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사람들 사이에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상징적(象徵的)이고 교호작용적(交互作用的)인 과정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는 복합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 시각 이미지가 상징성에 대한 지각 현상을 -무형의 의미를 유형의 실체로 형태화 하는-강력하게 유도해 내는 역할을 하여 왔다.

그러나 과학 문명의 혁명적인 발달에 의한 디지털 시각 문화의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메시지들은 이해, 설명의 상황보다는 충격, 혼란, 다양성, 의외성(意外性), 복잡한 표현의 상황 연출 등과 연결되고 있다. 충격적이고 의외의 상태로 시지각 과정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시각 이미지에 의해 의미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순수한 이미지의 상태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완결되는 상황을 전개시키고 있다. 즉 시각 이미지의 언어적이고 설명적인 역할은 축소되고 표면적인 상황에서 보여지는 시각 이미지의 일차적인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시지각 과정의 일차적 의미 완결의 상태를 단위 요소들의 다양한 표현으로써 새롭게 나타내고자 혼돈의 상태에 질서의 개념을 적용해 보았다. 불규칙적인 배열과 반복을 통해서 비선형적(非線型的)인 화면 구성을 시도하였으며 단위 요소들의 시각적 표현에서 기존의 일반적인 관념의 영향력을 배제하고자 노력하였다.

전체로써 존재하면서도 세포의 원(原)적 단위가 존재하는 경우로써 기하학 단위 요소를 창출하였고 자기 유사적 반복을 통해서 표현하였으며 이 표현을 패턴의 범위로써 가정하였다.

또한 베르그송의 시간에 대한 공간적 개념과 비공간적 개념과 기본 단위 도형과의 의미적 결합도 시도하였다. 단위 요소를 시간의 단위와 일치시켜서 공간적 이동이 시간적 흐름을 유도하는 상황으로 이미지를 한정하였다. 시간은 사람들의 약속을 통해서 이해되며 곰브리치의 추상적인 형태의 개념을 지닌 요소이다. 어떠한 형태의 이미지와도 연결되지 않은 순수한 시간의 요소를 본 연구자는 적극적으로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패턴을 이루는 단위 요소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가 부족하여 다양한 시각 코드를 제시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프랙털 구조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질서를 독창적인 시각 표현으로 이끌어내는 데에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요구되는 바이다.

아울러 평면에서 시간적인 흐름을 제시하면서 시각의 이동을 유도하는 개념에 대한 연구는 시각 디자인만의 문제로써가 아니라 탈문화(脫文化), 탈현대화(脫現代化)로 규정되는 현대 사회의 제반 현상들과 연계하여 더욱 깊이있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 여겨지는 바이다. 그 이유는 이미지에 대한 이해의 공유가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면 키치적 표현들이 존재적 당위성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된 여러 가지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 단위요소들의 비선형적인 배열을 통해서 일반적인 패턴 이미지에서는 표현할 수 없었던 시각적 코드를 - 단위요소가 전체와 동일하게 존재하는 상황 - 경험할 수 있었고 정지된 평면의 상황에 시간적 개념을 적용하여 공간적 이동을 유도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본 연구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