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내외 귀빈, 그리고 광고인 여러분.

'97 한국광고대회의 서막을 여는 자리에 서게 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는 한국의 광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광고계의 발전을 자축하는 축제의 장미며 또한 한국광고산업의 현안을 논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학술의 장이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97년 한해동안 광고계의 발전을 위해 애쓰신 광고인 여러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정을 잃고 사상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30대 기업 중 일부가 무너지고 현 시점에서 어떤 기업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모두들 불황을 걱정합니다. 오늘 광고대회의 주제발표 제목만 보아도 '불황을 이기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 '불황기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 '불황기의 광고와 크리에이티브 전략' 등 불황이란 단어 일색입니다. 불황의 경제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고는 어떠해야 할 지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선 우리 경제 전체가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황에서 솟구쳐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의 회복 없이 광고만이 발전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광고시장이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길은 우리 기업이,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데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주변을 둘러 보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현실적 원인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한 후에는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마지막으로, 우선 덮어두는 처방이 아닌 근본적 처방을 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전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의 글로벌 국가경쟁력>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 내용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한국경제의 국가경쟁력을 OECD 회원국 26개 나라와 신흥공업국 20개 나라를 합쳐 세계 46개국 중 30위로 평가하였습니다. 이것은 중국, 말레이지아, 아르헨티나, 태국에도 밀린 순위입니다.

반면 세계경제포럼(WEF)은 세계 53개국 중 한국을 21위로 평가하였고, 우리나라의 한국경제연구원은 46개국 중 26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세가지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은 세 기구가 각기 다른 평가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IMD 즉 국제경영개발원은 세계경쟁력을 한 나라의 경제환경 및 여건이 세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국부를 증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고 WEF 즉 세계경제포럼은 한 나라가 1인당 GDP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국경제연구원은 국가경쟁력을 한 나라의 기업과 정부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능력과, 국민과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치있는 부를 축적해 가는 능력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평가기준이야 어떻든 우리나라는 중간 정도, 아니면 그 이하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아시아 국가인 싱가폴은 WEF와 한국경제연구원의 평가에서 1위의 국가로 선정되었고, IMD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의 국가로 평가되었습니다. 싱가폴의 소득수준은 세계 5위로 일본과 동일한 수준이고 질좋은 정부 행정 서비스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싱가폴의 경제 체제는 완전한 열린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국기업이라고 보호받는 것도 없고 외국기업이라고 차별받는 것이 없는 완전한 자유 경쟁입니다. 그들은 이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나라 광고 환경 쪽으로 돌아가 봅시다. 광고환경이라 함은 광고주, 광고회사, 광고관련 모든 산업, 그리고 매체까지를 포함합니다. 우리 광고가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우리 광고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자유경쟁을 이겨내려면 다음 네 단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현 위치를 점검해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광고주든 광고회사이든, 매체이든, 광고에 종사하고 있는 개인의 능력은 어느 수준입니까? 광고주를 비롯해서 광고를 둘러싼 주변산업의 능력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광고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능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글로벌 경쟁력이란 얼마나 많은 능력있는 사람이 있으며, 얼마나 많은 경쟁력 있는 기업이 모여 얼마나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의욕적으로 일하며,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부를 축적하고 있느냐에 의해 평가된다고 합니다.

둘째, 현위치를 파악한 다음 왜 그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진단을 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사항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그 원인 분석을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뒤져 있는 것이면 그 뒤져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하고 개인의 능력은 뛰어난데 결과가 좋지 않다면 분명 쓸모없는 비효율적 요소들, 비능률적인 정책이 끼어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경영자들, 그리고 제도의 운영자들은 합리적인 룰을 바탕으로한 과감한 의식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것은 비효율적 요소의 많은 것 중 단지 하나에 불과한 것입니다.

셋째, 진단한 결과를 가지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목표설정은 왜곡된 구조를 배제한, 자유로운 경쟁에서 자발적으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최고 수준이어야 합니다.

끝으로 방향이 정해진 다음 그것들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비경쟁 요소를 파악하고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는 과감하게 제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상의 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과감한 개혁 정신입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세계경제를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단일시장으로 만들 것입니다. 한국기업은 국내시장에서 더 많은 경쟁압력을 받음으로써 경쟁력을 키우고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공방식, 또는 실패경험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는 열린시장에서의 자유경쟁에 의한 것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요소가 많습니다. 한국의 광고환경은 아직도 비효율적이고 비과학적인 고비용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광고는 그 양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여 세계 10위권의 광고대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광고는 제2의 생산입니다. 우리의 수출을 늘리고 성장을 촉진하여 발전을 극대화시킬 중요한 산업입니다. 도약을 위해 가장 강한 경쟁력을 가져야 할 분야입니다.

광고의 거품을 제거하고, 투명한 게임규칙에 의해서 공정한 경쟁을 하며, 모든 광고활동은 정확한 근거에 의해 시작되어서 결과에 가서는 효과의 극대화를 가져 오고, 광고할 자유와 광고 안 할 자유를 누리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입니다.

개인의 창조력을 극대화 시키고, 그런 환경에서 경쟁을 통한 배움의 산실이 되도록 우리의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열린 시장에서 우리 개개인 모두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행동주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오늘 97 한국광고대회를 통해 우리 광고인들이 불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조연설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