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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1990년대 한국 잡지의 특성1. 1990년대 한국 잡지산업의 현황1990년대 우리 나라의 잡지 산업은 1987년 6?29선언 이후 잡지 발행의 절차가 용이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양적인 팽창이 두드러졌다.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6?29 이전 총 2,204종이던 잡지는 3년 뒤인 1990년에 4,924종으로 늘어나 2배 이상의 양적인 증가를 보였다. 1986년 11월 30일자 통계를 보면 주간지가 171종, 월간지 1,111종, 격월간지 285종, 계간지 399종으로 모든 잡지를 합쳐 1,966종이었던 것이, 1987년 6?29선언 이후 주간 212종, 월간 1,259종, 계간 454종으로 모두 2,217종이 된 것만 봐도, 6?29선언이 1990년대 잡지계의 급격한 양적 팽창에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19) <표 3>을 통해 1999년 6월 30일까지 문화관광부와 각 시?도에 등록된 정기간행물의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총등록 종수는 6,243종으로 1995년도 8,463종이나 1996년도 8,218종보다 무려 2천여 종이나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1996년 7월 1일 개정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서 사보나 협회보, 연감 등의 간행물을 등록 대상에서 제외한 데서 비롯된 것으
로 보인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하게 이루어진 양적 성장은 많은 문제점들을 낳기도 했다. 잡지들이 한꺼번에 창간되면서 잡지사들은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력난을 겪게 되었고, 한정된 시장에서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선정적인 기사나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기사 등에 치중하면서 상업성이 두드러졌다. 즉, 잡지의 양적 증가가 독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 준 반면, 잡지계에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잡지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가능케 한 또 다른 이유는 잡지 광고의 증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8년 약 652억 원이던 잡지 광고비는 1991년 1,16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1997년에는 2,129억 원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잡지 광고의 성장은 잡지사의 재정기반 확충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나 이렇게 양적 팽창을 거듭하던 잡지계도 1998년 IMF의 영향으로 폐간이 속출하거나 휴간과 합병이 늘어나는 등,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우리 나라 국민들의 잡지 구독률은 1990년 28%에서 1998년 20%로 하락하였고, 잡지의 구독 시간도 하루 평균 4분 정도에 머물러, 신문이나 책보다 열독률이 훨씬 저조한 편이다. 또한 최근에 들어와서는 기업들의 광고 이탈, 용지대?필름값?인쇄비의 인상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IMF 이후의 소비 위축으로 인한 판매 부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20) 이상으로 살펴본 대로 1990년대 우리 나라의 잡지는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단순한 양적인 성장 이외에 외형상, 내용상, 제작 기술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1990년대에 두드러진 잡지의 양적 증가와 폐간 등의 현황을 <표 4>를 참고로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2년 잡지계는 1987년 6?29선언 이후 계속되던 증가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규 등록과 창간이 전년에 비해 줄었고, 많은 잡지가 폐간되기도 했다. 당시 폐간한 잡지들은 자본의 영세성, 시장조사 불이행, 전문인력 부재, 광고수주 불능 등 경영적인 문제가 공통적인 폐간 원인으로 작용했다.21) 1993년 잡지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1992년 소련 및 동구권 공산주의 해체 이후 현저하게 나타난 이념성 잡지의 퇴조이다. 이런 경향에 따라 정치?시사 분야에 20건, 노동 분야에 3건, 문학 분야에 9건, 역사 분야 3건의 이념성 잡지가 폐간되었다.22) 또한 지자체 시행에 따라 지역 생활정보지가 증가했고, 컴퓨터 산업의 확산으로 컴퓨터 관련 잡지 등이 등장하면서 분야가 세
분화되었다. 한편 주간지의 진출이 활발한 데 비해서 1980년대 폭발적인 강세를 보였던 「월간조선」「신동아」등 시사 월간지가 약화된 것도 특징적인 현상이다. 이는 정치계 이면의 비화성 폭로 기사의 수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과 함께 시사 주간지물에 시장을 잠식당한 탓으로 보인다.23) 1994년 들어 1991년 이후 가장 많은 잡지가 등록되고, 창간?폐간됐다. 신규 등록이 930종으로 1993년에 비해 110종이나 늘어났다. 이렇듯 신규 등록이 늘어난 것은 당시 사회 구조의 전문화?세분화 현상이 잡지계에도 영향을 끼친 결과로 해석된다. 창간이 많았던 만큼 폐간도 1993년 299종에 비해 약 27% 증가한 410종으로, 111종이 증가했다. 폐간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 중에는 당시 공보처가 등록만 해놓고 창간하지 않은 잡지에 과태료 부과 통보를 보내는 등 법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94년 잡지계의 또 다른 특기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CD-ROM 잡지의 등장이었다. 당시 도서출판 반디가 내놓은 「사이버스페이스」는 한 장의 CD-ROM으로 보고 듣는 잡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24) 1995년에는 신규 등록이 1천 종을 기록했다. 단일 연도로는 1990년대 최다 등록이었다. 「앙팡」「에스콰이어」「프리미어」등 외국 라이선스 잡지가 창간 붐을 이룬 것도 이 때였다. 앞의 <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간지를 포함한 정기간행물 총등록 역시 8,463종으로 1990년대 중 최다를 나타낸다. 잡지의 신규 등록은 1990년대의 중간인 1995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 1998년 최하에 이르게 된다. 1995년 12월 정간법 개정이 통과되면서 1996년 7월 1일부터 당시 공보처에 등록되어 있던 정기간행물 중 약 40%인 3,970종이 시?도로 관리가 위임되기 시작했다. 또 1년 이상 미창간이거나 발행중단 상태인 정기간행물에 대해서는 등록청이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되었다.25) 1995년에 비해 신규 등록은 265종 감소한 737종, 창간 잡지는 285종으로 130종이 감소했고, 폐간도 101종 줄었다. 1996년 8월「하퍼스바자」「보그」「위드」등 외국 유명 패션지들이 한국에 진출했다. 이 잡지들은 1993-94년 수입된「엘르」「마리끌레르」등과 함께 패션지 시장을 형성하며 여성지 시장을 세분화하는 데 기여했다. 1997년에는 잡지계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199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정간법 제7조 ①항에 “...다만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거나 법인, 기타 단체나 기관이 그 소속원에게 무료로 보급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경우와 순수한 학습자료 또는 상업광고만을 게재하는 경우에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되어 있는데,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말이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로 풀이되어 사실상 사보나 협회보 등이 등록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등록 후 1년 이내 창간하지 않을 경우나, 창간 후 아무 까닭 없이 1년 이상 그 발간을 중단하였을 경우 등록청이 직권으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동법 제12조 2의 제2항 때문에, 등록 숫자에 포함되었던 정간물이 제외되었다. 이러한 등록 제외로 정기간행물 등록 숫자는 1997년 이후 계속 감소해 왔다. 그리고 199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도 성인지 발행의 위축을 가져왔다. 1997년 10월 이후 잡지계는 IMF로 인해 혹독한 시련을 맞게 된다. IMF 다음해인 1998년 신규 등록은 537종, 창간 170종, 폐간 1,198종(직권에 의한 등록 취소 484종 포함)으로 1990년대 들어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 급속한 광고 이탈과 용지대 및 필름값 등의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앙등, 판매 위축으로 잡지업계는 삼중고를 겪게 되었다. 실제로 잡지 광고는 30-50% 감소했고, 용지대는 40-50% 상승했으며, 필름대는 100% 이상 오른 반면, 판매는 오히려 30-50%까지 감소했다.26) 잡지업계는 이러한 상황에서 용지의 질을 낮추는 한편, 지면을 줄이고, 판매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자구 노력에 힘썼다. 「창작과 비평」「문학과 사회」「세계의 문학」「문학 동네」등 문학 계간지는 1998년 봄호에서 200-300쪽을 감면했고, 몇몇 잡지의 경우 지면이 줄었는데도 값은 올랐으며, 학술 잡지는 발행 횟수를 줄이거나 정간하기도 했다.27) 그러나 IMF 이전, 이미 1997년 11월에 남성지「힘」과 삼성출판이 발행하던「이매진」이 12월호를 끝으로 제작을 중단했으며, 웅진출판의「월드 트래블」「자연의 친구 까치」는 휴간되었고,「자연과 어린이」는 폐간되고 말았다. 이런 잡지업계의 폐간이나 휴간?합병은 특히 광고 물량의 대폭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성 패션지들의 경우 기존 물량에 비해 70% 가량 줄어들었고, 미혼 여성지로 분류되는 이른바 라이선스 잡지와, 일간지가 발행하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잡지들의 경우는 광고량이 80%씩 줄었다.28) IMF 이후 광고물량 감소는 <표 5>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1998년 잡지 매체의 광고비는 약 1,680억 원으로, 1997년 2,400억 원에 비해 30.5%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에 들어 신규 등록, 창간, 폐간 현황이 IMF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면서 잡지계의 IMF 파동이 진정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1999년 상반기에 신규 등록은 369종, 창간 111종, 폐간 593종으로 창간은 1998년 상반기 93종보다 18종 증가했다. 한편 1998년 12월 31일 정간법이 개정되면서 등록 후 미발행 기간이 1년에서 6개월(연 2회간은 1년)로, 창간 후 발행 중단 역시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되었다. 또한 정간법 개정으로 1999년 1월 1일부터 50% 미만의 외국인 투자
가 가능해졌다. 1999년 6월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는 유가지는 총 1,236종으로, 이를 분야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표 6>과 같다.
1987년 6?29선언을 통해 1990년대 잡지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단지 양적인 증가 외에도 외형상, 내용상, 제작 기술상 많은 변화를 겪으며 성장한 잡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날로 다양해지는 독자들의 욕구를 충실히 대변해 왔다. 이렇듯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1990년대 잡지들의 두드러진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독자층의 변화 1990년대에 들어 잡지계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독자층의 변화이다. 이전의 잡지들이 주로 기성 세대나 주부 등을 타깃으로 했다면, 1990년대의 잡지들은 사회 문화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신세대에 의해 변화가 주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대는 대체로 18세에서 25세에 이르는 연령대를 말하지만, 1990년대에 강세를 띠며 창간된 청소년지, 즉 영패션지들이 중고등학교 수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연령대는 더욱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경제 급성장기 이후에 태어나 고도의 소비 생활을 누린데다, 급격한 해외문물 유입과 해외여행 자유화의 영향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도 해외 문화나 유행에 민감한 세대이기도 하다. 1990년대에 들어와 뚜렷하게 부각된 이들 신세대는, 처음엔 단순한 문화 집단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도적인 소비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각 기업들은 앞다투어 신세대를 마케팅의 대상으로 삼았고, 신세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29) 그러므로 무엇보다 유행이나 문화적 흐름에 민감한 잡지가 이런 신세대의 등장과 그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변신을 시도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 도서 대여점의 등장 1993년 ‘책의 해’에 독서 운동과 함께 시작되었던 도서 대여점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리어 전체 도서매출액의 25% 가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출판?잡지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30) 이에 잡지협회에서는 1994년 6월 각 잡지의 표지에 ‘유료대여 불가’라는 문구를 넣기로 결정함으로써 법적 대응을 준비하였고, 출판영업인협회에서는 대여점 도서공급 중단을 결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 권 값에 4, 5권을 빌려 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도서 대여점은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6년 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도서대여점은 적게는 8,700여 개, 많게는 1만 2,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31) 도서 대여점의 확대로 잡지의 판매 가격은 인하될 수밖에 없었고, ‘보는 잡지’의 경우에는 독자들이 서점에서 보고 싶은 부분만 흝어보고 구입하지 않음으로써 판매량이 더욱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잡지를 래핑하여 판매하는 방법도 강구되었다. (3) ABC 실시 ABC(Audit Bureau of Circulations :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 제도란, 신문?잡지?웹사이트 등의 매체사가 스스로 보고한 간행물의 부수?접촉자 수등의 매체량을 표준화된 기준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 확인하여 이를 공개하는 것이다.32) 191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후, 세계 32개국이 이 제도를 채택하여 각 나라의 매체?광고 환경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 한국 ABC협회는 1989년 5월 세계에서 23번째로 창립되었으며, 1990년 준회원에서 1996년 정회원이 되었다. 이 제도는 광고주들이 각 매체에 광고를 게재할 때 매체 선정과 광고가격 결정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ABC협회는 각 매체와 광고주, 조사 회사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인쇄 매체의 입장에서 볼 때 발행 부수는 광고 수입과 직결될 뿐 아니라, 각 신문?잡지사에 대한 외부의 평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각 매체는 조사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자연히 ABC제도의 도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제도의 실시는 이 제도를 필요로 하는 광고주와 광고 회사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33) 1993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신문에 대한 공사는 1995년 7월부터 회원 신문사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되었고, 잡지는 1997년부터「주부생활」「지오」등의 회원사를 중심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협회는 전문지와 무가지를 별도로 공사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이들 간행물들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공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매체사가 공사에 참여하느냐는 데 있다. ABC제도는 매체사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점이다. IMF 체제로 접어들면서 기업 내외적인 어려움에 따른 기업체의 위축 경영은 광고 집행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광고량의 감소에 따라 광고 집행은 더욱 선택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추구하게 되었기 때문에 ABC제도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ABC제도가 실시되면 광고주는 되도록 많은 부수를 발행하는 잡지에 광고를 게재하려 할 테고, 일단 게재를 한다 하더라도 판매 부수에 따라 광고 단가에 차등이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잡지들은 발행 부수와 판매 부수를 높이기 위해 체제를 바꾸고, 가격을 인하하는 등 저마다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에 창간하는 잡지들은 독자를 확보하여 발행 부수를 유지하기 위해 잡지의 판매 가격보다 3-5배나 비싼 현물 부록을 붙이기도 한다. 물론 이로 인해 독자들이 점점 현물 부록에 따라 잡지를 선택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현물 부록에 치중하는 현상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잡지사로서는 그만큼 판매 부수에 좌우되는 광고 수입이 중요하다는 사실의 반증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1990년대의 ABC제도의 실시는 잡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타지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잡지사들의 과도한 경쟁과 현물 부록에 대한 법률적 규정의 애매함은 이러한 현상에 일조를 하고 있다. (4) 잡지 시장의 개방 WTO협정 타결은 세계화?개방화 시대를 예고했고,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자유 경쟁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언론 시장도 개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잡지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34) 재정경제부는 1998년 10월 21일,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서적 출판업과 잡지 등의 정기간행물 발행업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1999년 1월 1일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잡지협회를 중심으로 한 국내 잡지발행인들의 공청회 개최 및 국회 청원서 제출 등의 노력 덕분에, 잡지 시장은 전면 개방에서 50% 개방으로 축소 확정되었다.35) 이런 변화는 잡지의 경우 외국인에게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크지 않고, 국내 언론 대부분은 비상장 주식회사 형태여서 주주들이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 한 외국인이 주식을 인수할 여지가 없으며, 신설 언론사와 합작 형태로 참여하는 것은 대다수가 IMF 이후 적자경영 상태인 국내 언론시장 상황에 비추어볼 때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는 정부의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현재 정간법상 외국인은 발행인이나 편집인이 될 수 없고, 외국법인 단체도 발행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정부측은 판단하고 있으며, 오히려 시장 개방을 계기로 우리 언론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36) 이러한 잡지 시장의 개방으로 그 동안 라이선스 잡지를 주로 발간하던 ‘가야미디어’가 국내 최초로 프랑스의「마리끌레르」본사로부터 자본 50%를 유치하면서, 회사 명칭을 ‘MCK Publishing Co., Ltd'로 변경했다.37) 잡지 시장의 개방은 또한 우리 나라 독자들의 외국잡지 선호 성향과 외국 잡지들의 높은 제작 기술 및 경영상의 노하우가 맞물리면서, 1990년대 붐을 이루었던 라이선스 잡지의 발간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다. (5) 교양지의 확산 1990년대에 불어닥친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잡지 시장에서 의외의 선전을 보인 것이 바로 교양지이다. 교양지는 1974년 창간된 「샘터」로 시작해, 20년이 지난 1990년대의 경제적 난국 속에서도 발전적인 증가를 보였다. 1992년에 창간된「좋은 생각」의 성공 이후 기존의「리더스 다이제스트」「한국인」「삶과 꿈」「해피데이스」「행복」등과 함께 1997년 12월 창간된 「열린 생각」, 1998년 1월「작은 이야기」「아낌없이 주는 나무」, 1998년 2월「좋은 느낌 좋은 만남」그리고 1998년 5월「아름다운 사람」과「소중한 만남」등이 꾸준히 창간됐다. 주로 변형 신국판 사이즈의 교양지들은 IMF라는 국가?사회?가정의 위기 상황에서, 다른 어느 잡지보다도 더욱 빛을 발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양지들은 모양이나 내용면에서 차별화하지 못하고 잘 나가는 잡지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작은 교양지들이 ‘값싼 감동’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38) 또한 1990년대 들어 어느 잡지 분야 못지 않은 발행 종수와 발행 부수를 기록했던 교양지는 그 특성상 제작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광고 수익이 거의 없고, 독자에게 차별화된 기획 등으로 소구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시장에서 퇴조하는 경향을 보였다. (6) 스트리트 페이퍼의 등장 1990년대 들어 ‘스트리트 페이퍼’라 불리는 무가지가 새로운 잡지 매체로 등장했다. 스트리트 페이퍼는 주로 패션, 연예, 대중 문화 등 신세대 젊은이들의 문화를 비주얼한 편집에 담아내, 신선한 감각을 추구하는 젊은 독자층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발행된 스트리트 페이퍼는 1994년 8월 창간된「인서울매거진」으로, 이후「네오룩」「업데이트」「페이퍼」등의 스트리트 페이퍼가 창간돼 독특한 개성을 앞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발행 부수는 대체로 3-5만 부 가량이며 시내 카페나 헤어숍, 의상실 등에서 무료로 배포되었다. 한때 20여 종까지 난립하면서 나름의 잡지군을 형성했던 스트리트 페이퍼는, 그러나 잡지계의 혹독한 시련기였던 IMF를 맞아 경영을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유가지로 전환하기도 했다. 1999년 4월을 기준으로 발행 중인 스트리트 페이퍼는「인서울매거진」「붐」「네가」「밥매거진」「페이퍼」「뭉크뭉크」이며,
이중「페이퍼」와「뭉크뭉크」는 유가지로 전환했다.39) 1990년대 잡지계의 전반적인 양적 팽창과 발전 속에서도 유독 부진했던 분야가 바로 남성지였다. 1991년 3월 남성복 전문 브랜드인 (주)서울트래드클럽에서「이런남자」라는 남성 패션지를 선보였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1995년 들어 4월에 남성 패션지「GG」, 7월「더맨」,9월과 10월에「힘」과「에스콰이어」한국판이 잇따라 창간되면서 남성지 시장 형성에 기대가 모아졌다. 이런 남성지들의 창간은 신세대 남성들의 패션과 문화, 미용에 관한 관심의 증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남성지들은 차례로 사라져 갔다.「더맨」의 경우 남성들의 관심 테마를 섹션화한 참신한 편집을 보였으나 창간 1년 만에 문을 닫았고,「힘」역시 테마 잡지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IMF 직전 폐간되고 말았으며,「GG」역시 조용히 사라졌다. 가장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을 타깃으로 한 이들 남성지들의 폐간은 남성 독자들의 의식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성 중심의 광고 시장에서의 광고획득 실패와 독자들인 남성들의 잡지 구매 패턴이 기존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8) 전문화?세분화 경향 1990년대 들어 국내 잡지는 사회의 다양화와 세분화에 따라 전문화?세분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특히 여성지의 전문화?세분화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 1990년대 이전의 여성지는 대체로 여성 종합잡지였다. 따라서 편집 역시 비슷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삼고, 여성의 교양과 화제, 생활 기사를 골고루 다루는 종합적인 내용을 지향하였다. 이러한 여성지 패턴에, 시대 흐름에 따라 주제의 전문화와 독자의 연령층에 따른 세분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전문지이다. <표 7>에서 보듯, 잡지 테마의 전문화 현상은 패션 잡지「엘르」, 인테리어 잡지「행복이가득한집」, 미용 잡지 등의 등장으로, 또한 대상 독자의 연령층에 따른 분화 현상은 결혼 및 혼수 관련 잡지, 청소년 잡지의 등장으로 구체화되었다.
세분화는 세대(나이)별, 분야별로 전개되어 종합지, 패션지, 생활 인테리어지, 뷰티지, 육아지, 웨딩지, 요리지 등으로 나타났고, 독자들의 더욱 다양화되는 욕구에 부응하면서 계속 발전하고 있다. 25세 전후의 패션에 관심 있는 여성을 주 타깃으로 설정하여 1992년 11월 창간된「엘르」와 다음해 2월 창간된「마리끌레르」는 정통 패션지를 표방했고, 뒤이어 1996년 8월「하퍼스바자」「보그」「위드」등이 창간되면서 이 시장을 더욱 공고히 했다. 1993년 창간된「필」,1995년 4월 창간된「클라세」등은 소위 미시족을 위한 잡지를 표방했다. 내용은 기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종합 여성지를 더욱 젊은 시각으로 다룬 것이었다. 그 외에 1994년 10월「쎄씨」가 창간되면서 20세 전후의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하는 영패션지들이 잇따라 창간됐다. 소위 영패션지로 불리는 스타일 매거진의 등장은 1990년대에 여성지 시장에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었다. 독자 연령층을 18세에서 22세로 잡고 있는 스타일 매거진은「에꼴」「휘가로」「신디더퍼키」「유행통신」「키키」등이 뒤이어 창간되면서, 여성 잡지의 세분화를 더욱 확산시켰다. 이런 잡지들은 현물부록 경쟁으로 시장을 왜곡하며 발전한 측면도 있으나, 1990년대 여성지 분야의 특징인 전문화 현상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이 밖에 결혼 전문지로는 1993년 8월 창간된「마이웨딩」, 1994년 4월 창간된「웨딩21」「아름다운신부」「오뜨웨딩」「웨딩라인」등이 있고, 육아지로는「베스트베이비」「앙팡」「베이비」「앙쥬」등이 있다. 그 외 요리 전문지로 1998년 3월 창간된「에센」과「쿠켄」등도 1990년대에 등장한 전문지들 중 하나이다. 위에서 살펴본 여성지 분화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분야의 잡지가 시장진입에 성공하려면 세분화된 독자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광고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 하는 것이 여성잡지 성공의 관건이라는 말과 무관하지 않다. 즉, 틈새 시장으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같은 종류의 잡지들이 따라 주지 않는다면 충분한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아, 아무리 좋은 잡지라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말이 된다.「쎄씨」류의 잡지는 소비층이 2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옮아가는 시장 상황을 잘 파악하였고, 뒤이어 그런 흐름을 유지?확장시킬 수 있는 같은 종류의 잡지들이 창간된 것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의 내용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지는 세대별로 기혼에서, 미시족, 미혼, 10대로 그 대상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여성지를 기존의 미혼지와 기혼지로 나누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이며, 여성지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분야별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외에도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기존의 영화와 음악, 만화의 영역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전문지 등이 등장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비약적인 증가와 분화를 거친 컴퓨터 잡지는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 충족을 위해 전문화되는 한편, 독자를 리드하는 양상을 보였다. 초창기에는 주로 컴퓨터의 시스템 구조나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위주로 다루다가, 1980년대 들어 PC정보지나 PC활용지들이
연이어 창간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게임, 컴퓨터 통신, 인터넷, 컴퓨터 아트, 데이터베이스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다. 1980년대 후반 컴퓨터에 대한 기초 지식과 소프트웨어 사용 방법 등 PC활용법을 싣기 시작한 활용지들이「마이크로소프트웨어」를 필두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경쟁지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다가 폐간하는 잡지들도 속속 생겨났다. 한편 1990년대 들어 게임과 네트워크 잡지들이 컴퓨터지에서 분화되면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게임월드」, 1992년「게임챔프」등 비디오 게임을 소개하는 잡지들이 창간돼, PC 잡지들의 판매 부수를 따라잡는 성장을 보인 것이다. 현재 PC 잡지분야는 컴퓨터 활용지와 게임잡지 분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과, 정보 통신, 데이터베이스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의 잡지들이 잇따라 창간되는 양상이다. 컴퓨터 잡지는 <표 8>과 같이 분화되어 있으며, 특히 게임 잡지는 1990년대 후반 게임산업 발달과 더불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외 생활 정보지의 경우, 분야가 너무 세세하여 한 분야로 묶어두기 어려울 정도로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9) 광고 물량의 증가 우리 나라의 광고비 성장은 경제 성장과 발맞춰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고, 이와 함께 잡지 광고비도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점차 가속화된 광고비의 증가는 1992년과 1993년 사이에만 4,128억 원이 증가하여 14.7%의 증가율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표 9>에서 보듯, 종합 여성지의 광고 수주금액 성장은 광고 면수로도 알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4년 동안의 광고수주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총 광고액의 성장이 1990년대 잡지계의 두드러진 양적 팽창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잡지 광고는 1989년 27%, 1990년 41%, 1991년에는 7%, 1992년에는 -3%, 1993년에는 2%의 성장으로 TV, 라디오, 신문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데 비하면 성장이 둔화되었고, <표 10>에서 보듯 이런 경향은 1990년대 후반까
지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실질적인 광고 수입은 잡지사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의 잡지사들은 전체 수입에서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그러므로 잡지사에게는 광고 수입이 주 수입원이며, 거의 절대적인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결국 잡지사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여 경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잡지사의 경영을 좌우하는 광고는 1990년대에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IMF로 된서리를 맞아, <표 11>에서 보듯 IMF 전후의 잡지 광고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광고 수입에만 의존하던 잡지사들 중 경영 기반이 약한 업체 순으로 폐간이 줄을 잇는 결과를 낳았다.
(10) 잡지제작 방식의 변화 1990년대 잡지계는 모든 분야에 걸쳐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특히 컴퓨터, 즉 디지털 기술은 종이에 인쇄되는 출판 과정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1990년대 잡지계의 양적 증가를 가능케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하여 책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1982년으로, 동아출판사와 금성출판사에서 처음 시도되었다.41) 그러나 국내에 본격적으로 전자출판 시대가 개막된 때는 1989년으로, 매킨토시에 편집용 소프트웨어인 ‘QuarkXpress'를 장착한 시스템이 소개되면서부터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컴퓨터로 원고의 작성에서부터 교정, 식자와 조판, 페이지 레이아웃, 사진 처리, 인쇄용 필름의 출력까지, 종이 출판물의 제작에 필요한 일체의 작업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출판물의 본문에 사용되는 문장과 그림을 컴퓨터 화면에서 혼합하여 복잡한 레이아웃을 할 수 있으며, 화려한 컬러 편집까지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제작 방식이 기존의 잡지제작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이다. 종래의 출판 과정에서는 교정, 교열, 레이아웃, 대지 작업 등 모든 편집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했기 때문에 많은 인력과 경비를 필요로 했다. 또한 출판물의 내용을 좌우하는 식자 및 조판, 제판 작업이 외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편집자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전자출판 방식이 본격화됨에 따라 기존 방식과 비교하여 편집 작업의 간소화, 시간과 경비의 절감, 출판물의 질적 향상 등 많은 이점을 가져왔다.42) 이런 간소화된 제작 방식 덕분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품질의 출판물을 생산하게 되었으며, 얼마간의 숙련 과정만 거치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편집자라도 세련된 출판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잡지의 경우 1인 편집자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컬러와 편집의 실험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 인터넷 등의 발달로 잡지 시장을 더욱 세분화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43) 또한 컬러면의 증대와 개성있는 편집으로 ‘읽는 잡지’에서 ‘보는 잡지’로의 변화에도 일익을 담당했음은 물론이다. (11) CD-ROM 잡지의 등장 1991년 어학용 타이틀 등 교육용 출판물로 시작된 우리 나라의 CD-ROM 출판은, 일명 ‘종이 없는 책’으로 불릴 정도의 대단위 저장 능력에 듣기, 보기 등 독자의 오감을 통한 텍스트 읽기를 가능케 하여, <표 12>에서 알 수 있듯
이 빠른 성장을 보이며 출판 산업을 변화시킬 새로운 매체를 각광받았다. 이런 CD-ROM 출판의 영향을 받은 잡지계에서도 1995년 전자신문사의「클릭」이 컴퓨터와 정보통신 관련기사를 주로 다루는 CD-ROM 잡지로 창간되었고, <표 13>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뒤 여러 잡지의 창간이 이어졌다.
CD-ROM 잡지의 특성 중 장점을 살펴보면, 우선 독자와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내용의 추가가 도서보다 쉽고, 종이 책이 차지하는 공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정보가 디지털로 저장되어 있어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변할 걱정이 없고, 간단한 검색만으로 필요한 기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들 CD-ROM 잡지들은 창간된 지 1년도 안 돼 모두 폐간되기에 이른다. CD-ROM 잡지의 실패 원인은 먼저 독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데 있다. 다양한 표현 방식과 대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창간 당시 CD-ROM 드라이브가 장착된 PC의 수가 1백만 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던 실정과, 또한 그것을 친숙하게 다룰수 있는 사용자가 예상외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들 잡지는 많이 팔려야 1천,2천 부 가량의 판매 부수를 보였다. 다음 원인은 기존의 종이 잡지는 휴대하면서 손쉽게 뒤적거릴 수 있는 반면 CD-ROM 잡지는 PC가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어 독자층이 제한되고, 비싼 가격에 비해 볼거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외 CD-ROM 잡지 폐간의 직접적인 원인은 종이 잡지의 가장 큰 폐간 원인이기도 한 광고유치 실패에 있다. CD-ROM 잡지의 영상 광고는 TV에 버금가는 뛰어난 광고전달 수단이지만, 광고주들은 이를 외면했다. 이는 CD-ROM 잡지의 질에 대한 의문과 광고주들의 인식 부족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한마디로 대중화의 실패에 있다고 하겠다. CD-ROM 잡지가 가져왔던 다양성과 편리성은 이제 한층 더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웹진’이라는 영역에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12) 웹진의 등장 웹진이란 웹상에서 발행되는 잡지를 뜻하는 말로, ‘인터넷 잡지’라고도 한다. 웹진은 웹상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와 주기적으로 새로운 기사를 제공하는 잡지의 성격이 합쳐진 것으로, 주제를 가지고 업데이트 되는 홈페이지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인터넷을 이용한 잡지’ 정도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는 잡지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 발행 주기가 기존 잡지처럼 주간, 격주간, 월간 등으로 구분되는 경우도 있지만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내용이나 구성면에서도 기존 잡지와는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1996년 이후 꾸준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웹진의 현황은 <표 14>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웹진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창간과 배포 과정에 많은 사람이 매달려야 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존의 인쇄 매체와 달리, 웹진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웹진은 심의 대상이 아니므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 대항 문화의 근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원고의 마감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사가 자유롭게 게시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만큼 폐간도 간단하게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앞서 살펴본 CD-ROM 잡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웹진도 광고 수주가 어렵기 때문이다. 웹진이 지속적인 발행에 실패하는 데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구독자인 네티즌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사와 정보를 기획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패한 경우나, 충분한 준비 없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터넷 광고 시장을 믿고 처음부터 수익 사업이라는 개념으로 출발했다가 실패한 경우 등이다. 그러나 정보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므로, 결국 인터넷을 매개로 삼은 다음 세대의 미디어는 웹진의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도입 초반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웹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에는 전 잡지계가 많은 변화를 겪으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사회상과 유행에 민감한 여성 잡지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새로운 분야의 잡지가 생겨나고, 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여성 잡지의 변화를 살펴보자. (1) 판형 1990년대 한국 여성잡지에서 판형 변화의 핵심은 ‘읽는 잡지’에서 ‘보는 잡지’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보는 매체’에 익숙한 신세대의 잡지구독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만큼 판형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독자에 대한 고려이다. 기존 국내 여성잡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기혼 여성지(종합 여성지)들은 모두 4?6배판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창간된 종합 여성지들이 모두 국내판으로 나오면서 광고 수주나 판매면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자, 기존의
여성지들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의 원가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서둘러 판형을 확대함으로써, 여성지의 판형은 국배판으로
정착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형 확대가 제작원가 상승의 요인이 되자, 꾸준한 광고 수주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후 점차 잡지사 경영 수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우리 나라의 잡지가 판매 수입보다는 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앞서 충분히 언급되었지만, 판형의 변화도 잡지광고 수주에 영향을 끼친다. 즉, <표 15>에서 볼 수 있듯이 판형 확대시 광고 면수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잡지의 판형 확대를 부추기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2) 제본 1994년 9월「쎄씨」, 10월「휘가로」, 1995년 3월에는「칼라」가 창간되면서 중철제본 잡지시대가 시작됐다. 1994년 이후 창간된 8종의 여성지 중 4종이 중철로 창간되었고 그 외의 여러 잡지들도 점차 중철로 바뀐 것은, 일단 손에 잡기 쉽다는 점에서 잡지계의 새로운 독자층으로 떠오른 신세대들의 감각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제본 형태를 무선철 제본에서 중철 제본으로 변경할 경우, 중철 제본이 무선철 제본에 비해 제작비가 다소 덜 들긴 하지만 권당 제작비로는 큰 차이가 없다. 정리하자면 무선철 제본에서 중철 제본으로의 변화 요인은 잡지의 주요 독자층이 신세대로 바뀌고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휴대하기 편하고 잘 펴진다는 이유로 무선철 제본보다는 중철제본 잡지를 선호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재빠르게 수용한 잡지사들의 전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부피 1990년대 잡지 광고물량 증가로 인한 종합 여성지의 광고면수 증가는 전체적인 면수 증가에 따른 부피 증대로 나타난다. 그런데 1990년대의 새로운 주 독자층으로 등장한 신세대는 패션 정보지와 같은 전문 잡지 및 ‘보는 잡지’를 선호하고, 잡지 자체를 액세서리의 하나로 활용하면서 휴대하기 편한 얇은 잡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종합 여성지와 상층되는 면이 많았다. 종합 여성지의 이런 단점은 독자는 물론 광고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광고면수가 점차 감소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런 종합 여성지의 광고감소 경향은 <표 16>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1993?94년에 급성장세를 보였던 종합 여성지「우먼센스」의 광고면수가 1995년에 들어와 감소세를 나타내는데, 이는 종합 여성지의 부담스러운 부피 외에도 전문지의 다량 출현과 이로 인한 광고량의 분산, 종합 여성지에 광고를 게재할 경우 광고량 과다로 독자에게 소구되기 어렵다는 광고주의 의식 변화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는 종합 여성지의 경영진에게 위기 의식을 불러왔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잡지사들은 부피를 슬림화?경량화하는 한편 가격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다. 체제와 가격을 바꾼 몇몇 종합 여성지들을 살펴보면, 먼저「우먼리빙」은 1994년 12월호부터 페이지를 줄이면서 편집 면수를 150면, 광고 면수를 100면으로 한정하고, 가격을 보통 종합 여성지의 반값인 2,500원으로 인하했다. 또한「주부생활」은 경쟁지의 가격 6,000원보다 낮은 4,800원에 판매하면서 역시 면수를 줄였다. 「행복이가득한집」은 한층 대폭적인 변화를 단행하였는데, 편집 면수 200면, 광고 면수 100면으로의 면수 변화와 6,800원에서 3,500원으로의 엄청난 가격 인하가 바로 그것이다. 잡지의 경량화는 단순히 추세를 따르려는 의도 외에는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 그것은 무엇보다 직접 제작비가 총판에 넘어가는 값을 초고함으로써 잡지사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현실에 대한 구조 개선책의 일환이었다. 다시 말해 잡지사들은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잡지의 경량화를 단행하였던 것이다. 또한 종합 여성지들은 저평량의 LWC 용지를 사용함으로써 용지 변화를 주도하기도 하였는데, 이것 역시 원가 절감은 지속하면서 부피는 감소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44) 정리해 보면, 잡지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잡지사는 체제 변경을 단행했고, 이는 ABC제도의 시행을 앞둔 시점이라 더욱 시급했다. 그러므로 잡지의 경량화로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판매 시장의 확대로 인한 판매 부수의 증가와 그에 따른 광고의 고단가화를 실행, 제작비 초과분을 상쇄하였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독자들의 경향 변화와 잡지사들의 경쟁력 강화 노력을 반영하는 시대적 조류였다. (4) 제호 제호란 정기간행물의 고유한 명칭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여 전용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을 말한다. 따라서 제호는 정기간행물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으며, 정기간행물이 발행?배포되는 지역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전문지의 경우에는 제호가 발행 목적 및 발행 내용 등을 말해주므로 매우 중요하다. 여성지의 경우 1990년대에 와서 제호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새로 창간되는 여성지들의 제호는 주로 외국어로 지어졌고, 기존 여성지들도 감각적인 외국어로 제호를 바꾸는 경향이 늘었다. 이는 주로 신세대의 감각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었다. 창간 연도별 여성지들의 제호들을 살펴보자. 1990년 - 퀸, 라벨르, 리빙센스, 베이비 1991년 - 젊은엄마, 오픈, 잼잼 1992년 - 행복만들기, 엘르 1993년 - 마이웨딩, 차밍우먼, 쉬즈, WWD 1994년 - 휘가로, 베스트베이비, 쎄씨, 이브, 쉬크, 마리끌레르, 메종 1995년 - 에꼴, 앙팡, 렛츠, 칼라 1996년 - 보그, 하퍼스바자, 보뜨르보떼, 클라쎄, 위드 1997년 - 글래머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1990년대에 창간된 여성 잡지 중 우리말 제호는「젊은엄마」「잼잼」「행복만들기」등 극히 소수였다. 여기에 기존의「가정조선」이 1993년 9월호부터 제호를「필」로 바꾸어 이와 같은 흐름에 합세하였다. 이러한 제호의 변화는 우리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1970년대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 여성지, 영패션지를 중심으로「앙앙」「논노」등 영자 제호가 급증했다. 이는 영문 제호가 갖는 스마트함과 패셔너블함이 잡지의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인데, 앞으로도 이러한 영문 제호의 사용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5) 라이선스 잡지의 증가 1990년대 중반부터 라이선스45) 잡지의 창간 붐이 일기 시작하였다. 즉, 외국의 유명 잡지와 제호, 내용 등의 라이선스를 계약하여 국내에서 발행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국내에서 라이선스 잡지가 처음 발행된 것은 1978년 11월부터 한국어판을 내기 시작한「리더스 다이제스트」였다. 그 후 1990년대 들어「엘르」「마리끌레르」「앙팡」「에스콰이어」등의 창간이 눈길을 끌기 시작하더니,「하퍼스바자」「보그」「위드」등 외국 유명 패션지가 한국에 진출하여 여성 라이선스 잡지의 춘추전국 시대를 열었다. 앞으로도 라이선스 잡지의 발행 추세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 독자들의 외국잡지 선호 성향과 외국 잡지들의 발달한 제작 기술 및 풍부한 잡지 경영 노하우가 라이선스 잡지 발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표 17>에서 보듯 다양한 종류의 라이선스 잡지들이 발행되고 있다.
(6) 부록 경쟁 1990년대 여성 잡지의 창간 붐이 일어나면서 시작된 부록 경쟁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경품 증여로 벌금을 내면서까지 계속되어, 1990년대 여성 잡지계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물부록 경쟁은 올바른 잡지문화 창달보다는 상업적인 측면이 강하게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원래 여성 잡지의 부록 경쟁은 1980년대 초에 가장 극심했는데, 서로간의 출혈을 막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바캉스 부록과 연말 가계부 정도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여성 잡지의 창간 러시와 함께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부록이 다시 부활46)되었고, 1990년대에는 서적류가 중심을 이루던 기존의 부록 형태를 크게 벗어나 현물 위주의 부록을 내놓음으로써, 오히려 잡지 자체보다는 현물 부록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기현상이 유발됐다. 이러한 현물 부록의 종류는 화장품, CD, 비디오 테이프, 모자, 티셔츠, 가방, 다이어리 등 패션 및 뷰티용품은 물론 생활용품까지 매우 다양했다. 한편 여성지의 부록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부록발행 자제를 위한 ‘잡지 판매업계의 공정경쟁 규약’이 1997년 7월 제정되고, 이에 따라 1997년 10월 호부터 여성지의 현물 부록이 금지됐다. 여성지 부록발행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이 규약은 1998년 3월, 1999년 10월 두 차례 개정되면서 각 잡지사의 이해에 따라 파기, 복원되면서 시행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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