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1. 상징 형식은 전형적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가리키는 구성물이다. 이 때‘지시되는 것’은‘기의’와는 다르다. 기표, 기의는 모두 기호의 통합 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지시되는 것은 초언어적 대상, 개인, 또는 상태를 말한다.

2. 이는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갈릴레이나 뉴턴이 가정하고 있는 시간은 하나의 동질적이고 분할 가능한, 시계적 시간이라는 척도였다. 그것은 단지 양으로, 혹은 대수적인 수로 환원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근대적 시간 개념은 시간에서도 직관적 성질을 제거해버렸다. 어떠한 부분 시간도 다른 부분 시간과 다를 바 없으며, 합쳐지고 곱해질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이진경, 1997).

3. 뉴턴의 경우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인 것이며 또한 각각 독립적인 차원을 이룬다. 그것들은 어떤 물질이 그 안에 위치하고 운동하는 기준적인 좌표같은 것이었다. 이것이 칸트가 시간과 공간을 선험적 직관형식이라고 말했던 이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에 이르면 시간과 공간은 서로 결부되어 비선형적으로 상호변화하는 하나의 계를 이루며, 중력은 가속도와 동일한 힘이다. 그것은 공간의 휨과 관련되는데, 이로써 물질과 시-공간은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맺게 된다(이진경, 1997).

4. 관계적 관점은 공간과 시간의 사회적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을 인정한다. 즉 각기 다른 사회적 과정이 서로 관련되어 있고 공간-시간의 질서와 그들이 생산하는 저항의 지도작성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다양성으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지배적인 지도작성의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것은 지배에 대한 권력의존적 행위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다양한 지도작성법에 대해 단일한 담론적 재현을 실천하게 하는 것이고, 차이를 억압하고 재현의 동질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는 헤게모니적 권력의 전형적인 담론적 전략에 참여하는 것이며, 지배적 생산양식을 위한 제도와 사회관계 그리고 물질적 실천을 형성시키는 의도된 효과를 지니는 것이다(Harvey, 1996).

5. 르페브르는 공간을 물질적으로 생산된 형태, 즉‘구체적 추상(concrete abstraction)’으로 생각한다. 맑스에게 있어 상품의 개념처럼 사회공간은‘구체-추상-구체’의 과정을 통해 파악되는 구체적 추상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이 물신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도 그 자체로 물신화된다. 공간물신론적인 성격을 성격을 지닌 실증주의 공간이론은 공간이 단순히 사물을 담고있는 수동적인 용기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공간 속에 잠재해 있는 사회적 관계들(계급관계를 포함하여)을 밝히려는 대신에 공간을 공간‘그 자체로’다루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박세훈 1994).

6.‘시·공간 압축’이란 개인적 의사결정 및 공공 의사결정에 드는 시간 지평이 축소되는 한편, 위성통신과 운송비용의 하락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의사결정이 훨씬 멀리 있는 여러 지역으로 즉시 전파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Harvey, 1989).

7. 공간에 대한 특정한 해석이 야기하는 결과와 지식 접근의 수단으로써 시각적인 것에 주어지는 특권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예로 지리학을 들 수 있다. 지리학자들이 사회공간, 공간경제, 도시경제 등을 바라볼 때 그들의 앎과 이해는 완전히 투명한, 매개되지 않은 것으로서의 공간 지각에 의존하고 그렇게 해야 알 수가 있다. 이것이 소위 르페브르가 말하는 투명성의 환상(illusion of transparency)이다. 지리학적 상상력은 공간을 언제나 알 수 있고 mapping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투명함과 순수함이 의미하는 것이다. 르페브르에 따르면 투명한 공간은 그것의 의미를 위해 공간이 의존하는 것-타자(other)-를 감춘다(Rose, 1995).

8. 재현의 수단이나 방법들을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미디어이다. 미디어가 공간의 재현을 한다는 것은 지배적인 공간의 재현을 전하고 이를 확고히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를 전유하여 저항적 재현공간을 형성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저항적 공간 실천에 이르게 되는 가능성도 존재하는데, 공간 실천이 대체로 지배적 사회질서의 공고화를 가져오지만 때로는 주어진 장소의 다른 대안적 가능성들을 실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실천들은 공간적 실천의 수준에 개입하여 잘 조직된 사회적 실천이나 관습의 구조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역 공간(counter spaces)은 국가와 사회에 의해 행사되는 권력과 강제의 기반을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9. 헤게모니는 사회집단의 일시적 동맹이 다른 하위집단에 대해 강요나 지배적 사상의 직접적 부과보다는 동의를 획득함으로써 전체 사회적 권위를 행사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헤게모니는 지배계급이 그들의 범위내에서 경쟁하는 개념들을 틀지을 때에만 성공적으로 지속된다. 헤게모니는 보편적이지 않고, 또한 특정 계급의 영속적인 지배가 주어진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획득되고, 재생산되며, 지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람시는 헤게모니를 움직이는 평형상태moving equilibrium라고 불렀다.

10. 체세브로(Chesebro, 1984)는 미디어에 재현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현실이 수용자들의 선택적 지각과 정신적 패턴, 세계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가치체계에까지 영향을 주게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미디어의 선택적 사용은 현실의 선택적 지각을 발생시킨다.
2. 현실의 선택적 지각은 특수한 또는 선택적인 정신패턴을 자극한다.
3. 특수한 정신활동과 정신유형의 선택적 사용은 습관화된다.
4. 습관화된 정신활동과 패턴은 선택적인 세계관, 관점들, 지향 또는 견해들을 유도한다.
5. 현실에 대한 모든 지향성은 다른 가치체계를 희생하고 남은 가치들을 특수하게 배열시킨다.
6. 가치평가체계는 선택적인 미디어 구성을 통해 창출되며 전달되고 변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