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불황을 이기는 커뮤니케이션 전략], 이것이 오늘 주제이지만 여기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보다는 "불황"에 중점을 두고 언급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는 기업과 소비자들이 처해있다고 하는 "불황"의 실체에 대해 얼마나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상적인 분석과 감각에 근거한 대응책을 되풀이 하지말고 이제는 보다 합리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할 때이다.

어느것이든 근원/근본으로 되돌아가서 고민하는 것 만큼 좋은 것은 없다. 출발점에서 생각해보면 보다 많은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주제를 불황이 무엇인가, 불황은 소비자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가에서 출발해보려고 한다.

2. 불황기의 마케팅환경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

밖으로는 환경변화속도가 빨라지고 다양화되는 한편, 안으로는 기업의 대규모화와 영역확대로 인해 기업의 Open System적인 성격은 보다 강해지고 있다. 최근 기업환경을 둘러싼 영향요인중 가장 큰 변화의 동인은 역시 소비자와 정보/기술, 규제완화이다. 이러한 기업환경요인의 변화는 시장, 산업, 기업의 개방성을 높이고 있으며, 나아가서 기업경영형태, 경쟁형태의 급속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마 다 아는 바이다.

경기변동 또한 앞에서 열거된 환경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환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황때는 모든 기업들이 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경영과 마케팅에서의 차이가 보이지 않지만, 그러나, 불황때가 되면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의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게 된다. 불황은 바로 우수 기업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동안의 기업경영을 평가받는, 단련과 선별의 기간이라고도 할수 있다.

불황기의 마케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가는 바로 소비자에게서 찾을수 있다. 소비자는 마케팅의 출발점이자, 얻어지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황시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를 이해할수 있다면 올바른 마케팅 전략을 세워나갈수 있을 것이다.

불황기의 소비자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험이나 막연한 논의가 아니라 실제적인 자료와 수치에 토대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언제가 불황이고 언제가 호황이었는가를 살펴보자. [표1]은 소비동향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가계최종소비지출"의 최근 10년간 증가율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급격한 소비지출의 감소나 둔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증가율도 전년대비 6%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과연 불황이라고 할수 있는 해가 있는가라고 할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1989-90년과 1995년이 호황에 해당되며, 1992-93년 그리고 올해 1997년이 불황에 해당된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표2]경기동행지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1989-91년간, 그리고 1994-95년간은 경기동행지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반면, 1988년후반, 1992-93년, 그리고 1996년후반부터 최근에는 경기동행지수가 정체되어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1990-91/1994-95년간은 호황, 1992-93/1997은 불황이라는 틀아래서, 불황기의 소비자의 특성을 주요 행동차원별로 살펴보자.

2-1. 소비자의 변화

- 구매동기의 축소/연기/집약화

우선 불황기에는 불요불급한 수요에 대한 구매가 지연되거나, 축소/포기되거나 일부품목으로 집중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의류 특히 신사복의 구매가 연기되고, 승용차 가전제품등 내구재의 대체기간이 길어지며 중고구입이 활성화된다.

제일기획이 매년 수행해 온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행동"중 관련된 부분을 시계열로 비교해 보면, '생활을 즐기기위해 어느정도 낭비해도 좋다'는 의식, '계획에 없던 물건의 충동구매'등의 성향은 호황기인 95-96에 높아지다가 97년에는 다시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구매가 보다 신중해지고 계획적이 되고 있다.[표3] 참조

- 정보원천의 변화

또한, 소비자의 정보원천도 변한다. 구매가 보다 신중해지고 구매에서 많은 위험을 느끼므로 정보수집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아래표에서와 같이 다이렉트메일, TV광고등의 정보에 대해 불황시에 더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볼수 있다.

동시에 정보원천중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정보원천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며, 따라서 친지와 동료등 구전의 영향력이 증대하게 된다. 추구하는 정보내용도 가격이나 상품특징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 구매기준/구매의 질의 변화 :

구매의 질과 내용도 변한다. 단순히 고가격/저가격등 가격만을 내세우는 제품은 외면되며, 가격에 부응하는 확실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제품이 선호되고, 해당제품의 본질적 속성에 관련된 속성들이 구매시 중요기준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또한, 구매위험을 회피하고 구매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브랜드에 의존하는 것이 커지게 되며, 이와 관련해서 브랜드나 속성에서 무난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커진다. 97년불황기에 접어들면서 비싸더라도 유명상표의 경향은 줄어들고, 심플한 디자인의 의류를 즐겨입는다는 늘어나는 것을 아래 표에서 볼수 있다.

승용차 구매이유의 년도별 추이분석에서도 유사한 결론을 얻을수 있다. 호황시인 95-96에는 디자인/색상, 광고/신제품의 중요도가 커지지만, 불황기인 93년, 97년에는 가격, 유지비등의 경제성, 성능/안정성등의 기본속성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구매 양의 변화

불황시에는 품목별로 구매양이나 빈도도 바뀐다. 일본 Dentsu가 93년에 실시한 포스트버벌의 구매행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음료/주류/생활용품등 생활필수품은 구매빈도는 그대로이나 1회당 구매량이 줄어들며, 반면 가격에 대해서는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화장품이나 의류는 충동구매가 감소하면서 구매빈도, 1회당 구매량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내구재와 고가상품은 소비자체가 줄고, 가격중시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사례를 지난 10년간 도시가계연보에서 집계한 품목별 소비지출의 증가율에서 살펴보자.

우선 식품, 잡화류는 호황과 불황에 커다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다만, 그중에서 주류만이 상대적으로 경기변동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고 있었으며, 외식의 경우 경기와 관계없이 매우 높은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반면, 의류나 가전에 대한 소비지출은 은 경기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행을 덜 타는 신사복은 호황/불황의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었으며, 반면 아동복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게 나타나고 있다.

- 구매시기/방법의 변화

불황기에는 구매방법도 바뀐다. 세일을 활용하는 비중이 늘어나, 백화점매출중 세일의 비중이 커지며 제품구매시 현금결제보다는 카드결제가 늘어나고 있다.

- 생활 및 매체접촉상황의 변화

일반적인 생활 및 매체접촉행동도 변하는데, 외출이 감소하고 아침 및 저녁시간대에 집에 있는 비율이 늘어나게 된다. TV시청율조사인 MSK의 자료를 통해 TV시청율이나 시청시간을 살펴보면, TV시청율은 호황때에 비해 불황시에 특히 주말에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청시간은 주말보다는 평일의 경우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집에있는 비율의 증가가 바로 TV 시청행동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2-3. 경쟁기업의 변화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따라 경쟁기업들의 마케팅활동도 변하게 된다. 업무의 초점이 단기적 실적이나 목표 위주로 바뀌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마케팅활동의 축소되며, 특히 광고비가 가장 먼저 줄어들게 된다. 지난 10년간의 광고비지출 증가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식품/음료, 화장품/세제의 경우 호황 및 불황에 따른 광고비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그 영향이 비교적 시간간격을 두고 나타나고 있는 반면, 의류/섬유, 전기전자, 수송기기의 경우에는 경기변동과 광고비지출이 밀접하게 연동하여 즉각적으로 그리고 큰 폭으로 광고비가 변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또한, 불황기에는 기업활동실태나 경영이념소구하는 기업이미지 광고가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 데, 일본의 경우 불황시에는 기업이미지광고의 비중이 20%대에서 15%대로 감소하였다.

3. 불황기의 마케팅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3-1. 불황과 마케팅전략 방향

불황기의 소비자행동 및 경쟁기업의 동향을 살펴볼 때 불황기에도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생활유지제품군의 경우 불황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고 있으며, 호황기에 확대되었던 소비가 가정내부로 축소됨으로서 오히려 기회로서 작용할수 있는 여지가 크다. 예를 들면, 호황기에 활성화되었던 외식 또는 편의식의 구매가 축소되고 가정내의 소비로 환원되어짐으로서 이에 대응하는 제품개발로 기회를 포착할수도 있다.

또한, 불황기에는 경쟁기업들의 마케팅활동이 축소되어짐으로서 상대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시장선도자가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마케팅을 전개할수 있게 된다. 따라서, 불황기를 대비해온 기업으로서는 불황기야말로 공격적 전략을 구사함으로서 자신의 시장지위를 크게 개선시킬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3-2. 거품의 제거

불황기에는 우선 마케팅활동을 초점화하고 통합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신제품개발보다는 전략품목을 집중육성하기 위해 상품아이템수를 압축하여 제품라인 및 마케팅조직의 적정화를 꾀함으로서 주력상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P&G의 경우 불황기에 두발제품의 아이템수를 반으로 축소한 결과 물류비/재고비/관리비용등을 크게 줄일수 있었으며, 매출도 오히려 5%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즉,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구매품목을 집중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다양한 제품의 판매보다는 주력상품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매출증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아지노모토, 큐피, 라이온등도 90년대초의 불황기에 아이템수를 대폭 축소함으로해서 동일한 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또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효율 향상과 통합화도 추구되어야 할 것이다. 매체효율성의 증대와 매체간 시너지효과를 추구하며, 메시지를 집중화하여 이해하기 쉬운 적정량의 메시지전달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일본 아지노모토사의 경우 1990년대 초 거품경제붕괴후 20개이상의 브랜드로 광고비가 분산되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상품통합 프로모션을 전개한 바 있다. 여기서는 복수상품간 Tone & Manner의 통일, 캐릭터통일화, 동일표현프레임의 사용등으로 광고제작비 효율화, 노출효과 극대화, 공통캠페인슬로건의 인식 극대화로 많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반면, 불황기의 단기적 매출증대를 위해 판매촉진을 남발하는 것은 스스로의 브랜드력을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마케팅 및 마케팅커뮤니케이션활동을 통합하는 Product Manager 또는 Brand Manager조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3-3. 불황은 기회

일반적으로 마케팅에서는 환경변화에 대한 예측과 적응을 통해 전략을 전개한다. 그러나, 불황일수록 환경수용적인 자세보다는 환경창조적인 사고하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기회를 활용하고 자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불황기는 경쟁사의 활동이 축소되어지며,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집중화되고, 마케팅자원의 효율성이 높아질수 있는 여지가 크므로 상대적 적은 노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릴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불황기에는 제품개발의 시야부터 바꾸어야 한다. 본질적인 속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변화에 부응할수 있도록 기본으로 회귀(Back to the Basic)하여 소구부가가치가 명확한 가치지향적 신제품에 Offering개발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단기히트상품보다는 장수상품/브랜드자산의 육성을 추구하여 신제품개발에 장기적 시야가 도입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높아진 가격감도에 부응하기 위한 가격정책의 조정 및 광고에 메시지 변화에도 신경써야 하며, 소비자의 구매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할부/리스제도의 도입, 구매부담을 줄여주는 소형포장의 도입, 구매편의성을 높여주는 신유통의 개발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불황으로 취약해진 경쟁사의 약점을 찌르는 마케팅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소비자나 협력업체들에 대한 장기적 고객관리를 의미한다. 특히 불황기에 협력사나 매체사, 사내직원 그리고 잠재고객에 대해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전개하는 경우 커다란 관계개선효과를 얻을수 있는데, 이는 호황기에 든든한 힘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4. 우리 기업의 과제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돌입함으로서 바야흐로 양의 소비시대에서 질의 소비시대로, 상품구매의 시대에서 서비스구매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시점이다. 최근의 불황은 이러한 커다란 소비트렌드의 흐름속에서 경기하락현상의 하나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불황은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단순히 불황이라는 선입견하에서 단선적으로만 대응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외국에 비해 비교적 낙천적인 국민성을 가지고 있어 불황에 대한 의식과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마케팅 및 마케팅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경기변동에 대한 소비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이를 신제품개발, 광고, 매체운용등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서 기업은 호황 및 불황기라는 경기변화에 적응할수 있는 마케팅체제로의 개편에도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기업간 네트워크와 Outsourcing의 활용으로 몸집을 더욱 가볍게 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 브랜드자산의 구축을 통해 더욱 실해지는 머릿속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