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실제 제기된 국내 및 국외 TV, 신문, 잡지, 광고를 중심으로 포스트모더니즘 광고의 경향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포스트모더니즘 광고는 광고의 차별화 측면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모더니즘 시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기법, 과감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광고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충격적인 소재,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컴퓨터 그래픽의 뛰어난 기술력을 만들어 내는데 단단한 밑거름의 역할을 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 방송 및 광고를 살펴보면 19세기말 유럽을 휩쓸었던 세기말 현상이 2000년대를 앞둔 국내 방송과 광고 매체에 나타나고 있다. 「퇴폐」, 「우울」, 「관능」 등으로 상징되는 세기말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가 정치적, 문화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면서 나타나는 정신의 퇴폐현상, 드라마에 동성애가 버젓이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게이가 광고의 주인공 모델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젊은 층의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 통신에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그리고 나타날 수 없었던 이러한 현상들을 오늘날 우리는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즉 이러한 현상들은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우리사회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모더니즘 시대에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이와 같은 현상들이 현대에 들어와 점차 눈에 띄게 확산되는 것은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변화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긍정적 가능성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서구 디자인의 파상적 수용이 라는 취약성에 따라 근대가 갖는 부정적 측면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현상이 일면서 우리에게 다가온 전통문화의 충돌과 갈등이라는 난제는 지금까지도 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현대로 들어오면서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을 포함한 모든 현상들은 우리의 진취적인 젊은이들에게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곧 우리의 포스트모더니즘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포스트모더니즘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문제점부터 요약을 해 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우리에게는 후기(post)모더니즘이란 단어를 사용해야 할 만큼의 전(pre)모더니즘이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그 모더니즘에 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했으며, 둘째, 전통계승의 명분아래 디자인의 기본 요소와 통합하려는 단편적인 collage 방식으로 표현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셋째, 지역적인 특성이 외면된 채 피상적, 맹목적, 표피적 수용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넷째, 지역적·사회적 책임이 회피될 경우 그에 따른 책임과 우려가 있으며, 다섯째,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이 정신적 적용단계에 이르지 못한채 형태구성상 표피적 형태조작에 머물 우려가 있으며, 여섯째, 성숙된 모더니즘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이에 따른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념의 이해가 혼돈될 가능성이 있다.

일곱째로는 스토리 위주의 내용보다 의미없는 이미지의 병렬방식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여덟 번째로는 이것이 단지 언제나 있어왔던 것처럼 세기말적 현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관점에 반하여 제기되고 있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검토해 봐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 가능성으로는 첫째, 포스트모더니즘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한국성·지역성 추구를 위한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개념적 어휘의 이해와 전통계승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수 있으며, 셋째로는 역사적 관심으로의 회귀라는 필요성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넷째로는 그동안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보다 풍요로운 디자인 표현의 동기로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다섯째로는 이와 같은 다양한 표현방법으로 인한 인간 감성의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고, 마지막으로는 점차 변화되어가는 대중문화의 요구에 알맞는 인간환경을 만들 수가 있다.

이와 같이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한 포스트모던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 밝은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구적 포스트모더니즘의 이론과 원리를 우선 파악하고 거기에서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올바른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여야 하며 시대사조적인 측면에서 그 가치성을 인정하고 표현해야 한다.

8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광고(신문, 잡지, TV)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왔다. 광고분야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은 근대에서 무시되어온 임의성과 우연성 그리고 유회성 등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과거의 전통을 인용함으로써 기억과 이미지 현상을 형태 전환의 중요한 요인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과 기술 우위를 앞세운 다국적 광고의 공세가 한창인 광고계는 날로 수입되는 광고와 제작에 투입되는 인력, 촬영, 편집, 연출로 우리의 정신을 강조한 제품광고가 외국의 기술로 제작되어 간혹 우리의 느낌과는 상반되는 광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안에서도 우리 아이디어, 순수한 우리 기술로 제작된 많은 광고들을 찾아볼 수 있다. 「데땅트」, 「두앤비 롱래쉬 마스카라」, 「경동 보일러」, 「다시다」 광고 등이 대표적 국산 광고라 할 수 있다. 독특한 여성 캐릭터와 파격적인 내용으로 신세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데땅트」편은 홍익대 시각 디자인학과 4학년생들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광고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광고에 식상해있던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 유레카 필름이 제작한 「두앤비 롱래쉬 마스카라」 광고는 미국 광고계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수작으로 무명의 두 여성 모델이 속눈썹 대결을 펼치는 광고이다. 이 광고는 2천 5백만원이라는 저렴한 제작비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다국적 광고의 치열한 공세속에 우리 광고가 살아남고 국제화 속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바로 「우리 정서에 맞는 독자적인 창의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 광고계의 가장 큰 난제는 첫째, 우리 광고인들은 제작 기술이 타국에 비하여 상당히 뒤쳐져 있다는 대다수 Client들의 사고이다. 그 한예를 살펴보면, 고구려 강서대묘의 현무도를 소재로 따서 만든 삼성전자 바이오 TV, 명품광고, 현무라는 상상의 동물을 TV를 통해 살려냈다. 「화질이 살아 있는 TV」라는 기본개념을 잘 살린 이 광고는 일본의 기술로 제작됐다.

이러한 외국 기술에 의뢰하는 광고제작 태도로 볼 때 우리광고가 안고있는 문제점은 제작기술의 후진성이라기 보다 Client의 외국에 대한 사대주의적인 사고와 광고계의 광고제작비에 대한 투자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둘째, 제작진의 창의성과 실험성을 옭아매는 광고심의이다. 한 예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포스트모더니즘 기법을 시도한 「트윈엑스 소말리아 편」과 삭발여성을 등장시켜 화제가 된 「뉴 에이지」 광고는 심의의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광고는 영화와는 달라서 단 몇 컷만 잘려도 전체의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만약 국제광고계 수상작들을 우리 광고심의에 붙이면 80%는 퇴짜 맞을 것이다. 현 우리 광고계에 있어서의 문제점은 갑작스러운 경쟁력 향상과 신세대의 등장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모르는 상태에서 받아들이고 신세대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소화시키려 하였던 것이 우리에게는 이질감으로 다가오는 광고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 현상은 우리 정서에 맞는 광고와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 광고를 복합적으로 수용하려고 하는데서 오는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도기적인 현상을 넘어 현재에 이른 우리 광고계의 난제는 광고 심의에 있어 뒤늦게 과도기적으로 발생하였던 광고 문제를 현재 문제로 오인하는데 있고, 국제적인 수준에 올라있는 실험성있는 작품들을 전체의 구조가 무너질 정도의 삭제를 요하고 있는데 있다.

이제 포스트모더니즘은 그에 대한 찬·반과 관계없이 일종의 문화적 우세층으로 우리의 현실에 깊숙히 들어온 이상 그에 맞춰 포스트모더니즘 현상을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아는 신진 광고인들의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지원해 주는데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부르는 이 새로운 인식론적 움직임이 우리 광고계에 새로운 감수성과 돌파구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