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UR이후의 문제제기

한국의 광고산업은 광고가 지닌 미묘한 속성과 광범위한 대상만큼 수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관련 단체들은 각 단체별로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건의해왔다. 그러나 완전개방 이 기정 사실화된 현재로서는 향후의 전개양상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선진국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광고시장개방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미국측이 UR 타결이후에 제기한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UR 타결 이후의 전개방향을 시사해주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94년 2월에 열린 한미경제협력대화(DEC)에서 다음 표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우리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여기서 ①광고회사 수의 제한은 미국의 경우 동일한 광고주가 제품별로 또는 브랜드 별로 각각 다른 광고회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라고 판 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②방송광고 수수료는 KOBAOO의 득점판매체제에 대한 문제제기와 국제관례가 15%임을 제시하고 있다. ③방송광고시간은 「시장접근」을 제한하며 ④공정거래 위원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권고의 효력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⑤방송위훤회의 신속한 응답과 조치를 요망하고 있으며 ⑥인쇄매체카르탤은 불공정거래관행을 지적하며 공정 거래법의 적응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4. 대응방향

UR의 타결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섬을 의미한다. 국가간의 경제적 국경을 낮추어 상호 자유로운 교역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며, 이 바탕에는 합리성을 추구하는 정신이 깔려있다. 따라서, 어떤 규제가 내외국인에게 동등하게 가해지더라도 그것이 불합리성을 지니고 있거나 공정성을 잃은 것이라면 이는 수정되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의 광고산업이 대응해나가야 할 바를 ①정부, ②광고주, ③광고 대행사로 나누어 살펴보고고자 한다. 언론매체에 관한 사항은 제5장의 제2절에 살펴본 바와 같다.

가. 정부

정부는 외국이 우리에게 문제삼는 것을 우려하며 그 때마다 임시방편같은 대책을 내어놓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냐부터 찾아야 하겠다. 최근 들어서 광고와 관련된 여러가지 연구와 논의가 활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광고는 광고주와 언론매체, 제작업체 등 관련업계도 넓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도 매우 크므로 정부는 신중한 정책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진통이 뒤따르더라도, 정부는 업계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광고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나아가서 국제관례도 감안하며 우리의 미래상과도 연결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수림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미국의 통상전략을 보면, 늘 그렇듯, 먼저 국경조치(border measures)의 철폐를 요구한다(우리나라의 기존 광고시장 개방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나라에 대한 진출이 가능해진 다음에는 시장접근(market access)의 장벽을 허물기 위하여 정부의 규제사항을 문제시하는 것이다(앞에서 본 미국측의 문제제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 다음 단계는.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시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점유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전략 (marketing strategy)을 펼쳐 나간다. 이 과정에서 그 나라의 제도상 허점이 있거나 강력한 정책의지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교묘한 탈법, 불법행위도 하며, 한편으로는 슈퍼 301조와 같은 위협수단을 들고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서, 강력한 정칙실천의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단 결정된 정책은 시기적절하게 수정될 때까지는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실천되도록 하여야 한다.

광고제도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 우리나라는 미국측이 제기한 문제들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이 중에서 UR의 합리성 추구정신애 비추어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할 사항으로는 첫째, 인쇄매체에 대한 ABC제도의 조기탈성화와 전파매체에 대한 시청율조사 둘째, 방송광고심의와 관련된 법규 및 절차의 합리화 셋째,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위와 기능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광고의 과학화와 거래관행의 합리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광고 업계의 개별주제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 광고주

UR의 타결에 따라 앞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계속해서 상륙하고 국내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한다고 볼 때, 기업은 경영과 관련되는 모든 여건이 크게 변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태도 또한 변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고주는 이제 국내시장에서도 힘든 경쟁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체질을 강화시켜 속히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 조직 재정비, 고유의 기술개발과 상품개발은 말할 것도 없으며, 올바른 거래 관행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광고대행사와는 '동반자(partner)' 관계로 발전되어야 한다. 우선, 광고대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지연, 학연등의 관계라든가 광고주의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조건처럼 광고 외적인 요소는 배제되어야 하며 경쟁프리젠테이션이 공정한 조건하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광고대행사가 일단 선정되면, 서로간에 충분한 자료와 의견의 교환을 통하여 합리적이며 타당한 방향으로 광고업무가 진행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마케팅을 위한 정책결정에 왔고 대행사를 참여시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군림'이 아니라 '공존'의 관개로 나아가야 한다.

다. 광고대행사

우리나라의 광고대행사는 UR이후 산업별로 나타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광고주에게 더욱 효율적인 대응책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광고주와 더불어 발전하는 '전문 파트너'의 위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주를 동반자로 여기고 함께 발전해나간다는 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재의 취약한 수준으로는 경쟁이 자유화되면 다국적 광고대행사와 경쟁하기에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광고주와의 장기적인 동반자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서비스 능력, 정보수집과 분석능력, 건실한 경영기반 등을 통한 질적인 발전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한 첩경은 의식개혁과 인재 육성일 것이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인 혁신의지가 매우 중요하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교육의 강화가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산학협동 또한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영업신장에 중점을 둔 현재의 조직구조 역시 바뀌어야 한다. 광고주를 위한 질적인 서비스(Quality Services)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하여서는 내부체제가 변화해야 할 것이다. 효율적인 서비스 체제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광고주는 결코 장기적인 파트너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주와 광고대행사는 광고의 사회적 책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건전한 경쟁풍토 조성과 자율심의기구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업계 스스로가 가장 앞서서 질적 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UR의 파고보다도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하는 우리 내부의 갈등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