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맺는 말
현재 케이블TV는 매체적 특성이 반영된 다음과 같은 편성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첫째, 방송시간 제한에 의한 한정된 프로그램 제공이라는 제약성을 탈피 하여 상세하고 현장감있는 프로그램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전달해주기 위해 24시간 방송을 실시한다. 둘째, 서비스 담당지역과 밀착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청자들과의 밀착된 상호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밀착적 편성을 활용 한다. 셋째, 같은 프로그램을 시간과 일자를 달리하여 여러차례 순환시켜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특정영역에 관심을 갖는 시청자들에 대한 도달률과 프로그램 자원활용의 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순환편성을 실시한다. 넷째,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용과 대상에 따라 세분화, 특성화하는 전문편성을 실시한다. 다섯째, 채널간의 상호보완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각 채널의 특성화된 장르를 보존하고 특정 프로그램의 집중화를 꾀하기 위해 주편성·부편성체계를 실시한다.
이와 같은 편성전략을 실시한 결과, 케이블TV는 이제 지상파방송과는 차별화된 방송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성전략을 실시함에 따른 문제점들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으므로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보완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일방송인 경우 방송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증가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일단 늘어난 시간에 따른 프로그램 수급이 중요한 사안이지만 이는 경제적인 여건과 맞물려 있어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24시간 방송은 단순히 방송시간의 양적인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처럼 첨가된 시간대가 시청률이 낮은 시간 대라는 이유로 편성차원에서 무시되어 거의 재방송으로 채워진다면 전일방송의 의미는 상실된다. 물론 케이블TV가 처해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4시간 방송이 무리일 수 있으나, 미국에서 거의 모든 채널이 전일방송체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와 향후 위성방송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여 전일방송에 대한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역방송은 현실적으로 제작상의 열악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질이 높거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프로그램 제작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정된 제작환경으로 인해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과 같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수 없는 편성상의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채널은 지역적인 관심사와 관련된 프로그램 제공에 더욱 역점을 두어야 한다.
지상파방송과는 달리 순환편성을 케이블TV의 특성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서비스 차원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진다. 특히 현재와 같이 무분별하고 지나친 순환편성은 프로그램 공급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되어야 한다. PP사들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편성전략상의 순환적인 배치를 감안하더라도 재방률이 80%를 오르내리는 순환편성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순환편성을 제도적인 차원에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PP사들이 자율적으로 순환편성비율을 격감시켜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문편성실시는 케이블TV의 성패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전문편성은 케이블TV에서 가장 돋보이는 편성전략이다. 그러므로 특성화된 장르에 치중해야 하는 전문편성의 기본적인 취지는 준수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채널과 관련없는 인기 장르의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관련은 있지만 특성화된 영역이 아닌 프로그램을 특성화된 영역의 프로그램보다 많이 방송하고 있는 실정은 시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채널간의 중복편성이 만연하여 채널간의 상호보완적인 기능이 상실된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중복편성이 만연화하는 것을 우려하여 특성화된 장르에 치중해야 하는 전문편성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주편성·부편성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주편성·부편성문제는 편성의 자율과 관련된다. 어떤 편성수치를 설정하고 이를 지킬 것을 종용할 경우, 자칫 각 채널에서 마련하고 있는 자체의 편성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를 낳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문제를 편성 담당자에게 맡겨 자율적인 조정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편성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를 무릅쓰고 상한선을 정할 것인지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그러나 심의가 자율적인 조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주편성과 부편성에 관한 제한도 편성담당자의 자율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처럼 케이블TV의 편성전략이 프로그램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사안 임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도입 이후, 우리는 전략적으로 케이블TV의 기술적인 속성에 주목해왔다. 특히 케이블TV의 테크놀로지 부분에 초점을 맞춰 시청자들에게 뉴미디어로서의 케이블TV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왜냐하면 다매체·다채널시대에서의 케이블TV의 입지와 특성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맥락에서의 논의가 케이블TV와 타 매체간의 차별성을 강조하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케이블TV 도입 초기에는 매체의 외적인 속성부각이 돋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활성화되면 그 다음에는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시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케이블TV가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느냐가 케이블TV 발전의 관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편성하여 누구나 "최적의 프로그램이 최적의 시간에 배치"되었음을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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