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전주 사용에 대한 미국의 입법례 및 판례
미국에서도 국내와 같이 전력주 사용과 관련하여 케이블TV 사업자와 전력 회사간의 갈등이 법정소송으로 이어진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 볼 수 있다. 1950년 초, 케이블TV방송국은 케이블망 구축을 위해 전력주나 통신주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했다. 국내와는 달리 전력회사들이 전화회사보다 통신주 사용에 대해 관대했다. AT&T가 자사의 재산에 타인이 망설비를 설치하는데 대해 완강히 거절하다가, 각 통신주마다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Parsons et al, 1998).
미국에서는 약 95%정도가 공가선을 이용하고, 나머지 5%가 지하 매설 선이다. 케이블사업자들은 년간 이용료를 지불하고 일정한 공간을 임대하는 형태로 계약을 진행해왔다. 케이블 운영업자들은 별도의 전주(poles)를 세우는 데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의 전주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해왔다 미국에서 전력회사와 케이블TV 운영업자들이 법정 소송을 벌이게 된 것은 사용료와 관련해서였다. 전주의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비용이 과다하다고 생각한 케이블TV 운영업자들이 연방 통신위원회(FCC)에 부담을 경감시켜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렇지만, 전주 사용 요금에 관하여 FCC가 개입하는 것이 1934년 커뮤니케이션 법상으로는 월권이라고 FCC가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의회는 FCC가 전주 이용에 관한 불만을 처리할 수 있는 관할권을 부여하기 위해 법을 제정하게 되었다.2) 케이블망은 '주 사이에 통상을 위한 매체'(channel of interstate commerce)로 기능한다고 보았다. 즉 망은 전국의 가입자 가정에 상품, 쇼, 영화 등을 제공하는데 활용되는 것이다. 의회는 전주를 소유한 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여, 케이블회사로부터 과도한 임대비용을 받아낼수 있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였다.3) FCC가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한 정책보고서를 1977년 발표하자 본 사건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게 되었다. 이에 의회는 1984년 '전주 사용에 관한 법'(the Pole Attachments Act)을 제정하게 되는 것이다. 동법은 위원회로 하여금 망 사용의 요금, 기간, 조건 등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도록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FCC에 부여하였고, 그러한 요금, 기간, 조건 등에 관한 불만을 듣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FCC가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4) 법제정 전후로 전주사용에 대한 대표적 판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CC 대 플로리다 전력획회, 제 11 순회항소원, 1987, NO.85-1658.
1977년 텔레프롬프트사(Teleprompter Southeast, Inc.)는 플로리다 전력회사와 년간 전주 사용료로 한 주(pole)당 6.24$를 지불하기로 계약 하였다.5) 그리고 계약 내용에는 매년 가격을 인상한다는 조항도 포함 되어 있다. 그리하여, 텔레프롬프트사는 1981년에 6.51$를, 1982년에는 6.79$를 지불하였다. 액턴 케이블TV사(Acton CATV)도 플로리다 전력 회사와 전력주 사용 계약을 체결하였다. 액턴사는 1980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년간 한 주당 7.15$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받았다.
'전주사용에 관한 법'이 제정된 이후, 텔레프롬프터사와 액턴사는 FCC의 통신사업국(Common Carrier Bureau)에 불만을 접수하게 된다. 양사의 불만은 동일한 것이었는데, 플로리다 전력회사가 너무 높은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텔레프롬프트사는 전주당 2.23$, 액턴사는 전주당 2.2l$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계약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 전력회사측의 반응은 같았다. 즉 그러한 비용은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은 채 사유 재산을 취(taking)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FCC는 케이블TV사의 입장을 지지하였다. FCC는 최종적으로 케이블 TV사가 요청한 요금도 과다하다고 판정하고, 년간 1.79$의 가격을 설정하였다. 이것은 텔레프름프트사가 요청한 금액보다 0.44$, 액턴사가 요청한 금액보다 0.42$가 낮은 가격이다.6)
그후, 플로리다 전력회사는 FCC에 그와 같은 조치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2년동안 FCC가 고려한 결과 플로리다 전력회사의 요청을 거절하였다. 한편, 이러한 재고 요청이 검토되고 있는 동안, 콕스케 블TV사(Cox Cablevision Corporation)가 FCC에 불만을 접수하였다. FCC는 역시 1982년에 콕스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주당 사용료를 1.79$로 경감시켜 주었다.
이러한 FCC의 조처에 플로리다 전력회사는 순회항소원(the Eleventh Circuit Court of Appeals)에 FCC의 명령을 심사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플로리다 대 FCC의 소송에 관해 동 법원은 FCC의 명령이 정당한 보상 없이 사유재산권을 취하도록 했다고 판결하였다. 아울러, 법인은 '전주사용에 관한 법'이 위헌이라고 판시했으며, FCC는 제5수정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보상가를 설정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순회항소원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공공의 이용(public use)을 위해 사유 재산을 이용하는데 대한 요금의 규제는 헌법적으로 용납될 수 있다"고 판결하게 된다.7)(Goldberg, 1987, p.324에서 재인용). 즉 미국 대법원은 공공의 시설 자산도 개인 소유의 사유 자산인 만큼 사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FCC와 같은 규제기관에 의한 요금 규제 역시 위헌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미국 대법원이 케이블TV 산업에 대한 FCC의 규제가 유효하다는 판례는 미국 정부 대 사우스웨스턴 케이블TV사(Southwestern Cable Co.)와의 소송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8) 대법원은 1934년 법이 FCC에게 방송과 모든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9) 특별히 커뮤니케이션법 152(a) 조항은 "유선이나 라디오에 의한 모든 주 사이나 외국과의 통신에 적◎되며, 유선 커뮤니케이션은 케이블에 의한 문자, 신호, 영상, 소리를 전송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케이블TV란 유선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기 때문에 FCC의 관할권속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사우스웨스턴 법원도 FCC의 책임은 협의로 정의되어서는 안되고, 전기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전주 사용은 케이블TV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전주를 이용하지 않고서 케이블TV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주 사용의 규제는 케이블산업의 규제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FCC가 케이블산업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TV가 의존하고 있고, 밀접하게 연관된 전주와 같은 매개체에 대해서도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사우스웨스턴 법원은 커뮤니케이션법 취지가 방송의 진화에 있어 급변하고 있는 요인들을 인식해야 하며, 행정에서는 이러한 요인들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FCC가 전력회사로 하여금 잉여 공간을 케이블TV회사에 임대해 주도록 결정할 권한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부설된 케이블의 99.9%가 전주 사이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케이블 산업을 규제하기 위한 필수적인 권한으로 보고 있다.10)
다음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