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 (publicity)권에 관한 연구

제7장 결론

우리나라에 있어서 퍼블리시티권이 아직 성문법상의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그 향유주체가 유명인에게만 인정될 것인지 또는 일반인 모두에게도 인정될 것인지 등의 문제나 양도와 상속 등의 이전성의 문제에 관하여도 학설의 대립이 난무할 뿐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권리가 사람의 성명.초상 등이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보호함에 있어, 그 사람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 독립된 권리라든지 무체재산권과 유사한 권리로는 보기 어려우며, 일반적으로 인격권은 일신전속성으로 인해 상속될 수 없는 점을 보더라도 그 이전성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최근 한 지방법원판결에서는 퍼블리시티권 개념의 도입 필요성을 긍정한 바 있다. 동 판결에서는 “근래 저명한 영화배우,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성명, 초상 등이 상품의 표장이나 광고에 사용되는 경우 그 저명성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한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 월등한 인지도와 신뢰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명,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보편화되었고, 따라서 위와 같은 영화배우 등의 성명, 초상 등이 본인들의 승낙 없이 무단히 사용되는 경우 본인들이 입게 되는 손해는 자신들의 성명, 초상이 무단히 사용되는 데 따른 정신적인 고통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경제적인 이익의 박탈이라고 파악하는 것이 법률 학자들과 실무가들 사이에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는데 이는 현실에 부합하는 해석론이라 할 것이고, 이미 미국의 경우, 22개주에서 성문법으로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한 것을 비롯하여 판례로서 퍼블리시티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판결 (본문에서 언급한 일명 이휘소사건)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성명과 초상 등의 상업적 이용과 같은 특수분야에 있어서는 기존의 인격권의 일종으로서의 초상권과는 별도로 재산적 권리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일명 제임스딘 사건에서는 “......인격권으로서의 성명권, 초상권과 마찬가지로 퍼블리시티권도 성문법규정의 유무를 떠나 당연히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이고, 다만...... 언론자유와의 관계는 그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참작할 사유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하며 퍼블리시티권을 긍정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판례의 동향으로 볼 때 퍼블리시티권은 이제 미국에서만의 논의는 아니라고 보여지고 퍼블리시권의 인정여부는 이제 더 이상의 논의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퍼블리시티권을 지적재산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 퍼블리시티권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지적재산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이 미디어에 접근하여 형성되거나 형성될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통제할 권리이며, 인격권과 다른 재산권이다. 우선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이미지에 대한 권리인데 이러한 이미지는 무형의 지식이나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지적재산권의 객체와 그 특징상 유사성을 가진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은 독점적 성격의 재산권으로 여기에 독점성을 부여하는 근거는 인격 요소(persona)의 주체의 의사에 의해서만 그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이런 독점성으로 인하여 개인이 문화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미지 창출에 더욱 노력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문화발전에 이바지하려는 저작권법적인 목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이 고객흡인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는 광고모델이 주는 신용도에 따라 시장가치가 결정되는 부분에서 상표법의 이념과 유사한 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이미지에 관한 권리이므로 그 보호범위가 유동적이고 불확정적인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해 볼 때 퍼블리시티권은 지적재산권법적인 요소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지지하는 학설로서 제3자의 무단이용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또는 침해금지청구가 인정되고 있어서 넓은 의미의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보는 견해134)와 퍼블리시티권은 성명, 초상의 경제적 이익에 대한 권리로 그 인정이유에 있어 저작권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결국 성명, 초상에 저작권, 상표권을 설정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지고 제3자에 양도, 사용허락을 하는 점에서도 상표권, 저작권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 넓은 의미의 지적재산권의 하나라는 견해135)가 있는 등 대부분의 학설이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퍼블리시티권은 지적재산권의 한 부류로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상충하는 이해관계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유지하는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경제적 이익과 대중이 정보와 오락을 위해 유명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용하려는 이해관계 사이에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퍼블리시티권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이 본인의 인격요소를 이용하여 창조된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하는 독점적인 권리이며 이에 대한 타인의 무단사용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이다. 이는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적법한 것으로 수용됨으로써 정당한 재산적 가치를 지니는 한편 문화적 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개인에게 자신의 이미지의 가치를 높일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하나의 공공재로서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하여서도 재산권으로 파악하여야 한다. 따라서 인격권과는 별개의 재산권이며, 일종의 지적재산권이다. 또한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창조된 이미지에 관한 권리라는 점에서 개인의 창작물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과 가장 유사하다. 이는 표현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 인격권 등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 권리이고 주체는 원칙적으로 자연인이나, 분리하기 어려운 독특한 이미지를 가진 단체나 법인의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다. 퍼블리시티권은 양도성과 상속성을 지닌다. 다만, 권리자의 사후 50년간으로 권리의 존속기간은 제한된다. 이는 퍼블리시티권을 저작권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저작권법을 유추적용한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이미지의 여러 가지 허락 없는 상업적 이용에 의하여 침해되며, 이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 금지청구권 등의 구제수단이 있다.

지금까지 퍼블리시티권이란 새로운 용어에 대하여 그 개념의 형성에서부터 발달과정과 도입근거에 대해 살펴보고 그 법적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하였다. 미국에서 시작하여서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논의는 이 정도까지이지만 항상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지적재산권법 분야에서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이 어느 정도 발전할 것인지 또한 실제 분쟁 사례에서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는 그 귀추를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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