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결론

프로듀서가 제작을 해야 한다는 학설은 프로듀서가 소위 CM-PLANNER나 광고영화 제작사의 감독이나 카피라이터,아트디렉터 등의 크리에이티브 사람들 어느 누구보다 광고영화 제작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필름 매체에 관한 지식과 제작과정의 병참술이 크리에이티브의 어느 누구보다도 잘 숙지된 직능은 프로듀서이다. 그러나 광고영화 제작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필름으로서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아니라 광고영화로서 얼마나 잘 전달하는가이다. 광고영화의 맛과 광고 커뮤니케이션 감각은 카메라 조작법을 아는 것 이상으로 잘 간직해야 할 특성이다.

물론 어떤 크리에티브 스텝들은 직업이 프로듀서인 사람보다 자기 광고영화의 훌륭한 프로듀서들이다. 그러나 어떤 프로듀서들은 카피라이터보다 훌륭한 작가들이다. 어떤 시스템이든 융통성을 발휘하는 실력 있는 사람이 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만 한다.

능숙한 크리에이터는 광고영화 제작의 수준은 어떨지 몰라도 해석이 미숙한 광고영화 제작사에 작품을 넘기도록 하는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카피라이터와 프로듀서는 각자 상대방의 문제와 판단에 대해 보다 많은 이해를 해야 한다. 카피라이터와 CM-PLANNER는 가능한 것이 무엇이고 불가능한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프로듀서는 예술에 앞서 광고에 관한 고려사항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광고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제일 먼저 밟아야 할 단계는“소비자가 광고영화를 보고 난 후 그 제품에 대해 정확하게 무엇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sales message이다. 그 외의 모든 것은 테크닉에 속한다. 대체로 sales message는 우리가 광고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합의되어 진다. 그러나 가끔 합의된 sales message 없이 작업에 임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소비자가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 제품이 줄 수 있는 주된 서비스”를 찾아야 한다.

이 제품으로 단조롭던 식탁을 보다 다양하게 꾸밀 수 있게 됐다거나 또는 이 새로운 면도기로 종전보다 안전하게 보다 빨리 면도를 할 수 있게 됐다거나 하는 서비스를 결정한다. 그 다음으로 이 제품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특별한 방법을 결정한다.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다음, 영화로 이야기를 30초 동안 흥미 있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이 단계에서 광고영화의 크리에이터는 모든 상상력과 테크닉을 동원하여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광고영화가 끝났을 때 시청자가 그 제품에 대해 message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유일한 목적은 내가 그린 그리스도를 보는 사람마다 개종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일생동안 짙은 선과 강렬한 이미지로 성자 그리스도의 얼굴을 그렸던 화가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의 말처럼 광고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든 광고영화를 보는 소비자가 그 속에서 팔고자 하는 제품을 살수 있을 만큼 감동적으로 표현하려고 끊임없이 노력 해야 한다.

프로듀서라는 직업은 이제 없어져야 할 직능이 아니라 보다 더 뚜렷하게 자기의 역할을 찾아야 하는 직능이다. 실제 업무에 관하여 CM-PLANNER라고 불리는 직능은 아이디어의 창출과 정리에 그 업무의 우선 순위를 둔다. 이에 반하여 광고 프로듀서는 크리에이티브 창출을 위한 직능인 동시에 실제 제작의 결과를 책임지는 직능이다. 즉 제작물의 결과에 그 업무의 비중을 둔다.

제작을 위한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작물의 결과를 보는 일이다. 아이디어의 창출과 정리를 우선하느냐 결과를 우선하느냐 하는 문제는 닭과 달걀의　우선순위를 따지는 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광고영화 제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결과이다. 끝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다른 어떠한 과정보다 중요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역할은 절대로 없어져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광고 회사에서 아예 프로듀서라는 직능을 없애고 CM-PLANNER라는 명칭으로 광고영화 제작을 전담케 하는 경향은 반드시 시행 착오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시 프로듀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광고영화　제작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은　프로듀서임에　틀림없다．

광고영화 제작에 관한 이전의 연구나 정리 작업은 거의 불모지와 같았다. 본 연구가 이론의 틀이 없는 국내의 광고영화제작 업계에서 이렇게라도 광고영화와 관련한 현장의 체험과 미미한 자료로서 영화의 관점에서 살펴본 작은 소득이기를 바란다. 이후에는 기록하고 정리하여 분석하는 작업이 광고영화를 영상 산업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본 연구를 진행 함에 있어 애로를 느낀 것은 지난 과거의 광고영화가 제작의 측면에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자료가 없더라도 업계의 원로들에게서 구술로라도 지난 광고영화 제작의 기록을 복원해 두는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영상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의 관점에서 광고영화의 연구를 해나가는 일, 과거 광고영화의 자료보관, 그리고 광고 초창기부터의 광고영화의 제작환경과 기술적 상황에 대한 사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광고영화 형식의 변천, 표현 양식의 변화등에 관한 연구 등이 함께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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