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연구결과에 대한 논의

상징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가 바로 유행 현상이다. 유행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대부분 패션의 사회적 '확산 과정'이나 수용자 측면에서의 심리적 '수용 과정'과 같은 '과정'으로서의 유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유행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서 뿐 아니라 경제적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유행현상에 기여하는 '광고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고 그 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유행현상을 과정으로서 이해하기 보다는 하나의 대상으로서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다. 지금의 유행현상에 있어 광고의 역할이라는 것은 단지 유행패턴의 전파에 기여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전파의 매개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유행패턴의 제시자로서의 역할이 좀 더 근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광고는 유행현상의 물질적 대상인 유행패턴을 전파 시키기도 하지만 전파 이전에 그러한 유행패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으로서의 유행이라는 분석차원이 좀 더 유용한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과정'으로서의 유행 보다는 '대상'으로서의 유행에 초점을 맞추어 광고를 통해 유행패턴이 제시되는 방식과 수용자에 의한 수용방식을 살펴 보고자 했다.

연구문제에 따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광고는 어떻게 유행패턴을 제시하는가? 이것은 유행패턴의 기본적 속성으로 전제하였던 '일시성', '집단성', '상징성', '현시성'을 패션상품의 하나인 색조화장품광고에서는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이에 대한 결과를 요약해 보면 우선 유행패턴의 일시성의 경우 분석대상으로 선정된 15종의 광고물 모두가 3-4개월정도 광고 되어지고 있었고 하나의 유행 패턴이 일정한 기간동안 제시되어진 후에는 다른 유행패턴으로 계속적으로 교체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집단성의 경우, 15종의 광고물 모두가 '25±3세의 대학생이나 직장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는데 특이할 만한 사항은 각 유행패턴이나 브랜드명이 바뀌었어도 목표소비자층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시장이 일정 규모로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상징성과 현시성의 경우, 15종의 제품 모두가 상징성이 강한 제품명을 제시하면서 그에 맞는 광고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비슷한 시기나 비슷한 유행패턴에 대해 서로 다른 스타일이나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계속적으로 새로운 상징적 사용가치들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즉 광고는 '상징성'을 중심으로 유행패턴이 갖는 기본적 속성들-'일시성', '집단성', '현시성'-을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광고를 통한 유행의 선도를 가능케 하고 있었다. 그런데 광고를 통한 이러한 유행의 선도는 광고의 자체적 주도 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수용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의 연구 문제들을 통해 밝혀 보고자 했다.

둘째, 소비자는 유행패턴을 왜 구매하는가? 즉 제품자체의 유용성 때문인가, 유행패턴이 갖는 상징성 때문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로 소비자는 특정 시기에 있어 광고 되어지고 있는 유행패턴을 구매하고자 할 때 유행패턴이 갖는 기능적 유용성 때문에 유행패턴을 구매하는 것인지, 아니면 광고를 통해 인식

하게 될 상징적 이미지에 대한 소비욕구 때문에 유행패턴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 인지를 밝혀 보고자 헨다. 그 결과 유행패턴 구매자는 제품이 갖는 유용성 보다는 이미지와 같은 상징적 요인때문에 유행패턴을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구매자가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유용성과 같을 물적 사용가치 외의 상징적 사용가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특정 시기의 유행패턴의 경향에 대한 인식은 대인적 인간관계보다는 광고를 통해 얻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유행의 정보를 대부분 광고를 통해 얻고 있었는데 이러한 결과를 통해 유행패턴 구매자가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광고를 통해 제시된 유행패턴의 이미지와 관련성이 높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것에 대해 다음의 연구문제와 관련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셋째, '광고를 통해 제시된 유행패턴의 이미지'와 '구매자가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이것은 두 번째 연구문제와 연결된 연구문제로 구매자가 유행패턴의 '상징적 이미지'를 구매하고 소비한다면 구매자가 가지고 있는 유행패턴에 대한 상징적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가를 밝히기 위한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용자 일반이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구매자가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제시된 유행패턴의 이미지'와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수용자 일반이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광고를 통해 제시된 유행패턴의 이미지', '구매자가 유행패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광고를 통해 제시된 유행패턴의 이미지'는 대체로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광고가 수용자의 이미지를 구조화한다는 식의 인과 관계론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광고와 수용자간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는 있다.

유행패턴 구매자가 유행패턴을 구매하는데 있어 제품이 갖는 유용성보다는 이미지와 같은 상징성 때문에 구매한다면 구매자가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유용성과 같은 물적 사용가치 외의 상징적 사용가치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구매자가 어떠한 내용의 상징적 사용가치를 갖게 되느냐, 그리고 그러한 상징적 사용가치를 어떻게 획득하느냐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상으로 '광고를 통해유행패턴이 어떻게 제시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유행패턴을 수용자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라는 커다란 두 가지 맥락에서 기존의 접근방식과는 다른 입장에서 지금의 유행현상을 고갈해 보고자 했다. 결론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맺을 수 있다. 즉 광고는 기능적 유용성에 있어 두드러진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제품에 대해 상징적 이미지를(상징성),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일시성), 특정 집단에(집단성), 계속적으로 새롭고 적절하게 (현시성) 하나의 패턴으로 제시함으로써 끊임없이 광고의 상징적 메시지의 내용을 변화시켜 내고, 수용자는 유행패턴이 갖는 새로운 상징적 사용가치들을 구매함으로써 광고를 통한 '유행패턴의 제시' 또는 '유행의 선도'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 결론을 얻을 수 있었던 본 연구는 사회와 개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상징적 사회 현상인 '유행'에 대해 기존의 연구와는 상이한 방향에서 광고를 개입시켜 접근함으로써 학문적 영역을 확장 시키고자 시도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본 연구가 갖는 몇 가지 연구한계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제2절 연구의 한계

광고를 통한 유행패턴의 제시에 관한 이상의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갖는다.

첫째, 연구영역의 한계이다. 연구영역의 광범위함이라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광고가 개입되는 지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유행현상을 유행패턴 이라는 정적인 대상으로만 제한하여 바라보았다. 따라서 역동적이면서 유동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인 유행을 총체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서는 '과정'으로서의 유행과 '대상'으로서의 유행을 포괄적으로 포함함으로써 광고, 수용자, 사회적 맥락이 함께 고려되어지는 보다 정교한 연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연구대상의 한계이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대상을 패션상품의 대표적인 예인 립스틱이라는 제품의 광고현상으로 제한하였는데 이상의 연구 논의들이 유용성이나 기능성 제품에 있어서도 적용 가능함이 밝혀질 때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셋째, 연구방법상의 한계이다. 광고물에 나타나고 있는 이미지나 수용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도출해 내는 데 있어서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비교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정교한 방법론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본 논문이 갖는 위와 같은 연구 한계들을 극복 함으로써 유행현상과 광고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가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본 연구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