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케이블TV 사업의 특성과 SO-NO 분리의 근본적인 비효율성
1. 케이블TV사업의 핵심 지표로서의 침투율
SO와 NO의 분리는 단지 A/S차원에서의 비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케이블TV 사업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절정적인 요인이다. 케이블TV 사업은 전송망이라는 투자를 완료한 후에 그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통하여 투자를 회수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네트워크 사업이다. 따라서 전송망투자 대비 기대 할 수 있는 수익가능성(return of investment)에 대한 고려는 사업운영의 핵심이며, 투자된 전송망으로부터 발생할수 있는 다양한 원천의 수익 총합을 극대화하는 것이 다름 아닌 다양한 케이블TV 사업전략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 즉 침투율(penetration rate, 가입자수/홈패스수)을 높이려는 케이블TV 사업자와 전략은 케이블TV의 독특한 진화 경로(난시청-유료채널(전화, 부가서비스)-기본채널-페이퍼뷰-전화, 부가서비스)를 낳았고, 케이블TV의 채널구성 및 서비스가격, 수평적·수직적 통합 등과 관련된 규제의 문제 역시 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현재의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기투자된 탭오프(tap-off) 단자 1개당 수익을 극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인 홈패스 당 수익률의 극대화(RGI)는 침투율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케이블TV 사업의 모든 유형은 침투율을 중심에 놓고 진행될 수 없다.11) 그리고 나라별로 다른 케이블TV 사업의 전개과정 역시 그 내용을 보면 침투율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는 가구수 10만을 갖고, 홈패스율이 50%인 케이블TV 사업자의 수익변화를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제공되는 서비스의 평균가격을 평균 1만5천원, 1만원, 5천원으로, 유료채널 수신료가격을 7천원으로 가정하자. 1만5천원인 경우에는 지금과 같이 전체채널로 구성되는 빅패키지 하나만이 제공되는 경우라고 가정하고, 1만원과 5천원의 경우는, 실제로는 물론 위의 표와 같은 형태가 되지는 않겠지만, 논의의 단순성을 위해서 제공되는 개별 티어들의 평균가격을 뜻한다고 가정한다.
서비스의 평균가격이 1만5천원에서 1만원, 5천원으로 인하됨에 따라 침투율은 각각 10%에서 20%, 50%로 증가한다고 전제할 때, 기본채널 수신료수입 기준으로 가입자당 수익은 감소하지만 홈패스당 수익은 1천5백원에서 2천5백원으로 증가한다. 만일 가격을 1만원에서 5천원으로 내렸을 때 최초의 기대(50%)와는 달리 침투율이 35% 수준에 머문다면, 홈패스 1가구당 수익은 1천7백5십원으로 감소한다. 이럴 때는 차라리 가격인하(예컨대 채널티어링)를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경우에도 유료채널로부터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만일 유료채널 가입률이 40% 수준이 된다면, 침투율 35% 수준, 5천원의 가격에서도 홈패스당 수익은 2천7백3십원이 되어 같은 기준의 1만원 가격에서의 2천5백6십원보다 우월한 전략이 된다. 요컨대 침투율 증가를 통한 홈패스당 수익의 제고는 케이블TV의 채널라인업과 부가서비스 등과 같은 서리스의 질과 가격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케이블블TV 사업에서 침투율과 홈패스당 수익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바로 투자수익 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망을 깔아서 얼만큼의 돈을 벌 수 있고 언제쯤 되면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이 바로 홈패스당 수익이다.
이와 같을 때 NO와 SO의 분리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우선 정액제로 지불되는 망사용료는 앞서와 같이 침투율을 늘리기 위한 케이블TV 사업자의 전략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앞의 예에서 SO입장에서는 서비스가격을 1만원에서 5천원으로 내릴 경우 만일 침투율이 35%에 머문다면, 기본 수신료수입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손실이 발생하지만 늘어난 기본채널 가입자수는 유료채널 수신료 수입의 증가를 가져다주어 결과적으로는 수익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부가서비스를 번들링할 수 있다면 SO의 수익은 더욱 증가할 것이며, 만일 SO가 망을 소유하고, 그때의 수익이 망 업그레이드의 투자액을 상회한다면 적극적인 망 업그레이드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 NO는 그와 같은 전략에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설혹 망사용료가 SO의 총수익에 연동되는 형태로 변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앞의 표에서와 같이 서비스가격이나 채널구성별로 달라지는 침투율의 변동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수요로부터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risk-taking)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가격인하나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에 따라 침투율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 SO와 NO 모두 그와 같은 위험을 감수하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즉, 진취적인 경영전략 수립이 매우 어렵다.
또한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NO의 역할인 망부설, 즉 홈패스율의 증가가 SO의 역할인 가입자수 확대를 통한 침투율 증가에 전혀 연결되지 않았을 때, 즉 NO가 비효율적으로 망을 깔았을 경우, 이른바 원가주의에 의해서 산정된 망사용료를 통하여 NO의 비효율이 SO에게 전가될 수 있는 여지가 상존한다. SO의 마케팅이 부실한 경우에도 물론 마찬가지가 된다. 위의 표에서 빠진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용부분이다. 단위당 가격- 비용간의 차이(price-cost margin)에 따라 SO의 순이익은 변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위의 표에서 유료 가입률 20% 기준 총수익은 침투율 10%, 수신료가격이 1만5천원일 때는 월 8천2백만원, 침투율 50%, 수신료가격 5천원일 때는 1억6천만원이 된다. 그러나 만일 가격이 1만5천원일 때의 마진율이 30%, 5천원일 경우에는 10%라고 가정할 때, 각각의 순이익은 2천4백만원, 1천6백 만원이 되어 침투율 10%일 때가 훨씬 유리하게 된다. 바로 그간 문제되었던 NO가 망사용료를 수신료가격의 인하에 관계없이 1만5천원일때와 동일하게 받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결국 SO와 NO가 통합되었을 경우에는 당연히 1 억6천만원의 수익을 발생시키는 쪽으로 사업전략이 세워지겠지만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그보다 열등한 8천2백만원의 수익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12)
결론적으로 SO와 NO의 분리는 케이블TV 사업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낳는다. 즉,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나 채널구성 및 가격전략으로부터 기대되는 불확실한 침투율의 변화에 진취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가로막고, 이는 결국 낮은 침투율→질낮은 서비스→낮은 침투율의 악순환 고리 연결을 낳을 수밖에 없다. 또한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망 고도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하겠으며, 투자 대비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경영전략이 매우 제약을 받게됨은 물론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NO의 망 사용료 산정방식 역시 이 사업의 본질을 염두에 두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망사용료는 침투율에 연동되어 SO의 마케팅과 NO의 망부설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는 산정공식으로 개발되었어야 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NO의 망부설이나 불성실한 SO의 마케팅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타사업자에게로 전가될 수 있는 여지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참고적으로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케이블TV 사업자의 전략은 결국 침투율을 늘려 홈패스당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초기 유료채널의 증가는 침투율을 늘림과 동시에 가입자당 수익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고, 1991년부터 침투율이 정체상태(20%대)에 있는 영국케이블TV 사업에서의 전화서비스 번들링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수있다.13)
위의 그림은 비록 규제라는 시장 외적인 요인이 작용하였지만 케이블TV 사업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되는가를 아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 홈패스 43.2%(침투율 55.0%)에서 1985년 홈패스 70.9%(침투율 56.7%)에 이르는 기간동안 가입자수는 1천9백만에서 3천6백만으로 거의 5년만에 100% 증가하였다. 그 기간동안 기본채널수는 19개에서 41개로 증가 하였으나, 그에 비하여 유료채널수는 1978년 2개에서, 1979년 5개, 1980년 8개, 1983년 11개로 계속 증가하여 1994년 들어 디지털화를 대비한 유료채널 PP의 전략에 따라 20개로 대폭 늘어나기 전에는 대체로 8∼9개 수준을 유지하였다.
미국의 경우 1984년 케이블법에 의해서 요율규제가 풀리기 전에는 기본채널의 가격은 규제를 받아 왔고, 채널숫자가 30개 남짓한 상태에서 다양한 채널 구성(채널티어)의 개발은 쉽지가 않았다. 미국의 경우 1989년까지도 공중파 재전송을 위한 의무적인 기본티어 외에 2개 이상의 티어를 제공하는 SO의 비율은 17%를 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효과적인 전략은 유료채널을 통한 추가수익을 지속적으로 늘리는데서 찾아졌다. 그 결과 1977년 하나 이상의 유료채널에 가입한 유료가입자 비율 25.3%는 1985년 85.3%로 급신장하게 된다. 1980년에서 1985년까지의 유료채널 수신료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의 지속적인 증가는 이를 반영한다.
이와 같은과정을 통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면서 늘린 가입자수는 기본채널이 등장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 즉 광고수입을 보장하게 된다. 1985 년 41개였던 기본채널은 1995년 102개로 늘어났고, 이는 소비자의 저항감없이 기본수신료의 인상을 가능하게 하였고, 동시에 다양한 티어의 구성 역시 용이하게 하였다. 비록 1992년 케이블법에 의해서 다시 기본채널 요율규제가 있었지만 소비자의 선택은 요율규제를 받지 않는 확장형 티어였고, 케이블TV 사업자는 과거와 동일한 수익구성곡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1985년 이후 증가하는 기본채널 수신료수입 비율은 이를 반영한다.14)
그렇지만 꼭 유료채널만이 늘어난 침투율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부가서비스나 전용선서비스, 전화서비스도 같은 역할을 한다. 케이블TV사업자가 지역전화 사업을 겸업하는 영국의 경우가 좋은 예이다. 최근의 영국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규제기관인 ITC가 그동안 전채널 의무재전송 규정(MCR : Minimum Carriage Rule)을 풀고 올해 7월부터 케이블TV 티어링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Cable 7e1의 경우 티어링을 통하여 침투율을 40%로 끌어올렸고, 그에 따라 케이블서비스에서는 월 2.40파운드의 홈패스당 순수익(20% 침투율을 갖는 경쟁자의 평균 홈패스당 순수익 2.20파운드), 전화 서비스에서는 6.40파운드의 홈패스당 순수익(경쟁자의 경우 4파운드)을 올려, 총 8.40파운드(경쟁자의 경우 6.20파운드)의 홈패스당 순수익의 증가를 기록했다. 결국 케이블TV서비스를 통해서 침투율을 높이고, 그에 따라 늘어난 전화가입자가 발생시키는 6.40파운드가 주된 수익원인 셈이다.15) 이상과 같은 외국 케이블TV 사업자의 경영전략, 즉 침투율을 늘리고, 그에 따라 늘어난 가입자당 수익을 제고시키는 케이블TV 사업본연의 시장전략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SO와 NO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근본적인 제약을 받는다.
2. SO-NO의 분리와 우리나라 케이블TV의 비효율성
그렇다면 SO와 NO가 분리된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1997년말 기준으로 1차 지역(약 810만가구 기준)의 홈패스는 약 78%(634만단자)라는 엄청난 수치이나, 침투율은 12.3%(78만 유료가구)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여 미국의 경우 1976년의 홈패스율은 31.2%에 불과했으나, 침투율은 51.1%였다. 달리 말하면 초기부터 거의 포화점(saturation point)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망부설과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1990년 홈패스율이 92.2%, 침투율 60.1%에 달할 때까지 15년동안 침투율은 50∼60%사이에서 조금씩 증가하는데, 달리 말하면 적어도 설치된 탭오프의 반이상을 가입자가구에 연결 시키면서 사업을 운영해왔던 것이다.16) 케이블TV 사업이 안되는 대표적인 국가인 영국의 경우 역시 사업초기에도 침투율이 20% 이하로 내려간 경우는 전혀 없다. 또한 시내전화와 번들링되는 영국의 경우 홈패스당 수익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2배 이상이 되므로, 실 내용면에서는 침투율이 40% 이상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요컨대 우리나라 케이블TV에서 나타나는 홈패스율과 침투율은 정상적인 사업의 결과라고 하기 어렵다.
위의 표에서 볼 때 한전지역의 경우 홈패스 1가구당 약 6만6천9백원을 투자하여 1997년말 기준 침투율 11.9%를 나타내고 있고, 한통지역은 홈패스 1 가구당 약 13만6천1백원을 투자하였고, 침투율은 14.2%에 이르고 있다.
한전지역의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낫은 까닭은 한전지역의 홈패스율이 높은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의 경우 1995년 대비 1996년의 홈패스 증가가 SO 평균 4만6천2백단자로 한통의 3만8천6백단자에 비하여 망부설에 적극적이었다.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부설에 대한 t-test를 해본 결과, 한전과 한통의 홈패스가구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여러 여건을 동일하다고 할 때 한전측이 좀 더 전송말부설에 적극적이었다는 항간의 이야기가 사실임을 확인시켜 준다(P=.09). 그러나 1996년 대비 1997년의 경우 한전의 홈패스 증가는 SO당 평균 1만8백개, 한통의 경우 1만1백개에 그쳐 1996년 이후 한전, 한통 모두 전송망확장에 소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홈패스 1가구당 수익은 한전지역의 경우 연 2만4천3백원, 한통지역은 연 2만9천2백원에 불과하다(P=.16). 그러나 실제로 NO의 수입은 홈패스 1 가구당 수익의 15%이므로 한전지역은 연간 SO 평균 약 3천6백4십8원, 한통은 약 4천3면8십6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NO와 SO가 분리된 상태에서 부설된 망에서의 낮은 침투율이 야기한 비효율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만일 현재와 같은 침투율이 지속되고, 현재의 망사용료 가격이 유지된다면, 한전망의 투자회임기간은 약 18.4년, 한통망의 경우에는 무려 31년이 걸린다. 반면 동일한 조건(현재의 망사용료 배분비율)을 놓고 우리가 침투율을 50%로 가정한다면(이 경우 SO와 NO가 통합되어 미국의 경우에서와 같이 시장이 있는 지역부터 점차적으로 망부설을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전과 한통의 가입자 1인당 투자비와 수신료 배분기준을 전제할 경우에도 회임기간은 한전읜 경우는 3.5년, 한통의 경우는 7.3년에 불과하다.
만일 SO와 NO가 통합된 케이블TV 사업자가 전송망을 고도화시켜, 홈패스당 수익을 늘리는 쪽으로 경영전략을 잡을 경우,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그 때의 망부설비용이 2배에 달하고, 일괄적인 망부설에 의한 홈패스의 증가로 전체 침투율이 30%로 떨어졌다는 것을 가정하고, 반면에 가입자당 수익은 50% 증가하고, 마진율이 증가함에 따라(왜냐하면 부가서비스나 전화서비스의 경우 프로그램 사용료가 없기 때문에 가입자당 마진(price-cost margin)은 증가한다) 망 감가상각에 전체수입의 30%(위의 예를 기준으로 보면 망사용료에 전체수입의 30% 할당)를 할애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망 투자회임기간은 앞의 경우, 즉 소극적인 경영을 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다. 이상과 같은 예는 케이블TV 사업자의 서로 다른 사업 운영방식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그와 같은 상이한 케이블TV사업 운영방식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개별적인 사업자의 몫이다. 그러나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정책적으로 특정사업 운영방식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17)
업계에 따르면 만일 SO가 망부설을 할 경우 현재의 한전, 한통의 투자액보다 휠씬 낮은 가격에 망부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가입자 망 고도화의 경우에도 셀당 1,000가구수 기준 예상비용이 약 1억2천4백만원임을 감안할 때, 전화서비스가 가능한 셀당 500가구 미만의 HFC망을 구성할 경우, 물론 망구성 방식에 차이가 있겠지만, 10만가구, 홈패스 75% 기준 130 ∼160억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18)
다음으로는 NO와 SO가 분리된 상태에서 망부설 자체가 얼마나 비효율적일 수 있는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의 단순 상관 분석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위의 표에서 놀라운 것은 홈패스 숫자와 가입자 숫자간에는 통계적으로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P=.139). 정상적인 사업이라면 홈패스된 가구 숫자가 많으면 당연히 가입자 숫자가 많아야 한다. 가입자 숫자와 홈패스 숫자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은 다른 말로 말하면 케이블TV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과 전송망부설이 확대되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는 NO가 SO의 마케팅이 불가능한 엉뚱한 지역에다 망을 깔은 경우이다.19) 둘째는 NO가 적정지역에다 망을 부설했음에도 불구하고 SO가 전혀 마케팅을 하지 않은 경우이다. 물론 NO나 SO, 각각의 입장에서는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만일 SO와 NO가 통합된 상태에서는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위의 표에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사업구역내의 총대상 가구수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홈패스율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수준에서 줄어든다는 점이다(-.430, p=.001). 달리 말하면 비록 대상 가구수가 크면 클수록 홈패스된 가구수는 늘어나지만, 대상 가구수가 커지는 비율만큼 홈패스된 가구수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입자수와 해당지역의 총가구수, 홈패스된 가구수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즉, 총가구수가 1만명 증가할 때 가입자수는 760가구 정도가 증가하지만 홈패스가 증가하는 비율이 가구수가 증가하는 비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로 인한 가입자 감소분 314가구(홈패스율 75% 기준)를 뺀 추가 446가입가구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달리 말하면 현재와 같이 SO-NO가 분리된 상태에서는 사업구역 확대를 통한 케이블TV 사업성 제고라는 정책 역시 실제로는 매우 제한적인 효과를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1997년말 기준으로 볼 때 프랜차이즈 구역별로 홈패스당 수익은 매우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53개 SO전체를 대상으로 하였을 때 가입자수 기준 상위 10개 SO의 홈패스당 수익은 약 4만2 천원, 하위 10개 SO의 수익은 약 1만3천원에 이르고 있어, 약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전과 한통지역을 분리시켰을 경우 상위 10개 SO와 하위 10개 SO간 홈패스당 수익의 차이는 약 2배 정도의 차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는 t-test를 할 경우 모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다(P=.000). 위의 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은 홈패스율과 가입률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이다.
홈패스율과 무관하게 프랜차이즈 지역별로 가입률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까닭은 크게 두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첫째는 프랜차이즈 지역자체가 잠재적인 가입자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이고, 둘째는 SO의 마케팅이 매우 효과적인 경우이다. 만일 이와 같을 때 한전, 한통의 전송망매각이 개별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면 프랜차이즈의 가치와 SO의 마케팅이 발생시킨 가치를 한전과 한통이 아무런 이유없이 전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프랜차이즈 구역별로 홈패스당 수익, 즉 전송망의 가치가 상이하다는 사실은 전송망매각시 반드시 프랜차이즈별로 쪼개서 팔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전송망매각시 프랜차이즈 자체의 가치와 SO의 마케팅이 발생시킨 가치를 전체망의 가치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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