 북은 과학ㆍ기술, 교육, 문학ㆍ예술, 보건, 체육, 환경과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출판물을 비롯한 출판ㆍ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실시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또한 제3장 부속합의서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데 따라 특허권, 상표권 등 상대측 과학ㆍ기술상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하고, 제9조 제5항에서는 “남과 북은 쌍방이 합의하여 정한데 따라 상대측의 각종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함으로써 지적재산권에 관한 특별협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별협정은 상호주의에 의거하여 남북이 서로 일정한 보호수준(minimum protection)을 정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보호대상을 정하고, 제반 권리를 설정하고, 아울러 보호기간, 권리제한 규정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물론 보호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인지, 아니면 대강만을 규정하고 남북간의 창구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정할 것인지 각기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정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에 치우친 감이 있을 것이다. 간단한 내용의 협정은 협상을 장기화하고 남북간의 정치적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협정의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실천과제는 적지 않을 것이다. 남북간에 실제 교류를 위한 협의기구(저작권 공동위원회)가 필요할 것이고, 대리중개 내지 위탁 업무를 맡을 단체 (대행기구)가 별도로 요구될 것이다. 특별협정은 물론 이들 기구 또는 단체의 활동의 전제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단체의 활동을 정상적인 궤도로 올려놓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2) 교류를 위한 전제 1) 저작권 공동위원회의 설립 우선 1단계로 가칭 ‘저작권 공동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구는 굳이 ‘저작권 공동위원회’가 아닐 수도 있다. 보다 넓게 ‘지적재산권 공동위원회’일 수도 있고, 문화교류를 위한 창구로서 ‘문화예술 공동위원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구는 저작물 교류를 위한 남북연락 사무소의 역할을 할 터인데, 그 기능은 ① 교류대상 저작물 목록 작성 및 관리 (저작권정보 데이터베이스), ② 권리자의 명부 작성 및 관리, ③ 권리자의 주소와 연락처 유지, ④ 계약의 적법성 확인 및 공증, ⑤ 계약에 대한 보증, ⑥ 권리에 대한 보증(권리자의 생사 및 보호기간 확인)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기구는 공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21) 이 기구는 남북사회 문화교류ㆍ협력 공동위원회의 부속기관이 될 것이다. 저작물 정보와 권리자 정보는 그 속성상 망라적 일 수 없다. 개인 저작물과 그에 대한 권리 관계를 일일이 확인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겠다. 다만, 교류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필요로 할 경우 이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이 생각하는 공동위원회는 다소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남한의 경우 저작물이나 권리자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민간부문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동위원회는 이 점에서 연락창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공증이나 보증 업무도 공동위원회를 거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위와 같은 업무를 정부차원에서 처리할 것이므로 공동 위원회는 단순한 연락사무소 이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공동위원회는 특별협정에서 예정한 업무의 수행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특별협정이 개괄적인 내용만을 담을 것인지, 아니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그 역할도 정해질 것이다. 공동위원회는 적어도 협정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행정 규정, 분쟁해결 규정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의기구 또는 그 이상의 기능도 수행할 것이다. 이 위원회의 설립만으로도 저작물 교류는 법적 안정성을 일정 정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권리 처리에 대한 불안 또는 이중계약이나 사기로 인한 피해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저작권 위탁관리업(대행기구) ‘저작권 공동위원회’와는 별도로, 대리중개업 내지 위탁관리업도 양쪽에 마련되어야 한다. 저작물 교류가 활발해지면 권리자가 직접 전면에 나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저작권법상 대리중개업이나 위탁관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단체(예를 들어 대행기구)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22) 이러한 선례는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에서 존재하였다. 대행기구의 역할은 신뢰할 수 있는 저작권 정보를 제공하고, 이용허락 계약을 통하여 권리 처리를 해주는 것을 주로 하고, 보조적으로 저작권 교육과 홍보를 지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의 경우 대리중개업이든 위탁관리업이든 사회주의권의 선례에 따라 단일창구를 통한 권리 처리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당분간 남한 저작물의 유통을 일정한 정도 통제할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 한편, 남한의 경우에도 북한 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부 대행기구를 선정한다거나 심지어 창구를 일원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것도 현행 법상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은 터무늬 없는 사용료 지급을 억제하거나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23) 그러나 이미 다수의 대리중개업자와 장르별 위탁관리업자가 존재한다는 점, 저작물의 이용 여부 및 이용에 따른 재정적 부담은 전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한다는 점 등으로 인하여 정부주도의 대행기구 설립은 부작용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24)
3. 기타 고려할 사항남북간에 저작물 교류가 활발해지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북한의 문화예술 활동이 남한의 경우처럼 자유롭고 광범위한지, 저작물의 유통으로 인한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인지, 남한 저작물의 무제한 이용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인지(허용한 다면 남한 저작자의 권리는 포기되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에 따른 대가를 다른 방법으로 보전해줄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① 월북, 납북 전후 창작 저작물간의 법적 차이 확인, ② 권리자 확정, ③ 저작자의 생존 및 사망 여부 확인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일부 법률관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속인이 남북한에 같이 존재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북한의 단체나 개인에 대하여 남한 내에서의 소송당사자 적격을 인 정할 것인지 등도 고려대상이다.
------------------- 18) 위 ‘림꺽정’ 사건(98카합5298) 참조. 19) 이에 관해서, 그리고 각 방안의 장단점에 관해서 구체적으로는, 김상호 (1992). pp. 50 ~ 68 참조. 20) 북한 향토사학자가 썼다는 ‘개성이야기’는 저자 개인과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에 출판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 2000 여름, p. 4). 21) 한승헌은 ‘남북 저작권 관리 위원회’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이 위원회가 ① 저작권 교류를 위한 중개업무, ② 남북간의 연락, ③ 사실확인, ④ 자료의 수집, ⑤ 인적 교류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한승헌, 1992. 12. 1, p. 14). 22) 김상호는 저작권 대행기구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이 기구는 ① 저작물 내지 저작자에 대한 정보, ② 이용을 위한 계약 체결, ③ 계약 체결 후 계약의 이행 감독, ④ 계약 위반이나 저작권 침해의 경우 분쟁해결 대행, ⑤ 기타 저작권 교육과 홍보, 전문가 파견 등의 지원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김상호, 1992, p. 73). 이것은 대리중개업이나 위탁관리업 또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단체의 설치를 의미한다. 23) 『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 』 에 의하면, 교역당사자가 물품의 반출ㆍ반입을 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물품 또는 거래형태ㆍ대금 결제방법에 관하여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교역당사자를 지정할 수도 있다(제12조 및 제13조). 또한 통일부 장관은 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승인을 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제16 조). 저작물 거래가 교역인지 협력사업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정부의 통제하에 가능한 것은 분명하고, 거래 당사자를 심지어 공공기관으로 한정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24) 일부에서는 남북 저작물에 한정하여, 저작권 등록을 통한 창구 일원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저작권법상 무방식주의에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남북간에 보호를 받기 위한 제도로서, 첫째 양자간에 보호를 받기 위한 것이고, 둘째 등록대상을 남북 저작물에 한정한다면(남한 또는 북한을 본국으로 하여 창작된 저작물로서 남한이나 북한 국적 저작자의 저작물) 국제통상 문제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유로, 그리고 등록 유지를 위한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남북 저작물을 위한 등록제도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는 등의 이유로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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