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케이블TV 프랜차이즈의 개념과 계약갱신의 문제
1. 케이블TV 프랜차이즈의 일반 논리
우리나라 케이블TV를 논의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의 하나로 프랜차이즈를 꼽을 수 있다. 정부 주도하에 삼분할 구조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도입된 우리나라 케이블TV에서 프랜차이즈라는 용어는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변형된 개념적 내용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케이블TV 사업구조에서 프랜차이즈가 의미하는 내용적 핵심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일반적인 의미의
케이블TV의 프랜차이즈 개념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좀 더 정확하게는 '프랜차이즈 경매(franchise bidding)'라는 용어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제도는 독점사업규제의 한 유형이다. 규모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용 하는 자연독점(natural monopoly) 사업에 대하여 정부가 진입규제와 가격규제를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해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프랜차이즈 경매제도 도입의 배경이다.4) 기본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독점사업권을 경매에 붙이면 경매참가자는 자신이 공급할 서비스의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고, 결국 동일한 서비스를 가장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즉 가장 효율적인 기업에게 독점사업권이 돌아갈 것이며, 그때의 서비스가격은 마치 경쟁시장에서처럼 기업의 평균비용과 일치하는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가격이 된다라는 논리이다.
따라서 경매참여자간의 유효한 경쟁이 존재하는 한 정부는 따로 가격규제를 할 필요가 없고, 다만 독점사업권을 가진 사업자가 애초에 약속한 서비스의 질과 가격을 공급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만을 감시하면 된다. 사업자는 정부에 의해서 진입규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쟁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없이 안심하고 투자를 하고, 약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권을 한 사업자에게 영구적으로 부여할 경우, 그것은 다른 잠재적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랜차이즈는 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대개의 경우 충분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10년 이상의 기간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을 때 케이블TV 프랜차이즈와 관련된 핵심적인 이슈는 크게 네가지로 나뉘어질 수 있다. 첫째는 과연 케이블TV에 작용하는 규모의 경제가 독점규제, 즉 지역독점권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가의 문제이다. 즉, 두개 이상의 케이블TV 시스템간의 경쟁가능성 문제이다. 둘째는 프랜차이즈 계약의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의 문제이다. 잠재적인 경쟁이 가져다주는 편익과 실제적인 시설투자가 활성화되는데서 발생하는 편익간에는 상쇄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프랜차이즈가 부여된 이후의 독점기업의 규제문제이다. 핵심적으로 가격규제의 범위와 필연적으로 비용을 발생시켜 최종서비스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밖에 없는 공작 의무수행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네번째의 문제는 프랜차이즈 계약의 갱신과 사업권이 취소되었을 때 기존시설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2. 케이블TV 프랜차이즈 계약취소와 기존시설의 처리
본고의 핵심적인 주제, 즉 한전, 한통의 전송망 매각문제와 관련이 깊은 것은 기존의 사업자가 프랜차이즈를 상실했을 때 기존사업자의 시설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 즉 네번째의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만일 프랜차이즈를 가졌던 기업이 프랜차이즈 기간이 끝난 후 사업권 재취득에 실패한 경우, 지금까지의 기업은 새롭게 프랜차이즈를 획득한 기업에게 투자한 시설을 양도할 의무가 있고, 새롭게 프랜차이즈를 획득한 기업은 이전 기업의 시설을 인수할 의무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먼저 프랜차이즈를 가졌던 기업에게는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없고, 새롭게 프랜차이즈를 획득한 기업의 경우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모든 시설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비효율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5)
물론 해석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한전, 한통의 경우 종합유선방송법에의 한 전송망 사업자 지정을 받았고, 정부가 고시한 사업구역별로 전송망을 부설 하였기 때문에, 비록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기형적인 케이블TV의 프랜차이즈가 실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NO 역시 망부설과 관련된 프랜차이즈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최근의 한전, 한통의 사업퇴출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의무 불이행에 따른 프랜차이즈 획득에 실패한 경우, 혹은 프랜차이즈가 취소된 경우와 동일한 사례로 파악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이와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의 규정을 1984년 케이블TV법의 제627조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미국 케이블TV법의 제627조는 기존의 케이블TV 사업자가 재면허 획득에 실패하거나 면허가 취소되었을 경우에 기존시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규정(condition of sale)을 담고 있다. 재면허 획득에 실패하거나, 면허가 취소될 경우에는 규제자가 기존시설을 인수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할 것을 명령할 수 있는데 이때 양도가격은 만일 프랜차이즈 허가장에 그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면 그에 준하여 양도가격이 결정되고, 만일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는 전제아래, 프랜차이즈 자체의 가치를 포함하지 않는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6) 그러나 정당한 이유에 의해서 면허가 취소될 경우(revoked for cause)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앞의 조문에서 형평에 맞는 가격(at equitable price)이의 미하는 것은 기존의 사업자가 프랜차이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유, 무형의 피해에 해당되는 액수만큼이 양도자격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의 사업자는 프랜차이즈 의무 불이행에 따른 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면허를 취소당했을 경우에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기존시설을 양도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조항에서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하는 이유는 이미 매몰비용이 되어 버린 기존사업자의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한 조항이고, 프랜차이즈 자체의 가치를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인수자가 부담할 비용이 기투자된 시설의 물리적 가치와 관계없는 요인에 의하여 터무니없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7) 이외에도 각 주별 관련법을 살펴보면 재허가 획득에 실패하거나, 허가가 취소될 경우 새로운 사업자가 사업을 인계하기 전까지 기존사업자가 성실하게 기존의 사업을 영위하게끔 하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8)
NO와 SO가 분리되어 있고, 정상적인 의미의 케이블TV 프랜차이즈가 도입 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상과 같은 미국 케이블TV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물론 무리가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한전과 한통의 전송망매각이 적어도 어떤 원칙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구체적인 양도가격 설정은 우리 현실에 맞는 형태로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위의 사례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전, 한통의 전송망매각은 케이블TV 프랜차이즈라는 정책의 문제이고, 따라서 개별기업 수준에서 자유롭게 매수자와 양도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9)
한편 한통, 한전의 전송망매각은 이른바 삼분할 사업구조라는 지금까지의 케이블TV 산업구조를 전면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굳이 이 자리에서 반복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누차 지적된 삼분할 구조의 폐해의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크게 보아 영업의 주체와 투자의 주체를 분리시킨 점, 그리고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즉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인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10) 따라서 새로운 구조조정안의 중심은 SO와 NO를 단일사업자로 묶고, 질높은 케이블TV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는 메커니즘에 놓여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와 같을 때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SO-NO의 통합은 수많은 문제를 푸는 첫번째 단추이며, 한전, 한통의 전송망 매각과 관련해서도 SO-NO의 통합은 최우선의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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