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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 나타난 '나비'의 상징성
|글| 양 웅·CR9팀 부장
나비라는 말은 ‘날다飛’에서 비롯되었다. 나불나불 나는 모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중세어로는 ‘나비, 나 ’이고 근세에 들어서서는 ‘나뷔, 나 , 나부’등으로 불리다가 오늘날 ‘나비’가 표준말이 되어 쓰여지고 있다.
나비는 몸이 부서지기 쉽고, 죽으면 쉽게 분해되어 없어지기 때문에 화석으로 남아 있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나비의 과거 역사에 관한 자료는 매우 불완전하며 그 조상에 대한 자세한 모습은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나비나 나방의 화석은 약 3천만년 전의 점신세(漸新世)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 시대의 나비화석이 오늘날의 나비와 거의 같음은 진화에 있어서 3천만 년은 비교적 가까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비목(目)과 현화식물(顯花植物) 사이에는 특별한 협력관계가 있음을 감안할 때 양자가 서로 같은 시대에 함께 진화되어 왔음을 추측할 수 있는데, 만약 현화식물과 나비목이 같은 시대에 진화하여 왔다면 나비도 1만5천년에서 2억만년 전에 나타났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보면 나비목은 트라이아스기(紀)에 그 기원이 있으며 그것은 포유동물의 기원과 같은 시대라 할 수 있다.
나비는 완전변태를 하며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시기를 거친다. 알에서 성충까지를 1세대라 하는데 1년에 2세대 이상 거치는 것 가운데 계절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는 것을 계절형이라 하며 봄, 여름, 가을형이 있다. 나비의 한 세대는 알에서 시작하여 성충인 나비에서 끝나므로 1년에 1세대 또는 2세대 또는 그 이상의 세대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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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태적 특징을 바탕으로 나비의 상징성이 나타나게 되는데 나비는 지상에 사는 애벌레에서 용화단계를 거쳐서 하늘을 나는 나비로 변신하므로 ‘재생, 부활’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활의 상징성은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나비는 몇 가지 다양한 이유들로 인하여 오랫동안 부활의 상징이 되어왔다. 유충(幼蟲)이 표면상으로 죽었을 뿐 나비로 나타나는 고치로 가기 때문에, 이 곤충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모든 인간들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모충(毛蟲)이 자신을 번데기 안에 감싸고 있다가 나중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태어나는데 이는 그리스도가 무덤 속에서 기꺼이 자신을 감추고 있다가 그의 영광스러운 형체로 나타난 것과 같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나비의 날개는 예수를 다시 살아나게 한 하나님의 능력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 아래에서 날아 오르는 자유와 기쁨과 환희에 대한 인간의 가장 높은 희망들을 나타내는 것이다.
나비와 부활한 예수는 사람들을 신앙, 그들 자신의 생명, 죽음 그리고 부활로 초대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나비의 상징성은 꼭 기독교에서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보편적인 것이다.
자유와 인간정신을 그린 불멸의 명화, 빠삐용(Papillon). ‘나비’라는 뜻의 불어 ‘빠삐용’은 이 영화에서 오직 자유만을 갈구하는 한 인간이다. 이처럼 나비는 날 수 있다는 특징으로 말미암아 자유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새’가 지니고 있는 상징성과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나비는 또한 우아하고 바람같이 가볍게 난다. 이런 특징에서 여자다움의 표상이 되기도 하며, 두 마리의 나비는 부부간의 행복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통혼례에서 신부가 입는 옷을 활옷이라고 하는데 양손으로 들어올리는 길에는 나비가 자수로 놓아져 있다. 여기서 나비는 인간이 영원히 추구하는 변신의 상징으로서 새로운 삶을 나타내는 동시에 꽃과 나비의 조화를 표현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조화가 부부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보아온 나비 그림의 민화인 호접도(胡蝶圖)에서도 한 쌍의 나비는 한 쌍의 부부를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나비의 상징성은 부활, 재생, 영혼, 축복, 예감, 기쁨, 행복, 아름다움, 조화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꽃과의 관련성, 변태(變態), 날 수 있다는 특징, 날개의 아름다움 등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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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는 자사의 웹 서비스인 MSN(Microsoft Network)의 로고를 새로 선보이면서 미국에서만 무려 1억5천만 달러를 광고에 투자했다. 이 광고는 주로 새로운 로고를 알리는데 집중되었는데 국내에서 집행된 광고도 마찬가지였다.
네트워크를 위한 새로운 MSN 로고는 더 단순한 글씨체와 여러 색깔이 겹쳐진 나비 아이콘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만이 할 수 있는 상상과 자유를 상징한다고 하겠다. 또한 ‘오늘, 인터넷의 가장 아름다운 비행이 시작됩니다’라는 카피를 통해 나비에서 느낄 수 있는 심미적인 면까지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어진 후속 광고에서는 영화 ‘양들의 침묵’ 포스터를 패러디해서 사람의 입을 나비로 표현하였다. 뒤로는 미소녀로 보이는 인물의 눈이 보이는데 나비에 있어 아름다움의 표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시케(Psyche)와 같다. 미소녀의 모습이 되어 에로스(Eros)에게 사랑을 받은 영혼의 화신인 프시케는 나비 날개로 그려지기도 한 것이다.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나비의 상징성은 그 색상과 무늬의 화려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런 이유에서 각종 예술품이나 전통 가구, 장식, 도자기, 자수 등의 대표적 문양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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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광고에 등장하는 나비 역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호랑나비의 날개 양쪽에 검은 점이 있고, 이곳에 벤츠의 로고가 숨은 그림처럼 감추어져 있다. 카피는 ‘Beauty’라는 오직 한 단어. 나비라는 상징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최대한 단순화시킨 것으로 별도의 브랜드나 로고도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안과 검안사 연합회 광고는 전시물로 나비들을 쭉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 하나는 나비가 아니라 홍합 껍질을 펼쳐놓은 것이다. 정확한 검안으로 눈을 보호해 주어야만 인생에 있어서도 밝은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을 카피로 적고 있다.
이 광고에서 나비는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통해 그 모습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사물인데 검은 단색의 홍합 껍질과 비교되어 선명함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미래의 비전이나 희망을 함께 이야기해 주는 긍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이스탄불의 콘라드 호텔 광고 역시 나비가 등장하는데 하나는 실재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화로 화려하게 그려놓은 것이다. 물론 사실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한껏 화려함을 표현하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이 광고는 이 호텔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말하고 있는데 그저 평범해
보이는 나비도 자신들만의 인식 속에서는 이렇게 독특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오른쪽에 새롭게 그린 나비에 그 의미가 담겨있긴 하지만 이 광고에서 역시
나비는 스타일을 말하는 것으로 아름다움의 표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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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너 죽어 될 것이 있다 /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 되고 / 나는 죽어 나비 되어 / 나는 네 꽃송이 물고 / 너는 내 수염 물고 / 춘풍이 선듯 불거든 / 너울너울 춤을 추며 놀아 보자’ 춘향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나비는 꽃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이러한 연인의 상징성은 우리 속담에서도 흔하다. 여자가 괜찮아야 좋은 남자를 만난다는 뜻의 ‘꽃이 좋아야 나비가 모인다’나 연인이 없는 처량한 신세를 말하는 ‘꽃 없는 나비’라는 말이 그러하다. 또한 ‘꽃 본 나비 담 넘어가랴’라는 말은 그리운 사람을 본 이가 그대로 지나쳐 다른 데로 가버릴 리가 없다는 뜻으로 모두 꽃과 나비를 연결시켜 연인으로 표현한 말들이다.
이런 꽃과의 연관성은 다시 기쁨과 환희의 의미로 확장이 가능하며, 앞의 속담에서 보듯 무엇을 향한 집념과 열정으로도 나비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잡지출판업 협회 광고는 꽃에 앉아있는 나비를 비주얼로 보여주고 있다. 약간 유치하기는 한데 나비의 얼굴은 사람이다.
두 줄의 카피가 보이는데 앞의 것은 ‘모든 사람은 휴식이 필요합니다’이고 뒤의 것은 ‘꼭 붙잡아 둘 무엇이 말입니다’이다. 앞의 카피로도 알 수 있듯이 꽃에 앉은 나비는 여유 있는 휴식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비는 풍류객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아름다운 풍경과
흥취를 즐기는 멋과 풍류의 주인공이 바로 나비인 것이다. 반면 뒷줄의 카피는 나비의
꽃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나비가 꽃에 앉아 즐기는 휴식이
너에게도 필요하다’이다. 더더욱 나비가 꽃을 붙들고 있듯 너는 잡지책을 붙들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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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 유연제, 방향제, 향수 등 향기와 관련된 제품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나비이다. 이는 꽃과 관련된 나비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비가 없으면 향기도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주로 국내 방향제나 섬유 유연제 광고에 두드러지게 나비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꽃과 관련해서, 향기와 관련해서 나비를 인식하는 정서가 우리에게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
섬유 유연제 쉐리 광고 역시 나비를 소재로 해서 향기를 소구하고 있다. 멀티 페이지로 집행된 잡지 광고 중 두 편인데 모두 나비를 보여주고 있다. 나비가 옷에 날아든다는 것은 그만큼 향기가 좋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향기를 표현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역시 꽃잎이 날리든지, 나비가 모여들든지 해야하나 보다.
직접적인 향기와 관련 없는 보워터한라제지 광고 역시 나비를
통해 향기를 말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정서적인 면을 향기로 표현, ‘종이에도 향기가
있습니다’라는 헤드라인 카피와 함께 꽃 모양으로 접힌 종이에 나비가 날아드는
모습을 비주얼로 표현하고 있다. 역시 나비를 통해 향기를 말하는 광고로 꽃과 연관지어져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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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다시 태어나는 나비는 그의 생애처럼 변화와 변신의 모티브를 제공해 준다. 나비의 상징성 가운데 생태적 특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변태는 광고에 있어서 기업의 변화나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는데 자주 사용되어진다.
행남자기 광고 역시 기업의 새로운 로고를 알리는 것으로 변화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나비를 사용한 것이다. 새로운 로고 위에 나비가 앉아있는 비주얼로 기업이 번데기를 거쳐 비로소 제대로 된 나비로 태어났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비약’이라는 의미도 이런 나비의 새로운 탄생을 뜻한다고 하겠다.
나비들의 특별전시회를 알리는 밀워키(Milwaukee) 공공박물관 광고 역시 나비의 변태를 인간에게 비유하고 있다. 스포츠카나 헤어플러그(새 머리카락을 심는 의료기기)없이도 인생의 중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직접 와서 보라고 쓰고 있는데 이 역시 나비의 변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기껏 좋은 자동차나 외모의 변화 등을 생각하지만 나비는 그런 것 하나 없이도 완벽하게 새로 태어난다는 것을 인생사와 나비의 비유를 통해 다소 철학적으로 풀어놓았다고 하겠다.
다른 한편의 광고 역시 나비를 비주얼로 보여주고 있는데 몇 달
전만 해도 이것은 세계에서 제일 큰 이것들은 모두 애벌레 시절을 거친 것들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일랜드 신화에 등장하는 마이더(Midir)라는 신에게는 애인이 있었는데 이 여인은 질투에 불타는 첫째 부인에 의해 물병으로 변했다. 그런데 이 병에서 애벌레가 나와 나비로 변하고 다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녀의 향기는 배고픔과 목마름을 달래주고, 날개에서 떨어지는 가루는 모든 병을 낫게 했다고 한다. 이 나비는 바로 육체성이 없는 순수한 영혼을 상징하는 것이다. 영혼을 나타내는 나비의 상징성은 애벌레가 죽어야할 육체를 상징하는 것과 대별되어 불멸의 인간 영혼을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서도 나비는 순진 무구한 생명체, 거대한 신(新)문명 속의 시적 자아를 나타낸다.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 청(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 좌절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 역시 나비가 인간의 심상을 담는 대상체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크런치 광고를 보자. 왼쪽 상단에는 열정(rage)이라는 카피가 보이고, 아래쪽에는 내면의 자아를 위한 외투라는 말이 적혀있다. 겉에 입는 옷이긴 하지만 인간 내면의 자아를 담는 옷이라는 뜻으로 그 감정을 표현해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광고의 비주얼은 한 여자가 죽은 나비들을 수집하기 위해 핀을 꽂고 있는 모습이다. 브랜드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열정을 넘어서 다소 분노나 복수의 심상까지 담고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여튼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도구로 나비가 사용된 것이다. 예수가 산 인간으로서의 생애 33년보다는 죽은 후 부활한 그 하루가 중요하듯 나비에게도 애벌레의 긴 안식보다는 나비의 자유가 진정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나비는 하늘의 자유가 누에고치의 안식처보다는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설득 당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라는 타고르(Tagore, Sir Robindranath)의 말처럼 애벌레로서의 안식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 그러하듯.
참고문헌:브리태니커 백과 사전(CD-ROM), 문장 대백과(CD-ROM),
세계문화상징사전(까치), 한국문화상징사전(동아출판사) A Dictionary of
Symbols(Barnes & Noble Books), The Dictionary of Symbols(Penguin Bo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