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에서는 실제 광고 언어 분석의 기호학적 접근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으로 기호학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의미를 생산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기호학의 기본개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 1 기호의 정의
기호의 사전적 정의는 한 요소를 다른 요소로 대신하는 대용물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기호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양하다. 기호학은 19 세기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와 미국 철학자 퍼스에 의해서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쉬르는 언어를 하나의 기호로 간주하여 언어기호 이론을 수립하였다. 언어란 언어 활동의 특정한 일부분이며 언어활동 능력의 사회적 산물인 동시에, 개개인이 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집단이 채택한 필요한 약정의 총체라고 하겠다. 그는 언어활동의 사회적인 측면을 '언어체계'라고 하여, 이를 기호체계라는 입장에서 연구하는 이론을 처음으로 수립하였다.
그는 언어기호를 구성하는 것은 한 사물과 명칭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하나의 청각영상으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 두 요소는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하나의 청각영상은 그에 상응하는 개념을 상기시킨다고 보고 이 둘은 상호 전제한다고 하였다. 또한 소쉬르는 언어기호를 기표와 기의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로 보았다. 소쉬르의 이론은 언어의 체계에만 관심을 두어 언어체계와 외부 현실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는 소홀히 다루었다. 따라서 그의 이론은 광고텍스트를 하나의 구조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로 파악하는데에는 유용하나 광고 속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미국에서의 기호학의 창시자는 철학자 퍼스이다. 그의 관심은 사람들의 경험과 주변세계에 관해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데에 있었다. 그가 기호학의 중요성, 즉 기호학 내에서의 의미작용 행위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사람들의 경험과 주변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작업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 볼 수 있다. 퍼스의 관심은 의미에 있었으며 그는 의미를 기호, 사람 및 대상과의 구조적인 관계에서 발견하였다.22) 퍼스는 기호를 어떤 다른 것을 대신하는 대용물로 보았다. 대신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기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호와 기호 아닌 것을 구분할 필요가 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기호가 될 수 있다는 범기호학적 기호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기호로 지각하고, 기호로 생각하고, 기호로 말하는 '인간' '자체를 기호로 보는 '기호학적 인간관'을 생성하였다 .퍼스는 기호가 상징하는 모든 대상까지도 이미 인간의 의식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기호에 불과하다고 보면서 기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기호는 자신에 의해서 생성되거나 한정되어진 무엇(something)인가를 대신하고 있다. 기호가 대신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대상(object)'이며 기호에 의해 전달되는 의미이다. 그리고 기호에 의해 떠오르는 생각이 바로 기호의 해석소(interpretant)이다.23)
퍼스는 기호를 정신적 해석소를 가진 표상체로 보고 기호는 그것 자체 즉 대상이 아닌 어떤 다른 것을 가리킨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떤 사람의 마음에 의해서 이해되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곧 사용자 내지 해석자의 마음 속에 어떤 효과를 갖는 것이 된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해석자>란 기호 사용자라는 뜻이 아니라, 퍼스가 강조하고 있는 <적절한 의미있는 효과> 즉 기호와 대상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에 의하여 만들어진 정신적인 개념을 뜻하는 것이다.24)
퍼스는 기호체, 대상체(물체), 해석소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작용이라 명(名)한다. 기호는 대상을 지시하면서 새로운 해석소를 결정한다. 이를 광고텍스트에 적용하면 상품(기호1)은 어떤 객관적인 내용의 광고(기호2)를 담고 있다. 상품(기호1)은 객관적인 내용(기호2)에 의해 그 기호를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에 또 다른 해석소를 떠오르게 한다고 하였다. 광고에 대한 해석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보다 궁극적인 해석을 전제로 한 또 다른 해석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즉 광고에서의 의미작용은 무한히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기호의 무한대적 의미 생성 과정은 곧 인간의 사고의 연속 과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무한히 계속된다고 해서 개인의 주관에 의해서 아무렇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최종적 해석소에 도달된다.
퍼스는 기호들의 관계는 이러한 해석소의 작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해석소'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첫째, 즉시적 해석소는 기호사용자가 기호를 지각하는 순간 받은 첫인상의 질적요소(quality)를 말한다. 둘째로 동적 해석소는 기호사용자가 기호에 의해 받은 직접적인 영향(direct effect)을 말한다. 셋째, 최종적 해석소는 습관이나 법칙과 연결되는 해석소로서,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에서 나온 최종적 해석을 말한다. 즉 이것은 사회적, 언어적, 문화적 집단에 대한 합의된 해석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퍼스는 해석소를 그 기호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합당한 기호나 더 발전된 기호를 창출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와 기의의 이원론, 퍼스는 기호를 기호체, 물체(소쉬르 모형의 기표), 해석소 (소쉬르 모형의 기의)로 파악한 점으로 보아 기호를 하나의 구조적인 관계에서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고 본 데에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만 그러나 소쉬르가 하나의 기호와 다른 기호 사이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퍼스와 구별된다고 생각된다. 또 소쉬르의 기호학은 언어학에 한정되어 있지만 퍼스의 기호학은 언어학을 훨씬 뛰어넘는다. 퍼스는 인간의 사고와 행위의 보편적인 원리를 찾는 것이 기호학의 역할이라고 보았다.
바르뜨는 소쉬르의 이론을 발전시켜 기호학을 문화현상에 적용하는 새로운 연구를 개척하였다. 그는 소쉬르의 언어 이론에 대한 기초개념의 범주인 기호 표현/기호내용을 바탕으로 이들을 언어를 넘어선 일반 기호현상에까지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의 테두리를 구축하고자 하였다.25)
따라서 그는 소쉬르의 기호이론을 재구성하여 기호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첫째, 기표 둘째는 기의 이 둘이 결합하여 하나의 일차적인 기호체계를 이루며 이것은 다시 새로운 기호의 재료가 되어 문화를 개념화하고 사고하고 이해하는 이차적인 기호체계가 된다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 이차적인 기호체계는 시대적 문화현상이나 가치관이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이차적인 기호체계는 의미작용의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것은 광고 속에 은폐되어 있는 우리사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나 가치관의 전도에 가장 적당한 도구라 하겠다.26)
기호학적 관점에서 광고란 하나의 문학작품과 같이 수 없이 많은 기호들의 다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광고는 이렇게 함축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바르뜨의 용어로 기호라고 볼 수 있다. 광고는 언어기호, 다양한 영상 기호로 상품을 대신 나타낸다. 광고에 사용된 기호는 상품명과 그것이 지시하는 의미와의 관계, 그 광고를 접하는 수용자의 정신적인 해석 능력, 그 사회의 문화나 기차관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하겠다.
2. 2. 광고기호의 의미화 과정
기호학적 관점에서 광고는 광고 제작자의 의도대로 그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 과정으로 파악하지 않고, 그 광고를 수용할 사람과 시대적 문화현상이나 가치관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가에 관심을 둔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기호학적 관점에서 본 광고는 다양한 기호로 이루어진 텍스트로 파악되며 광고에 사용된 언어기호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 아니라 의미생성의 도구로 보는 것이다.
소쉬르와 퍼스는 모든 기호가 '구조'를 전제하고 있다고 본 것은 개별적인 기호는 그것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하며, 반드시 구조 내의 다른 기호와의 관계에서 의미를 갖게 된다는 뜻한다. 특히 소쉬르는 기호와 다른 기호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특징이 있다. 소쉬르는 기호와 다른 기호들의 관계를 가치라고 지칭하면서 가치에 의해서 일차적인 의미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가령 '어머니'라는 기호와 다른 기호가 어떻게 다른가에 의하여 의미가 결정되어진다는 것이다.
기호들의 기본적인 의미 단위는 기호들의 대립적이고 변별적인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 기호학에서 기호의 이러한 대립적이고 변별적인 특성은 서로 다른 기호체계에서의 의미를 결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 산물인 광고는 기호들의 대립과 변별적인 특성에 의해서 동일한 제품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드는 인위적인 기구라고 할 수 있다.
광고에 사용된 기호는 실제 별 다를 것이 없는 제품을 변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현대 사회에서는 실제 동일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커피가 수십 종류이며, 자동차도 마찬가지인 점으로 보아 광고에서의 각각 다른 상품에 대한 정보는 피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 제작자는 바로 이러한 동일한 제품을 다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소비자들은 실제 별 다를 것이 없는 제품을 광고에서 제공하는 피상적인 정보를 통해 구매한다고 하겠다.
바르뜨는 한 문화 속에서 기호들의 의미생산 방법을 적용하여 의미작용 단계를 설명하였다.
바르뜨는 의미작용 과정을 다음과 같은 두 단계를 거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첫 번째 단계는 기표와 기의의 총체인 기호가 외부현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말한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에서의 기호들이 사용자의 느낌이나 감정, 그들의 문화적 가치가 만났을 때 발생하는 상호작용을 말한다.
바르뜨는 두 번째 단계의 의미작용에서 발생하는 의미를 함축의미라 명명하고 여기에서 신화가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신화는 한 사회의 문화가 현실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광범위한 원칙을 발견하는 하나의 보편적인 의미구조의 발견이고 이러한 신화는 인간이 이 사회를 해석하는 준거의 틀이 된다."고 하였다.
이상을 종합해서 광고기호의 의미화 과정의 실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는 편리함을 주는 교통수단이다. 이 외시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객관적이고 사전적인 의미라 하겠다. 그러나 이 광고 속에 숨겨져 있는 함축의미까지 연장할 때 자동차는 사회적 지위, 신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자동차는 단지 문명의 이기로 교통수단일 뿐 아니라 고급차에 대한 특별한 한국사회의 문화적 하위약호는 높은 지위, 경제적 능력이라고 하겠다. 즉 기호의 의미는 우리가 속한 문화나 하위문화에 의해 결정된다. 이 의미의 모델에 따르면 의미는 우리가 현실을 분리하고 범주화해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신적인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때 하나의 범주와 다른 범주 사이의 경계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과정의 산물이라고 하겠다.27)
위의 사례가 보여주듯 기호가 함축적 의미와 연관될 경우 기호는 대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 감정, 가치 등을 의미화시켜 주는 작용을 하게 된다. 외시적 의미는 기호의 재생산 과정을 통해 전달되지만 함축적 의미는 인간이 의미작용 과정에 개입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의 의미는 항상 표면상 나타나지 않고 의미로부터 파생된 의미 즉 함축의미까지 포함하여 재구성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광고에서 상품은 외시적 의미보다는 함축의미가 중요시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상품은 광고를 통해서 그 속에 은폐되어 있는 시대적 문화현상이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하겠다.
이는 광고텍스트의 명시적 의미는 상품판매라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에 있어 다분히 그 사회의 가치관이나 시대적 문화 현상이나 가치관 등이 개입되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한다고 생각된다.
2. 3 광고기호와 문화특성
광고는 '판매 도구'인 동시에 '사회제도'이라 볼 수 있다.28) 오늘날 광고는 각종 이념이나 가치관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문화적 신화의 창조자란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생각된다. 광고는 핵심적인 문화나 가치관을 문화 구성원들에게 사용하도록 함으로 인해 문화나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새로운 문화나 가치관을 재생산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29)
광고의 문화적 의미를 한 시대의 신화, 또는 이데올로기로 보는 것은 그것이 본질과는 관계없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내용이나 표상하는 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유인하는 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30) 광고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면은 '의미가 문화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와 신화와 함축의미가 어떻게 발생하는 가에서 살펴 볼 수 있겠다. 기호학의 관심은 텍스트에 내재해 있는 문화에서 생성된 의미 즉 이데올로기이며 이것의 본질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대체로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로, 이데올로기는 만인에게 공통되는 규범, 가치, 신념들의 체제라고 정의된다. 둘째는, 매우 부정적인 함축의미를 갖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사상의 전통에서 나온 이데올로기이다. 그는 이데올로기란 허위의식 체제이고 지배계급이 노동계급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포하는 환상 및 허위의식으로 보았다. 셋째는 이데올로기를 이차 기호론적 체계로 정의하는 것이다. 이것은 바르뜨에서 온 것이다. 그는 이데올로기의 장을 <함축의미로 된 기의들의 공동영역>이라고 정의한다. 즉 이데올로기는 신화와 관련되며 패권에서 신화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바르뜨가 말하는 이데올로기는 의미작용의 세 번째 단계인데 이는 인간이 기호와 의미를 수용하는 과정과 관련된다. 이때 기호는 수용하는 주체는 독립된 개인이 아니라 문화의 구성원으로서 상호주관성을 공유하는 개인이다. 이 단계에서의 의미작용은 이 사회의 시대적 문화 현상이나 가치관을 조직하고, 해석하고, 규정하는 방식 혹은 규칙과 관련되는 것이다.31)
이 논문에서의 이데올로기는 세 번째 정의로 의미의 사회적 생산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하겠다 .광고 텍스트의 주 연구대상은 의미이며 이 의미가 여하의 다른 사회현상에서 의미체계를 논리화하여 의미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것은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이다. 이데올로기는 광고를 접하는 문화 구성원들에게 공통된 의미를 일으키게 하여 광고에 의해서 새롭게 생성된 의미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고 생각된다. 즉 개인의 주관적 감정과 정서에서 더 나아가 사회, 문화의 영역까지 확대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광고의 기호학적 분석은 연구의 타당성을 갖게 된다고 하겠다.
<광고>자동차도 이제는 문화입니다. - - - - <삼성자동차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