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결론
삼분야 사업자 구도로 특징 지워지는 한국 케이블TV 사업의 어려움은 삼분야 사업자에 따라 조금씩 그 어려움은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삼분야 사업자 구도에서 전송망 사업의 포기는 여타 두 사업자에게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보통신부(1998),11) 종합유선방송위원회(1998), 한국유선방송협회(1998) 등에서는 중계유선을 추가 전송망 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한국전력이 망사업을 중단함으로 인해 2차 SO지역에서 케이블TV 사업의 부진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한 것이다. 문화관광부(1998)도 중계유선을 복수 NO로 추가 지정하는 것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S0와 망 사용 계약을 체결한 중계유선방송은 별도의 심사 없이 전송망사업자로 추가 지정됨으로 인해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이 협력적인 관계 정립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중계유선의 NO 지정에 대해 한국전력의 반발이 예상되나, 한전의 전송망사업 중단으로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중계유선의 한전주 사용 합법화 및 사용료 협상을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을 NO로 지정하는 정책 방안과 관련하여 찬성만큼 이의들도 제기되고 있다. 중계유선사업자들이 무단으로 전력주를 이용하여 망을 부설한 경우, 중계유선사업자들이 망사업자로 지정된다면, 망사업자인 중계유선사업자와 한국전력 그리고 SO들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전력의 입장에서는 망의 복선화로 인해 이미 부설한 자체 망의 활용도가 낮아질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SO의 경우에는 적대사업자의 망을 이용하여 가입자 유치를 한다 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중계유선망을 비롯한 제3자의 망을 SO가 이용하는 것은 현재의 3분야 사업자 제도의 연장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중계유선사업을 포기하고 순수하게 전송망 사업에 전념하는 경우라도, 기존의 NO와 SO사이에서 발생한 A/S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케이블TV협회(1998) 주장에 따르면, 중계유선의 경우 가입가구 수가 1만가구 미만인 사업체가 693개로 전체 중계유선의 80.5%에 달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영세사업자들의 망을 연결하여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문제도 있다. 정보통신부(1997)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송 선로 설비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동축케이블로 부설되어 있으며, 전체 557천 Km중 인입선이 469천 Km로 84.2%를 점유하고 있다.12)
1998년 8월 현재 1차 SO 지역의 경우, 케이블TV 전송망 설치율이 70%이상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중계유전 전송설비를 종합유선방송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것은 중복투자로 국가적으로 볼 때 낭비이다. 정보 통신정책연구원(1996) 연구에 따르면, 네트워크 산업은 중복투자 여부가 경쟁 도입 결정에 중요한 고려 요인인데, 이 경우 경쟁의 효과가 중복투자를 정당화할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송망 설치가 5%에 불과한 2차 SO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중계유선 사업자를 망사업자로 지정함에 있어 이러한 차별적 현실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를 전송망 사업자로 지정하는 것은 한전 전주 이용과 관련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한전의 전주이용을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 정보통신부가 규제완화 및 초고속망의 조기구축을 위해 추진중인 '한전전력 전주이용 제도화방안'에 대해 한국전력과 주관부처인 산업자원부가 송배전시설의 안정성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신문(1998)의 보도에 의하면, 정보통신부는 현행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개정, 초고속망사업자를 비롯한 기간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중계유선사업자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들이 한전주를 포함한 송배전시설을 대여 방식으로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13) 만약 '한국전력 전주이용 제도화 방안'이 표류할 경우, 초고속망 조기 구축은 지연될 것이고, 신규 사업자마다 전주 및 관로시설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등 중복투자를 초래할 것이다.
이같은 정보통신부의 정책 방침에 대해 전력관련 주무부처인 산업자 원부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산업자원부측은 "한전의 송배전시설은 전기사업법 제39조(기술기준), 제40조(전기설비의 유지), 제44조 (전기안전 관리규정) 등에 의거해 관리되고 있는 전기시설물인 점을 감안, 전력설비의 신뢰성 확보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정통부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항목에서 '송배전시설'은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전력과 관련해서는 정보통신부가 관여할 바가 못된다는 주장이다. 산업자원부는 "송배전시설에 전기통신선로설비를 시설할 경우 전기통신선로설비의 설치 및 유지보수시 송배전 계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전주는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 및 부속장치의 설치, 운영의 범위 내에서 설계돼 전기통신선로 설치에 따른 강도부족 현상이 발생, 경사·도괴방지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자원 부측은 "송배전설비에 전기통신선로설비 설치를 법제화하는 것은 부당하며 필요시 상호협의에 의해 당사자간 사적 계약형태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부측은 "송배전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한 후에 전기통신설비를 설치하도록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에, 산자부에서 우려하는 문제점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전력측이 케이블TV 전송망사업을 수행하면서 전신주에 케이블TV 가입자 망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체 케이블TV망 이외의 신규 통신사업자 망은 송배전시설의 안전성을 해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서 앞서 미국의 판례는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즉, FCC의 권한을 협의로 해석하지 않고, 케이블TV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FCC가 케이블 부설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주의 사용에 대한 관할권까지 가져야 한다는 미국 법원과 의회의 입장이다. 방송과 통신의 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전주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력의 사유재산권도 개인의 재산권 못지 않게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주 사용에 대한 법적인 장치는 마련하되, 전적으로 사적 계약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현재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전주의 사용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정보화촉진법의 개정은 통과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효율적으로 케이블TV망을 부설하기 위해서는 전주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물론 통신주나 자가주의 설비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망 부설의 용이성이나 비싼 설치 비용으로 인해, 한전주의 사용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망 부설을 위한 전주의 사용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이 주장하듯이, 국민의 안전과 전력 공급을 위함이라는 주장도 그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언론의 자유 역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고, 앞으로 케이블TV가 통신서비스까지 제공할 경우 이용자들의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은 통신의 공익성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망의 부설을 위해 전신주의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지며, 법은 제정하되 사업자간의 사적인 계약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앞으로 설치될 망에 대해서는 합법화를 위한 법적인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나, 과거 무단으로 부설된 망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개의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사유재산권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한국전력의 재산권 역시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난시청 해소를 위한 정부의 별도 조처가 없이 한국전력에서 중계유선망의 일방적인 철거를 요구하는 젓은 재고됨이 바람직하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역시 재산권 보호만큼이나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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