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14대 대통령선거와 이미지 메이킹사례
제14대 대통령선거는 역사적 과거 어느 선거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후보로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그리고 그 이외의 5명의 후보가 나섰다. 이 선거전의 커다란 특징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점은 이슈나 정책의 대결보다는 후보자의 퍼스낼리티를 강조하는 이미지위주의 선거전이었다는 것이다. 정치광고의 표현과 내용면에서도 전문화되고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제14대 대통령선거의 법정선거운동 기간은 92년 11월 20일부터 12월 17일 24시까지, 총28 일간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법정선거운동 기간과 상관없이 각 정당은 이미 92년 8월에 접어들면서 신문지상을 통하여 정책 및 후보자 개인에 대한 광고를 게재하였다.38) 이번 선거의 정치광고에는 새로운 미디어들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가 국민의 소리를 듣기위한 '0303직통'전화를 개설하여 큰 호응을 얻자 민주당은 '0707'을 국민당은 '0909시스템'을 개발하였다. 또한 비디오테잎, 자동응답전화, 컴퓨터 통신망, 이동광고판 점보트론, 각종 이벤트 등이 광고매체로 이용되었으며 만화, 로고송, 캐리커쳐 등도 적극 활용되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는 TV, 라디오 등 전파매체를 통한 정치광고가 선거법상 허용되어 각 당마다 스파트광고를 실시하였다. 본 장에서는 각당 후보자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1) 김영삼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분석
김영삼은 3당합당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고 자신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내놓은 주제가 바로 '개혁정치'였다. 과거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방법으로서 '개혁으로 한국을 고쳐 신한국을 창조하겠다'는 것이 주요 컨셉트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동시에 안정도 요구하고 있다는 모순된 결과가 나타났다. 따라서 '신한국창조'라는 슬로건은 안정과 함께 변화를 포함한 개념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병 치료'라는 후보자 컨셉트는 '개혁', '깨끗한, 정직한, 강력한 신한국' 이라는 슬로건을 내놓음으로써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하였다.39)(그림 82 참조) 김영삼측은 3단계로 나누어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광고전략을 세웠는데 계1단계는 정당 이미지광고이며, 2단계는 정당정책광고, 3단계는 김영삼 후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후보자 개인광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김영삼측은 '0303직통'캠페인을 통해 개혁을 威해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김영삼 후보의 모습을 보여주어 많은 화재를 일으켰다. '0309직통'전화는 김영삼 후보의 이름을 상징하고 있어 이미지의 전달효과라는 측면에서 돋보이는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0303'시리즈광고는 9차례까지 계속되었다. 14대 선거에서는 우리 방송사상 처음으로 정치광고의 수단으로 TV 광고가 등장했다. 그러나 TV 광고는 60분, 5회 이내로 시간이나 방송회수가 제한되어 미국 선거에서처럼 TV가 큰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했다. 김영삼측은 여러 광고대행사에서 제작된 4편의 CF를 5회에 걸쳐 방명했다. 그 중에서 '상도동 7번지'편은 김영삼 후보가 조깅을 하고 이웃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깨끗하고 정직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려는 이미지 메이킹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그림 87 참조).
김영삼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적인 역할을 한 것 중에 하나는 캐릭터인 '조깅하는 곰돌이'이다. 곰이란 원래 우리민족의 신앙적인 상징이며, 끈기와 정직과 건강의 표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는 동물이다.40) 또한 곰돌이는 김영삼 후보개인의 살리고자 하는 특성과도 잘 부합되도록 디자인되어 다시 뛰는 신한국의 이미지와 정직하고 깨끗한 후보자로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그 외에도 시대적인 감각에 맞추어 각종의 다양한 홍보물이 사용되었는데 2백인치 대형 TV 칼라 화면이 부착된 최첨단의 옥외광고시스뎀인 '달리는 영상차'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말하고 움직이는 곰돌이 인형 '바보트'의 등장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김영삼 후보의 제스춰를 흉내내고 '신한국을 창조합시다' 등의 말을 하는 등 유세장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2)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분석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는 다섯번의 죽을 고비, 군사정권에 의한 사형선고 등 험난한 정치역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그를 '한의 정치인'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그의 강성이미지 그리고 전라도라는 지역성은 반드시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그리하여 김대중이 택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뉴DJ프랜'이었다. 주요 테마는 '대화합의 새로운 정치'였고 '이번에는 바꿉시다', '금요일에 바꿉시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41)(그림 84 참조) 그는 그의 과격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온건한 이미지를 심고자 웃는 모습과 목소리, 의상, 메이크업, 제스춰 등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포스터, 광고, 홍보물에 사용한 사진은 정면보다는 옆 얼굴의 측면사진을 사용하였으며 미소짓는 표정을 연출하여 유권자들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했다. 스파트광고 제작시 1, 2편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3편은 주부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유권자들에게 친숙한 인물의 인기탈렌트를 등장시켜 김대중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에 힘썼다. 그는 특히 여성유권자들의 표를 흡수하려는 목적에서 여성들의 주요 관심사인 입시, 물가, 주택, 환경, 성폭력, 남녀차별문제 등을 토끼와 거북이 캐릭터를 이용하여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김대중 후보의 광고는 민자당에 비해 통일성이 결여되었으며, 뚜렷한 이슈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특히 색깔논쟁와 관련된 간첩단사건을 해명하는 방어적인 성격의 광고를 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일관성있는 전략을 전개해 나가지 못했다. 또한, 김대중 후보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맡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강력했기 때문에 온건한 이미지를 새롭게 창출하는 데 많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대중 후보측의 광고에 나타난 헤드라인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42)
「무소유대통령을 약속합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립니다」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무리 패색이 짙다고 30년 민주동지라던 사람을 용공으로 몰 수가 있습니까?」
「바뀌면 이런 세상이 됩니다」
「민주당의 약속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번에는 바꿔보자」
(3) 정주영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분석
정주영 후보는 침체에 빠진 이 나라 경제를 다시 살리는 데 국민의 강한 욕구가 있다고 판단하여 평생동안 기업활동에 전력투구하여 자신이 맨주먹으로 '현대'의 신화를 창조한 인물임을 내세워 '경제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 전략을 전개했다. 또한 노령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과 정치무경험의 핸더캡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한 체질을 강조하고 현대라는 기업의 조직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그의 주된 컨셉트는 '정치가 망쳐놓은 이 나라 경제를 살려내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었으며 광고에서도 현대 특유의 기동성과 그의 '밀어부치기식'스타일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광고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그는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훨씬 탁월했다. 광고의 표현에 있어 그는 국가와 국민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사실적이고 직선적인 메세지전개형식과 불필요한 디자인을 배제하고 오리지낼리티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단순하면서도 구제적인 표현으로 유권자들에게 소구하고 있다.43) 호돌이를 캐릭터로 선정하여 정책에 대한 市리즈광고에 활용하였는데 호돌이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와 중복되어 참신성이 결여되나 광고메세지에 따라 적절히 변형시킴으로써 이미지전달 효과를 높였다(그림 30, 31, 32 참조). 정주영 후보의 광고에 실린 헤드라인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주택문제, 정주영에게 맡겨주십시오」
「무역흑자 300억불, 정주영이 해냅니다」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습니다」
「그가 늘 서 있던 옷은 바로 우리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길이 없었습니다. 그가 가고나니 길이 되었습니다」
「세계경제대전, 정주형이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회생, 정주영이 책임지겠습니다」
「140만 청약저축가입자의 11년 한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체육발전, 정주영에게 맡겨주십시오」
「12월 18일 국민 모두가 감독이 되는 날입니다」
「기호 3번 정주영이 국민 여러분께 다음과 같이 약속합니다」
「내일은 경제대통령을 뽑는 날, 정주영을 선택하는 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