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상호작용적(interactive) 텔레비전의 발전현황
기존의 텔레비전은 송신자가 보내온 프로그램에 수용자가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형태(채널이나 볼륨 조절 등의 단순조작을 제외하고는)의 수동적 매체였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기술들이 기존의 대중매체에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란 특성을 접목시키기 시작하였다(Heeter, 2000). Rice(1984)는 뉴미디어를 수용자간에 혹은 수용자와 정보사이에 상호작용성을 부여하는 커뮤니케이션기술이라고 정의하였다. 상호작용성이 결합된 쌍방향 매체로서의 텔레비전을 지칭하는데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곤 하는데, 영어로는 "Interactive TV", "Enhanced TV", "Smart TV", "Intelligent TV" 등 다양한 용어가 쓰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용어들이 TV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최근 대두된 데 비해 "Interactive TV"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쌍방향의 새로운 TV 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여져 왔다(한은영, 2000). 쌍방향 서비스란 말 그대로 방송국이나 광고주와 시청자 또는 소비자가 방송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텔레비전의 인터액티브 서비스는 방송의 디지털화, TV와 인터넷의 융합, 그리고 이들을 가능케 한 디지털 셋탑박스, 케이블모뎀, 전화선을 이용한 DSL(Digital Subscriber Lines) 등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다. 셋탑박스는 접시 안테나를 통해 위성방송 사업자가 보낸 전파를 받아서 이를 원래의 A/V신호로 바꿔 TV화면에 나오도록 해줄 뿐 아니라, 시청자 또는 소비자가 프로그램이나 광고의 내용에 리모콘버튼이나 미니자판으로 반응을 보이면 곧바로 그 피드백을 전류 신호로 바꿔 전화선이나 케이블 망을 통해 방송국이나 광고주에게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ITV의 핵심적 장치이다(고장원, 2001). 시청자는 이 서비스를 통해 쌍방향(two-way)으로 시청하고자 하는 내용(프로그램, 광고, 기타 정보 등)이나 시청시간 등에 대해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인터넷 접속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상호작용성이 텔레비전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인터액티브 TV의 최근 동향을 알아보자. Katz(2000)는 인터액티브 TV의 종류를 크게 아날로그TV, 디지털TV, 퍼스널TV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1) 아날로그 TV
이는 전파를 아날로그형태로 케이블 셋탑박스와 통상적인 케이블라인을 통하여 화면에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며 Wink와 Worldgate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Wink(www.wink.com)는 지역 케이블 운영자나 디지털위성방송사업자와의 계약체결을 통하여 아날로그와 디지털 겸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현재 음성다중이나 캡션기능에 쓰이는 VBI(Vertical Blanking Interval) 시그널을 이용하여 상호작용적인 그래픽이나 데이터, 텍스트 등을 그 위에 실어보내는 형식을 취하며, 인터액티브 기능을 이용하는 동안 정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광고 등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즉 화면의 i 버튼을 누르는 순간 각종 부가정보서비스 메뉴가 화면에 나타나게 되고 사용자는 간단한 리모콘 조작을 통해서 날씨나 뉴스, 특정 팀의 득정상황과 같은 스포츠 정보 등을 내려 받거나, 광고를 보다가 관심 있는 제품관련 카달로그나 제품샘플을 주문할 수 있으며, 방영중인 프로그램에 관한 퀴즈게임에 참여할 수도 있다. Wink는 또한 소비자들의 제품주문 혹은 제품관련정보요청들을 모아놓았다가 이를 분석하여 광고주들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Worldgate(www.wgate.com) 역시 기존 텔레비전과 케이블라인을 이용하며 컴퓨터나 전화선의 도움 없이, 인터넷 접속을 위하여 아날로그나 디지털형 셋탑박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리모콘과 무선키보드를 이용하여 월드와이드웹, 이메일, 채팅, 직접메시지(instant messaging) 등의 대화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이용하는 경우 정규프로그램을 동시에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으나, Channel HyperLinking 서비스의 경우는 프로그램과 관련 웹사이트를 동시에 연동시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면, TV연속극을 보는 동안 관련웹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쇼의 프리뷰(preview)나, 게시판을 통해 올라 온 시청자의견을 볼 수 있으며, 게임 등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며 일기예보를 보면서 관련 웹사이트를 열어서 보다 세부적인 지역별 일기상황이나 태풍에 대한 대처요령 등을 체크할 수도 있다. 또한 상호작용적 프로그램가이드(IPG)와 특정프로그램을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는 video-on-demand(VOD)서비스도 제공한다.
2)디지털TV(데이터방송 서비스)
디지털 TV는 디지털 셋탑박스를 이용하여 방송 전파 상에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터액티브 TV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ACTV, Respond TV, Open TV 등이 있다. ACTV(www.actv.com)의 경우는 아날로그에 비해 개선된 디지털 TV의 특징을 크게 고화질(HDTV), 사용자의 입력 및 통제력증대(일대일 TV), 채널 수의 증가 등 세 가지로 들었다. 이중에서 일대일 TV기능은 상호작용성의 개념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스포츠 생중계를 시청하면서 사용자가 마치 TV 감독(director)처럼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선택하거나, 어떤 장면의 즉각적인 리플레이(replay)를 선택할 수 있고, 게임 쇼를 시청하면서 뉴스를 보거나 혹은, 게임참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웹사이트주소를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비디오나 오디오신호에 끼워 넣어 전송함으로써 웹사이트 내용을 프로그램과 링크시켜준다. 즉, 방영중인 프로그램이나 제품에 관련된 정보를 웹사이트에 연동시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제품주문 또한 가능하다. 예를 들면, 락 콘서트를 보면서 웹사이트를 통하여 노래가사나 가수의 경력이나 간단한 인물소개를 보거나 현재중계중인 운동경기에서 특정 팀의 특정선수에 대한 통계 기록 등을 점검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 뮤지컬, 연극 등 이벤트 프로그램을 pay-per-view(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로 제공한다. 광고의 경우는 소비자의 관심정도에 따라 제품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자동차 광고로 예를 들면, 여러 가지 자동차 모델들 중에서 소비자의 가구형태(예: young couple no kids, young couple with kids, mature couple with kids, mature couple no kids at home)에 따라 맞는 크기의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 소비자는 제품정보를 요청하거나 직접 구입주문을 낼 수 있고, 프로그램시청 중 특정 광고를 북마크(bookmark)해 뒀다가 나중에 다시 볼 수도 있으며, 한 가구에 일정수준의 노출이 이루어졌을 경우 광고가 자동으로 바뀌는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광고주에게는 소비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축적된 데이터 베이스를 이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광고메시지를 적합한 표적시장에 전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OpenTV(www.opentv.com)는 크게 날씨, 스포츠, 교육, 오락, 쇼핑, 생활방식(lifestyle), 게임, 이메일, 소비자보호(customer care) 등의 분야에 걸쳐서 쌍방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게임에 참여, 혹은 쇼핑채널을 보면서 리모콘을 이용하여 제품주문을 내는 것 등 주 기능은 ACTV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다만 화면을 통하여 서비스에 관한 사항을 체크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 서비스 이용료에 관한 문의도 할 수 있는 소비자 보호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RespondTV(www.respondtv.com)의 경우는 2000년 2월부터 실시간으로 주식정보(stock quote)를 제공하고 있고,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나 광고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격투로봇마라톤이란 프로그램에서는 시청자가 직접 격투로봇의 이름을 지어주거나, 인기로봇 투표 등에 참여할 수 있으며, 관심 있는 격투로봇의 게임 전적 등의 세부정보를 볼 수 있다. 광고의 경우는 제품관련 무료 경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경우 북극곰이 등장하는 광고를 보는 소비자들에 무료 곰 인형을 주문할 수 있도록 하여 브랜드와 소비자간의 호의적 관계형성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물음식의 선두주자인 퓨리너(Purina)社도 광고방영 중 주문을 요청하는 소비자들에게 강아지 손질용 셋트(puppy care kit)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3) 개인화된 TV(PVR: Personal Video Recorders)
PVR(개인용 비디오 녹화기)은 흔히 차세대 VCR로 알려져 있으며 비디오 재생기에 컴퓨터 하드드라이브가 내장된 디지털 비디오녹화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TiVo(www.tivo.com)가 업계 선두주자로서, 앞으로 5년 내에 미국가정의 50% 이상이 TiVo를 보유할 것이란 예상이 나올 만큼 그 보급속도가 빠르다. 주 기능은 아날로그 형태의 TV 시그널을 디지털화하여 사용자가 프로그램에서 VCR의 경우처럼 화면의 잠깐 멈춤, 되감기, 앞으로 빨리 감기, 리 프레이, 슬로우모션(slow motion) 등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적인 선택과 취향에 따라 프로그램 시청스케줄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여 녹화시간과 시청시간을 따로 할 수 있는 타임쉬프트(time shift)기능과 좋아하는 장르나 배우, 가수, 팀, 혹은 주제어에 따라 관심 있는 프로그램들을 검색하여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처럼 시청자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선별력을 돕기 위하여 각 방송사업자들은 정해진 시간단위로 방송일정을 나누어 방송될 프로그램에 대한 일정 및 관련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전송하고 수신기가 이 데이터를 메모리에 보관하였다가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정보를 화면에 표시해주는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 Eletronic Program Guide)를 제공한다. PVR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기능을 이용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어 방송국의 편성표와 상관없이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원하는 프로그램(WHAT)을 원하는 시간(WHEN)에 원하는 순서(ORDER)대로 조절(CONTROL)하여 시청할 수 있으며, 빨리 감기 기능을 이용하여 광고를 건너뛰고 시청하는 스키핑(skipping)이 가능하다.
앞의 사례들에서 살펴본 바를 바탕으로 인터액티브TV 맥락에서 상호작용성이 구현되는 양상을 종합하여 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여덟 가지로 요약된다.
1) 시청자의 프로그램 내용(예: 날씨정보나 스포츠프로그램에서 세부적인 정보를 선택)이나 형태(예: 특정화면의 카메라앵글을 조작하거나 화면의 크기를 확대/축소시켜보는 경우, PVR에서 화면을 잠시 정지시키거나 리플레이 시키는 기능)에 대한 통제력증가
2) 프로그램 검색기능(예: PVR에서 전자프로그램가이드를 이용 주제어에 따른 프로그램 검색)
3)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성증대(예: 대화형 서비스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의 퀴즈나 게임, 투표 등에 참여하는 경우)
4) 프로그램 시청시간에 대한 선택권증대(예: PVR의 타임쉬프트기능과 VOD를 이용하여 원하는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다)
5) 광고에 대한 선별력 증가(예: 자동차광고에서 몇 개의 옵션 중 관심 있는 차종을 선택; 광고노출시간, 길이나 순서 등을 선택)
6) 제품에 대한 접근성 증대(예: 드라마나 광고에서 본 제품을 연동된 웹페이지를 통하여 주문하거나 제품정보를 요청; 뮤직채널을 통해 콘서트를 보다가 CD 구입)
7) 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억제력증가(예: PVR의 광고 스키핑기능)
8) 방송사나 광고주 측면에서의 통제력 증가(예: 시청시간 및 시청프로그램 등의 소비자 행동패턴분석; 온라인 서베이를 이용한 직접 질의응답기능 등을 토대로 프로그램이나 광고 등의 정보내용이나 형태를 수정할 수 있고 특정소비자나 세분화된 표적집단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개인화 하여 제공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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