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 개방에 따른 문화적 파급효과

원용진(동국대 신방과 교수)

이제 미디어와 문화의 격차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분리해 사고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는 말이다. 문화적 사안이 정치적, 경제적 사안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음을 감안해볼 때 미디어 정경(mediascape)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디어는 단순히 미디어에 그치기를 거부하고 다른 사안들과 접맥되어 전혀 다른 사회기제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는 '미디어 기계'로 불리어 질 수 있다. 여기서 기계란 용어는 물리적 장치 혹은 조직으로서 미디어이기를 넘어서 사람들의 행동과 삶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고 연결하는 사회적 장치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미디어 기계는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설명되어 졌다. 미디어 기계 자체가 우리의 일상에 그물망처럼 펼쳐져 있음을 간과하거나 아니면 그 악영향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왔다. 미디어 기계의 기술성, 감수성 등에 대해서 철저한 토의없이 미디어 기계 자체의 권력성만을 강조해온 감도 있다. 미디어가 점차 융합되는 경향을 바라보면서도 기존의 미디어 패러다임으로 사고하거나, 미디어를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ISA)라는 굴레에만 국한시키는 노력을 보여왔다. 당연히 미디어는 사람들의 행동과 삶의 흐름을 절단하고 채취하며 연결하기도 하는 사회적 장치로 간주되기보다는 매개의 수단 혹은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단정되어 왔다.

일본 문화개방과 관련된 논의에서 왜 미디어 기계에 대한 이해를 높히자는 주장을 하는가? 일본의 문화개방은 다름 아닌 미디어의 개방이다. 단순히 영화, 방송,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미디어를 개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영화, 방송, 만화, 애니메이션 등은 이제 독립된 미디어로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멀티 미디어의 시대에 각각을 다른 미디어로 규정하는 것은 낡은 사고틀에 기반한 것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영화라는 미디어에는 영화음악을 담는 음반, 가정용으로 만드는 비디오, 스핀 오프(spin-off) 현상에 입각한 소설, 애니메이션 등이 거의 동시간적으로 뒤 따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다양해보이는 미디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미디어의 개방은 다름아닌 개별 미디어가 아닌 미디어 정경의 변화, 미디어 기계의 개방이며 그것이 우리의 행동과 삶의 흐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초점이 모아지는 사안이다.

mediascape

일본문화의 개방에 대한 논의도 결국 미디어 정경(mediascape)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변화가 과연 우리 삶의 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산된 개방과 관련된 담론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미디어 정경을 미디어 영역으로만 국한시켜 설명했음이 그 첫 번째로 받을 수 있는 지적이다. 미디어 정경은 인적 교류(ethnoscape), 기술 교류(technoscape), 금융 교류(finanscape), 이념 교류(ideoscape) 등과 한데 묶어 설명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양한 영역과의 관계설정없는 미디어 정경은 미디어 환원론으로 몰고갈 위험이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산업론(혹은 경제론)을 기반으로 한 개방(혹은 반대)론이 그 구체적인 예다. 여기서는 일본 문화의 개방이 우리의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하고 통계내고 해석한다. 이와 같은 단순한 작업들은 실질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어 개방과 관련해 담론을 주도할 위험이 있다. 두 번째로 지적될 수 있는 점은 미디어 정경이 미디어의 기술발전이나 기술발전이 우리의 감수성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없이 설명된다는 점이다. 점차 영상을 중심으로 수렴되어 가고 있는 현대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에서 영상의 효력에 대한 점검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자적 사고가 여전히 영상논의를 주도함으로써 영상기술발전으로 인한 새로운 감수성의 개발 등에 대해서 눈을 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만약 미디어 정경에 대한 위의 전제가 맞다면 일본문화개방과 관련해서 한 차원높은 논의가 요청된다. 일본문화 개방은 우리의 미디어 정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일본문화가 과연 우리 문화에 비해 감수성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우월한 것인가, 아니면 감수성을 전혀 엉뚱한 곳으로 몰고갈 위험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등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 솔직히 말하자면 - 그 수준에 이를 만큼 우리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본문화, 일본방송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전문가들간의 개인차는 분명 존재하겠지만 대체로 초보적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방송산업의 크기에 대해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지니지 않고 있으며, 전체 산업에서 방송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들 방송의 전망, 그 사회내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문화적 위치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간혹 보고서 형식으로 일본의 방송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거나, 우리의 방송법제를 정리하기 위해서 잠깐씩 언급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들 방송의 내용이나 일본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일본방송 등에 들어가면 우리는 거의 소경에 가깝다. 몇 년간의 체류를 바탕으로 적은 일본방송경험기는 많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거친 전문서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짧은 동안의 방송경험으로도 일본방송 운운하면서 책을 낼 정도로 일본 방송에 대한 연구는 참담할 정도다. 한차원 높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데도 그 지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는 일본의 문화개방, 방송개방을 앞두고 묘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방송에 대한 연구 부족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다. 첫째, 우리나라 방송연구가 지나치게 법제연구, 그것도 서구의 법제연구에 치중한 탓을 들 수 있다. 많은 경우 법제연구는 비교연구를 채택하고 있는데 북미, 유럽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실적인 면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방송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그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NHK와 KBS는 그 운영이나 조직면에서 쌍둥이 모양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국의 BBC를 모델로 삼고 있으며 그에 빗대 우리 방송법제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더 많다. 둘째로 일본방송에 대한 선입견 탓을 들 수 있다. 일본방송은 폭력, 선정성 등의 이미지와 함께 늘 떠오른다. 일본 방송의 내용은 열심히 들여다 볼 것도 없이 그럴 것이라고 단정한다. 공영방송, 민영방송, 지상파, 케이블 텔리비젼, 위성방송 등의 구분도 없이, 그것이 갖는 문화적 의미에 대한 풀이, 그 안에 담긴 일본적 특수성, 혹은 보편성 등에 대한 논의없이 선입견을 앞세우고 있다. 세 번째로 수세적인 자세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일본은 우리 방송의 일본내 진입금지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우리 방송 혹은 일본 방송에 적합한 우리 소재(가수, 영화 등)를 방송할 수 있다. 이미 일본방송은 자신의 산업적 요구에 맞추어 우리 방송, 방송 소재를 이용하고 있어 일본문화 개방후 일본시장에서의 우리 문화산업이 이윤을 더 올릴 수 있을 거라는 최근의 한 연구소 발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산업이 일본 문화개방으로 덕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제작자본의 확보, 합작을 통한 자본 및 기술제공 편의를 받는 것, 구체적으로 보아 방송으로서는 싼 값에 시청률 검증을 받은 일본 프로그램을 받는 것 등으로 좁혀질 것이다. 오히려 일본 문화의 개방으로 일본 시장을 개척하는 것 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이득을 얻는 쪽으로 방향이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국내 문화산업이 개방을 편승해 국내에서 이득을 더 획득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은 실제 문화산업들이 국제 시장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일본 문화, 방송이 지니고 있는 장르범위, 신소재, 영상적 감수성을 활용하고 그 활용을 기반으로 새롭게 세계시장 개척이라는 쪽으로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일본에 편승해 국내 시장에서 점유률을 높히려는 기획만이 문화산업에 의해서 이루어진 탓에 일본 문화, 방송에 대한 논의는 수세적이며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개방관련 담론 지형도

이 글의 발표를 의뢰받고 당황하던 기억이 있다. 일본 문화개방에 따른 '문화적 파급효과'가 필자에게 주어진 주제인데 과연 문화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없이 이 주제를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필자는 학계에서 문화를 연구하는 부류에 항상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런데 그 분류는 정치, 경제, 사회를 논의하고 남은 다음의 잉여에 해당하는 것을 문화라고 규정되는 것에 힘입은 것이다. 문화를 그런 식으로 정리한다면 이 주제에서도 나는 우리 전통문화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이 심각한 병을 앓을 것이다, 가치관에 혼란이 올 것이다 등과 같은 답을 내놓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상당부분 정리된 답을 의미없이 내놓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란 그런 식으로 정리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정리로부터 일본 문화개방에 대한 적확한 대응전략을 내놓기도 힘들다. 일본문화 혹은 방송이 개방된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산업 전반, 방송산업내의 문화,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정치적 행위 및 태도, 대중문화에 대한 신념 등 모두에 - 어떤 형식으로든 -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거기서 문화를 떼어내어 설명한다는 것은 자칫 문화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관념론적 문화론, 문화주의론의 함정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 글을 더 전개하기 전에 나름대로 문화에 대한 그림을 밝혀야 할 필요가 있게 된 셈이다. 앞에서 설명한 미디어 정경이란 용어에 기대보자. 미디어 정경에 대한 학문적 요청은 미디어의 지형도를 그리자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정치학을 꾸며보자는 주장이었다. 즉 미디어가 우리의 생활에 어떻게 절개하고 차단하고, 혹은 이어줄지를 정리하자는 것이었던 셈이다. 일본 문화개방과 결부해서는 일본의 미디어 정경일부가 우리 미디어 정경과 겹쳐졌을 때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를 정리해봄이 바로 '문화적 파급효과'를 제대로 기술(記術)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우리의 미디어 정경과 일본의 미디어 정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둘이 겹쳐졌을 때 어떤 모습을 띠게 될런지를 살펴보며 그 겹쳐짐이 우리의 생활에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쳐보는 단계가 설정될 수 있다. 이처럼 이 글에서 문화를 사고하는 방식은 그와 같은 과정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미디어 정경에서의 변화 그리고 미디어 기계로부터 단절되거나 연결되는 일상적인 삶 모두를 포함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문화를 정지된 그 무엇 즉 명사(名詞)로 파악하는 것을 지양하고 동사(動詞)로 보되 과정의 총체로 보자는 의도로 읽혀질 수 있다.

총체적인 논의부족은 제대로 된 정책수단을 갖추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담론의 효과로서 일본문화 개방에 대한 전혀 엉뚱한 결론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두고 담론의 사회적 효과라고 말한다. 특정 담론은 다른 담론과 결합하여 일종의 담론 구성체를 만들고 그 구성체를 통해 사회내에서 진리영역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국민감정과 문화산업의 취약성, 그리고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한 덩어리로 묶어져 힘있는 담론의 지위를 누릴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형편에 문화산업까지 내주고 나면 돈도 잃고 민족 정신도 잃는 최악의 상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바로 그와 같은 담론 구성체로 볼 수 있다. 그 구성체는 사회내에서 동의를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문화개방 등과 같은 사안을 두고 자신의 의견인 양 펼치게 되는데 좋은 기반이 되기도 한다. 즉 사회내에서 진리의 영역을 누리는 것이다.

일본 문화개방에 대한 담론은 매우 단순한 모습을 갖는다. 일본문화 개방에 대한 경계를 늘 외쳐오기만 했을 뿐 그 문화자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없었던 탓이다. 개방과 개방반대, 절차에 대한 강령적 논의만 무성했을 뿐 그 정당성, 타당성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간혹 드물게 개방과 반대의 타당성을 대는 논의들 조차도 단편적일 경우가 많았다. 민족감정, 국민정서, 문화산업 위축 등등이 그 예다. 나는 그 논의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개방 찬반의 타당성들이 전혀 절합되지 않은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개방과 반대로 확연히 갈라지지는 않지만 그 스펙트럼 상에 놓여 있는 많은 논의들은 적어도 한 두가지의 측면에서 자신들의 논의를 보충하려 한다. 찬반의 근거를 한 축에 국한시켜 놓은 논의들이 많다. 그 첫 번째 예가 문화산업론이다. 우리의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개방 혹은 반대를 하고 일본문화개방이 우리 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해낸다. 개방론자들은 일본 시장에의 진출, 합작의 가능성, 일본의 유통망을 이용한 우리 문화산업의 세계 진출을 내세운다. 아울러 문화산업에 만연해 있는 일본 문화의 모방을 제거할 수 있고 문화산업이 장르적 확대를 꾀할 수 있음을 내세워 개방을 지지한다. 그에 비해 반대론자들은 아직 취약한 우리 문화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개방을 지연할 것을 주장한다. 두 번째의 논의 축은 사회심리적 차원이다. 흔히 거울론(혹은 사회심리학적 접근)으로도 불리운다. 일본을 가까운 타자로 규정하고 타자의 진입을 평가하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개방론자들은 새로운 타자의 등장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새롭게 해주는 좋은 기회(자기 해방)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론자들은 영원한 타자로 두고 우리를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함을 주장한다. 거울론적 설명은 사회심리학적 접근으로도 불리울 수 있는데 정체성의 다양화, 정체성 혼란으로 개방의 효과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측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린다. 세 번째의 측면은 정치론이다. 문화개방의 문제를 한일간 정치적 현안문제와 연관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종군위안부문제, 한일어업협정문제, 일본천황방한문제 등등과 연계시켜 개방의 폭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 번째, 사회론은 보다 큰 차원에서 일본문화개방을 설명한다. 문화개방은 궁극적으로 일본에의 종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문화개방으로 한일간 거리는 좁아질 것이며 가까운 이웃으로 맞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다섯째는 문화적 접근인데 자신감과 현실인정을 앞세운 개방주장과 일본문화의 저속성과 퇴폐성을 앞세운 개방반대 사이에 많은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축을 바탕으로 하는 담론들을 정리해보면 대체로 <표 1>과 같은 지형으로 나타난다.

사실 이와 같은 많은 담론들은 방송개방에 대한 의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방송

<표 1>

담론의 축

개방 -------------------------------반대

문화산업론

거울론

정치론

사회론

문화론

경쟁력 강화, 일본진출, 창작고취 시장잠식, 문화산업종속

새로운 타자 인식, 자기해방 정체성혼란, 민족감정

협상력강화 선정치해결, 후문화개방

교류활성화 종속

자신감, 형평성, 현실인정 저속성, 퇴폐성

산업에 미치는 영향, 일본방송이 우리의 정체성에 미칠 영향, 방송으로 인한 한일간 관계의 전망, 우리의 문화전반에 미칠 영향 등으로 나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한데 어울리지 않고 각 측면만이 강조될 경우 유용한 결론을 얻어내기란 힘들다. 이처럼 단편적인 논의들이 지금까지 이루어진 이면에는 우리가 일본문화 혹은 일본방송을 너무 단순화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 찬반을 막론하고 - 지금까지 이루어진 일본의 문화(방송문화)에 대한 담론의 성격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보편성 오류다. 일본 방송내부에도 편차가 있게 마련이다. 방송주체에 따라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방송 내용에 대한 논의는 주로 상업방송의 특정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의 심야 영화나 버라이어티쇼 등은 종종 언급되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공영방송의 다큐멘타리, 그들의 방송제도, 조직 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일본 방송에 대한 역사적 고찰의 부족이다. 일본의 문화적 정체성과 방송은 상관관계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전사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1. 제1기 부정적 특수성의 인식(45-54) 2. 제2기 역사적 상대성의 인식(55-63) 3. 제3기 긍정적 특수성의 인식전기(64-83) 4. 제4기 특수성으로부터 보편성으로 (84-) 이와 같은 변화가 일본의 방송에 가미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역사적 고찰없이 일본방송 일반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해보인다. 오래된 일본 방송 소프트를 구매할 경우에도 그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개방을 통한 잇점을 사장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장르적 편차에 대한 논의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일본 방송을 논의할 때 장르간 차이는 사장된다. 특히 일본방송의 특정 장르로 일본방송문화를 재단하는 일이 많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심야쇼, 영화 등을 놓고 그것의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논의하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네 번째로 모방 방송에 대한 집착 (지나치게 모방에만 집착한 것은 아닌지)이다. 우리 방송이 일본 방송을 모방하고 있다는 혐의를 갖고 모방의 비윤리성을 논의한다. 모방을 막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 방송은 과연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다섯 번째로 일본방송이 일본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 대한 논의의 부족이다. 우리는 아직 일본방송의 크기와 해외진출 성공여부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통해서 이익을 더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얼마만큼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여섯 번째로 방송의 멀티 미디어적 성격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을 단순히 단일매체로 보는 일은 매우 위험해 보인다. 예를 들어 가요홍백전이 수입된다고 했을 때 방송의 수입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가수, 노래, 의상, 연기 등등이 함께 수입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우리의 논의가 단일매체로만 그치고 연관효과를 논의하지 않을 때 멀티 미디어적 영향을 놓칠 수 밖에 없다.

대체로 오류를 담고 있는 이와 같은 일본 방송에 대한 담론들은 단편적인 문화개방 담론(찬반론)들과 어우러져 사회적 효과를 내게 마련이다. 우선 개방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를 막았다. 즉 일본방송을 비롯한 일본문화를 보편화시키고 균일화 시킴으로서 일본방송 내부의 차이를 무시하게 만들었고 선별적인 논의를 확장시키지 못했다. 일본의 드라마에 대한 논의, 일본 쇼프로그램에 대한 논의 보다는 우리 방송이 얼마나 모방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 등에 그쳐버린 감이 있다. 아울러 우리가 갖추지 못한 감수성이 일본 방송을 통해 개발될 수 있는 여지 등은 논의의 싹을 키워보지도 못해왔다. 아사히 텔리비젼의 뉴스보도, NHK의 다큐멘타리, 니혼TV의 연성화된 교양방송 등은 우리 방송을 통해서 결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무책임하게 이들 방송을 칭송하고자 함이 아니라, 일본적 감수성을 우리에게로 이식하고자 함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지 새로운 감수성을 우리 상황에서 창출할 수 있도록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이고 체계적이며 공격적인 담론의 부족으로 그러한 기회를 획득하지 못했다.

방송, 문화 개방 등과 같은 사안들은 전체 삶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하는 철학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져야 한다. 현재 방송, 문화 정책관련부서는 그런 점에서 단견적이고 근시안적이며 철학부재라는 혐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필요에 따라 유리한 담론에 편승하는 수준에서 항상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하는 정도였다. 일본 문화 개방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의 표를 보면 문화관련 부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강력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구분

대통령의 입장

외무부서

문화부서

김영삼 정부

가급적 언급불가

전향적 개방

개방 불가

김대중 정부

전향적 개방

소극적 개방

적극적 개방

이는 방송을 비롯한 일본문화의 개방의 입장이 결코 문화적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준다. 정치적인 사안과 맞물려 논의된다. 특히 외무부서와 문화부서간의 괴리는 매우 커 보인다. 정치적 입장에 놓인 외무부서와 대통령의 입장을 따르는 문화부서의 차이는 매우 커 보이는데 둘다 정치적 입지에 따른 변화처럼 보인다. 외무부서가 외교적 실리를 노린다는 점에서 정치적이고 문화부서는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획기적인 변화를 보인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그렇다면 문화부는 과연 어떤 원칙으로 문화개방과 관련된 작업을 하는 것일까? 외교를 감안한 외무부서와도 다른 입장이고, 지금까지 문화개방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도 하지 않았다면 문화관련 부서는 무정견, 무철학, 무대책으로 일관해왔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도 어쩌면 단견적인 개방론들이 만들어낸 효과인지도 모른다. 호주의 문화정책 수립과정을 보면 우리의 정책수립과정이나 정책철학이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호주는 오세아니아라는 굴레를 탈피하고 아시아 태평양권으로 편입하는 경제, 정치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경제적 사고로는 부족하고 아무래도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더 큰 개념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들은 그것을 문화적 접근이라 이름짓고, 호주국민들의 정체성 변화, 호주에 대한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호주에 대한 태도,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득실, 등등을 따졌다. 아시아 태평양권에로의 진입이라는 화두를 두고 구체적으로 호주 국민들의 정체성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호주에 대한 아시아 태평양국들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 국가와 NGO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해서 꾸준히 연구해온 것이다. 호주의 Griffith대학의 문화정책연구소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문화연구를 전공하는 학자들로 중심이 된 이 연구소는 호주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는 곳인데 지난 몇해까지만 해도 이 연구소의 소장들은 내한해 한국의 문화정책을 살피려 했다. 하지만 문화관련 부서가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긴 하지만 체계적인 문화정책이나 철학이 없음을 간파하고 최근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산업적 차원의 담론이 주도함은 참으로 많은 폐해를 낳는다. 섣부른 산업 통계치로 산업의 미래를 추정하는 보고서들은 정책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많다. 삼성 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예로 들어보자. 1993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케이블 텔리비젼, 위성 텔리비젼 등의 시작을 앞두고 세계 영상시장 현황을 분석하고 해석하면서 우리 영상산업의 가능성을 점쳤다. 그 즈음해서 삼성은 영상사업단을 설립하고 영상시장을 선도하리란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그 보고서가 나온지 5년만에 케이블 텔리비젼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고 삼성영상사업단도 그룹내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고 급기야는 사업단내 제작팀을 철수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삼성 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당시 영상산업 관련 부서의 텍스트가 되다 시피했던 점을 상기해보면 그와 같은 분석이 얼마나 정책과 여론을 호도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학계나 시민사회계에서 해내지 못하는 일을 사설 연구기관에서 행할 수 있음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칭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순수한 의도로 행해지지 않고 이익창출을 염두에 둔 정책수립의 전주곡임을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통계치와 돈으로 환원될 수 없는 부분에 눈을 감게 되면 문화관련 정책은 자본이나 정치의 수단이 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일본 문화, 방송 개방 등에 대한 담론, 그리고 정책상황 등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도표로 결론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개방논의 : 전향적 자세, 적극적 대응의 필요

결국 개방논의를 적극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허약한 일본 문화(방송)연구의 기반이 되고 있는 학문적 자세를 교정해나가고, 정책연구 의뢰 등의 기반이 되는 문화관련 부서의 정책철학, 정견을 수립해나가는 일이 요청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서구 방송제도에 대한 학문적 집착은 방송정책 수립과정에서 일어난 주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부가 학계를 좌우한다든지, 학계가 정부의 주문대로 연구한다든지 하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학계와 정부는 합의된 선의의 의제(議題)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기간에 정부의 면피용 연구만 양산될 폐해만이 지속될 따름이다.

우리보다 더 큰 규모를 가진 일본 방송산업이 개방을 통해서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은 자명하다. 일본은 이미 우리 문화산업에 대해 개방적이기 때문에 우리 문화산업이 일본 시장의 진출로 지금 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지는 않는다. 다만 제작 부분에서 여러 형태의 합작으로 일본의 제작기술과 마켓팅 전략, 그리고 세계적인 유통망에 편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정도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합작 등을 통해 국내나 일본을 시장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좀 더 넓은 시장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자세가 만들어질 가능성 등일 따름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인적 인프라가 열악한 형편에서 일본에 편승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본 방송의 개방으로 우리의 방송산업이 당장 이득을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수지타산만으로 논의를 좁혀가면 당연히 문화개방은 개방불가라는 쪽으로 결론을 몰가갈 수 밖에 없다. 일본 방송의 수익 크기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거나 우리 방송산업의 수익을 논의하는 일 외에 통계수치로 잡히지 않는 수익을 계산하는 일이 요청된다.

일본 문화(방송)의 개방은 우선 우리 방송문화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물론 현행 방송법에 규정되어 있는대로 외국제작물의 편성비가 한정되어 있어 완전 개방된다고 할지라도 일본 방송의 편성비는 그리 높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편성되고 있는 일본의 텔리비젼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타리를 제외하면 오락 프로그램 등이 새롭게 방송 편성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 방송개방이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 것과 우리 것이 아닌 것을 분명히 밝히는 계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일본의 에니메이션이 일본 자막없이, 주인공들의 이름이 우리 이름으로 둔갑한 채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주제가가 우리 노래로 이루어져 왔다. 그동안 더빙과 각색에 힘입어 우리 것으로 알려져 왔던 많은 텔리비젼 애니메이션은 제작처가 분명해지게 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로 인한 캐릭터 사업의 성공은 그런 점에서 제어될 수도 있다. 무국적 문화라는 지적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능성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방관행도 줄어들고 새로운 장르구축이나 포맷의 창조를 위한 노력도 배가될 수 있다. 합작이나 제작 등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의 제고를 위한 방송문화가 정립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의 우리 방송조직의 비효율성, 비생산성을 자성해내고 방송사 바깥에서 왕성하게 벌어지는 방송 프러덕션의 중요성 등을 인식해내야 할 것이다. 수입 프로그램의 편성비 내에서 일본 방송이 편성된다면 외화의 다양성 제고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방송이 편성된다면 현재 방송되고 있는 대만 프로그램 그리고 한 두 번 방영된 바가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방영 가능성이 있는 중국 프로그램 등과 함께 동북아 방송 교류, 그리고 서로 다른 감수성의 교환이란 점에서 획기적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 인해 우리의 방송 편성에서 다양성의 폭은 훨씬 넓어지고 그로 인해 우리의 방송 수준을 가늠해보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다양한 방송 수입원을 만들고 다양한 타자를 곁에서 경험하는 일이 요청된다. 지금까지 우리에겐 미국이 가장 중요한 타자로 자리잡아 왔다. 그에 비해 일본과 중국은 영원히 멀기만 한 타자일 뿐 닮을 수 있는 타자, 배울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에 입각해 볼 때 미국 중심의 타자존재는 우리가 설 수 있는 기반을 좁게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 눈으로 바라본 아시아 태평양 문화, 동북아 문화 등을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고, 외교를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국의 눈, 대만의 눈, 일본의 눈으로 바라본 서구에 대해서 우리는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타자의 등장은 패러다임 전환의 가능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을 높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타자의 긍정적 감수성과 기술을 적절히 취득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일본 방송에 대해서 정책을 수립하는 일은 그런 점에서 필요한 것이다.

일본의 영화, 음반, 애니메이션 등이 방송을 타게 될 경우 장르적 확장, 문화적 교류란 차원을 넘어서 테크놀러지와 인간의 문제를 다시 생각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문화는 테크놀러지에 대해 전혀 새로운 견해를 보이고 있다. 흔히 동양의 사고축이라는 동도서기로만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재패니즈 록이나 SF애니메이션 등이 그 예인데 테크놀러지와 인간의 결합이 보여주는 다양한 가능성을 그 장르들은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테크놀러지에 대해 보여왔던 적대적 사고를 자성해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테크놀러지가 문화적 지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우리 문화는 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못했다. 테크놀러지를 활용하되 정신은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도구적 사고나, 테크놀러지에 의해 우리 삶이 건조해간다는 피해론적 사고의 양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F장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주지하다 시피 우리는 SF장르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그 장르는 빠져 있다. 왜 그런가? SF가 표현해내는 테크놀러지, 시간, 공간의 사안에 대해 우리 문화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거나 배격한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확실히 우리는 테크놀러지를 우리 문화안으로 끌어들이고 우리를 확장하는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온 것 같다. 헐리우드의 SF가 패권주의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 일본의 그것은 새로운 패권주의 혹은 동양적 정신과의 융합 등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문화적 할인률이 큰 헐리우드 SF보다 훨씬 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자성의 기회를 갖게 해줄 가능성이 있다.

<정책의 몫>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이제 개방론이 대세로 기울어지고 구체적인 개방절차로서 단계적 개방론이 주도적 담론으로 대두하게 되었다. 현재로서는 단계적 개방이 우세한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긴 하지만 단계적 개방의 순차에 대해서는 상당한 이견을 보인다. 단계적 개방이란 의미 속에는 너무나 많은 함의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매체별 단계적 개방이 있을 수 있다. 음반, 비디오, 영화, 방송 순으로 개방하자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앞에서 여러번 밝혔듯이 이와 같은 단계적 개방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양성시장과 음성시장을 동시에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둘째 매체내 단계적 개방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음반의 경우 일본 음악을 수입해 우리말로 노래하게 하는 단계가 있을 수 있고 순차적으로 원곡을 그대로 판매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음반시장이 방송(특히 라디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는 관계로 방송의 개방전략과 맞물려 가지 않으면 안된다. 즉 한 매체가 단계적 개방절차를 세우는 일은 매우 지난한 일로 여겨진다. 여전히 종합적인 개방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셋째, 매체내 하위 매체들과 관련된 단계적 개방전략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방송의 경우, 라디오, 공중파, 케이블 텔리비젼, 위성 텔리비젼 등이 하위 매체로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 각각이 개방전략을 수립할 경우가 발생한다. 이도 여전히 하위 매체들간의 조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물론 종합방송위원회가 발족되면 총괄해서 개방전략을 수립하게 되겠지만 아직 방송법 개정이 난항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매체별 개방순위를 정하는 일은 현대 매체의 멀티 미디어적 성격 탓에 큰 실효를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고, 한 매체내 개방전략도 매체간 연관성으로 인해 난관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하위 매체간 조정도 하위 매체간 이익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아래 표는 방송을 중심으로 조정되어야 할 순위, 그리고 타 매체간 조정의 경우들을 명시하고 있다. 아래의 도표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정해야 할 장르별 개방수위 조정, 하위 매체들이 조정해야 할 개방순위 조정, 그리고 타 매체들과 조정 등 많은 사안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공영

민영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장

르

별

애니메이션





다큐멘타리





쑈, 오락





드라마





매

체

별

음반





영화





애니영화





뮤직비디오






현재로서는 단계적 개방을 매체별 단계 개방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지만 반드시 그것이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히려 구체적으로 위의 도표가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장르별 개방 절차를 논의하고 매체간 관련 사안들을 단계별로 정리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와 같은 구체적 사안들에 대한 정책결정을 누가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진다. 매체, 하위매체 들간의 의견조정을 해낼 수 있는 정당성과 합리성을 가진 주체를 빠른 시일내에 구성하는 일이 필요한 셈이다.

정부 관련 부서에서는 개방 준비 위원회를 전향적 재편하여 정책 자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연구기능을 가진 조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위원회는 여러면에서 비효율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개방 논의에서 핵심이 되고 있는 대중문화(미디어 문화 등)에 대한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대표성을 지니지 못한다. 혹자는 일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가 포함되기도 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본을 알고, 일본을 경험했다고 일본의 전문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일(知日)은 필요조건일 수 있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사안들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기능을 전혀 지니지 못하고 있음은 결정적인 취약점이라 하겠다.

새로 조직되는 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개방 일정을 설정하는 일을 해내야 한다. 개방 단계를 먼저 설정할 것이 아니라 개방을 위한 준비 단계를 설정하고 개방일정을 구체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국가원수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위원회를 빌어 개방일정을 발표하는 일은 결코 국익을 위해서도 유익하지가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문화관광부 자체가 가장 비문화적 행위를 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서두르는 문화, 준비하지 않는 문화를 스스로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앞서 설명한대로 우리 방송의 정경을 백서화해내고 일본 미디어 정경을 백서화해내는 일, 그리고 그 둘이 겹쳐졌을 때 드러날 수 있는 가능한 문제들을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그것이 우리 생활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관광부는 우리 생활문화의 미래, 전개방향에 대한 철학을 수립하고, 그 수립하에 연구단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 문화(방송) 개방을 앞두고 문화상품 유통체제의 명료화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방송의 도입은 단순히 방송적 사건으로 마치지 않는다. 수입된 방송은 비디오를 통해서 재유통될 수 있고 또 그럴 전망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해외시장에서의 방송의 2차적 사용 등에 대해서 많은 대책들을 강구 중이다. 그럴 경우 유통수익을 누가 챙길 수 있는지는 자명한 일이다. 멀티 미디어화로 인해 전면적인 개방이 불가피하다. 즉 연구를 통해 적정 시기를 정한 뒤 전 매체에 대해 개방을 해야만이 음성화시장과 양성화 시장이 같이 작동하는 폐해를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음반을 개방하고 방송을 막는다면 혹은 역으로 방송을 개방하고 음반을 막는다면 그 어느 쪽이든 막힌 장르를 유통시키기 위한 음성시장이 형성된다. 현재 정리되고 있지 않은 각종 매체들의 유통경로를 정비하는 일은 일본이 문화개방을 통해 유통부문을 통채로 장악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문화상품의 유통경로가 블랙마켓과 비슷하게 음성화되어 있는 현재의 실정으로는 '마켓팅 재팬'으로 알려진 일본의 마켓팅 기술에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현재의 심의제도가 지니고 있는 기준으로 일본방송, 일본 문화를 심의한다는 것은 상당한 한계가 있다. 방송, 만화, 영화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심의 기준의 차이는 문화개방을 둘러싼 갈등만큼이나 많은 새로운 갈등을 불러 일으킬 여지가 있다. 각 장르별 심의기준 혹은 일괄적인 심의기준, 매체별 심의기준 등을 새롭게 고민하고 정리하는 일이 요청된다.

<방송의 몫>

방송상품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만큼이나 소중한 것들이 있다. 우선 방송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고르는 일은 방송 자체의 문제다. 우리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방송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갖추고 있는 유통망의 완비다. 방송은 다른 매체와는 달리 스위치를 켜면 유통이 된다. 전파와 텔리비젼 수상기만으로 유통망이 완비되는 셈이니... 방송의 멀티 미디어적 성격이다. 음반개방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해당 가수가 방송에서 주가를 올리지 못하면 그 영향력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방송은 이번 문화개방 이벤트에서 가장 핵심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일본 방송개방은 일본 방송을 개방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방송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1) 적극적 주체를 만드는 일 : 이는 국내 방송이 해내야 하는 일이다. 세계화의 틈을 타서 만들고자 한 주체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던가? 민족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주체형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편협된 민족개념으로는 세계화되는 현 정세를 이겨낼 수도 없고 진취적인 진출도 힘들다. 세계화는 무한정 바깥으로만 향하는 팽창주의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전방화(Glocalization)의 개념은 바깥으로 팽창과 안으로의 정체성 구축이라는 동시적 과제를 우리에게 부과한다. 바깥의 외풍을 이겨낼 수 있는 정체성과 민족내 차이라는 정체성을 동시에 만들고 그 정체성 사이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주체의 형성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IMF를 맞이해 전에 없는 민족주의가 강화되면서도 선두 자본의 세계화 전략을 끌어들이는 이중적 모순 속에 놓여 있다. 금모아서 나라를 살리자는 운동, 제 2건국운동이 벌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외자를 유치해야만 우리가 살고, 알짜배기 담배산업이나 전기산업도 필요하다면 외국자본에 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사안들은 이처럼 이중적이다. 방송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진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 방송을 통해 전송될 때 우리는 그 방송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일본 음반회사에서 공을 들여 키운 우리 젊은 음악가들이 방송을 탈 때 우리는 과연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2) 방송내 다양한 주체의 목소리를 들리게 하는 일 : 현재 우리 방송의 경우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 보다는 획일적으로 특정 계층이나 지역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는 차이에 대한 인지와 인식을 불식시키는 폐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감정을 망국적 요소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각 지역의 특수성이나 역사성을 짚어내주는 드라마나 다큐멘타리 등은 존재하지 않아 왔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다른 감정이 성립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시켜주는 노력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 방송 속에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된다면 일본 방송, 일본 문화도 그 다양성 중의 하나로 용해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대당이라는 측면에서 일본 방송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한 문화, 일본의 한 지역, 일본의 한 계층을 다루는 것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3) 자본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하는 일. 신자유주의 공세를 벗어나는 일. 거대 자본의 전 지구적 공세는 우리의 일상을 자본의 그늘에 놓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산포하고 있다. 방송은 우리 일상이 거대 자본의 바깥에서도 영위될 수 있음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시장의 논리대로 움직인다는 신자유주의 공세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바깥, 공공영역 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시키고 일상을 근간으로 하는 시민사회 활동도 그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 방송의 수입과 관련해서도 거대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합치하는 프로그램을 수입하여 방영하는 일보다는 자본의 그늘을 벗어나는데 초점을 맞춘 방송을 더욱 선호해야 하는 일은 자명해보인다.

4) 개방속도를 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방송의 경우 방송주체가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구매해서 방영하게 되고, 법으로 정한 편성비가 있기에 개방정도가 미약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방송은 유통경로가 확실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매체적 특성으로 그 영향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방송 스스로 장르별 개방순위를 고민해보고 그 시기를 결정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요구된다.

5) 방송의 타매체에 대한 관심 : 지금까지 방송은 연관 매체인 영화나 애니메이션, 음반 등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다. 앞서 여러번 지적했듯이 방송은 다른 매체에 비해 완벽한 유통망을 지니고 있어 유통비용에 관한한 제로점에 가깝다, 그렇다면 유통에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는 타매체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일종의 권력매체다. 지금까지 그 권력은 방송이 군림하는데 이용되어 온 감이 있는데 일본문화 개방이라는 이벤트를 맞아서 힘을 실어주는 매체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자국 매체의 윈-윈전략일 수 있는데 방송이 중심이 되어주지 않는다면 이종매체들은 독립적인 전투를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이 인식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의 몫>

1) 민간교류 : 서구 일변도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현재 시민사회는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들고 있다. IMF이후 시민참여도 예전같지 않고, 활동 지원도 원활치 않은 형편이다. 이럴 때 시민사회는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 중 한 방안이 네트웍(연대)의 구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민사회 연대는 국내적 연대와 국외적 연대를 동시에 구상할 수 있다. 국내적 연대를 통해서는 일본 방송 개방진행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필요가 있다. 국외적으로는 일본의 시민단체 (특히 방송관련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일본 방송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등의 운동의 기반을 보완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일본내 시민 사회 단체들과의 연대는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될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시민단체들이 서구 지향적이라는 지적을 불식시키고 연대의 다변화라는 점에서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2) 일본연구의 확장, 매체교육의 활성화 : 일본 문화의 경우 문화할인율(cultural discount)이 매우 낮아 우리 것과 일본 것을 구분해내는 일이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서구의 방송을 대하는 태도와 일본의 방송을 대하는 태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이들은 일본의 방송 내용이 우리와의 유사성이 높다는 점에 관심을 표명한다. 주인공의 생김새나 감정 표현, 의상, 의사표명 방식이 겉으로는 유사하기에 우리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유사성 이면에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정서가 있게 마련인데 그 '차이'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면 걱정처럼 흡수성이 매우 높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일본문화에 대한 비평을 활성화하고, 많은 정보를 펼쳐내는 일이 필요할 터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본 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확보, 연구 등이 절실하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괴담'붐은 우리의 귀신과는 거리가 먼 일본의 귀신 이야기로서 음성시장을 통한 일본의 문화가 어느새 내면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귀신 이야기로 문화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장르 확대의 잇점으로도 보여지지만 우리 귀신에 대한 적절한 고찰이 없다면 덜 체화된 어설픈 이야기만을 양산해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맞게 될 것이다. 매체 교육은 단순히 매체의 정체를 이야기하는 선을 넘어서 우리 문화와 그 문화가 미디어 정경을 통해서 어떻게 단절되고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교육하는 폭넓은 문화교육으로 이끌고 그럼으로써 좀 더 자주적이고 능동적으로 문화유입을 바라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10월에 있을 대통령의 방일은 경제위기라는 국면으로 인해 과거의 의례적인 방일과는 차이가 있다. 전에 없는 경제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그 반대급부로 일본 자본의 투자와 활동을 보장하고, 국내 우량기업이나 공기업의 매각까지도 허용하는 전례없는 양보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 와중에 문화개방이 논의되기에 답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우리가 오늘 벌이는 세미나는 그 정해진 경로에 맞춘 한바탕 푸닥거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해진 답을 응원하는 악대노릇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쪼록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도 정책입안자들은 경제가 어려운 판에 문화쯤이야라는 생각을 갖기 보다는 문화만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끈질게 붙들고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각오를 갖기를 바랄 뿐이다. 철학없는 문화정책, 정견없는 문화정책이 결국 IMF라는 통치경제의 치욕을 불러온 주요 변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자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입안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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