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케이블TV의 편성전략
1. 전일방송체제
(1) 편성전략
지상파방송의 여러 난제 중의 하나는 방송시간 관리이다. 전파자원의 한계속에서 방송시간의 연장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사정과 관련하여 방송시간에 대한 논의가 항상 뒤따라 지상파 방송시간의 연장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케이블TV에서는 첫째 방송시간을 연장하며, 둘째 지상파방송과의 경쟁에서 틈새시간을 공략하고, 셋째 지상파 휴지방송시간을 활용하여 시청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전일방송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전일방송이란 하루 24시간 내내 방송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방송시간대는 아침방송, 낮방송, 저녁방송, 심야방송13)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나라 방송은 전력소비와 관련하여 가시청자수가 적다고 판단되는 낮 시간과 심야시간대의 방송이 제외되어 왔다. 현재, 지상파방송은 한정된 시간, 즉 오전 6시부터 12시까지의 오전시간대와 오후 5시에서 시작하여 밤 12시 혹은 1시경에 종영되는 저녁시간대로 나눠져 특별한 중계방송이 없는 한 정해진 방송시간을 엄수하므로 방송시간은 오전시간대와 오후 5시 이후의 저녁시간대로 한정되어 있다. 전일방송 실시는 기존의 방송시간에 낮방송과 심야시간 대가 연장되는 것이다. 특히 낮시간이 한가한 가정주부나 취학전 아동, 노인들과 심야시간에 깨어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지상파방송의 한정된 방송시간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정오 이후의 오후시간대와 자정 이후의 심야 시간대에 TV시청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상파방송이 부재한 틈새시간을 공략하여 시청자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전일방송을 실시한다.
(2) 현황
케이블TV 개국초기에 대부분의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이 일일방송을 오전 10시 전후에 실시하고 새벽 1시 전후에 종료함에 따라 방송의 휴지시간이 많아 개국 당시 "24시간 방송"이라는 홍보전략과는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받아들여 1996년 2월부터 전일방송이 실시되었고 현재 12개 채널-YTN,
MBN, 캐치원, DCN, Q채널, HHS, 드라마넷, KMTV, m.net, LG홈쇼핑, 39쇼핑, A&C코오롱- 에서 전일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채널들은 보도, 영화, 오락, 음악, 홈쇼핑 분야이다. 보도부분은 24시간 어느 때나 일어나는 사건을 신속하고 기동성있게 전달하기 위해 전일방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홈쇼핑의 경우, 상품광고의 도달률을 높이고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융통성있고 보다 많은 상품소개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확대 실시되고 있다. 또한 영화채널에서는 영화 매니아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들을 낮시간과 심야에 편성하여 이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다. 음악, 바둑, 스포츠채널과 같이 취미와 관련된 채널은 이 방면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시간을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증대할 수 있어 전일방송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기타 다른 채널은 전일방송의 필요성이 절실하지 않으며 특히 인지도나 인기가 없는 채널인 경우 전일방송이라는 모험을 원하지 않고 있다.
(3) 고려사항 및 과제
일단 방송시간 연장에 따라 늘어난 시간에 대한 프로그램 편성전략이 고려 되어야 한다. 첫째, 전일방송 실시로 확장된 시간을 편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전일방송 실시에 따른 방송시간 증가는 곧 프로그램 구입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확보력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일방송 실시로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의 경영수지와 프로그램 수급계획에 수정을 가해야 할 것이다. 방송시간으로 전환된 이전의 휴지시간을 순환편성으로 대치한다면 프로그램 확보를 위한 경제적인 부담감은 해결될 수 있지만, 이로 말미암아 방송시간 연장에 따른 프로그램의 질적인 면은 하락한다. 둘째, 기존에 분류된 시간대가 재조정되어야 한다. 휴지시간대였던 새벽 1시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시간을 포함하여 새롭게 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06: 00∼10:00(아침시간), 18:00∼22:00(가족시청시간), 00:00∼06:00(심야 시간)으로 재조정하든지, 또는 영화채널에서는 심야전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셋째, 방송대상자에 관한 분석으로 낮시간대와 심야시간대의 예상시청자와 예상시청률을 분석하여 적절한 전일방송 편성을 도모해야 한다. 이들 시간대에 시청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우리나라는 심야시간대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심야시간대의 시청자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시된다. 그러나 영화, 음악, 뉴스와 같이 심야시간대에 시청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들은 전일방송을 통해 더욱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방송시간 연장에 따른 외화비율조정도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한다. 전일방송 실시전에도 외국영화와 한국영화의 30:70의 비율준수가 어려웠기 때문에 전일방송 실시 이후에 그러한 외화비율 준수는 편성의 힘겨운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의 IMF 체제에 따른 케이블TV 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볼 때 24시간 방송은 사실 무리여서 재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송사마다 경영난을 들어 방송시간을 단축하고 있어 전일방송 실시는 사실 힘겨운 실정이다. 경영난으로 인해 프로그램 확보에 차질이 생겨 늘어난 시간만큼 생겨난 편성공간을 재방송으로 채운다면 전일방송의 의미는 상실된다. 전일방송 실시를 단순한 방송시간의 증가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2. 지역밀착적 편성
(1) 편성전략
지역채널은 1970년대 초기에 미국의 몇몇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서비스구역내에 지역 프로그램을 전달하기 위해 지역채널을 통해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전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제 케이블TV 사업이 확장되어 전국 규모로 발전되었지만 지역중심의 프로그램 편성과 제공은 여전히 케이블 TV 서비스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기능이 되고 있다.14)
1972년 FCC는 지역주의(localism)의 원칙에 따라 각 방송사업자(system operator : SO)들이 프랜차이즈를 받은 지역사회에 로컬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소규모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50들은 이 규정을 준수했다.15) 우리나라에서도 법·제도적으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지역채널 운영을 명문화하고 있다. 현재 종합유선방송법 제22조제3항에 지역채널에 관해 규정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종합유선방송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스스로 제작한 지역정보 및 방송 프로그램 안내와 공지사항 등을 송신하는 지역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또한 동시행령 제23조제2항에 의하면 지역채널을 통하여 송신할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의 범위는 종합방송구역안의 지역생활정보 프로그램, 지방자치단체의 시책홍보를 위한 방송 프로그램, 방송 프로그램 안내, 그리고 지역사회 발전 및 지역주민 편의를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역채널의 운영방침과 방향에 관한 규정으로서, 현재 실행되고 있는 지역채널은 이를 준수하여 지역밀착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역정보 전달에 치중하고 있다.
(2) 현황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역채널들의 1일 평균 방송시간은 대략 8시간이다. 그러나 총 방송시간에서 여러번 되풀이되는 재방송시간을 제외한 본방송시간은 1일 평균 2시간이며 많은 지역채널이 평균 본방송시간인 2시간보다 적은 본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1일 방송시간에 비해 본방송시간이 적다는 점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재방률이 높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지역채널에 대한 순환편성비율이 60%가 넘는 높은 실정이다.
1주일동안 방송되는 지역채널의 프로그램 수는 대략 9개 이하이다. 전체 지역채널 중에서 가장 많이 편성된 프로그램 유형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으로서 약 1/3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지역소식과 시·구정소식이다. 지역소식을 포함 한 정보관련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지역채널의 주요 기능인 지역관련 정보제공에 주력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대개 보도식 전달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도식 전달은 단순구성과 종합구성으로 구분되는데, 단순구성은 뉴스 또는 짤막한 정보 프로그램과 같이 진행자가 준비된 원고에만 의존하여 단순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형태를 뜻하며, 종합구성은 진행자 중심의 이야기 전달방식에서 벗어나서 인터뷰나 자료화면 등을 첨가하여 다양하게 구성된 형태를 가리킨다. 현재 열악한 재정적 상황과 제작환경으로 인하여 종합구성보다는 단순구성된 프로그램 제작에 치중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케이블TV 홍보 프로그램과 방송순서 및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안내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대담과 자막처리도 프로그램 형태 중 빈번히 나타나는 형태이다. 특히 지방인 경우에는 지방인사들과 대담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또한 부동산, 구인·구직, 행사안내 등 여러가지 생활정보가 자막처리됨에 따라 자막처리 프로그램이 많이 방송되고 있다. 저렴한 제작비로 많은 정보를 가입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지역채널들이 자막처리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고 있다.
(3) 고려사항 및 과제
지역채널은 지역밀착형이라는 속성을 강조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주민에게 친밀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편성이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인기나 시청자 들의 관심과는 무관한 채널이기 때문에 자칫 소홀하면 시청자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므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살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편성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역채널편성의 시급한 과제는 우선 열악한 제작환경에 따른 빈곤한 프로그램 수급의 극복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지역채널을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이용해 주느냐도 중요한 문제이다. 중앙적 주제에 의해 주도되어 온 프로그램에 익숙한 시청자 들이 지역 프로그램에 얼마나 흥미를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우리나 라처럼 중앙과 지방간의 차별성이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지역주민들조차 중앙과 차별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역채널의 운영이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정보사회가 구축되고 미래의 케이블 TV는 쌍방향 서비스가 강화된 방송서비스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채널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새삼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정보의 취급내용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비정치적인 생활정보로 국한된 프로그램 제공만이 허용되었던 지역채널 운영에 대한 한계성이 지적됨에 따라 1998년 1월 1일부터 SO에 의한 지역뉴스 제공과 이를 송신하기 위한 취재가 허용되었다.16) 이 조치는 정치적이든 비정치적이든 지역주민들에게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줄 때 지역채널이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취지를 반 영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50에 처해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50가 자체적으로 취재능력을 갖추거나 전문기자를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사이비기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언론비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지역채널을 통해 다른 매체에서 얻을 수 없는 자신들에게 밀접한 정보를 제공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적인 관심사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공이 중요하다. 따라서 생활정보외에 지역주민과 밀접한 사안인 지방의회중계와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선거, 지역구선거와 관련된 보조방송의 실시는 이러한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3. 순환편성
(1) 편성전략
방송 프로그램은 빠르게 소비되고 프로그램 구입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원을 활용하는 젓이 또 하나의 전략이 된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유용성을 최대한으로 확장하기 위해 프로그램 자원을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제한된 프로그램 자원을 활용한다. 케이블TV와 같은 다채널 방송은 재방송을 하지 않으면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왜냐하면 지상파방송처럼 다양한 장르를 한정된 채널로 방송하는 것과는 달리 특정화된 장르의 프로그램을 한 채널에서 계속 방송할 경우 재방송을 도입하지 않으면 프로그램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상파방송보다 한정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수지를 맞추기 위해 특정 횟수의 반복편성 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는 순환편성을 활용한다. 즉, 시간대와 일자를 달리하여 반복해서 방송함으로써 편성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이는 프로그램을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제한된 프로그램 자원을 반복편성하여 경비를 절약하는 일종의 경제적인 편성전략이기도 하다. 또한 기능적인 차원에서는 전문화된 채널에서 될 수 있는 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노출기회를 부여하여 한 프로그램에 대한 소구율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2) 현황
초기에 재방률이 60∼70%까지 올라가 프로그램의 다양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환편성비율은 감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자료를 보더라도, 채널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순환편성이 50% 이상을 상회하는 채널이 아직 많다. (표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이 IMF여파에 따른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는 방송사들은 순환편성으로 방송을 지탱하고 있다는 느찜을 줄만큼 순환편성의 비율이 80∼90%를 상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에서 극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편성하고 있는 영화, 여성, 종교, 오락채널에서의 순환편성비율은 상당히 높다. 그러나 순환편성비율은 주단위로 산출되고 있기 때문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초방과 재방여부에 따라 측정될 따름일 뿐, 재방인 경우 그 프로그램이 언제 초방되었으며, 몇 번 방송되었는가를 가늠할 수 없다. 또한 순환편성의 수치는 물리적인 반복의 횟수를 나타내는 수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실감하는 순환편성과 수치상의 순환편성은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지난 주에 방송된 프로그램이 거듭 방송되면 시청자들은 순환편성을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1년전에 방송된 프로그램이 해가 지나 방송되면 그 프로그램이 순환편성 되었는지가 쉽게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다.
(3) 고려사항 밑 과제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증진하고 프로그램 재고에 따른 결과로 순환편성이 만연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확보에 투자를 하지 않거나 무분별한 편성전략에 따른 결과라면 이는 고려되어야 한다. 순환편성에 대한 논의는 다양성과 관련된다. 순환편성의 정도가 높으면 다양성이 저해되며 순환편성이 낮을 경우 다양성이 보장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일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순환편성은 다양한 프로 그램 제공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실제로 케이블TV의 가입자들이 해약하는 이유 중에서 "재방송이 많다"가 1995년에는 31.4%, 1996년에는 25.5%, 1997년에는 26.4%를 차지하고 있어 순환편성에 대한 불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상적인 프로그램 편성이라면 순환편성이 전혀 없는 프로그램 제공이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순환편성에 대한 외적인 규제를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어떤 수치를 지정할 수 없다. 단지 프로그램 공급자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 할 의무가 있다고만 명시해놓고 있어, 자율적으로 순환편성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순환편성 문제는 효율적인 편성기법에 의해 해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실, 프로그램 공급업자들은 시청대상층과 시청시간대의 과학적 조사에 입각하지 않은 순환편성, 흥미성이 떨어지는 프로 그램의 마구잡이식 순환편성, 방송시간의 길이를 고려한 순환편성보다 개별 프로그램 수에 의존한 편성, 특정 프로그램을 평균 이상 많은 횟수로 순환편성함으로써 상대적인 순환편성비율을 가중시켰다.
프로그램 재활용 측면에서 순환편성이 필요하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첫째, 고시제를 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1개월 단위로 몇 번의 순환편성을 하는지를 미리 고시함으로써 재방송의 기회를 미리 알려준다. 둘째, 시청자들의 생활리듬을 파악한 시간대 활용으로 순환편성을 다른 시간대에 재배치하여 시청기회를 증대한다. 셋째, 순환편성을 선별적으로 적용한다. 양질의 인기있는 프로그램만을 순환편성의 대상으로 하고 질이 떨어지거나 인기없는 프로그램은 순환편성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편성횟수를 줄인다. 넷째,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둔 장기적인 편성체계틀을 이용한다. 시청자들이 순환편성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게 전체 편성표를 분석하여 과학적으로 배치하면 빈번한 재방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4. 전문편성
(1) 편성전략
케이블TV의 특성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는 세분화, 전문화된 다양한 채널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 채널내에서 시간별로 모든 유형의 프로그램들을 제공해주는 종합편성과는 달리 전문편성은 특성화된 내용의 프로그램만을 제공해준다. 전문편성은 첫째, 일부 선호 프로그램에 대한 융통적인 편성을 할 수 있다. 영화, 음악, 스포츠와 같이 특정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은 기존 지상파방송의 백화점식 편성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영화는 프라임 타임이 아닌 밤시간에 주로 편성되어 있으며, 스포츠는 다른 방송 편성시간에 맞춰 중계되고 이것 또한 정규방송에 밀려 중간에 중계가 중지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처럼 지상파방송 입장에서는 어느 특정 프로그램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안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각기 다른 시청동기와 욕구를 채워주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전문편성을 실시하고 있는 케이블TV는 특성화된 채널을 통해 본인들이 원하는 내용의 방송을 언제나 시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둘째, 협송실시로 소외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편성을 할 수 있다. 지상파방송의 모든 채널이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거의 같은 시간에 내보내고 있기 때문에 방송편성의 주된 타켓층에 들지 않는 중장년충이나 어린이, 노인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내에서 다양한 계층을 겨냥해야 하는 지상파방송이 최선책으로 최대공약수적인 편성을 하다보면 모든 계층의 시청자들을 만족시켜 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방송국의 수익, 광고수입, 시청자들의 열의 및 참여와 연관되는 젊은 도시층이 주대상이 되며 어린이, 노인, 여성들은 편성차원에서 소외된다. 그러나 케이블TV는 소수의 특정한 수용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 지상파방송에서 홀대받는 소외계층을 수용할 수 있다. 또한 지상파방송은 공익 개념을 추구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층을 대변하거나 옹호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정치나 종교와 같이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에 대해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표방한다.17) 그래서 간혹 특정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 강력히 소구할 수 없는 취약점이 있다. 이런 문제도 전문편성에 의해 해결될 수 있다.
(2) 현황
전문편성은 내용별(프로그램 유형별)과 주시청 대상별로 분류되어 있다. 내용별로는 영화, 음악, 만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스포츠, 교육, 바둑, 문화예술, 교통관광으로, 주시청 대상별로는 어린이, 여성, 종교집단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제공되는 내용과 소구대상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제1유형은 광범위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 내용제공으로 현대방송이 그 예가 된다. 제2유형은 협소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한 종합적 내용을 다루는 동아TV, GTV, 어린이TV, 종교방송이다. 제3유형은 광범위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협소한 내용을 제공하며 YTN, CTN, MBN, 마이TV, 리빙TV, A&C 코오롱이 있다.
제4유형은 협소한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협소한 내용을 제공하는 투니버스, 바둑텔레비전, m.net, KMTV이다. 분야별로 특성화된 각 채널의 전문편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표2)의 주편성 기준에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영화채널인 캐치원과 DCN은 24시간 국내 외국영화를 방송하는 것으로 특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국내외 극영화위주의 집중편성을 하고 있다. 또한 GTV와 동아TV로 대표되는 여성대상 채널은 여성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3) 고려사항 및 과제
전문편성을 실시할 때는 두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는 전문편성에 따라 필요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되어야 하며, 둘째는 다양한 대상층이 형성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다양한 대상층과 다양한 프로그램 수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케이블TV가 성공한 미국은 다양한 인종에 의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있고 영상산업의 발달로 소프트웨어를 확보할 수 있어 케이블TV산업이 번창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이런 여건들이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전문편성 고수가 더욱 어렵다.
특히 특성화된 채널간의 중복편성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전문편성을 하기 위해 채널간의 특성화를 혼합식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기준간의 상호배타성이 결여되어 있어 채널간의 중복편성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분류된 공급분야, 즉 채널의 특성화된 프로그램 제공에 대한 전문편성지침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프로그램 공급분야의 각 채널로 하여금 해당 공급분야의 목적과 일치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게 함으로써 전문편성원칙을 준수해 나가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편성을 강화할 경우 자칫 독점편성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 전문편성은 해당 공급분야에 적합한 프로그램 편성에 주력하게 하여 채널의 전문성과 채널간의 차별화에 따른 각 채널의 고유한 이미지와 특성을 부각시키는 방안이지, 채널간의 배타성을 강조하는 독점편성을 위탁하는 사항은 아니다(이와 관련된 사항은 주편성·부편성에서 다시 논의될 것이다).
만약 전문편성의 의미를 독점적 편성권으로 받아들여 이를 통제할 경우 편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제도적인 틀로 편성의 기준을 설정하여 편성의 자율권을 침해하기 보다는 채널운영이 전문편성을 합리적으로 이행하는 방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채널 운영자들도 시장원리에 의한 인기성 프로그램 편성에 급급하지 말고 채널의 전문영역을 확고히 준수해야 한다. 얼마전 실시한 장르변경 신고 결과 거의 모든 채널이 소위 인기성있는 영화와 홈쇼핑으로의 전환을 신청해 자칫 케이블TV의 전문편성이 와해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이다. 물론 경영난으로 인한 자구책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특화된 프로그램 제공에 충실하는 것이 전문편성의 기본적인 실행 이다.
5. 전문편성에 의한 주편성과 부편성(상호보완적 운영차원에서의 논의)
(1) 편성전략
종합유선방송법 제22조의 규정에 의하면, 케이블TV의 채널구성과 운용은 다양성이 구현되어야 하므로 정부가 방송 프로그램의 공급분야를 지정한다. 방송사의 수익성 위주의 편중된 프로그램 제공은 채널간의 상호보완성의 의미를 상실하게 하므로 정부가 일정한 비율을 책정하여 특화된 프로그램 공급의 편중화와 채널간의 과다한 경쟁을 방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주편성 부편성에 관한 규정이 책정되었다. 각 채널의 허가받은 특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다른 채널과 영역이 중첩되는 내용의 프로그램은 일정한 비율로 제한하여 수익성이 높은 특정 인기 프로그램에 편중되는 것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즉, 중복편성을 방지하고자 한다.
중복편성이란 어느 채널이 다른 채널에서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편성함으로써 다른 채널과 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이 방송되어 전문편성이라는 차원에서 두 채널간에 배타적인 독립성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주편성이라 할 때 다른 채널에서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중복편성하는 것은 부편성이 된다. 각 채널들은 특성화된 프로그램 위주의 편성보다는 채널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관련되면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DCN은 영화채널이기 때문에 영화 편성이 주편성이 되며, 만약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편성했을 경우, 이는 드라마채널과 중복편성이 되어 부편성으로 분류된다. 또한 여성채널이나 어린이채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를 방송했을 경우에 영화채널과 중복편성이 되며 이 또한 부편성이 된다. 이와 같은 채널간의 상호침해를 방지하고 채널별 특성을 강화하여 전문편성을 정착해 나가기 위해 주편성 및 부편성제도를도 입하여 주편성을 80%, 부편성을 10∼20%내로 제한하고 있다.
(2) 현황
(표2)에 나타난 바와 같이, 특히 내용에 따라 특성화된 채널에서는 주편성과 부편성의 구분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부편성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 반면에 대상으로 특성화된 채널에서는 주편성과 부편성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부편성에 보다 많이 치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린이채널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채널이므로 어린이가 주제가된 프로그램과 어린이에게 흥미를 주는 프로그램은 영화를 비롯하여 만화, 음악, 다큐멘터리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여성채널인 경우에는 여성교양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 음악, 다큐멘터리 등의 여러 채널과 중복될 수밖에 없어 주편성과 부편성을 분류하기가 애매모호하다. 또한 3개의 종교채널도 어느 특정종교의 참뜻을 전달한다는 목적하에 이 목적에 편승하는 편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종교와 관련된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과 연관되어 있다.
(3) 고려사항 및 과제
전문편성에 관한 세칙과 부편성 허용조건에 관한 규정에 따라 편성의 탄력성을 부여하고 전문편성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한도내에서 일절비율의 부편성을 지정해 이를 허용하고 있다.18) 이는 채널별 고유공급분야 이외의 타분야 편성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분야별 중복 프로그램 편성을 방지하여 채널별 프로그램 편성의 전문성과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채널의 특성화에 주력한다 하더라도 부편성을 수치상으로 제한하여 채널간 프로그램 편성상의 배타성을 조장하고 상호진입을 제도적으로 규제하게 되면, 타채널간의 배타적인 독점편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채널마다 특성화된 영역을 설정해 놓고 있는 전문편성이 채널간의 배타적인 운영과 각 채널에서의 독점적인 편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복편성이 채널의 전문편성을 실시한 결과라면 어느 한도를 정해 이를 규제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이러한 부편성 규제는 현재처럼 20여개의 채널에서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채널이 차츰 늘어나 수십개가 되면 적절히 통제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앞으로 요리, 골프, 미용, 노인, 역사물, 여행 등의 전문채널들이 생겨나면, 이들 채널들은 기존의 특성화된 채널들을 보다 세분화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채널들과의 중복편성은 불가피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요리채널은 여성채널과, 골프채널은 스포츠채널과, 역사물채널은 다큐멘터리채널 및 교양채널과 중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로그램 분야별로 제한적인 부편성 허용은 유동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초기단계에서 전문편성의 정착을 위해 인 위적으로 10∼20%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으나 이는 점차적으로 유동화되어야 한다. 공급분야의 혼합분류로 인한 분야간, 채널간의 중복편성의 완전한 배제는 불가능하며 프로그램 수급상황에 따른 편성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부편성 인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채널간의 동질화 현상이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유형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되면 다른 방송사나 채널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프로그램을 모방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 때문에 채널간의 다양화보다는 동질화 현상이 야기된다.19) 이에 따른 프로그램 내용 및 형식의 획일화와 동시간대 유사 프로그램 편성은 질적인 다양성을 저해하고 그 결과 "볼 것이 없다"라는 불만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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