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의 정의
넓은 의미에서 상호작용(interaction)이란 인간이 어떤 주어진 환경하에서 어떤 사물이나 사람 혹은 존재물(entities)들과 행하는 모든 행위를 뜻하며, 이러한 행위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매체(media)를 상호작용적(interactive)이라고 말한다(Lombard & Snyder-Duch, 2001). 이러한 상호작용은 일대일대면을 통한 인간과 인간과의 상호작용, 미디어나 컴퓨터처럼 기계적인 매개체를 통한 인간과 미디어, 인간과 컴퓨터간의 상호작용 등의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상호작용성은 특히 컴퓨터로 매개된 의사소통(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s)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활발히 논의되어 왔는데, Rafaeli(1988)는 상호작용성을 일련의 의사소통의 교환 속에서, 뒤이어 나오는 메시지의 전달이 그 이전에 전달된 메시지를 통한 의사소통에 연관되는 정도라고 정의하였고 보다 세부적으로는 이것이 쌍방향통신(two-way communication)과, 이후의 메시지가 이전메시지에 관련되는 순환적 상황(recursive setting), 그리고 어떤 행위가 미디어의 컨텐츠나 형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충분한 상호작용성(full interactivity)이라고 보았다. Rice(1984)는 상호작용성을 의사소통이 실시간 혹은 비 동시적(asynchronous)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의 속도나 구조 혹은 내용에 대한 통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 했고, 비슷한 맥락에서 Neuman(1991)은 상호작용성을 의사소통과정에 대한 메시지 전달자와 수용자 모두의 증대된 통제력으로 특징지어지는 전기적으로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의 성질이라고 표현하였다. Williams, Rice, & Rogers(1988)는 상호작용성을 통제성(control), 역할의 교환(exchange of roles), 그리고 상호적 대화(mutual discourse)로 이루어진 삼차원 구조로 해석하였는데, 통제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내용, 시기, 순서적 흐름 등에 대한 것과 대안 검색, 컨텐츠의 저장이나 변환 등에 있어서의 통제력을 말하고, 역할교환은 메시지전달자와 수용자간의 역할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며, 상호적 대화는 A와 B가 대화할 때 B에 대한 A의 반응이 먼저 일어난 대화에서 B의 A에 대한 반응에 좌우되면서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역할교환측면을 강조하여 Pavlik(1996, p.135)은 상호작용성이 메시지 전달자와 수용자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며, 보다 넓게는 다수의 메시지 전달자들과 수용자들 간에 일어나는 다 방면의(multi-directional)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정의한 반면, Heeter(1989)는 메시지 전달자와 수용자의 구분이 모든 매체에 있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규정하였다. Rogers(1995)는 개인간 대화의 관점에서 상호작용성을 커뮤니케이션과정의 참여자들이 그 역할을 교환할 수 있고, 상호간 대화에 대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정도로써 설명하였는데, 실제로 많은 커뮤니케이션학자들이 개인가(face-to-face) 커뮤니케이션을 상호작용성의 표준으로 삼으면서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이 개인간 커뮤니케이션요소를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에 따라 매체의 상호작용성을 평가하기도 한다(Walther & Burgoon, 1992).
상호작용성에 관한 연구는 특히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상황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감각적으로 풍부한 매개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뜻하는 생동감(vividness)과 함께, 삼호작용성이 가상환경(virtual environments)을 구성하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으로, 상호작용성은 사용자가 매개된 환경안의 형태와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로서 정의된다(Steuer, 1992). Steuer(1992)는 상호작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3요소로, 사용자의 조작에 매개환경이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를 뜻하는 '속도(speed)'; 사용자가 매개환경에 변화를 미칠 수 있는 시간적 순서나 공간적 구성 등의 속성(attributes)의 숫자와 각 속성 안에서 일으킬 수 있는 변화의 크기를 뜻하는 '범위(range)'; 그리고 사용자의 행위가 매개환경 안에서의 행위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표현되는가를 의미하는 '맵핑(mapping)'의 세 가지를 꼽았다. 따라서 미디어의 종류에 상관없이 매체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매개된 환경(mediated environment) 안에서 그 내용이나 형태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얼마나 빠르고(speed), 자유롭게(range), 그리고 자연스럽게(mapping)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그 매체의 상호작용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혹은 낮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상호작용성은 특히 가상환경에서 사용자들이 환경에 대한 그들의 감각기(sensors)들의 관계를 조절(control)하는 것을 가능케 함으로써 현실감을 증가시킨다. 현실감은 크게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경험을 매개되지 않고 실제로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Lombard & Ditton, 1997). 예를 들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사용자가 텔레비전을 통해 매개된 영화 속의 장면에 실재하는 것처럼 느끼고 영화 속의 사물들을 현실 속의 사물과 마찬가지로 실존하는 것처럼 느낄 때 사용자는 현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현실감은 사용자가 가상환경에서 그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일으킬 지에 대한 이해와 예측이 가능할 때 발생한다(Witmer & Singer, 1998; Sheridan, 1992). Schubert et al.(1999)은 상호작용성을 사용자의 가상환경에 대한 통제의미에서의 탐색(exploration)과 그의 행위결과에 대한 예측성(predictability), 두 가지로 나누어 현실감에 대한 영향력을 실험하였는데, 이 측면 모두 현실감(presence)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 상호작용성이 실재로 현실감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됨을 증명해 보였다.
Strain(1997)은 멀티미디어상황에서 상호작용성이 사용자에게 어떤 내용(contents)을, 언제, 어떻게 전달받을 지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사용자의 필요(need)와 기술적 세련도(technical sophistication)에 따라 각기 다양한 수준의 상호작용성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즉, 1단계는 미디어가 사용자에게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단계를 말한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에서 사용자가 켜고 끄거나, 간단한 채널 선택 등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2단계는 사용자가 필요와 직감에 따라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 스스로의 행로(path)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예를 들면, 컴퓨터로 작업을 할 때, 컨텐츠에 대한 선택 및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용자가 정보처리의 순서를 조작(예: CD플레이어에서 연주곡들의 순서를 뒤바꾸는 기능)하거나 편집, 기존자료의 형태를 변화시켜 저장하는 경우 등이 2단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3단계는 다소 이론적인 수준에 가까우며 가장 높은 수준의 상호작용성을 구현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저자(author)가 되어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며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경험하는 콘텐츠의 경험이 각기 달라질 수 있다.
교육공학적 관점에서 Bork(1982)는 컴퓨터와 반응하는 동안 학습자로부터 요구되어지는 입력(input), 컴퓨터에 의한 학습자의 반응분석, 그리고 컴퓨터의 활동자체를 상호작용성으로 보았으며, Damarin(1982)은 일련의 상호작용적 옵션들을 보기, 찾기, 하기, 사용하기 구성하기 창조하기 등의 행위로 나열하였다. Jonassen(1988)은 상호작용성을 컴퓨터에 기반을 둔 사용자의 통제력과 그에 대한 분석 및 반응의 관계로 파악하면서, 상호작용은 학습자의 반응과 그에 대한 컴퓨터의 피드백의 간의 작용이며 그 반응이 학습자의 정보처리욕구에 부합할 때 상호작용이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호작용성은 단순한 마우스를 갖다대고 버튼을 누르는 것(point and click) 이상으로 사용자를 몰입케 하고 개인화 되는 특성을 갖는다(Dickson, 1995).
예술적 관점에서 Cameron(1995)은 상호작용성을 어떤 작품이나 표현물에 수용자가 참여하여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았고, 박동숙과 전경란(2001)은 이러한 상호작용성의 개입이 이야기 구성요소가 저자의 의도아래 유기적으로 짜여진 완결체로서의 내러티브(narrative)의 의미를 희석시키며, 특히 영화(film)와 같은 내러티브상황에서는 인물(character)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상호작용성이 가능하게 되면 수용자가 이를 통제하게 되고 이것이 캐릭터의 중요한 기능을 박탈하게 된다고 하였다. Laurel(1991)은 상호작용성은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과 같은 경험이라 했는데, 이는 상호작용을 매개된 환경과 그 안에 있는 사물과 존재물들에 대한 물리적인 행동과 그에 대한 매개된 공간에 구현된 인간의 반응으로 구성된 일련의 에피소드(episode)라 하여, 주어진 환경 안에서 구성요소들간의 유기적 관계를 중요시한 Heeter(2000)의 시각과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시각들은 모두 작품에 대한 수용자의 통제권 증대를 뜻하는 상호작용성의 증대로 인해 객석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짜여진 연극을 보던 관람객이 무대 안으로 진출하여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는 주체로 바뀌어 짐을 의미한다.
앞서 살펴본 다양한 관점들을 종합해 보면, 정보 혹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어떤 요소들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control)" 가능성이 상호작용성에서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통제의 개념은 광고에 있어서 상호작용성을 규정하는데 있어서도 나타난다. 즉 상호작용성은 근원적으로 정보의 통제력에 있으며, 전통적인 광고에서 소비자가 수동적이고 일방적으로 제품정보에 노출되었던데 반해서, 상호작용적인 광고(interactive advertising)에서는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보고자 원하는 제품정보를 취사선택 할 수 있는 특성을 갖는다(Bezjian-Avery, Calder, & Iacobucci, 1998). 결국은 상호작용성을 부여하는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이 판매자로부터 소비자에게로 이양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Pavlou & Stewart, 2000).
Roehm & Haugtvedt(1999)는 상호작용성을 메시지와 통제권의 두 차원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는데, 메시지는 형태(form)로 인한 상호작용성과 내용(content)으로 인한 상호작용성으로 나뉘고 통제권은 소비자와 판매자(marketer)에 의한 것으로 나뉜다. 즉 "내용 면에서" 소비자는 관심도에 따라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고, 정보가 제시되는 시간의 길이나 순서를 조절할 수 있으며 "형태 면에서는" 같은 내용이라도 비디오클립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프린트 혹은 오디오 버전으로 볼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음을 뜻한다. 판매자입장에서는 "내용 면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량이나 순서를 수정하거나 특정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정보를 개인화하여 제공하는 것을 뜻하며, "형태 면에서의" 상호작용성에는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서, 실질적인 정보에 변화를 가함이 없이 제품의 어떤 특성을 강조하거나(예: 글자의 색상에 변화를 가하거나, 밑줄 긋기, 혹은 글자의 모양이나 크기에 변화를 가하는 것 등), 프린트 버전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Ghose & Dou(1998)는 웹사이트에서 상호작용적 기능의 형태를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는 소비자에게 질문이나 피드백의 기회를 제공하는 소비자 부양(customer support)기능; 둘째, 웹상에서 서베이를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나 의견 등을 수집하는 마케팅 리서치; 셋째, 키워드 검색이나 제품의 가상현실적 디스플레이를 통한 개인적 선택도움기능; 넷째, 전자쿠폰, 경품추첨, 유저그룹(user group) 혹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한 광고/홍보기능; 다섯째는 전자엽서나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한 오락 등의 기능이다. Cutler(1990)는 새로운 상호작용적 매체를 즉각적인 광고와 판매행위, 그리고 지불된 금액의 수금 가능성을 제공하는 매체로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상호작용성은 광고에 있어서 판매자들에게 자율적 선택권을 가진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소비자들간(예: 유저그룹 등)에 혹은 소비자와 판매자간에 대화채널을 형성하여 이들간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고 개인화하며, 소비자가 판매자의 제품을 직접 구입하는 과정을 더욱 수월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모두 소비자들의 정보에 대한 통제력증가로 인해 상호작용성이 마케팅 활동에 중요한 요소로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매개된 의사소통상황(mediated communication)에서 상호작용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을 종합하여 보면, 상호작용은 매체 사용자와 매체사이에서 이 둘을 연결하여 주는 인터페이스(interface)를 통하여 일어나며, 상호작용성이란 메시지 전달자와 수용자의 역할교환이 가능한 가운데, 매개된 경험(mediated experience)의 내용(contents)이나 형태(form)에 대한 사용자의 통제력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매체 혹은 메시지 피 전달자의 반응(feedback)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교환적 과정(a series of exchangeable process)이라 할 수 있다(Heeter, 2000; Steuer, 1992; Jonassen, 1988; Lombard & Ditton, 1997; Williams, Rice, & Rogers, 1988). 상호작용성은 정보를 보다 개인화하며 사용자를 매개환경에서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몰입케 하는 특성을 갖으며 매체 특성 혹은 사용자의 특성(예: 사용자의 필요나 기술적 세련도)에 따라 다양한 수준의 상호작용성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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