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쥐인가 사람인가? :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심리

만화로 그려진 쥐, 미키 마우스는 마치 사람처럼 말하고 움직이며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살아 움직인다' 를 뜻하는 '애니메이션(animation)' 이라는 단어가 만화 영화라는 대중문화 장르를 일컫게 되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기업은 그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상업화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은 스스로 캐릭터를 만들어 내거나 로열티(royalty) 지불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차용함으로써 상품 및 서비스의 판매를 촉진하고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한다.

캐릭터가 대중문화의 주역으로서 뿐만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도 큰 힘을 발휘하게 되면서 캐릭터에 관한 학문적 접근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캐릭터 연구들은 캐릭터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둔 거시적으로 현상 기술(descriptive) 연구가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 캐릭터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그 의미가 형성되는지 알 수 있다면, 대중이 선호하는 캐릭터를 보다 과학적,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캐릭터 제작 과정의 면면을 이론적으로 고찰해 봄으로써, 캐릭터가 인간에게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게 만드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연 구 문 제

시중에 있는 다양한 캐릭터 상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미키마우스나 ‘둘리’처럼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의인화되었던 캐릭터와, ‘딸기’나 ‘헬로키티’처럼 기업의 상품 패키지나 제품 도안으로서 디자인되었지만 의인화는 되지 않은 캐릭터로 양분할 수 있다. 두 종류의 캐릭터 모두 디자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의인화 과정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의인화에 따라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도출하였다.

연구문제 1. 캐릭터의 의인화는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반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가설 1-1. 의인화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독특성, 간결성, 완성도의 평가는 유의한 차이가 없을 것이다.

연구가설 1-2. 의인화된 캐릭터는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 비해 유의하게 생동감있게 느껴질 것이다.

연구가설 1-3. 의인화된 캐릭터에 대한 태도는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태도에 비해 유의하게 긍정적일 것이다.

연구가설 1-4. 의인화된 캐릭터의 상품에 대한 태도는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상품에 대한 태도에 비해 유의하게 긍정적일 것이다.

연구가설 1-5. 의인화된 캐릭터의 상품에 대한 구매의도는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상품에 대한 구매의도에 비해 유의하게 높을 것이다.

연구가설 1-6. 의인화된 캐릭터의 상표명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상표명에 비해 유의하게 잘 기억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캐릭터의 의인화와 디자인 과정이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러한 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 밝히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특히 캐릭터 제작 과정의 양대 축인 디자인과 의인화의 상대적 영향력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2. 캐릭터의 디자인과 의인화 중 캐릭터 태도 형성에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연구가설 2-1.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경우,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구가설 2-2. 의인화된 캐릭터의 경우, 캐릭터의 생동감 지각이 디자인 평가에 비해 캐릭터 태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캐릭터 의인화의 효과와 심리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있어, 의인화된 캐릭터를 얼마나 생생하게 지각하는가를 설문지만으로 측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즉, 고등한 인지 활동을 요구하며, 의식할 수 있는 반응만을 측정할 수 있는 설문지법으로는, 실제로 응답자들이 캐릭터를 얼마나 생생하게 지각하는지 알아내기 힘들단 것이다.

응답자 스스로도 의식화할 수 없는 반응을 측정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설문 조사는 물론,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촬영을 실시하고자 한다. 실험 참가자가 의식화할 수 없는 반응을 대뇌 혈류량의 변화를 통해 감지해 내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뇌 기능 영상을 촬영, 소비자가 의식화할 수 없는 반응을 뇌 수준에서 탐색한 후, 설문조사를 실시, 의인화 수준에 따른 소비자 반응의 차이를 비교하고, 변인 간의 인과 관계를 살펴 볼 것이다(그림 1).

연 구 방 법

뇌 기능 영상 촬영

실험자극 및 절차

먼저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있는 캐릭터와,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없고 단지 상품이나 서비스의 도안으로서 창작된 캐릭터의 사진을 수집, 친숙도를 묻는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너무 잘 알려져 있거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캐릭터를 제외시켜 의인화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의 사진을 50 장씩 선정하였다. 또한, 캐릭터 사진의 화소(pixel)를 뒤섞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사진(scrambled picture)을 50 장을 통제 자극으로서 제작하였다. 마지막으로 4 음절로 이루어진 캐릭터 상품의 상표명을 10 개 제작, 한 캐릭터에 하나씩 사진 하단 중앙에 삽입하였다(그림 2).

뇌기능영상 촬영에는 임상학적․신경생리학적 병력이 없으며, 캐릭터에 대한 평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오른손잡이 여대생 18 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KAIST의 ISOL 3.0 Tesla forte MRI scanner를 사용하였으며, 실험 중 참가자가 캐릭터 사진에 최대한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 ‘초능력이 있는 캐릭터를 볼 때에는 손에 쥔 마우스의 버튼을 클릭하라’ 는 과제를 사전에 교육시켰다.

실험 참가자들은 fMRI 촬영 기기에 누운 후, 헤드코일(head coil)에 부착된 거울을 통해 각각의 캐릭터 자극물 영상을 보며 과제를 수행하였다.

기억 검사

뇌 기능 영상 촬영 하루 후, 전화로 기억 검사를 실시하였다. 실험 자극에 삽입된 상표명을 대상으로 회상과 재인 검사를 병행하였다. 먼저, '기억나는 상표명을 말해 주십시오' 라는 질문으로 상표명 회상을 측정하였고, 10 개의 상표명을 제시한 후 '다음 중 기억나는 상표명을 모두 골라 주십시오' 라는 질문으로 상표명 재인을 측정하였다.

설문조사

측정 도구의 제작

본 연구에서는 변인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 인과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설문지를 제작하였다. 먼저 연구자가 독립변인을 타당하게 조작했는지 점검하기 위하여 캐릭터 노출 및 대중문화 노출 문항을 제작하였다. 캐릭터 노출 문항은 ‘캐릭터를 본 적이 있다’, 의인화 지각 문항은 ‘이 캐릭터가 주연 혹은 조연으로 등장하는 만화, 만화영화, 플래쉬애니메이션 등을 본 적이 있다’ 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5점 리커트(Likert) 척도로 측정되었다.

다음으로 캐릭터의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측정하기 위해, 독특성, 간결성 외에 완성도를 하위 차원으로 고려하였다. 독특성은 ‘독특하다’, ‘새롭다’, ‘참신하다’, ‘색다르다’, 간결성은 '심플하다', '간결하다', '복잡하다', '명료하다', 완성도는 ‘조잡하다’, '조화롭다', '엉성하다', '완벽하다'의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생동감에 대한 소비자 지각은 ‘생기발랄하다', '생동감있다', '살아있는 것 같다', '마치 사람처럼 느껴진다' 의 4 가지 설문 문항을 포함하여 5 점 리커트(Likert) 척도로 측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캐릭터 태도, 상표태도, 구매의도를 묻는 문항을 구성하였다.

실험 자극 및 절차

뇌 기능 영상을 촬영할 때 제시한 90 개 캐릭터의 사진 중에서 의인화된 캐릭터의 사진 12 장과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사진 12 장을 무선추출, 총 24 장의 캐릭터 사진을 골라냈다.

사진 4 장에 대해 20 여명이 응답하는 6 차례의 실험 계획을 세워, 참가자들에게 빔 프로젝터를 통해 캐릭터 사진을 한 장씩 보여 주었다. 참가자들은 스크린에 띄운 캐릭터 사진을 보면서 설문지를 작성하였고, 평정이 끝난 후 다음 캐릭터 사진을 보고 다시 평정하기를 네 번 반복하였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124 명의 응답자로부터 496 부의 설문지를 수거하였다. 124 명의 실험 참가자들은 모두 고려대학교 학부생이었으며, 캐릭터에 대한 뇌 기능 영상 실험에 참가한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모은 설문은 SPSS 10.0 패키지로 통계 처리되었다.

결 과

독립변인의 조작 점검

대중문화 노출 문항의 평균을 비교한 결과, 5점 척도에서 의인화된 캐릭터에 대한 평균값은 3.87, 표준편차 0.81,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평균값은 2.27, 표준편차 0.94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t=20.34, p<.000). 즉, 의인화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의 분류는 적절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측정 문항의 구조

먼저 디자인 평가와 생동감 지각이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반응인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디자인 평가의 12 문항과 생동감 지각의 4 문항을 한꺼번에 투입, 주축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전체 변량의 70.04%를 설명하는 요인 4 개를 추출하였다. 요인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직교(varimax) 회전을 실시하였고, '생동감이 있다', '살아 있는 것 같다', '생기발랄하다', '마치 사람같다' 의 4 문항이 제 2 요인으로 구성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변량의 19.11%를 설명하고 있는 이들 문항을 '생동감' 으로 명명하였다(alpha=0.88). 한편, 제 1, 3, 4 요인은 디자인 평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디자인 평가와 생동감 지각은 개념적으로 다른 반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디자인 평가의 12 문항만을 대상으로 다시 주축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고유근 (eigenvalue)이 1 보다 큰 요인 3개가 추출되었고, 전체 변량의 68.25%가 설명되었다. 직교 회전결과, 요인 구조는 표 1과 같다.

전체 변량의 26.98%를 설명하는 제 1 요인은 '독특성' 으로 명명하였다(alpha=0.90). 제 2 요인은 전체 변량의 24.24%를 설명하는데, '간결성' 이라 하였다(alpha=0.84). 마지막으로 제 3 요인은 '완성도' 라 명명하였다(alpha=0.64).

따라서 캐릭터에 대한 심리적 반응은 캐릭터의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과, 캐릭터의 생동감을 지각하는 것으로 나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캐릭터의 디자인 평가는 캐릭터가 얼마나 독특한가, 간결한가, 완성도 높은가를 평가하는 세 가지 차원에 걸쳐 이루어진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캐릭터의 의인화가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평가에 미치는 영향

먼저 캐릭터의 종류에 따라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평가의 차이를 살펴 보았다(표 2). 디자인 평가의 세 가지 차원 중 독특성과 간결성에 대한 평가를 보면, 의인화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의 평균값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완성도의 경우에는, 의인화된 캐릭터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 비해 평균값이 유의하게 높아서 가설 1-1은 부분 수용되고 부분 기각되었다.

캐릭터의 디자인을 평가할 때, 실험 참가자들은 캐릭터가 의인화에 상관없이 오직 캐릭터의 시각적 특성만을 고려하게 된다. 의인화는 캐릭터의 디자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독특성과 간결성에 대한 결과는 이를 타당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완성도만은 의인화된 캐릭터가 더 높게 평가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도 차원에 속하는 형용사들은 다른 캐릭터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시각적․심리적 요소 간의 비교를 통해서도 평가가 가능한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해석의 모호성이 의인화된 캐릭터의 완성도를 평가할 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 중에서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디자인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준거로 쓰인 것 같다. 그 증거로, 완성도를 가장 높게 평가받은 캐릭터는 가장 역사가 오래 된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인 월트 디즈니의 위니 더 푸(평균 3.61, 표준편차 0.57), 도널드 덕(평균 3.57, 표준편차 0.57)이었다.

캐릭터의 의인화가 생동감에 대한 소비자 지각에 미치는 영향

의인화에 상관없이, 실험에 사용된 캐릭터 사진 전부에 대한 뇌 기능 영상을 한데 모아 기저 조건과 비교, 분석한 결과, 하후두이랑(inferior occipital gyrus)과 하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이 활성화되었다. 이 영역은 일찍이 Dirk T. Leube, Michael Erbb, Wolfgang Grodd, Mathias Bartels와 Tilo T. J. Kircher(2001)의 연구에서생명 유무에 따라 대상을 범주화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캐릭터를 볼 때 그 캐릭터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판단하고 분류하는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전의식(sub-conscious)적 반응의 결과로서 유발될 수 있는 감정반응이 생동감인데, 본 연구에서는 설문지법을 병행, 실험 참가자들이 캐릭터의 생동감을 어떻게 느끼는지 측정하였다. 그 결과로 표 2와 같이 의인화가 생동감의 지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설 1-2가 지지되었다. 의인화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을 묘사하는 과정이며, 의인화된 캐릭터는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뚜렷한 심리적 특성을 부여받게 된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결과는 매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어떻게 지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림 3의 ① 좌반구 쐐기소엽(Cuneus)에 관한 연구를 참조해볼 수 있다. Joseph T. Devlin, Richard P. Russell, Matthew H. Davis, Cathy J. Price, Helen E. Moss, M. Jalal Fadili과 Lorraine K. Tyler(2002)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쐐기소엽은 특히 도구, 탈 것 등의 인공물의 사진을 분류, 지각할 때 활성화 되는 곳이었다. 또한, 양반구의 해마(hippocampus)로부터 해마옆이랑(parahippocampal gyrus), 뇌섬엽(insula)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그림 3의 ②)은 Leube 등(2001에서 재인용)이 특히 무생물에 속하는 단어를 범주화할 때 활성화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설문 조사와 뇌 기능영상 분석 결과 모두,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생명력 없는 인공물로서 지각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비록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라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인간과 유사하게 그려져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이러한 차이를 앞서 디자인 평가 결과와 함께 해석해 보면, 디자인이 유사한 캐릭터라 하더라도 의인화에 따라 반응 메커니즘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릭터의 의인화가 소비지 태도에 미치는 영향

의인화된 캐릭터에 대한 태도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태도보다 유의하게 나타나(표 3), 가설 1-3이 지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의 이야기가 캐릭터에게 긍정적 정서가를 부여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여겨진다. 즉,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이 유발하는 긍정적 정서가 조건 자극인 캐릭터에 연합되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인화된 캐릭터의 뇌 기능 영상(그림 4) 또한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먼저, 의인화된 캐릭터에 대한 생리적 반응은 그림 4 의 ①, 즉, 후대상이랑(posterior cingulate gyrus)과 시상(Thalamus)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가까운 친척이나 오랜 친구의 사진을 제시함으로써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을 회상하는 영역을 찾아내고자 한 R. J. Maddock, A. S. Garrett과 M. H. Buonocore(2001)의 연구에서도 후대상이랑과 시상이 활성화된 바 있다. 즉, 후대상이랑과 시상은 친근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회상하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향수(nostalgia)가 유발될 때 활성화되는 곳이다.

한편, 그림 4의 ②는 좌반구 하전두이랑(inferior frontal gyrus)과 중간전두이랑(middle frontal gyrus) 을 나타낸다. 이들 영역 또한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회상, 긍정적인 정서를 느낄 때 활성화된다(E. J. Maratos, R. J. Dolan, J. S. Morris, R. N. A. Henson, and M. D. Rugg, 2001).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의인화된 캐릭터를 접할 때, 시청자는 캐릭터의 행동 및 성격 특성을 재인하게 된다. 이때의 기억은 캐릭터에 대한 일화 기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종류의 기억을 인출할 때에는 그와 연합된 다양한 정서적 경험들이 자동반사적으로 환기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정서적 관계를 맺어 온 의인화된 캐릭터로부터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는 이와 상반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3 의 ③에 해당하는 우반구 방추이랑(Fusiform gyrus)은 Tetsuya Iidaka, Norihiro Sadato, Hiroki Yamada와 Yoshiharu Yonekura(2000)의 연구에서 그 기능이 밝혀진 영역이다. Iidaka 등은 재인을 담당하는 영역을 찾기 위하여 기하학적 무늬를 소재로 실험을 실시하였고, 과거 본 적이 있는 무늬를 재인할 때 방추이랑이 활성화됨을 증명하였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의 실험 자극은 상징적·심리적 의미가 없는, 정서적으로 중립적(neutral)인 시각 자극이었다. 그러므로 우반구 방추이랑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실험 참가자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재인할 수는 있었지만 별다른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상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창작되어 주로 일러스트(illustration)나 도안(graphic)으로서만 활용되고 있어서, 소비자들과 정서적 관계를 맺기 힘든 것이다.

캐릭터의 의인화가 소비자 행동에 미치는 영향

의인화된 캐릭터의 상표태도와 구매의도 모두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하게 높아서 가설 1-4과 1-5는 지지되었고, 캐릭터에 대한 태도가 상표태도와 구매의도까지 전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 3).

상표명 기억을 검사한 결과도 이와 일치한다. 의인화된 캐릭터와 함께 제시된 상표명이 그렇지 않은 상표명에 비해 더 잘 회상되었고(t=2.58, p<.001), 재인 또한 마찬가지로 나타나(t=1.24, p<.001), 가설 1-6이 지지되었다. 앞서 의인화된 캐릭터는 일화 기억을 회상하고 긍정적 정서를 자아내는 영역을 강하게 활성화시켰다는 뇌 기능 영상분석 결과를 서술한 바 있다. 이때 유발된 긍정적 정서가 맥락으로 작용, 상표명에 대한 기억이 촉진되었을 것이다.

한편,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에 관한 뇌 기능 영상 분석 결과는 색다른 해석을 제공한다.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볼 때, 그림 3의 ④, 즉, 우반구 뇌섬엽(insula)의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Jane E. Joseph, Ann D. Gathers와 Gerry A. Piper(2003)의 연구에 따르면, 이 영역은 사물의 이름을 읽어내는 데 관여한다. 따라서 뇌섬엽의 활성화는 실험 참가자들이 상표명을 성실히 읽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볼 때에만 뇌섬엽이 유의하게 활성화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험 참가자들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볼 때에는 캐릭터 사진보다 상표명에 더 주의를 기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표명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캐릭터 상품의 경우, 상표명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를 끄는 것 보다는 캐릭터로부터 긍정적 정서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캐릭터의 의인화와 디자인이 캐릭터 태도 형성에 미치는 영향

앞서 의인화된 캐릭터는 그렇지 않은 캐릭터와 질적으로 다른 처리 메커니즘을 거친다는 점을 추론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의인화된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한 가지 중다회귀 모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고, 서로 다른 모형을 가정하기로 하였다. 먼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해 디자인 평가의 세 차원만을 투입, 표 4와 같이 중다회귀를 실시하였다. 단, 앞서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는 생명력 없는 인공물로서 지각된다는 뇌 기능 영상 분석 결과에 따라 생동감 지각 변인은 제외시켰다.

의인화되지 않은 경우, 캐릭터 태도에 대한 디자인 평가의 세 차원 중 영향력 있는 요인은 완성도, 독특성이었으며, 간결성은 유의한 요인이 아니었다. 즉, 실험 참가자들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경우, 완성도 높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캐릭터일수록 선호한다고 응답하였다. 소비자들이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를 볼 때에는 단지 시각적 특성만 고려하게 되므로, 보다 조화롭고 완벽하며, 독특하고 개성있는 디자인의 캐릭터를 선호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가설 2-1은 지지되었다.

다음으로, 의인화된 캐릭터의 태도 형성 메커니즘을 보고자 하였다. 먼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모형(표 4)를 기본으로, 대중문화 노출을 투입하여 태도에 대한 중다회귀를 실시하였다. 생동감 대신 대중문화 노출을 투입한 이유는, 어떤 캐릭터가 생동감이 있는지 없는지 지각하는 것은 일단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해야만 가능한 반응이며, 따라서 대중문화에 대한 노출은 캐릭터의 생동감을 지각하는 데 선행하는 변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이 때에도 대중문화 노출이 디자인의 완성도를 비롯한 다른 독립 변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 중다회귀 모형의 위계(hierarchy)를 설정, 제 1 단계에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그 결과는 표 6과 같다.

의인화된 경우, 디자인 평가의 세 차원과 대중문화 노출이 캐릭터 태도를 설명하는 유의한 변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중문화 노출의 투입으로 증가하는 R²값은 유의하게 변화하였다(F=12.89, p<0.01)¹⁾. 이러한 결과로 볼 때, 기업에서는 캐릭터를 주역으로 삼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작, 대중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캐릭터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중문화 노출 대신 생동감 지각을 투입하여 캐릭터 태도에의 영향력을 본 결과, 표 7과 같이 나타났다. 대중문화 노출을 고려한 경우(표 6)보다도 R²값의 변화량이 더 크다(F=26.33, p<0.01). 즉, 의인화된 캐릭터의 경우, 생동감 지각을 추가한 표 7의 모형이 캐릭터 선호 메커니즘을 가장 적합하게 설명한다. 따라서 가설 2-2가 지지되었다.

지각된 생동감의 중요성은 앞서 뇌 기능 영상 분석 결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인간은 캐릭터를 볼 때 먼저 그 캐릭터가 얼마나 생명력있는지 판단하려 한다. 그 결과, 의인화된 캐릭터는 오랜 정서적 관계를 맺어 온 친구처럼 지각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캐릭터는 정서를 유발할 수 없는 인공물로서 지각된다. 중다회귀 분석 결과 또한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 노출을 투입한 표 6의 모형에 비해 지각된 생동감을 투입한 표 7의 모형이 R²값을 더 큰 폭으로 변화시켰다는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이에 따르면, 만화나 에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호를 극대화할 수 없다. 첫째,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 특성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구조를 짜야 하고, 둘째, 캐릭터의 특성을 학습할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애니메이션을 방영해야 한다. 그 결과, 소비자가 캐릭터의 생동감을 지각하게 될 때, 비로소 캐릭터에 대한 선호는 유의하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논 의

사람들이 캐릭터의 디자인을 평가할 때, 캐릭터의 의인화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캐릭터의 의인화에 따라 생동감 지각과 캐릭터 선호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사람들은 의인화된 캐릭터를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보다 훨씬 생동감 있게 지각했다. 이러한 결과는 설문조사, 기억검사 및 뇌기능 영상 분석 결과에 의해서도 지지되고 있다.

한편, 캐릭터를 선호하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살펴본 결과, 의인화 된 캐릭터와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태도는 서로 다른 심리적 메커니즘을 거쳐 형성됨을 알 수 있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중요했던 의인화되지 않은 캐릭터의 경우와 달리, 의인화된 캐릭터는 생동감에 대한 소비자 지각이 더 중요한 요소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새로운 방법론을 활용하여 캐릭터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이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첫째, 기존 캐릭터 연구의 영역을 확장하고 수준을 깊이 했다. 지금까지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주를 이뤄온 캐릭터 산업 현황조사나 캐릭터와 상품 특성간의 관계 연구, 캐릭터 상품 구매 행동 특성 연구 등과 같이 캐릭터 산업에 대해서 단순한 현황을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소비자와의 심리적 관계를 고려하여 캐릭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구체적으로 측정한 것이다.

둘째, 캐릭터에 대한 선호가 형성되는 소비자 반응 메커니즘을 다양한 측정 지표를 통해 규명했다. 즉, 설문 결과로서 나타난 개념들을 연결하여, 어떤 심리적 과정을 거쳐 캐릭터가 소비자와 관계를 맺는지를 추론했다.

또한, 전통적인 자기 보고법 만으로는 추론하기 어려운 심리적 과정에 대해서, 생리적 측정법인 fMRI를 활용해 소비자 반응을 보다 유기적이고 정밀하게 해석하였다. 그동안 연구들이 주로 설문을 통해 소비자의 인지적 평가만을 측정한 것을 비추어 볼 때, fMRI 기법을 통해 소비자 잠재 반응을 측정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캐릭터를 만들고자하는 캐릭터 산업 현장에도 실용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캐릭터의 생동감을 지각하고 느낄 때, 캐릭터에 대한 선호도 높아질 수 있다. 즉, 소비자의 선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성격과 행동특성을 분명하게 전달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 이야기 구조를 짜고, 그 특성을 학습할 수 있을 만큼 오랜 기간 방영해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캐릭터를 잘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캐릭터를 주역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대중에게 널리 알려서, 캐릭터가 마치 사람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게끔 만들어야 할 것이다.

참 고 문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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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²의 차이검증은 다음의 공식을 따른다.

여기서 R²_y.12..._k₁은 Y(종속변인)와 k₁(모든 독립변인)의 중다상관자승이며, R²_y.12..._k₂은 Y와 k₂(직접 효과를 확인하고자 하는 독립변인을 제외한 나머지 독립변인들)의 중다 상관자승이다. 또한 k₁과 k₂는 각 상황의 독립변인 수를 의미하며, N은 전체 사례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