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산업구조 재편과 SO·NO의 통합
-한국전력, 한국통신의 전송망 매각문제를 중심으로-
조은기(종합유선방송위원회 객원연구원)
삼분할 구조로 출발한 우리나라 케이블TV 사업구조에서 지역독점사업권이 갖는 내용적 핵심과 SO·NO 분리의 비효율성을 분석하였다. 기존의 전송망 사업자인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 전송망 사업을 포기할 경우 전송망의 매각방식은 기업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될 수 없음을 케이블TV 프랜차이즈 일반이론에 의하여 설명 하였다. 대안적인 매각방식으로는 프랜차이즈 구역별 전송망경매가 제시되었으며, 이때 SO와 NO의 통합과 케이블TV망을 통한 시내전화 경쟁유도의 필요성이 강조 되었다.
I.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지난 1995년 3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우리나라 케이블TV 사업은 사업개시 만3년이 조금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사업개시 초년부터 불거진 우리나라 특유의 삼분할 사업구조의 문제점은 규제자나 사업자 모두, 이제 더이상 삼분할 구조로 케이블TV 산업을 끌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삼분할 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좀 더 정확하게는 정책실패라는 공감대를 일차적으로 반영하며, 내용적으로는 크게 네가지 차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엄격한 진입제한 규정과 사업자간 상호겸영금지 조항의 완화 내지는 해제로 대표되는 구조적 규제의 완화이다. 둘째는 허가장 부관사항 및 이용약관 개정을 통한 행위규제 완화이다. 구체적으로는 SO의 전채널 의무재전송 조항해제, SO의 요율규제 완화, PP의 프로그램 공급분야 변경허용이 이에 해당 한다. 셋째는 케이블TV와 중계유선의 관계정립, 또는 통합문제가 구조조정 논의의 전면에 부상했다는 점이다. 크게는 중계유선의 NO지정을 통한 공존, PP 프로그램 중계유선 송출허용과 역무제한 철폐를 통한 본격 경쟁, 복수 SO지정을 통한 제도권내 흡수 등으로 구분될 수 있는 양 사업자간 공존과 경쟁을 둘러싼 논의가 무성한 상태이다. 넷째는 1차 지역 NO인 한국전력과 한국통신(이하 한전, 한통)의 케이블TV 사업철수 움직임에 따른 전송망확보 내지는 기투자된 전송망의 처리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2차 지역의 24개 SO 중 한전과 계약한 20개 SO는 한전의 전송망부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면허를 받아 놓고도 사업을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고, 1차 지역 SO의 경우에는 한통, 한전의 전송망인수와 관련하여 다양한 입장이 공존하는 젓으로 알려졌다.1)
이상과 같이 요약될 수 있는 최근의 변화는 모두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케이블TV 전체 사업구도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폭발력을 내재하고 있으나, 각각의 문제는 근본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와 둘째의 문제, 즉 구조적 규제와 행위규제 완화는 통념적인 의미에서의 시장원리를 케이블TV 시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친다. 부연한다면, 각 개별사업자의 효율성 극대화를 가로막는 구조적 차원의, 혹은 시장행위 차원의 장애요인을 제거하여 앞으로는 효율성 원칙에 따라 전체 케이블TV사업이 움직이게끔 한다는 취지로 이해될 수 있다.2)
반면에 셋째와 넷째의 문제는 첫번째의 구조적 규제 완화와 두번째의 행위 규제 완화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한 전제조건, 혹은 이행기적 정책과제 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재의 우리나라 케이블TV 프랜차이즈 제도의 존립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다. 후술하겠지만, 우리나라 케이블TV 프랜차이즈의 내용적 핵심이 PP프로그램의 배타적 사용과 전송망의 안정적인 공급을 요지로 하는 독점적 사용권(exclusive right)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셋째와 넷째의 문제는 현재의 케이블TV 프랜차이즈 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을 때, 최근 제기된 중계유선의 PP프로그램 송출허용과 SO와의 공정한 경쟁유도 문제와 NO의 전송망 사업 퇴출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상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양자 모두 SO와NO의 분리라는 삼분할구조의 핵심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중계유선의 PP프로그램 송출은 국가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프로그램 제작부문의 활성화, 시청자 복지 등과 같은 정책목표와 관련하여 어떤 형태로든 빠른 시간내에 허용되어야 하겠지만, 그전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 예컨대 SO의 프랜차이즈 면허조건에 의한 시설투자 및 공적 의무에 따른 비용부분, 공중파 프로그램의 저작권문제 등이 그것이다.3)
하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규제자 입장에서도 행위규제 완화와 관련된 문제들은 구조적 차원의 규제문제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 까닭은 규제목표가 되는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 시청자 복지 등의 규범적 가치의 실현여부가 실제로는 사업자의 시장행위, 예컨대 채널구성, 가격 책정 전략 등에 달려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주로 새 방송법 제정을 중심에 놓고 이루어진 최근의 케이블TV 구조조정 논의에서 행위규제 완화부분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행위규제 완화부분은 그 내용면이나 파급효과 측면에서 사업자나 규제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하며, 접근방식 역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매우 정교한 논리를 요구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SO가 자신의 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SO와 중계유선간의 공정한 경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투자의 주체와 수익의 주체가 분리된 상태에서 경쟁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전략의 수립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경쟁에서 이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잠재적인 수익의 상당부분이 실제적인 경쟁행위와 무관한 사업자(NO)에게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O와 NO의 통합문제는 지금가지 서술한 네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일차적인 문제를 구성한다. 요컨대 최근의 한전, 한통의 케이블TV 사업포기 움직임에 따른 전송망 매각문제는 그간 삼분할 구조아래 발생하였던 비효율성의 원천인 SO-NO 분리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며, 동시에 중계유선과 SO의 관계정립의 선결 조건, 나아가 첫번째와 두번째의 변화로 대표되는 케이블TV 사업에 시장원리 도입이라는 정책방향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게끔 하는 근본적인 조건(삼분할 구조의 실질적인 폐지)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상의 관점에 따라 진행될 앞으로의 논의는 첫째로, 케이블TV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일반 논리와 한전, 한통의 전송망 매각문제를 어떻게 접근하여야 하는지, 둘째로 우리나라의 삼분할 사업구조가 야기한 SO와 NO의 분리가 어떤 비효율성을 야기하였고, 왜 SO와 NO의 통합이 없는 케이블TV의 발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지, 셋째로 왜 SO와 NO가 통합이 전제된 케이블TV 사업자중심으로 가입자망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이른바 유효한 경쟁(effective competition)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는지, 넷째로 그와 같을 때 한통, 한전망의 매각은 어떤 원칙, 어떤 방식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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