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 (publicity)권에 관한 연구

제5장 퍼블리시티(publicity)權관련문제

1) 사건개요

이 사건의 신청인은 모 기업의 총수로서 1989년에 어느 출판사를 통하여 발행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의 저자이며, 피신청인 등은 신청인을 모델로 하여 “○○○, 신화는 있다”라는 제호로 발행한 평전의 저자와 그 평전을 발행한 출판사이다.

피신청인은 위 평전을 발행하면서 신청인의 아무런 승낙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위 평전의 표지 및 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게재하고, 그 표지에 제호를 표시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을 다른 부분과 달리 검은색의 가로쓰기로 인쇄하여 위 평전의 저작, 인쇄, 배포 등에 마치 신청인이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하였고, 신청인의 가족관계 등을 무단으로 게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의 저서와 신청인이 국내외에서 연설한 연설문의 일부를 인용하고 또한 신청인이 회장으로 있는 ○○그룹의 광고카피인 ‘○○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위 평전에 무단기재되어 있으므로 신청인은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 및 저작권의 침해를 이유로 피신청인등이 발행한 위 평전의 제작, 판매 및 배포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하였던 것이다.

2) 신청인의 주장과 법원의 결정요지

가. 초상권, 성명권 및 프라이버시권의 침해에 대한 주장과 결정

신청인은, 피신청인 등이 위 평전을 발행하면서 신청인의 승낙이나 동의 없이 위 평전의 표지와 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게재하고, 또한 그 평전의 표지에 책명 표시를 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을 다른 부분과 달리 검은색 가로쓰기로 인쇄하여 위 평전의 자작, 인쇄, 배포 등에 마치 신청인이 관련되어 있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하였고, 더 나아가 신청인의 가족관계 등을 무단으로 기재하였으므로, 이는 신청인의 초상권과 성명권 그리고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여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위 평전의 표지와 신문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이 게재되었고, 위 평전의 표지에 책명표시를 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이 다른 부분과 달리 검은색으로 인쇄된 사실, 그리고 위 평전의 내용 중에 신청인의 가족관계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평전은 신청인이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내면서도 명문고등학교와 명문대학을 졸업한 후 모 실업에 입사하여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려 내고, 1967년에는 적은 자본으로 ○○실업을 창업하여, 8년만에 수출 1억불을 돌파하고, 1979년에는 우리나라의 단일기업 사상 최초로 10억불을 돌파하여, ‘70년대 한국 재계가 낳은 신데렐라이자 지금도 ‘세계경영’을 꿈꾸는 신화적 인물이라고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므로, 비록 신청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쓰여졌으나 그것만으로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신청인은 뛰어난 기업인으로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우리 사회의 공적인물이 되었다고 할 것인데, 공적인물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의 사진, 성명, 가족들의 생활상이 공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하여야 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신청인을 모델로 하여 쓰여진 평전의 표지 및 신문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사용하고 성명을 표기하거나 그 내용에 신청인의 가족관계를 기재하는 것은 위 평전이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내용이 아닌 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평전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신청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저작권의 침해에 대한 주장과 결정

신청인은 위 평전에는 신청인에게 저작권이 있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내용 중 115개 문단이 166면에서 192면까지에 걸쳐 전재되어 있고, 신청인이 1976년 제1회 연세경영인상을 받으면서 한 수상 연설인 ‘한국기업이 사는 길’과 198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톱 매니지먼트 포럼에서 연설한 ‘성장과 경쟁력의 공유-한국과 유럽의 비즈니스를 위한 제언’의 내용을 무단인용하고 있어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으며(저작권법 제25조), 여기에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란 그 표형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고,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인용이란 피인용저작물이 인용저작물과 명확히 구별될 수 있도록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방식으로 인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피신청인의 위 평전의 작가가 위 평전 중 ‘꿈을 가져라’라는 제목의 장(章)에서 신청인이 특히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서 인용근거를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명시한 다음, 거기에서 신청인이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조금씩 발췌하여 소제목을 붙여서 인용하고 있으며, 또한 신청인이 기업과 나라의 경제에 대단한 꿈을 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서 위 ‘한국기업이 사는 길’과 ‘성장과 경쟁력의 공유-한국과 유럽의 비즈니스를 위한 제언’의 두 연설문을 출처를 밝히고 인용하고 있는 사실과, 위 평전이 총 302면인데 위 인용부분의 분량은 33면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평전은 저작물의 성질상 모델로 되는 사람의 생애에서의 주요사건이 다루어져야만 하는 것이고, 특히 그가 기업경영인인 경우에는 경영철학 등이 소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가 저술한 책자나 연설문이 있다면 그것을 참고자료로서 평전의 내용 중에 소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또한 위 인용내용, 분량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용은 정당한 범위의 인용이라고 보여지고, 그 인용방법도 비교적 명확하여 공정한 관행에 합치된다고 보여지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신청인의 저작물을 침해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또한 신청인은, 위 평전 중에는 신청인이 회장으로 있는 ○○그룹의 광고카피인 ‘○○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무단기재되어 있어 피신청인들이 ○○그룹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가사 위 ‘○○가 있습니다’라는 내용에 관하여 저작권이 ○○그룹에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자가 아닌 개인에 불과한 신청인이 그 침해의 금지를 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평전으로 인하여 신청인 또는 ○○그룹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신청인의 이 부분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하여 기각결정을 하였다.

다. 필자의 견해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 등은 일반적인격권의 비밀영역에 속 하는 권리로서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의 불법행위에 관한 규정 중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제751조)규정에 의하여 보호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들의 권리에 대한 특별규정이나 판례가 별로 없으나, 외국에서는 특별규정 또는 판례가 많이 있으므로 이들 권리의 내용과 보호형태에 대하여 간략하게 언급하기로 한다.

먼저 초상권은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저작권법에 규정되어 있다. 독일은 1907년에 제정시행된 미술.사진저작권법(KUG) 제22조에서 초상은 피초상자의 동의 없이는 공표할 수 없게 하였던 것이며, 이 규정은 1965년에 전면개정된 현행 저작권법에서도 연속유효하도록 하였다(동 법 제141조 5호). 이탈리아에서는 현행 저작권법 제96조에서 제98조까지 3개조로 초상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인물의 초상은 본인의 동의 없이 전시, 복제, 또는 영리적인 배포를 할 수 없다(제96조). 다만 초상본인이 저명하거나 공직에 있는 경우 또는 사법적 필요나 문화적 이유에 의하여 초상이 복제가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제97조).

우리나라도 저작권법에서는 초상의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즉, 구법 제13조에서 타인의 촉탁에 의하여 저작된 사진 초상의 저작권은 촉탁자에게 속한다고 하여 초상권자를 보호하였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제거되었으나, 제32조 4항에서 “촉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촉탁자의 동의가 없으면 이를 전시하거나 복제를 하지 못하게 하여 초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종전의 판례에서는 우리 저작권법에 초상저작권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다고 하면서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에서 연역하여 초상권을 인정한 예가 있으며, 이 결정문에서도 우리 저작권법상의 초상권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음에 성명권이란 1990년부터 시행되는 현행 독일민법(BGB)에서 유래된 것인데, 동법 제12조에 의하면 성명사용의 권리가 있는 자는, 타인이 성명사용권을 다투거나 또는 타인이 동일한 성명을 권리 없이 사용함에 의하여 권리를 해하는 때에는 그것에 대한 침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고, 연속 침해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부작위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규정은 성명권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인격권이 발달하여 현재로서는 독일에서도 성명권을 일반적인격권에 포함시켜 보호하고 있으며, 그리고 일반적 인격권에 의한 서명의 보호에도 한계가 있으나, 그것은 성명의 보호와 일반적이익의 보호를 비교형량한 결과, 일반적 이익의 보호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인 프라이버시권은 우리나라의 법률상 용어가 아니라 외국법(미국)의 용어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정확한 개념을 파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프라이버시(privacy)란 불법행위법상 불법행위 유형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우리 법상으로는 그에 해당하는 용어가 없고, 또한 미국에서 프라이버시권(right of privacy)이라고 할 경우에, 1) 사람의 성명이나 사진 등의 무단사용, 2).사생활에의 침입 3) 사적사항의 폭로 4) 사람과의 관계가 없는 언조나 활동 등을 그 사람에게 결부시킴으로써 공중이 그 사람에 대하여 오해를 하도록 하는 것 등 4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용어인데, 이 결정문에서 사용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이 권리의 내용에 대하여 약간의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아무런 언급이 없어 아쉽다.

여하튼 간에, 이들 3종의 권리는 오늘날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속성이므로 이들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가 있어도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므로 이유 없다고 하여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한 결정은 정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라. 인용에 의한 저작권의 침해여부

공표된 저작물에 대하여 인용의 자유를 규정한 우리 저작권법 제25조는 베른협약과 같은 내용이며, 이러한 취지의 규정은 각국 저작권법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저작자들 간에 정신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하여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용은 정당한 범위내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하여야 하며, 이러한 제한을 일탈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한 관행에 대하여 어느 정도 그 관례가 정립되어 있거나 정당한 범위에 대하여는 그 한계를 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왜냐하면, 저작물의 종류에 따라 또는 인용의 목적에 따라 그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법문상으로는 추상적인 규정밖에 할 수 없어 실무상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인용의 범위에 대하여는 표현형식과 인용의 목적이라는 두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는데, 전자는 인용하는 저작물과 인용되는 저작물 간에 ‘주와 종’의 관계에 있어야 하며, 이것은 반드시 분량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인용하는 저작물이 인용한 부분을 분리하여도 그 자체로서 고유한 형태와 의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후자인 인용의 목적은 인용하는 저작물에서 인용되는 부분에 대하여 어떤 설명이나 언급이 있어야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면 적법한 인용이고, 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부적법한 인용으로서 저작권의 침해로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결정에 있어서도 법정문의 내용에서 이러한 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신청인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정당한 결정이라고 하겠다.

2. 박찬호 사건⁶¹⁾

1) 사건개요

신청인 박찬호 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피신청인 김진국이 그 사무실, 창고 또는 그 이외의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별지 기재 서적(이하 이 사건 서적이라고 한다) 및 별지 제1, 2 사진 표시 특별부록 초대형 양면 브로마이드(이하 이 사건 브로마이드라고 한다)의 완성품, 반제품과 그 출판을 위한 지형, 필름에 대한 피신청인 김진국의 점유를 풀고 신청인이 위임하는 집달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집달관은 그 보관하고 있음을 공시하기 위하여 적당한 방법을 취하여야 한다. 피신청인들은 위 서적 및 브로마이드의 인쇄, 제본, 발매, 반포 및 위 서적에 대한 광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피신청인들은 이미 배포된 위 서적 및 브로마이드를 회수하여 폐기하여야 한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신청인은 미국프로야구팀인 L.A. 다저스 소속의 한국인 야구선수로서 그 이름이나 야구선수로서의 명성, 활약상황 등이 국내의 스포츠 애호가는 물론 국내외 티브이, 방송, 신문 등을 통하여 국민 대다수에게 잘 알려져 있고, 1996. 12.경 Hey, Dude! 헤이, 두드! 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야구선수로서의 성장과정과 활약상을 엮은 자서전(이하 헤이, 두드! 라고 한다)을 출간한 바 있다.

나. 피신청인 김창웅은 과거 서울신문사의 기자 등으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언론직에 종사하면서 프로야구부문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게 되었는데, 1997. 7.경 그가 과거에 개인적으로 수집.정리한 자료와 1994.경부터 일간지인 스포츠서울 에 수회에 걸쳐 자서전 혹은 기자의 편집형식으로 연재된 신청인의 야구선수로서의 성장과정과 활약상에 관한 기사 등을 엮어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 라는 제호의 320여쪽에 이르는 이 사건 서적을 저술하고, 그 서적의 특별부록으로 앞면에는 신청인의 투구모습(별지 제1사진)을, 뒷면에는 신청인의 런닝모습(별지 제2사진)을 천연색으로 인쇄한 가로 약 53cm, 세로 약 78cm인 포스터형식의 이 사건 브로마이드를 제작하였다.

다. 피신청인 김진국은 도서출판 무당미디어 라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자로서위 김창웅으로부터 이 사건 서적과 브로마이드의 출판을 의뢰받아 이를 발매.반포하고 있다.

라. 이 사건 서적의 내용은 신청인의 미국생활 현지리포트, 신청인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라이프스토리, 메이저리그와 L.A. 다저스의 역사, 조직, 구성원, 신청인과 노모 히데오, 야구용어, 운용 등에 관한 해설, 그 동안 신청인의 미국내에서의 경기내용 소개 및 해설 등으로 되어 있고, 이 사건 서적의 앞표지에는 신청인의 운동복차림 투구모습이 전면(全面)으로 인쇄된 위에 이 사건 서적의 제호가 찍혀 있고(특히 정복자 박찬호 부분은 파란색의 큰 활자체 사용), 이 사건 서적의 뒷표지에는 신청인의 런닝모습이 전면으로 인쇄되어 있으며, 이 사건 서적의 내표지에서 부터 머릿글에 이르기까지 신청인이 야구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 13장이 연속 게재되어 있고, 이 사건 서적의 내용부분에는 각 그 내용과 관련된 신청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 13장이 게재되어 있다.

마. 피신청인 김창웅은 신청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서적을 저술하였고, 피신청인들은 신청인으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서적의 광고를 하면서 신청인의 성명과 사진을 이용하고 있다.

2) 신청인의 성명권, 초상권 및 인격권 침해와 명예훼손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신청인의 주장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이 무단으로 이 사건 서적의 표지, 내용, 브로마이드 및 광고에 신청인의 사진을 게재하고, 이 사건 서적의 표지에 제호를 표시함에 있어 신청인의 성명을 다른 부분과는 달리 파란색 큰 활자체로 표시하였으며, 신청인과 인터뷰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직접 신청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인 것과 같이 따옴표를 써서 신청인의 이야기를 인용하는 등으로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자체도 사실과 달라 신청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부분이 적지 아니한바, 따라서 이 사건 서적과 브로마이드의 발매.반포, 그 광고행위로 인하여 신청인의 초상권, 성명권, 퍼블리시티권, 인격권,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고 있고, 신청인의 명예도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 초상권, 성명권 및 퍼블리시티권침해 주장에 관한 판단

① 무릇 공적관심의 대상이 되는 저명한 인물 즉 공적인물(公的人物)에 대한 서술, 평가는 자유스러워야 하고,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 출판 및 표현의 자유의 내용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제한을 받는다.

② 공적인물의 생애에 관한 서술과 그에 관한 평가를 담는 서적인 평전에서는 그 저작물의 성질상 대상자의 성명을 사용하고 대상자의 사진(보도용으로 촬영된사진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을 게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생애에서의 주요사건이 다루어지고, 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더하여 지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며, 그러한 평전의 저술은 그 대상자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허용되어야 하고, 그 대상자가 되는 공적인물은 이를 수인하여야 할 것이다.

③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신청인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야구선수로서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 공적인물이 되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서적의 내용은 주로 신청인의 성장과정과 메이저리그로의 진출과정, 메이저리그에서의 생활 등을 서술하고 있으며, 비록 그 일부분에 있어 메이저리그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 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들에 관한 소개, L.A. 다저스팀에 관한 소개, 야구용어의 해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신청인의 메이저리그에서의 활약상을 소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신청인의 야구경기를 이해하고 즐기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부가적으로 수록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므로 결국 이 사건 서적은 신청인에 대한 평전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할 것이다.

④ 그런데, 이 사건 서적의 표지구성형식과 내용, 그와 관련하여 게재된 신청인의 성명과 사진이나 이 사건 서적의 배포를 위한 광고내용을 정사하여 보아도 그 내용에 나타나는 신청인의 성명과 사진이 공적인물인 신청인이 수인하여야 할 정도를 넘어서서 신청인의 성명권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하거나 부적절하게 이용되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또한 신청인이 유명야구선수로서 그 성명과 초상을 재산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즉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신청인의 성명과 초상 그 자체가 독립적.영리적으로 이용되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그 밖에 달리 이 사건 서적의 저술.발매.반포, 그 광고행위 등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초상권, 성명권 및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점을 찾아 볼 수 없다.

⑤ 따라서 이 사건 서적의 저술.발매.반포, 그 광고행위 등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초상권, 성명권 및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없다. (또한 신청인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신청인 김창웅이 신청인과 인터뷰한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것처럼 이 사건 서적에 기술함으로써 신청인의 성명권을 침해하였다고도 주장하고, 이 사건 서적에 그와 같은 기술 부분이 있는 사실은 소명되지만, 그로써 신청인의 성명권이 침해되었다고 단정할 수없다.)

⑥ 다만, 신청인의 대형사진이 게재된 이 사건 브로마이드는 신청인에 대한 평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 서적의 내용으로 필요불가결한 부분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서적과 분리되어 별책 부록으로 제작된 것으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상업적으로 이용될 염려가 적지 않고, 그와 같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경우에 신청인의 초상권 또는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될 것으로 보여지므로 이 사건 브로마이드의 발매.반포로 신청인의 초상권 또는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된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나 이미 배포된 이 사건 브로마이드의 회수, 폐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여질 뿐만 아니라, 그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그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권, 인격권 침해 주장에 관한 판단

① 이 사건 서적의 내용에 의하면, 신청인이 자신의 직구스피드보다 빨리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내용, 이스마엘 발데스 등 중남미계 선수, 노모 히데오, 마이크피아자 등에 대하여 신청인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 우리나라의 취재기자들에 대하여 딱딱하게 대하는 것은 마이너리그 시절의 언론의 무관심에 대한 보복적 대응이라는 내용, 가위질 당한 양복은 신청인의 어머니가 사준 것이 아니라 신청인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는 내용, 신청인이 아는 영어는 오케이, 쌩큐 정도에 불과하다는 내용 등이 이 사건 서적 중에 기재되어 있는 사실, 피신청인 김창웅은 신청인과 직접 대화를 하거나 신청인의 대화내용을 들은 바 없음에도 따옴표( 표)를 사용하는 등으로 마치 자신이 신청인으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었거나 신청인과 인터뷰한 것처럼 신청인과 관련된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살피건대 인격권으로서 보호받는 명예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명예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외부적 평가를 의미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피신청인들의 이 사건 서적의 저술.출판의 동기, 그 집필자료와 사진 등의 수집경위와 이 사건서적의 전체적 내용에서 나타나는 신청인에 대한 호의적 평가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기재내용이 전혀 사실과 거리가 멀다거나, 이와 같은 기재내용에 관하여 피신청인 김창웅이 그 진실확인을 의도적으로 묵살하였다거나 나아가 그와 같은 기재내용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여지지 아니하고, 오히려 신청인은 이 사건 서적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이 사건 서적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신청인이 훌륭한 야구선수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신청인의 명예가 더욱 높아졌다 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 이 사건 서적에서 사실과 달리 묘사된 부분이 있다거나 저자가 화법표시를 달리 표현하는 등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주관적인 감정에는 부분적으로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 사건 서적의 전체 내용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또한 공적인물의 프라이버시권은 일반인보다 제한된다 할 것이고, 그 경우 그러한 인물에 대한 공표내용이 흥미위주로 그 인물의 사생활적인 비윤리, 비도덕적인 부분 등을 드러내는 등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한다고 보여지지 않는 한 프라이버시의 침해를 내세워 이를 저지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신청인이 공적 인물임은 앞에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서적의 저술.발매.반포로 인하여 공적인물인 신청인의 프라이버시권이나 인격권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하는 범위로 침해되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

④ 따라서 이 사건 서적의 발매.반포로 인하여 신청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인격권 또는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되었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 저작권 침해주장에 관한 판단

① 신청인은 피신청인들이 신청인에게 저작권이 있는 헤이, 두드! 와 스포츠 서울에 연재된 신청인의 수기 박찬호 걸어서 하늘까지의 내용을 무단 사용하여 이 사건 서적을 저술.발매.반포함으로써 신청인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② 저작권의 보호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서적에서 헤이, 두드! 에 서술된 것과 동일한 일화들을 서술하고 있는 사실은 소명되나,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이른바 통상적인 아이디어의 영역을 넘어서는 표현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어 신청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③ 또한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스포츠서울에 연재된 박찬호 걸어서 하늘까지는 신청인에 대한 취재자료를 종합하여 스포츠서울 신문사의 통신원이 작성한 사실이 소명되므로 신청인에게 위 연재기사에 대한 저작권이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 할 것이므로 위 연재기사에 대하여 신청인에게 저작권이 있음을 기초로 하는 저작권 침해주장도 역시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신청인의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범위내(이 사건 브로마이드 부분)에서만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결정은 당원과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신청인의 항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3. 이휘소 사건⁶²⁾

우리나라에서는 인기연예인이나 재벌 등이 주장한 바 있는 초상권, 성명권, 프라이버시권의 침해등과 관련한 소송들이 실질적으로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손해배상소송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었으나, 1995년 서울지법에서 판결한 바 있는 마리안심리 사건⁶³⁾에서 최초로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을 수용하고 있다. 1996년에도 서울지법에서는 최종림 사건⁶⁴⁾에서 퍼블리시티권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으나 용어로는 상업적 이용 또는 공표권으로 부르고 있다.

소설이란 작가의 상상에 의하여 가상적인 인물들을 창출하고 그들이 전개해가는 이야기를 엮어낸 창작물이다. 따라서 소설은 허구의 인물과 허구의 이야기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모델이 없는 소설은 거의 없을 만큼 작가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을 모델로 삼아 소설 속의 인물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상상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소설에 현실감을 더하거나 독자에게 더 큰 흥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역사적 인물이나 사회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을 모델로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작가가 실제의 인물을 모델로 하여 소설 속의 인물을 창출한 소설을 모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2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설은 그 형태와 내용이 어떠하든 예술창작물로서 이 규정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한다. 한편, 소설이 허구라고 하지만, 독자들은 소설 속의 인물이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에는 양자를 동일시하고 소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모델소설의 내용 중에 작중 인물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이 있거나 실제 인물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묘사하는 부분이 있는 경우에, 이것이 모델이 된 인물에 대한 인격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⁶⁵⁾

종래 소설에 의한 인격권 침해가 문제된 적도 있었으나 대부분 당사자들의 합의 등으로 종결되었다. 그런데, 이휘소를 모델로 한 위 소설들에 대하여 이휘소의유족이 제기한 출판금지가처분 사건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가. 사건개요 및 판결요지

(1)당사자와 신청취지

이 사건은 물리학자 이휘소의 미망인 마리아 심 리와 아들, 딸인 죠프리 파운틴 리, 아이앤 리가 “핵물리학자 이휘소”의 편저자이며 “소설 이휘소(상,하)”의 저자인 동시에 “소설 이휘소”의 발행인인 공석하와 “핵물리학자 이휘소”의 발행인인 황명혜 또한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의 발행인인 김진명을 상대로 1. 피신청인 공석하, 황명혜는 “핵물리학자 이휘소”의 발행, 출판, 인쇄, 복제, 판매, 배포,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2. 피신청인 공석하는 “소설 이휘소”의 발행, 출판, 인쇄, 복제, 판매, 배포,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3. 피신청인 김진명, 송영석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발행, 출판, 인쇄, 복제, 판매, 배포,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라는 출판 등 가처분 신청사건이다.

나.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대한 판단

신청인들은 “핵물리학자 이휘소”와 관련하여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고 있지 않으나, “소설 이휘소”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관련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였다. 이 주장에 대해서 서울 지방법원에서는 “소설 이휘소”의 퍼블리시티권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신청인들은, 위 이휘소가 한국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녔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매우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노벨상까지 바라보게 되는 등 일반인의 이목을 끌 요소가 충분히 있는데, 피신청인 공석하가 위 이휘소와 신청인들의 성명, 초상, 이력, 경력, 생화상, 성격상 등이 지닌 재산적 가치를 이용함으로써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권리(right of commercial appropriation)이라 할수 있는데, 문학작품인 위 소설에서 위 이휘소의 성명, 사진 등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위 주장은 이유없다”라고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퍼블리시티권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신청인들은 위 소설에서, 이용후가 국립묘지에 안장되어 있다는 부분, 이용후가 이스라엘에 예정된 과학진흥을 위한 차관지급을 한국에 돌아가도록 하였다는 부분, 이용후가 미국의 아폴로계획에서 달착륙을 위한 로케트 발사과정의 역추진 가속도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여 아폴로계획이 연기되었다는 부분, 이용후가 박정희 대통령, 안기부장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는 부분등이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은 상업적 이용가치가 있다고 보아 조작한 것으로 위 이용후의 모델인 이휘소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고, 또한 피신청인 김진명, 송영석이 위 이휘소의 성명, 초상, 경력, 업적, 사회적 평가, 생활상, 성격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무단으로 엄청난 물량의 신문, 방송광고에 이용하여 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학작품인 위 소설에서 위 이휘소를 모델로 한 이용후의 행적을 흥미있게 위와 같이 창작하는 것은 소설인 이상 당연한 것이고, 이것이 위 이휘소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으며, 또한 광고 등에서 위와 같이 위 이휘소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소설의 출판금지를 구할 사유가 되지 아니하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하여 광고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를 인정하고 있다.

다. 판결의 의의와 문제점

본 판결은 다음 두 가지의 측면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첫째는 본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극히 제한적이긴 하나 최초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는 판결이라는 점이며, 둘째는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소설 이휘소”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모두 문학작품이므로 상업적 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 이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 할 것이다.

(1) 퍼블리시티권 최초의 판례

상업적이용권, 상업적 이용 또는 공표권, 명성판매권, 프라이버시공표권 등의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리워지던 Right of publicity를 본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으로 용어의 통일을 가져왔다. 본 판결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명인의 성명, 초상 등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권리로 개념정의하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의 이러한 개념적 정의는 초보적인 것이라 하겠다. 퍼블리시티권의 보호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의 주체와 객체를 보다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으며, 권리의 내용도 적극적인 손해배상 청구권 뿐만아니라 소극적인 퍼블리시티권 침해방지 청구권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 퍼블리시권 상속성 문제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도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판례, 이론적 견해와 입법례가 나뉘어져 있는 실정이다.

본 사건의 신청인들은 퍼블리시티권의 주체를 유명인물인 이휘소와 신청인 3인으로 정하여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으나, 서울지법에서는 이휘소만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과 또한 본건에 대한 신청인들의 신청취지를 본안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퍼블리시티권의 재산적 성격에 기인한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성을 인정하고 있는 판례라 할 수 있다.

(3) 상업적 이용의 범위

“소설 이휘소”와 관련하여 서울지법은 “문학작품인 소설에서 이휘소의 성명, 사진 등을 사용하였더라도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도 “문학작품인 위 소설에서 이휘소를 모델로 한 이용후의 행적을 흥미있게 위와 같이 창작하는 것은 소설인 이상 당연한 것이고, 이것이 위 이휘소의 프라이버시에 속하는 사항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볼 수 없으며”라고 판시하고 있다.

서울지법의 판시내용은 문학작품에서의 개인의 identity의 사용은 상업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견해는 상업적 이용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서, 문학작품이라고 하더라도 판매와 유통의 목적에 의하여 창작된 것이며 그를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면 문학작품내의 개인은 상업적으로 이용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광고를 통하여 동 문학작품에 대한 판매촉진활동이 있었다면 퍼블리시티권의 요건으로서 상업적 이용은 명백히 성립된다 하겠다. 이러한 관범에서 보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광고 등에서 위와 같이 위 이휘소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하더라도”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제2절 유명인의 퍼블리시티(publicity)權의 상표법적 사용 -제임스딘 표장 사건⁶⁶⁾을 중심으로

1. 개요

퍼블리시티권이 상표법상 문제될 수 있는 경우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상표에 관한 규정인 상표법 제7조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퍼블리시티권 이론은 상표법상 일부 상표등록 제한사유의 해석원리로 작용할 수 있다.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저명한 고인과의 관계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이들을 비방 또는 나쁜평판을 받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를, 제4호에서는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를 각 상표등록의 제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판결로 소위 ‘제임스딘 사건’이 있는데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사안의 내용

제임스 딘 표장을 사용한 제품이 국내에 유통된 바 있다거나 그에 관한 광고가 행해졌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제임스 딘 재단신탁이나 커티스 매니지먼트 그룹의 외국에서의 활동 또는 제임스 딘 표장이 문방구.엽서 등의 지정상품에 상표등록된 점만으로는 제임스 딘 표장이 단순한 영화배우로서의 인지도를 뛰어넘어 상품의 표지로서 국내의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에게 주지되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들의 제품 판매행위는 상품주체 및 영업주체 혼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이 사건 표장 이외에 “JAMES DEAN is the only company that use JAMES DEAN's Trademark. We guarantee the excellence of the quality"라는 문언과 ”MADE BY JAMES DEAN"이라는 표시가 부기되어 있다 하더라도 제임스 딘표장이 부착된 제품이 국내에 유통된 바 없어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주지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제임스 딘은 이미 오래 전에 사망한 외국의 영화배우이고 ‘JAMES DEAN'이라는 회사는 국내에는 물론이고 외국에도 존재하지 않는 점등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문언과 표시만으로 바로 해외에서 유통되는 제임스 딘 재 단신탁이나 커티스 매니지먼트 그룹으로부터 제임스 딘 표장의 사용권한을 부여 받아 생산되는 상품을 사칭하였다 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들의 제품 판매행위가 상품 사칭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다.

영화배우 등의 성명, 초상 등이 상품의 광고나 표장에 사용되는 경우 그 저명성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한 상품이 소비자들의 사이에 월등한 인지도와 신뢰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명,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었고, 이러한 영화배우 등의 성명, 초상 등이 본인의 승낙 없이 함부로 사용되는 경우 본인이 입게 되는 손해는 자신의 성명, 초상이 허락 없이 사용된 데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경제적인 이익의 박탈로 파악될 수 있으므로 성명과 초상 등에 대하여 기존의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과는 별도로 재산적 권리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그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승인한다 하더라도, 유명인이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을 실제 행사하고 있는 경우나 생전에 이를 행사함으로써 그 권리가 구체화되었다가 그 유명인이 사망하는 경우와는 달리, 이사건에 있어서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약 42년 전에 이미 사망한 제임스딘의 유족들로부터 권리를 승계하였다는 원고가 제임스 딘의 사망 후 그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고 있는 바, 퍼블리시티권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성문법상의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는 점, 퍼블리시티권을 재산권으로 파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한사람의 인격을 상징하는 성명, 초상 등에 관한 것인 이상 그 당사자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는 독립된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인격권은 권리자의 사망과 함께 소멸하여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점,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이 인정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성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 권리로서의 존재가치는 희석화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소멸되고 마는 권리라고 할 것이므로 제임스 딘의 사망 이후 현재까지 존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임스딘의 성명이나 초상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상속하여 이를 독점적으로 행사할 권리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3. 퍼블리시티권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는 또한 사람의 성명이나 초상 등에 관한 권리 가운데 광고나 표장 등 상업적 이용과 관련된 특수 분야에 이용될 수 있는 성명이나 초상 등에 관한 권리는 더 이상 단순히 인격적인 것으로만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재산적 권리, 즉 이른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고, 이러한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으로서 상속 및 양도가 가능하며 그 사후 존속기간도 저작권법이 저작자의 사후 50년간의 보호기간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사망 후 적어도 50년간 보호되어야 할 것인 바, 이와 같은 제임스 딘의 퍼블리시티권을 승계한 원고로부터 아무런 실시허락 또는 승낙을 받음이 없이 위 ‘JAMES DEAN'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 사건 제임스 딘 상표가 부착된 의류제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 피고들은 제임스 딘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그와 같은 불법적인 상표 사용행위를 중지하고 침해행위로 조성된 이 사건 제임스 딘상표 및 그 인쇄설비를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4. 당원의 판단

살피건대, 근래 저명한 영화배우,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성명, 초상 등이 상품의 광고나 표장에 사용되는 경우 그 저명성으로 인하여 이를 사용한 상품이 소비자들 사이에 월등한 인지도와 신뢰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성명, 초상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보편화되었고, 따라서 위와 같은 영화배우 등의 성명, 초상 등이 본인의 승낙 없이 함부로 사용되는 경우 본인이 입게 되는 손해는 자신의 성명, 초상이 허락 없이 사용된 데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정당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경제적인 이익의 박탈로 파악될 수 있으므로 성명과 초상 등에 대하여 기존의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과는 별도로 재산적 권리로서의 특성을 가지는 이른바 퍼블리시티권의 성립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그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승인한다 하더라도, 유명인이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을 실제 행사하고 있는 경우나 생전에 이를 행사함으로써 그 권리가 구체화되었다가 그 유명인이 사망하는 경우와는 달리, 이 사건에 있어서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기 약 42년 전에 이미 사망한 제임스딘의 유족들로부터 권리를 승계하였다는 원고가 제임스딘이 사망 후 그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고 있는 바, 퍼블리시티권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성문법상의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점, 퍼블리시티권을 재산권으로 파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한 사람의 인격을 상징하는 성명, 초상 등에 관한 것인 이상 그 당사자의 인격과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는 독립된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인격권은 권리자의 사망과 함께 소멸하여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점, 퍼블리시티권의 상속이 인정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은 개인의 성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 권리로서의 존재가치는 희석화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소멸되고 마는 권리라고 할 것인데, 제임스 딘의 퍼블리시티권이 원고에게 승계되었다 하여도 제임스 딘의 사망 이후 현재까지 존속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원고는 퍼블리시티권의 사후 존속기간이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50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퍼블리시티권은 자신의 성명 또는 초상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허락하는 권리로서 저작권과는 그 권리의 발생요건, 보호목적 효과 등을 달리하여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에 대한 사후 존속기간에 관한 규정을 바로 유추, 적용할 수는 없다고 하겠다)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임스 딘의 성명이나 초상에 대한 퍼블리시티권을 상속하여 이를 독점적으로 행사할 권리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음을 전제로 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⁶⁷⁾

5. 소결

위 판결은 일단 제7조 제1항 제2호는 “고인과의 관계”를 허위로 표시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으므로 “동인과의 관련성”을 표시한 것이 없는 이상 제2호의 적용은 없다고 판시한 점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4호의 적용인데 일단 사자(死者)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된다는 견해 및 공서양속을 광의로 해석하는 견해에 의하면 당연히 퍼블리시티권 침해행위에 상표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행위가 되므로 공서양속에 반한다고 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의 경우는 관계없는 제3자에게 상표의 독점권을 주는 경우가 생겨 위 대법원의 견해는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하여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3절 패러디(parody)와 공정이용(fair use)의 문제

1. 패러디의 개념

패러디의 문제는 퍼블리시티권의 침해여부를 판단 할 때 공정이용의 항변으로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패러디와 공정이용의 논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패러디의 개념 정의는 다양하나, 저작권심의조정회의 용어해설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패러디는 문예작품의 한 형식으로 유명한 문예작품의 문체를 비틀거나 또는 음률을 답습하여 그 원작품의 내용과는 다른 내용의 것으로 하여 원저작품을 재미있게 혹은 풍자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말한다”⁶⁸⁾ 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또한 패러디스트(parodist)란 “코믹한 관점에서 중요한 작품을 검토하기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여 예술과 사회에서 익살과 거짓으로 표현하는 비평가 혹은 해설자”라고 정의하고 있다.⁶⁹⁾

현재 우리나라에서 패러디에 관한 판례는 정립된 것이 없고, 최근 이재수의 패러디 사건이 거의 최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패러디의 정의로 볼 때 패러디의 개념이란 것이 매우 모호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패러디를 저작재산권으로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와 동일성유지권⁷⁰⁾의 침해로 인한 저작인격권으로서의 보호의 문제 등을 규정하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 미국의 판례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미법에서는 판례를 통해 공정이용이라는 방어논리를 구축해 두고 있는데 이는 패러디를 공정이용의 논리로서 보호하는 일정의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공정이용의 적용범위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컨대 저작물을 비평하기 위하여 그 일부분을 발췌하여 이용하는 것, 학문 또는 연구의 목적으로 일부분을 인용하는 것, 패러디(parody)의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 뉴스로서 보도하기 위하여 저작물을 간단한 인용과 함께 요약하는 것, 교육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 입법 또는 재판 절차상 필요한 경우에 복제하는 것 등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역공정이나 인터넷 상의 저작물 이용의 허용, 그리고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등의 근거로서 원용되고 있다.⁷¹⁾

2. 공정이용의 인정근거

공정이용이 인정되는 기본적인 근거는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표현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는데 있다. 여기서 진보는 이전에 행해진 다른 지적 창조의 바탕 위에서더 나아간 것이므로 완전히 독창적인 사고와 발명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철학, 비평, 역사 그리고 심지어 자연과학 분야에서조차 창조를 위해서는 과거의 것을 계속 고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거의 것에 대한 저작권을 엄격하게 집행한다면 과거의 것을 참조하기 위하여 인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과거의 것에 기초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도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므로 제2의 창조를 위해서는 기존의 저작물을 일정한 한도에서 이용하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이를 위한 것이 공정이용의 법원이다.⁷²⁾

여기서 패러디를 인정하는 이유를 보면 첫째, 패러디는 기존의 작품에 비평이나 논평, 풍자 등 새로운 창작을 가미함으로써 인류의 문화유산을 풍부하게 하고, 따라서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달성에 이바지한다. 둘째, 패러디에 그와 같은 이로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 패러디라는 것은 엄숙하고 진지한 작품에 대한 풍자.비평.비꼼 등에서 시작하므로 원저작자로서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하여 스스로 패러디를 작성한다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패러디를 작성하도록 허락을 해 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셋째, 패러디는 원작의 시장적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원작과 패러디는 전혀 다른 효용가치를 가지는 것이므로 패러디작품을 감상하였다고 해서 원작소설에 대한 수요가 감소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⁷³⁾

패러디가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공정이용의 항변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 최초로 법원의 입장을 밝힌 Campbell v. Acuff-Rose Music 판결에서 보면, 패러디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느냐 여부는 완벽하고 전통적인 공정사용의 제요소를 분석하여 결정할 문제이고 , 표면적으로는 해학적인 면이 적게 표출되어 있는 논평이나 비평과 마찬가지로 패러디도 이전의 저작물을 여과해봄으로써 사회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고 그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저작물이 창작될 수 있는 것이므로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의하여 항변할 수 있다고 하였다.⁷⁴⁾

위 판결을 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종합해 보면, 패러디의 상업적 성격으로 인하여 불공정하다는 판단을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패러디와 같은 변형적(trasformative) 이용이 공정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런 증거법적인 추정은 이용불가능하고, 또한 그 이용의 패러디적인 목적을 볼 때, 항소법원이 패러디작이 원작으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것을 베꼈다고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⁷⁵⁾

위 판결에 대한 Kennedy 대법관의 보충의견(concurring)에서는 패러디는 원작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며, 단지 원작의 일반적 스타일, 원작이 속하는 예술장르나 사회전체를 타깃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⁷⁶⁾

3. 공정이용의 적용

패러디가 공정이용에 해당되는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는, 한편으로는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복제와 2차적인 사용을 통제하는 것에 관한 저작자의 합법적인 재산상의 이익을 고려하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패러디를 하는 저작물의 이용자가 가지는 표현의 자유와 자신의 예술을 증진할 권리 및 일종의 문학상의 형태와 사회적인 비판으로서의 패러디로부터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여야 한다. ⁷⁷⁾패러디의 사회적 필요성과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복제권 간의 충돌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 저작권의 침해가 되는지 아니면 다른 저작권법상의 원리에 의해 인정되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패러디를 하는 자의 대부분이 원작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본다면, 저작권자는 대부분 자신의 저작물이 해학적으로 이용되거나 조롱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에서 패러디의 창작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려면, 공정이용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⁷⁸⁾미국의 유명한 패러디스트 얀코빅⁷⁹⁾의 경우를 보면, 저작권자에게 매번 패러디를 할 때마다 사전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얀코빅의 활동은 법적인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예방 조치로서 법적인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철저한 패러디스트로서의 프로정신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⁸⁰⁾

패러디가 공정이용으로 허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쟁점, 즉 우선 패러디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것과 이에 해당하더라도 공정이용이 되기 위하여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부분의 판례는 패러디가 되기 위해서는 희극적 요소(comedy)와 비판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법원들은 일반적으로 오락으로 그리고 사회적 문학적비판으로서의 패러디에 대하여 상당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이용의 범주에 포함되는 패러디와 그렇지 않은 패러디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패러디는 오락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비판을 포함하는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⁸¹⁾

4. 패러디와 표현의 자유

우리 헌법 제21조가 언론.출판 등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므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패러디도 당연히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포함되어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패러디로서 사상.감정을 표현하여도 타인의 명예나 권리는 침해할 수 없고,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인격권이나 저작재산권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디화하기 위해서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저작권법에 규정된 제한의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저작재산권의 침해가 된다. ⁸²⁾

5. 패러디에 대한 미국의 판례 동향

1)패러디가 저작권의 침해가 아니라는 판례

‘지상에서 영원으로’라는 영화 사건⁸³⁾

원고는 콜롬비아 영화사이고, 피고는 NBC 방송국이다. 원고가 ‘지상에서 영원으로’라는 영화를 개봉한 후 계열사에서 ‘지상에서 영낙으로(From Here To Obscurity)'라는 제목의 단막극 또는 촉극을 방영하였으며, 방영 시간은 약 20분이었다. 이에 따라 원고가 동 단막극 ’지상에서 영낙으로‘가 원고의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모방한 것이라고 하여 저작권의 침해 및 부정경쟁에 해당한다고 제소를 한 사건이다. 법원에서는 ‘영원으로’라는 표현을 ‘영낙으로’라고 사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여 허용되는 것이며, 또한 방송은 일반공중을 기만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부정경쟁의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음악에 대한 사건⁸⁴⁾

원고는 작곡가로서 ‘When Sunny Gets Blue'라는 제목의 음악을 작곡을 하였고, 피고는 ’Put It Where The Moon Don't Shine'이라는 코믹한 음반을 제작하였다. 피고의 음반 중 ‘When Sonny Sniffs Glue'는 원고의 작곡 38소절에서 최초의 6소절을 복제한 것으로, 주제를 알 수 있고 가사도 바꾼 것이다. 피고의 음반은 전체가 약 40분이고, 그 중 패러디한 부분은 29초였다. 그러므로 원고는 저작권 침해, 부정경쟁 및 명예훼손으로 피고를 제소하였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사용허락을 요청하였으나 원고가 거절한 후 사용하였고, 이 패러디가 노래로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도 문제되지 않으며, 패러디를 행하는 사람은 그 목적을 완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원저작물의 차용이 허용되며, 피고는 그 범위를 초과한 것이 아니므로 공정사용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2) 패러디가 저작권 침해라는 판결

만화 캐릭터의 패러디화 사건⁸⁵⁾

월트 디즈니의 작품이 ‘반문화(反文化)’라는 코믹잡지에 사용된 사건이다. 원고는 월트 디즈니 프로덕션으로 만화 캐릭터이 저작권자이며 상표권자이고 피고는 코믹 잡지의 발행인이다. 피고는 디즈니 만화에 등장하는 미키 마우스 등의 캐릭터를 자신의 만화에 등장시켜 잡지에 게재하였는데, 피고의 캐릭터는 시각적으로 원고의 것과 거의 같고 이름도 같이 하였다. 다만, 디즈니의 캐릭터는 순수한 애교가 넘치는데 반하여, 피고의 캐릭터는 그와는 대조적으로 반문화적인 존재로 그린것이다. 그러므로 원고가 저작권,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의한 영업 방해, 신용 추락을 이유로 동 잡지의 배포 금지, 침해물의 파괴,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만화의 캐릭터도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며, 피고가 항변하는 공정이용은 이러한 패러디화의 목적에 필요이상으로, 또한 보다 정밀하게 그대로 복사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배척하고, 피고가 항변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하여도,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 헌법 제1조는 패러디의 침해로 결정하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저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용인하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사건⁸⁶⁾

이 사건의 원고는 MGM 영화사로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에 대한 저작권자이며, 피고는 연극의 상연자이다. 피고는 동 영화를 바탕으로 하여 뮤지컬 코미디극인 ‘스카레트 피브(Scarlett feeb)'를 상연하고자 하였으므로, 원고가 이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을 이유로 제소하였다. 피고는 이 뮤지컬 코미디는 패러디이고 공정이용이라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조지아 북부지방법원은 원고의 상연 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하여, 피고의 뮤지컬 코미디에는 피고의 의도를 반영하는 비평적인 언급이 없고, 따라서 이른바 패러디에는 단순한 오락을 넘은 사회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원 작품을 지나치게 사용하고 있으므로 공정이용에 의한 보호의 가치가 없다고 하였다. 본안 판결에서는 동 연극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영화의 패러디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원작품을 상기시킴에 있어 필요이상의 것을 차용하고 있으므로, 다소 패러디의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패러디나 풍자로 분류될 수 없고 공정이용의 법리하에서 보호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였다.

패러디에 대한 최근 미국의 Suntrust v. Houghton Mifflin Company 판결저작권법⁸⁷⁾을 통해 패러디의 공정이용 논리를 살펴보자.

사안은 원고인 Suntrust가 피고 Houghton Mifflin Co.의 “The Wind Done Gone"(패러디작)을 상대로 ”Gone With the Wind"(원작)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지방법원에 출판, 배포를 금지하는 예비명령과 일시적인 제한 명령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지방법원에서는 예비명령을 승인하였으나, 항소법원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공정이용 주장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서 무효로 보고 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⁸⁸⁾원고는 원작자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Mitchell Trust의 신탁인으로서 원작은 1936년 출판 이래 베스트셀러였고, 이들은 저작권은 물론 모방작품과 다양한 상업적인 아이템들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갖고 있었다.⁸⁹⁾원고에 따르면, 패러디작은 명백히 그 전면에 원작의 내용을 언급하고 있으며, 중요한 캐릭터들, 캐릭터의 특징, 그들간의 관계를 모방한다. 또한 유명한 장면들과 원작의 구성에 있어서의 요소들을 모방하고 원작의 축어적인 대화와 묘사를 모방하였다고 주장한다.⁹⁰⁾ 피고는 첫 번째 세가지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두 작품간의 본질적 유사성이 없고 그것이 우선 원작에 대한 패러디이기 때문에 공정이용의 논리로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⁹¹⁾두 차례의 심리를 거쳐 지방법원은 예비적으로 피고의 생산, 전시, 배포, 광고,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지방법원은 피고의 출판이 원고의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피고는 항소했고, 구두 심리에서 항소법원은 좀 더 종합적인 검토를 하기로 하고 무효로 하였다. ⁹²⁾

판결의 쟁점

지방법원의 예비명령에 대한 적절성의 문제를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본다.

우선, 장점에 대한 승계의 본질적 가능성 둘째, 금지명령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회복불가능한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 셋째, 금지명령의 위협이 상대편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넷째, 금지명령 인정으로 공중의 이익이 보호되는지 여부이다. 위의 요소를 고려하여 피고의 출판이 명백한 저작권 침해인지와 공정 이용인가가 쟁점이 된다.⁹³⁾지방법원의 금지명령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비평을 위해서 원작을 사용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판결에서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인가의 여부에 대해 고려할 사항은 1)원고가 원작에 대한 유효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지 2)패러디스트가 원작의 독창적인 요소를 모방했는지 이다.⁹⁴⁾

첫 번째 요소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침해의 두 번째 요소를 확립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원작과 패러디작 간에 실질적인 유사성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허구적인 작품에서 보호할 수 없는 사상에서 보호할 수 있는 표현을 분리해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⁹⁵⁾진부한 캐릭터나 그런 장면들, “보통의 테마로부터 흘러나오는 자연스런 흐름” 같은 것들은 “사상”으로 간주되고 그것들은 저작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구성이 좀 더 세부적이고 캐릭터가 특징적이 되었을 때 이것은 “표현”으로서 저작권으로 보호된다.⁹⁶⁾두 작품을 비교한 후 지방법원은 패러디작이 원작으로부터 보호되지 않는 더 많은 부분을 모방했음을 알았는데 패러디작은 원작으로부터 15개 이상의 허구적인 캐릭터들을 사용했고, 원저작자가 묘사했던 부분과 그들간의 복잡한 관계까지도 모방했다. 게다가 다양한 허구적인 지방, 세팅, 캐릭터, 테마, 그리고 구성에 이르기까지 원작에 거의 가까울 정도였다. ⁹⁷⁾피고는 패러디작이 새로운 버전으로 이야기가 다시 전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원작의 캐릭터와 장소, 사건은 종종 새로운 작품에서 더 강하게 혹은 다른 국면으로 묘사된다. 원작의 구성이나 캐릭터, 세팅 등을 가져온 것은 인정하나 그것은 새로운 중요성을 가지고 짜여졌다.⁹⁸⁾

공정이용의 네 가지 요소로 살펴본 위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이용의 목적 및 특징

첫 번째는 패러디작이 상업적인 목적을 가졌느냐 혹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교육의 목적이냐 하는 것이다. 교육적인 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 상업적인 것이 사실이다. Campbell사안에서는 저작물의 모든 상업적 이용은 unfair 하다는 추정을 받는다는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상업적 성질의 중요성을 과장하였으며, 패러디의 상업적 성질에 사실상 결정적인 비중을 부여하고 있는 점에서 항소법원이 오류를 범했다고 본다. ⁹⁹⁾Souter대법관은 패러디의 상업적 성격이 반드시 공정이용에 대한 사실인정을 배척하는 것은 아닐 지라도 어떠한 제품을 광고하기 위하여 사용한 패러디보다도 단순히 상업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패러디가 공정이용에 해당될 가능성은 더욱 큰 것이라고 하였다. 이와 동시에 패러디가 취향에 맞느냐의 문제는 공정이용의 결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법원은 패러디의 질에 대해서는 그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¹⁰⁰⁾공정이용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요소의 예로서 예시되어 있는 상업적 비상업적 구별은 사실상 그 중요성이 희박해졌다. 왜냐하면 오늘날 상업적이지 않은 저작물의 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¹⁰¹⁾패러디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작을 흉내낼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패러디의 희생자의 상상력의 창조물에 대한 이용을 요청한다고 한다. 그러나 만약 반대로 원작에 대한 언급이 단순히 관심을 끌기 위해서 또는 신선한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고역을 피하기 위해서 원작을 이용한 것일뿐 원작의 내용이나 스타일과는 아무런 비판적 관련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타인의 저작을 차용함에 있어서 이 공정성의 주장은 비록 소멸하지는 않더라도 감소하며 그 대신 상업성의 정도와 같은 다른 요소들이 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¹⁰²⁾

두 번째는 패러디작이 저작권으로 보호된 원작의 요소를 얼마나 확장했는가를 “변형가능성”으로 말할 수 있다. 패러디작은 물론 원작에 새로운 표현, 수단, 메시지를 부가한다. 그러나 패러디작의 성공은 순수한 허구적인 작품으로써 원작으로부터 적용된 요소에 의존한다.¹⁰³⁾지방법원은 이론적으로 새로운 작품의 반 정도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비록 원작이 캐릭터들을 이용했지만 흑인을 혐오하는 인물로 표현되었던 Scarlett이 혼혈로 묘사된다든지 Scarlett의 애정의 대상이었던 Ashley가 동성애자로 그려지는 것, 그리고 흑인들의 캐릭터가 매우 깊이 있고 재치있고 영리하고 예쁘고 강하고 용기있는 등의 원작에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묘사된다.¹⁰⁴⁾

여기서 주목할 것은, 패러디작의 저자가 단순히 어떤 신선한 것을 얻기 위한 노력을 피해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패러디스트의 작품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빛을 던져줌으로써 사회적인 이익을 제공함으로 변형가능성이란 가치를 반영한다.¹⁰⁵⁾

2) 저작물의 본질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작품의 본질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작품이 모방작품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법원은 원작이 의심할 바 없이 독창적인 작품으로서 가장 많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원저작물이 사실적이어서 보호의 범위를 좁게 볼 것인가, 아니면 원저작물이 가공의 표현물이어서 보호의 범위를 넓게 볼 것인가를 결정할때 이 요소를 적용한다. 그러나 패러디는 대부분 잘 알려진 가공의 표현물을 복제하기 때문에 공정이용이냐 아니면 저작권 침해이냐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이 요소는 패러디와 거의 관련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원저작물의 이용을 패러디로서 보호하기 위하여 풍자되는 대상이 원저작물일 것이 요구되는가, 아니면 풍자를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는 경우도 포함되느냐의 문제와 관련하여 풍자의 대상이 원저작물에 한정될 필요는 없으며 기타 인생과 사회에 대한 풍자를 위하여 사용될 경우도 공정이용으로서 패러디에 포함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¹⁰⁶⁾

최근 서태지-이재수 판결에서는 사회에 대한 풍자를 패러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언급된다.¹⁰⁷⁾연방대법원에 의하면 이 요소는 어떤 저작물들은 다른 저작물들에 비해서 저작권보호의 핵심에 보다 가까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자의 저작물이 복제된 경우는 공정이용의 입증이 보다 힘들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패러디 케이스에서 공정이용의 경우를 저작권침해의 경우로부터 분리해내는 데 있어 거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패러디스트는 거의 필연적으로, 널리 알려진 표현적인 저작물을 모방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¹⁰⁸⁾

3) 이용된 비율의 양과 실질성

이는 저작물 전체에서 이용된 비율을 고려해야 하는데 원저작물에서 패러디를 하려고 할 때는 그것이 원저작물을 상기시킬 수 있는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 한다. 항소법원은 Campbell 사안에서 원작을 상기시키는(conjure up)요소를 사용하였을 경우 공정이용으로 본다고 판단한다. 현대 문화에서 알려진 원작을 사용해서 패러디를 할 경우 그것이 비평이나 유머스러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어떤 공헌을 한다면 공정이용으로 본다고 판단하였다.¹⁰⁹⁾사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상당성이 적당한 것인가 아니면 지나친 것인가의 여부는 사실적인 측면에 매우 의존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사안에 따라 고찰되어야만 한다. 패러디가 가지고 있는 해학이나 내용은 왜곡된 모방을 통하여 원저작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암시해 줌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¹¹⁰⁾패러디스트가 청중이 알게 되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 원작의 특징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형태를 인용하는 것이다. 패러디의 기교에 있어서의 핵심은 알려져 있는 원저작물과 그것을 패러디화한 작품사이의 긴장상 태에 놓여 있다. 패러디가 어떠한 저작물을 겨냥할 때 패러디는 적어도 비판적인 위트를 인식할 수 있는 정도까지 원저작물을 상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 ¹¹¹⁾

Campbell 사안에서는 베낀 부분이 원작의 핵심이라는 이유만으로, 패러디의 목적과의 관계에서 그 복제가 과도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든지 자신이 패러디스트라고 하기만 하면 다른 저작물로부터 가장 좋은 것을 취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따라서 공정성의 문제는 패러디스트가 원작의 핵심으로 다가감과 동시에 또 무엇을 했는가를 문제삼아야 한다.¹¹²⁾

이러한 인식은 원저작물의 가장 두드러지고 기억할 만한 특징을 인용함으로써 가능해지는데 일단 이것이 이루어진 다음에 그 인용이 얼마나 적절한 것인가의 문제는 패러디가 시장에서 원저작물을 대체하는 정도에 달려 있다.¹¹³⁾

4) 원작의 시장가치에 대한 효과

항소법원은 독특하게 패러디의 경우 공정이용의 결정에 있어 원작의 저작권과 잠재적 시장가치에 해를 끼친다는 증거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공정이용에 지지하는 면에서는 정확히 시장대체에 집중하고 패러디작이 원작의 판매를 대체할 가능성이 별로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기록에 의하면 패러디작이나 혹은 다른 그와 비슷한 작품들이 시장대체를 한다든가 심각하게 해를 끼친다는 원고의 증거는 설득력이 줄었으므로 따라서 네 번째 요소는 패러디작이 공정이용이라는 쪽으로 기운다고 볼 수 있다.¹¹⁵⁾

치명적인 패러디가 원작에 대한 수요를 말살한 경우에, 그 패러디는 저작권법하에서 인정될 수 있는 위해를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패러디는 아주 정당하게 원작을 목조르거나 원작을 예술적으로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목표삼을 수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법원의 역할은 “원작의 수요를 단순히 억압하는 신랄한 비판과 그 수요를 빼앗는 저작권 침해”를 구별하는 것이라고 한다.¹¹⁶⁾

Suntrust 판결에서 항소법원은 원고가 원작의 저작권에 대하여 피고의 패러디작으로부터 침해를 당했고, 그러한 침해는 경제적인 손실을 보상함으로써 적절히 회복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그것은 공정이용의 논리가 유효함을 받아들인 것이 위 판결에 대한 소수의견으로 Marcus 판사는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한다. 먼저 지방법원은 패러디작의 비판적이거나 패러디적인 요소를 발견하는데 오류를 범했다고 보고 있다. 둘째로 패러디스트의 재구성 노력을 간과했다. 셋째로 패러디작이 원작을 대체하지 않고 원작과 패러디작은 대체라기 보다는 보충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¹¹⁷⁾

네 번째 요소와 관련하여 연방대법원은 패러디에 의하여 시장에 어떠한 효과가 발생하였는가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비판으로서의 패러디의 영향이 아니라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있어서의 이용의 경제적인 효과를 고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즉 패러디에 의한 비판이 매우 통렬한 것이어서 패러디가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도 있는데, 공정이용을 판단하는데 있어서의 시장의 효과가 이같은 효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패러디에 있어서의 진정한 쟁점은 패러디가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는지, 즉 패러디가 원저작물과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저작물을 구입하기 보다는 패러디를 구입할 것인지 여부를 고찰하여야 한다.¹¹⁸⁾

최근 서태지 이재수 사건

원고는 가수활동을 하면서 “COME BACK HOME"이라는 음악저작물(원곡)을 창작한 작사자 겸 작곡자이고, 피고는 가수이며 주식회사 우퍼엔터테인먼트는 피고의 소속 음반 제작회사이다.¹¹⁹⁾

피고는 원곡의 가사 중 일부를 추가.변경하는 방법으로 가사를 변형하고 원곡의 악곡과는 음정과 박자를 일부 달리하는 노래(개사곡)을 녹음하여 제작.판매하고 있었다. 또한 원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였던 감독으로 하여금 이 사건의 개사곡을 담아 피고인이 원고와 비슷한 모습으로 나와 일부장면만 변형되고 대부분 원래의 뮤직비디오와 유사한 내용의 뮤직비디오 “컴배콤”을 제작케 한 후, 이를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방송.전시하였다.¹²⁰⁾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영상저작물로서 감독.연출 등을 담당하여 제작한 자에게 저작권이 귀속되므로 원고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사실만으로 저작권자로 볼수는 없다. 이것은 퍼블리시티권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인격권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는 먼저 피고는 원고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동일성유지권에 대해서는 원곡에 대해서는 침해로 보고 뮤직비디오 부분에 관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본 사안에서 패러디 주장에 대한 판단을 보면 피고는 개사곡은 원곡에 담긴 진지한 고민을 풍자하고 희화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비평이나 새로운 웃음을 선사한 것으로서 패러디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이용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¹²²⁾물론 패러디는 우리 저작권법 제25조에 의해 자유이용의 범주로서 허용될 여지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저작권자의 동일성 유지 법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상, 동일성유지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저작물의 변형적 이용이 원저작물에 대한 비평.풍자 여부, 원저작물의 이용 목적과 성격, 이용된 부분의 분량과 질, 이용된 방법과 형태, 소비자들이 일반적인 관념, 원저작물의 시장수요 내지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¹²³⁾

이 사건 개사곡은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 허용되기 어려우며, 피고가 상업적으로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개사곡이 원곡을 이용한 정도가 원고가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정도를 넘는 것으로 보이며,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을 들어 개사곡은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다.¹²⁴⁾

프랑스의 판결에서 항소법원은 부수적으로 내린 풍자적개작에 대한 정의에서 그것은 원작의 풍자적 변형(travertissement comique)으로 이뤄지며 그 원작의 저작자인격 자체를 침해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확정하였다. 그런데 항소심판사들은 피고가 반대로 전혀 원고의 원작을 전혀 변형함이 없이 그것을 복제하였고 거기에 원고의 인격에 관한 것들을 비웃는 표현들을 결합시켰다고 인정하였지만, 그 확인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전혀 끌어내지 못하였다.¹²⁵⁾피고의 개사곡은 원고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부분에 한하여 침해부분을 제거 또는 말소하지 아니한 사건 음반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제조.판매를 금지하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기각하였다.¹²⁶⁾

6. 소결

오늘날 패러디는 또 하나의 새로운 창작물로서 인정받을 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였다. 패러디로서 자주 이용되는 음악저작물이나 출판저작물을 비롯하여 영화나 광고, 그 밖의 다양한 부분에 있어 패러디가 자주 이용되고 있다. 이같이 저작물이 패러디라는 방법으로 새로운 저작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될 때 우리는 패러디라는 장르를 저작물에 대한 공정이용으로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 본 여러 판례들에 따르면, 패러디를 공정이용으로 인정하는데 있어서 다소 모호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미국 저작권법 107조의 공정이용의 논리는 그 추상적인 성격¹²⁷⁾으로 인해 더욱 더 탄력적이고 개별적인 적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 미국의 주요 판례를 살펴보면, 퍼블리시티권의 침해 여부를 가릴 때 이러한 패러디의 문제가 하나의 항변자료로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4절 퍼블리시티(publicity)權의 제한 문제

- 삼성 대 Vanna White 사건 중심으로

1. 개요

과연 타인의 이름이나 초상 등을 허락 없이 이용하는 행위가 모두 초상권이나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 문제된 사건들은 대부분 타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사용한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으므로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초상권 내지 퍼블리시티권의 한계는 분명한 논의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헌법 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데, 즉 퍼블리시티권을 무한정 확대 인정하면 그만큼 대중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양자의 조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1993년 White v. Samsung 판결을 중심으로 퍼블리시티권의 제한 문제를 살펴보자.

2. White판결

1) 사실의 개요

본 사건은 미국의 유명한 게임쇼 프로그램인 ‘Wheel of Fortune'의 보조진행자인 VannaWhite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피고로 하여 제기한 사건이다. Vanna White는 프라이버시권 침해, 퍼블리시티권 침해, 그리고 Lanham Act위반으로 소를 제기하였고, 미연방 지방법원은 각각의 주장에 대하여 삼성전자측을 지지하는 즉결 재판을 하였으며 이에 White측은 항소법원에 항소한 사건이다.

2) 원고측 주장

프라이버시권(CAL.CIV.CODE §3344(a))에 대하여 White는 지방법원이 CAL.CIV.CODE §3344에 근거한 그녀의 청구를 거절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White는 삼성전자의 광고가 그녀의 "동일성(likeness)"을 사용한 것은 §3344의 위반이라고 주장하였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White는 지방법원이 관습법상의 퍼블리시티권에 근거한 그녀의 청구에 대하여 피고측을 지지하는 즉결 재판을 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Lanham Act에서 White는 마지막으로 지방법원이 Lanham Act에 근거한 그녀의 청구를 부정한 것이 잘못된 판단이라고 주장하였다.

3) 피고측 주장

피고측은 항변함에 있어 그들의 로봇광고에 대한 보호 진술로 여러 경우의 패러디 광고를 예로 들었다.

4) 쟁점

프라이버시권에 대하여 CAL.CIV.CODE §3344(a)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광고나 판매의 목적으로 ... 그 사람의 사전 동의 없이 ... 타인의 이름, 목소리, 서명, 사진, 또는 외모 등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의식적으로 사용한 사람은 ...그 결과로서 그 사람 또는 사람들에게 입힌 것으로 확인된 어떠한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책임이 있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하여 살펴보면, Eastwood 사건(Eastwood v. Superior Court, 149 Cal.App.3d 409, 198 Cal.Rptr.342 (1983))에서 캘리포니아 항소 법원은 퍼블리시티권을 근거로 한 소송은 (1) 피고가 원고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사용하였을 것, (2) 원고의 이름 또는 외모(name or likeness)의 도용이 피고에게 상업적으로나 그 외의 방법으로 이익을 줄 것, (3) 동의가 없을 것, (4) 그 결과로 손해를 가져올 것의 경우에 한해 주장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언급된 ‘이름 또는 외모(name or likeness)'라는 표현은 Prosser에게서 유래된 것인데, 그는 퍼블리시티권 사건은 이름 도용과 사진이나 그 외의 외관 도용의 두 가지의 실제적인 시나리오 중의 하나와 연관된다고 인식하였다. Prosser의 표현 이후로 판례법은 퍼블리시티권은 이름 또는 외모의 도용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Lanham Act, 15 U.S.C. §1125(a)의 §43(a)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어떠한 상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하여 ... 허위의 묘사나 초상을 ... 사용한 자는 ...그 허위의 묘사나 초상의 사용에 의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에 의해... 민사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본 재판부는 혼동 가능성이 존재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몇 가지 다양한 다요소 실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Academy, 944 F.2d at 1454, n.3). 일반적으로 지방법원의 판결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본 재판부에서는 지방법원이 사용했던 실험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지방법원이 혼동 가능성의 판단을 위해서 어떠한 다요소 평가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며, 본 사건은 즉결 판결에 대한 항소 사건이기 때문에 본 재판부는 새로이 지방법원의 판결을 재고하기 위해서 AMF사건( AMF, Inc. v. Sleekcraft Boats, 599 F.2d 341 (9th Cir.1979))에서 발표된 8-요소 평가를 지침으로 이용할 것이다.

4) 패러디 항변(Parody Defense)

피고가 언급한 사건들 중에 근소하게나마 본 사건과 관계가 있는 사건들은 Hustler Magazine사건(Hustler Magazine v. Falwell, 458 U.S, 46, 108 S.Ct, 876, 99 L.Ed.2d 41(1988))과 L.L. Bean 사건(L.L. Bean, inc. v. Drake Publishers, Inc., 811 F.2d 26(1st Cir.1987))이다.

5) 판결의 결론

이상과 같은 원고와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재판부는 ① 본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광고에 사용된 로봇이 §3344의 의미에서의 White의 동일성이 아니라는 지방 법원의 판결에 동의한다. ② White가 삼성과 Deutsch가 그녀의 아이덴티티를 도용했음을 보여주는 사실을 주장했기 때문에 지방 법원이 즉결 재판에서 White의 관습법상의 퍼블리시티권에 근거한 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③ 본 사건에의 sleekcraft 요소들의 적용은 지방 법원이 즉결 재판에서 White의 Lanham Act에 근거한 청구를 배척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④피고들의 패러디 논쟁은 비상업적인 패러디에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패러디(parody)"와 “싸구려 복제품(knock-off)"의 차이는 풍자와 이익의 차이점이다.” 라고 하여 일부 인용, 일부 파기 환송의 판결을 하였다.

6) 판결이유

프라이버시권으로 보면, 본 사건에서 삼성과 Deutsch는 인공적인 모습의 로봇을 사용한 것이지, 예를 들자면 White의 모습을 정밀하게 만든 마네킨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논의로 Motschenbacher 사건(Motschenbacher v. R.J. Reynolds Tobacco Co., 498 F.2d 821 (9th Cir. 1974)), Midler 사건(Midler v.Ford Motor Co., 849 F.2d 460 (9th Cir. 1988)), 그리고 Carson 사건(Carson v.Here's Jonny Portable Toilets, Inc., 698 F.2d 831 (6th Cir.1983)) 등을 살펴보면 관습법상의 퍼블리시티권은 단순히 이름이나 외모의 도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가 실제로 원고의 아이덴티티를 도용했는지 여부의 판단에 관련된 특별한 의미의 도용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사건에서 피고들은 원고의 아이덴티티를 도용하는 명백한 수단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들 각각의 행동은 퍼블리시티권이 보호해야만 하는 상업적 이익을 직접적으로 내포했다. Carson 사건의 판결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 인사들의 아이덴티티에 대하여 상업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발전되어 왔다. 이 권리 이론에 따르면 유명인사의 아이덴티티는 상품 광고에서 가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유명 인사는 이러한 아이덴티티가 허가 받지 않고 상업적으로 불법 이용되는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이익을 가지고 있다.” 피고가 원고의 아이덴티티를 도용한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고가 도용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이들 사건의 교훈은 퍼블리시티권을 아이덴티티를 도용하는 특정한 수단-마치 세탁 목록과 같은- 만을 방지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각각으로 보면 본 사건에서 광고의 인물의 모습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종합적으로 보면 이 광고가 유명 인사를 묘사하려는 의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여성형 로봇은 긴 가운을 입고 금발 가발을 쓰고 큰 보석을 착용하고 있다. Vanna White는 때때로 정확히 이런 복장을 하지만 다른 많은 여성들 역시 그렇게 한다. 이 로봇은 게임판의 글자판을 돌리고 있다. White는 게임판의 글자를 돌리는 동안 이렇게 옷을 입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와 비슷한 복장을 한 Scrabble-play를 하는 여성들도 그렇게 입을 것이다. 이 로봇은 Wheel of Fortune 게임 쇼 세트와 비슷한 것 위에 서 있다. White는 이와 비슷하게 옷을 입고 글자를 돌리고 Wheel of Fortune 쇼에서 이러한 행위들을 한다. 그녀는 유일하다. 사실상 피고들 자신이 그들의 광고가 Vanna White 광고임을 언급했는데 이 사실은 놀랍지 않다.

Lanham Act상 본 사건에 Sleekcraft의 다요소 평가를 적용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이 평가는 앞의 Carson 사건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혼동가능성의 측정을 위한 다음의 여덟 가지 요소이다.

① 원고의 특징의 강도(strength or the plaintiff's mark)

유명 인사 원고가 endorsement(유명인사의 보증선전) 광고를 하는 것으로 혼동을 줄 수 있는 사건에서 특징(mark)은 유명 인사의 페르소나(persona)를 의미한다(Allen, 610 F.Supp. at 627). 특징의 강도란 이 유명 인사가 사회 구성원들에게서 얼마만큼이나 인지되는지 그 정도를 의미한다(Academy, 944F.2d at 1455). Vanna White가 삼성의 로봇 광고가 목표로 하는 해당 부분의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면 해당 대중들은 그녀가 삼성 비디오를 선전하는 지에 관해 혼동될 수가 없다. 반면 Vanna White가 잘 알려져 있다면 혼동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Sleekcraft 평가에 비추어 보면 White의 “특징”, 즉 유명세 아이덴티티는 강하다.

② 상품에의 관련성(relatedness of the goods)

유명 인사 원고가 endorsement(유명인사의 보증선전) 광고를 하는 것으로 혼동을 줄 수 있는 사건에서 원고의 “상품”은 원고의 명성의 원천이나 원인과 관련이 있다. White의 명성은 텔레비젼으로 방영되는 행위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녀의 “상품”은 밀접하게 삼성 비디오와 관련이 있다. 사실상 이 광고 자체는 독자들에게 삼성 비디오로 “최장기 방영되는 게임 쇼”를 미래에도 녹화할 것임을 알려줌으로서 그 관련성을 강화시켜 준다.

③ 특징의 유사성(similarity of the marks)

“특징의 유사성”은 혼동 가능성을 찾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 로봇 광고의 모든 모양은 White와 동일하다. 또 한편으로 이 인물은 분명하게 로봇이지 사람이 아니다. 이런 모호성으로 인해 우리는 해결을 위해서 다른 요소들에 의지해야만 한다.

④ 실질적인 혼동의 증거(evidence of actual confusion)

White는 실질적인 혼동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음으로 네 번째 요소는 그녀에게 불리하다.

⑤ 사용된 마케팅 채널(marketing channels used)

몇몇 잡지의 표지를 포함하여 많은 잡지 광고에서 White는 로봇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잡지가 로봇 광고를 위한 마케팅 채널로 이용되었다. 바로 이 점이 혼동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⑥ 구매자 관심의 가능한 정도(likely degree of purchaser care)

소비자는 누가 비디오를 endorse 광고하는 지 특별히 주의를 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주체인지 혼동할 가능성이 있다.

⑦ 특징 선택에 있어서의 피고의 의도(defendant's intent in selecting the mark)

일곱 번째 요소에 관하여 로봇 광고를 함으로써 피고가 “Wheel of Fortune”의 눈속임 광고를 하려고 했다고 지방 법원은 판결했다. 이에 관련된 문제는 피고가 삼성 비디오의 endorsement 광고에 관하여 소비자를 혼동시킴으로써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의 유무이다(Toho, 645 F.2d 788). 본 법정은 피고가 Vanna White와 “Wheel of Fortune”의 눈속임 광고를 하려고 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피고가 또한 endorsement에 관해서도 소비자를 혼동시키려 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 광고는 동일한 주제를 가진 시리즈 광고의 한 편이다. 이 시리즈 중 다른 한 편에서는 Morton Downey Jr.를 2008년의 대통령 후보로 묘사했다. 확실히 피고들은 대통령 선거와 Mr. Downey를 이 광고를 통해 흉내냈다(spoof). 그러나 소비자들은 Mr. Downey가 돈을 받고 이 광고를 허락했으며 또한 삼성 제품을 광고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며, 그렇게 믿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광고 시리즈 전체를 보면 이 시리즈의 표면적 유머 감각 밑에는 유명 인사 Downey처럼 유명 인사 White도 삼성 제품을 선전하고 있다고 믿게 할 의도가 있다.

⑧ 제품 라인의 증가 가능성(likelihood of expansion of the product lines)

여덟 번째 요소는 이와 같은 유명 인사 endorsement 광고에는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7) 패러디 항변(Parody Defense)

본 사건은 삼성 VCRs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진정한 광고이다. 광고에서 Vanna White를 눈속임으로 사용한 것이 광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광고의 중요한 메시지인 “삼성 비디오 카세트 레코더를 사시오(buy Samsung VCRs)."와는 아주 약간의 관련성이 있을 뿐이다.

3. White판결과 퍼블리시티권 제한문제 128)

미국법학원의 정의에 따르면 퍼블리시티권은 “타인의 이름, 초상 기타 아이덴티티의 표지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개인의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를 승낙 없이 이용하는 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White판결이 이러한 광범위한 정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 주법에 의해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그 범위나 정의는 주마다 다르다. 그 중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성문법상의 퍼블리시티권과 중첩적으로 보통법상의 퍼블리시티권을 넓게 인정해 왔다. 연방 제2항소법원(뉴욕주 관할)이 “이름, 초상, 사진 또는 음성”이외에 다른 종류의 인식요소에 대해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부정한 반면, 연방 제9항소법원(캘리포니아주를 관할)에서는 “모든 인식요소”에 확대하였고, 그 범위를 가장 확대한 것이 바로 White판결이다. 그러나 위 판결은 유명인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상업적 사용에 대해 유명인에게 지나친 권한을 주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White판결에서는 “피고가 원고의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이용했느냐가 아니라 이용했느냐 안했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판시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퍼블리시티권에 있어서의 공정이용(fair use)의 예외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사건에 있어서는 광고의 상업적인 성격 때문에 패러디광고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 단지 소비자의 마음에 유명인의 이미지만 떠올리게 하는 행위도 퍼블리시티권의 침해로 인정되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White판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많은 학자들은 퍼블리시티권의 범위에 제한을 둘 것을 제안하였다. 그럼에도 미국법학원은 결국 성명, 별명, 직업상 명칭, 사진, 그림, 영화에 표현된 초상, 신체적인 외관 등에 그치지 아니하고 어떤형태의 개인의 아이덴티티라도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한, 그 소유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법상 인정된 퍼블리시티권의 위상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반드시 제한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인 표현에는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가 인정될 수 없다고 볼 경우 본질적으로 상업적 성격을 띠는 광고에 있어서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피고가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가치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인의 아이덴티티를 “밀접하고 독특하게(closely and uniquely)" 연상시킬 경우에만 퍼블리시티권이 발동된다는 기준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광고인에게 신뢰할 만한 기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White법원이 말하는 퍼블리시티권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첫째, 공정이용의 예외나 패러디의 여지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데 반하여 개인의 퍼블리시티권을 통제할 헌법적 권리는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White법원은 유명인이 그들의 아이덴티티의 상업적 이용을 통제할 권리와 대중이 정보와 오락을 배포할 권리 사이에 균형을 유지시키는데 실패하였고, 유명인에게 너무나 많은 통제권을 주었다. 둘째, 적어도 극중 배역과 관련해서는 유명인을 단지 연상시키는 행위는 그러한 배역과 유명인의 아이덴티티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명이 없는 한 면책되어야 한다. 그리고 퍼블리시티권은 광고가 단지 소비자에게 유명인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에는 행사되어서는 안되며, 그 요건인 “아이덴티티의 영리적 이용”이 확인된 경우에만 인정되어야 한다. 소비자가 볼 때 광고가 유명인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는 한, 유명인은 자신의 명예에 손상을 입었다고 볼 수 없으며 선전에 관한 혼동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적’ 또는 ‘밀접한’ 아이덴티티의 연상행위 또는 ‘연상’ 이상의 ‘명백한 인식'에 대해서만 보호를 부여하는 것이 균형을 유지하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직접적’, ‘밀접한’ 또는 ‘명백한’ 인식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입법부의 소임일 것이다.¹²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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