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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북한 저작물의 이용실태와 분쟁사례
1992년 여강출판사는 ‘리조실록’ 출판계약을 북한측과 정식으로 체결하고 번역, 출판을 한 바 있는데, 이것은 1990년 제정된 『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에 따른 북한주민접촉승인 을 통하여 북한 당국과 정식으로 약정을 맺고 출판한 최초의 사례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98년부터 1999년까지 누리미디어는 중국을 통하여 ‘고려사’, ‘팔만대장경’, ‘발해사연구’, ‘동국이상국집’ 등 고문헌의 번역본을 북한으로부터 수입하여 CD - ROM으로 출간, 대학도서관 등에 보급한 바 있고, 새한정보시스템은 조선컴퓨터센터(KCC)로부터 저작권을 이전받은 일본의 한 회사와 계약을 맺고 바둑프로그램 ‘은별’을 출시한 바 있다. 또한 월간 ‘말’은 고려의학, 동의학에 관련된 북한 서적을 재편집하여 출판하고자 하였다 (통일부, 2000, pp. 123 ~ 124). 1999년말 북한의 조선 출판물 수출입사는 인터넷사이트 ‘조선인포뱅크’를 통하여 전자 상거래로 북한 서적을 팔고 있다. 조선 출판물 수출입사는 모든 북한 내 출판물의 대외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되는 기관이다(통일부, 2000, p. 24). 한편, 북한 영상물의 경우 최근 10여 편의 작품이 국내로 반입되었다(<첨부 1> 참조). 조선 아세아 태평양 평화위원회, 조선 영화수출입사, 조선대외영화합작사, 목란비데오사 등이 수출 창구로서 이용되는 듯하다(통일부, 2000, p. 82). 남북간에는 저작물 직거래 관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의 중개인을 통해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이중 계약이나 인감 위조 등의 행태가 벌어지기도 한다(이재완, 2000 가을, pp. 35 ~ 36). 정상적인 거래가 쉽지 않은 것이다.
북한 저작물13)의 이용을 위해서는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법원에서 해당 계약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계약이 법적 하자가 없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별달리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남북간의 교류 횟수와 비교할 때 분쟁은 무척 많았다. 소송에까지 이른 분쟁도 적지 않았다. 몇 가지 분쟁사례를 소개하기로 한다. ① 신청인 여강출판사 이순동은 정부로부터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아 1992년 1월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와 이조실록 번역본에 대하여 10년간 출판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피신청인 아름출판주식회사는 신청인의 허락 없이 이조실록 번역본을 입수하여 제작, 배포하였다. 이에 신청인은 제작배포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주권은 헌법상 북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이므로 북한이 세계 저작권협약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북한 저작물은 상호주의와 관계 없이 우리 저작권법상의 보호를 받는다 할 것이고, 또한 위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오직 단체로서의 실체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가름되는 것이지 우리 법에 의한 설립 절차 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 위 출판권 설정계약이 물품의 교역 또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소정의 협력사업에 해당되어 통일원장관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보더라도 그 흠결이 있다 하여 계약의 효력까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니...”라고 하였다.14) 이 판례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규정과 1960년대 이래 “북한 지역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히는 어떠한 주권의 정치도 법리상 인정될 수 없다”15)는 판례의 태도를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서, 북한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법 적용을 기정사실화하였다. ② 피신청인 KBS는 북한 목란비데오회사의 위임을 받은 미국 라인랜더상업회사와 계약한 남한 (주) IMS와 계약하여 북한 영화 ‘림꺽정’을 1998년 10월 방영한 바 있다. 이에 신청인 (주) 우인방커뮤니케이션은 조선예술영화보급소로부터 ‘림꺽정’에 대한 저작권을 위임받았다고 하는 조선 아세아 태평양 평화위원회와의 계약을 근거로, KBS와 (주) IMS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법원은 이에 대해 “피보전권리의 존재에 대한 소명이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결정하였다. 그 이유는, 신청인은 조선예술영화보급소의 위임을 받은 조선아세아태평양위원회로부터 ‘림꺽정’에 관한 국내의 영화관 상영 및 방송에서의 방영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조선예술영화보급사라는 단체가 존재하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고 있고 조선아세아태평양위원회가 위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다.16) ③ 영화감독 신상옥은 자신이 북한 체류시 제작한 작품 ‘불가사리’ 등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1998년 12월, MBC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MBC는 북한 조선영화 수출입사로부터 저작권을 위임받은 일본 서해무역과 계약한 SN21엔터프라이즈와 계약을 체결하여 북한 영화 ‘불가사리’를 방영하고자 하였다. 이 사건에서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1부는 신상옥 감독이 문화방송을 상대로 자신의 영화 ‘ 사랑사랑 내사랑’, ‘불가사리’의 방영금지를 요구하며 낸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신 감독은 제작진의 일원으로서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인격권은 갖지만 제작을 총괄 지휘한 측이 가지는 저작 재산권도 보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일간스포츠, 1999. 4. 7).
------------------- 14) 위 ‘이조실록’ 사건(93카합2009) 참조. 15) 대판 1961. 9. 29. 4292행상48. 16) 서울지법 남부지원, 98카합5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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