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절 편의점의 분포 특성
편의점 업체들의 유통 활동 특성과 점포 입지 논리에 대한 조사 결과와 편의점의 공간적 확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여기서는 편의점이 공간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양상을 서울시를 중심으로 세부적으로 정리하고 그 특성을 분석 하고자 한다. 분석의 방법은 소매 기구의 변화 이론, 특히 갈등 이론에 입각하여 편의점과 경쟁 업태인 수퍼마켓의 혁신 발생과 확산 과정 및 현재의 공간적 분포 양상과 비교하여 편의점 입지 분포의 공간적 차별성을 설명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으로 포괄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으나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의 다양한 논의 결과를 동원한 해석을 통해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1. 편의점 분포 현황
1992년말 현재의 업체별 지역별 점포 현창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전국 수준의 편의점 분포 현황을 보면 업체간에 출점 지역 분포가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업체별로 집중 혹은 분산적으로 출점하는 방식의 편차가 존재하고 있다. '미니스톱'과 같이 광범위한 지역에 출점하는 업체와 '써클케이', '바이더웨이' 등 특정 도시를 위주로 집중적으로 출점하는 업체 등의 차이가 보인다. 수도권 지역에서 업체간 출점 지역의 차별성은 업체별 배송 활등의 특성의 차이로 어느정도 설명될 수 있다. 즉 상품 배송 체계에서 자체의 배송 센터 혹은 벤더 중 주요한 배송 방식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리고 배송 센터의 입지가 어디냐에 따라 효율적인 배송 활동의 공간적 영역이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 수도권 도시들을 겨냥한 별포의 배송 센터를 서울 외부 지역에 전략적으로 입지시킨 업체들의 출점 지역이 보다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지방 대도시에 대한 출점 현황에서는 부산권의 '엘지25'와 대구권의 '로손' 등 업체별 주력 시장이 명확하게 분할되어 있으며 점차 여타 업체들의 진출이 뒤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확산 과정의 해석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업체별로 상이한 지역을 목표 시장을 설정하여 도미넌트 출점 전략에 입각하여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점포망 확대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초기부터 동일한 지역에서 중복 출점하기 보다는 상이한 지역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앞서 구축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유사한 경쟁 전략으로 인해 시장 분할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야 지방 출점에 나선 '바이더웨이'가 아직 대형 업체의 진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호남 지역의 공략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한 거점 지역별 점포망 확충이 어느정도 달성되면 점차 여타 지역으로 진출의 범위를 확대하게 되며 그에 따라 업체간 경쟁은 지방 도시들에서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내부의 출점 현황을 보면 각 업체의 점포 분포 상태가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됨을 알 수 있다. 강남 지역에 집중적으로 출점한 업체가 있는가 하면 도봉, 성북 등 서울 북동부 지역에 전략적으로 출점한 업체도 있으며 거의 고른 분포를 보이는 업체도 있다. 서울은 지방 도시와 달리 업체간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어 있어서 대체로 광범위한 지역들에 출점하고 있지만 업체별 시장 확보 전략의 차이에 따라 이러한 편차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후발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강남 지역이 대한 출점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들을 볼 때 이 지역의 시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그만큼 풍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말해준다.
2. 수퍼마켓과 편의점 분포의 비교
수퍼마켓의 공간적 분포 상태를 편의점과 비교하여 살피는 작업은 수퍼마켓이 편의점과 유사한 취급 상품, 매장 규모와 공간적 분포를 보이므로 신장 지분을 둘러싼 경쟁에서 서로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단순 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수퍼마켓이 대체로 영세한 규모이기 때문에 상호 보완적이라기 보다는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등 이론에 입각하여 볼 때, 새로운 혁신 업태인 편의점의 성장으로 타격을 입게 될 수퍼마켓의 대용 방식은 편의점의 성장과 공간적 확산 과정에 하나의 변수로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이미 오래전에 혁신 업태로서 성장하여 거의 숫적으로는 포화 단계인 수퍼마켓의 현 상황과 그 공간적 분포의 특성 등을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특수한 소매업 환경하에서 편의점과 같은 혁신 업태가 성장, 확산하는 데서 나타날 제약 조건과 특성을 전망하는 데에도 유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알서 편의점의 성장 배경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퍼마켓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족이 편의점의 성장으로 귀결된 측면이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사실에 출발하여 일차적으로 한국 도시에서는 수퍼마켓의 분포가 편의점의 입지 전개에 어느정도 중요한 규정 요인으로 작용을 하였는지 검증하고 이 검증 결과를 기본으로 더 나아가서 한국 도시에서 편의점 입지의 특수성을 해명하는 작업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강병수의 연구에 의하면. 80년대 중반의 조사 결과임에도 소비자, 특히 주부의 품목별 구매 시설의 선호도미서 가공 식품(90.8%), 조미료(90,5%), 기호품 (76.9%), 일용 잡화(75.ONI 등으로 재래 시장과 일반 상점에 비해 수퍼마켓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데 이들 품목들이 바로 편의점의 상품 구성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재래 시장이나 일반 상점보다 수퍼마켓이 편의점과 가장 직접적인 경합 관계에 있는 재래 부문의 업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수퍼마켓의 구매권 조사 결과 반경 200미터를 전후하여 소비자의 60-70%가 이용하는 일차 구매권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수퍼마켓의 실질 상권 규모는 편의점 업체들이 편의점의 실질 상권을 반경 250미터까지 잡고 있는 점을 볼 때 상권 규모에서도 한국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형 수퍼마켓들과 유사함을 보이며 따라서 수퍼마켓과 편의점의 분포를 직접 비교하므로써 이들 경합 업태간의 경쟁이 편의점 분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해석해볼 수 있다.
그런데 수퍼마켓 중에서도 영업 방식의 특성 차이에 따라 분석에서 지니는 의미가 상이하다. 미국의 경우와 같이 개점 시간이 짧아서 저녁 늦게 혹은 주말에 이용하기 불편한 수퍼체인 직영점과 독립형 중 종업원수가 많은 대형 수퍼마켓은 혁신 발생지인 미국에서의 편의점의 성장 배경에 입각한 편의점 입지 설명 틀을 검증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반면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한 가맹점 혹은 독립형 수퍼마켓들은 편의점과 영업 방식에서 상호 보완적이라기 보다는 중복되는 특성을 많이 지니고 있어서 직접적 이해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되며 따라서 편의점의 성장에 대해 강력한 반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매업 경영동태 조사보고』에 의하면 수퍼체인 직영점과 가맹점의 개점 및 폐점 시간은 차이를 보이는데 편의점이 개점 시간의 편의성으로 특히 경쟁력을 가지면 보완적인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직영점들이라 할 수 있다. (표 4-6 참조)
그리고 독립형 수퍼마켓 중에서도 종업원수가 많은 대형 수퍼마켓은 운영 효율성의 문제 때문에 대체로 개점 시간이 많으며 따라서 이들 대형 수퍼마켓도 수퍼체인 직영점과 동일한 범주로서 편의점 입지 분석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서는 분석의 편의상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수퍼체인 직영점 및 대형 수퍼마켓과 편의점 분포의 비교 분석으로부터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표 4-7>에서는 편의점과 대형 수퍼마켓의 분포를 구별로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우선 두드러진 점은 대형 수퍼마켓이 10개 이상인 구는 모두가 교외화 과정에 신개발된 지역으로서 이들 지역에는 아파트 등 상권의 집중이 용이한 고밀도 공동 주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수퍼마켓의 사업 임계치를 충족시키기 용이한 입지가 풍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편의점 수와 대형 수퍼마켓의 수의 대비가 각 구별로 많은 편차를 나타내고 있는데 대형 수퍼마켓이 더 많은 지역이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편의점 수가 2배 이상 많은데 그 중에서도 성북구. 마포구, 종로구 등 강북의 재래 시가지 지역은 그 차이가 더욱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별 수준에서의 분포로 적절한 분석을 하기는 힘들다.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의 실질 상권이 반경 200-300 미터 정도의 소규모이기 때문에 분석 단위 지역이 동질성을 갖는 정도로 축소되어야 의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 용한 자료에서 각 편의점의 위치가 번지는 물론 1동 2동하는 식의 구분도 되어 있지 않은 채 동명으로만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수퍼마켓 역시 편의점과 같은 동별 수준의 현황을 이용하고자 한다.
편의점과 수퍼마켓의 동별 분포 유형을 세가지로 분류해 보았다. 세가지 유형의 구분 기준은, A 유형은 편의점 4개 이상, 대형 수퍼마켓 4개 미만인 지역, B 유형은 편의점 4개 미만, 대형 수퍼마켓 4개 이상인 지역, C 유형은 편의점과 대형 수파마켓 모두 4개 이상인 지역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분류해 본 결과 A 유형의 지역, 즉 대형 수퍼마켓은 얼마 되지 않지만 편의점이 많이 입지하는 지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유형 중에서도 대형 수퍼마켓이 1개 이하인 등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유형에 속하는 지역이 서울시 전반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편의점은 수퍼마켓이 전형적으로 입지하는 주거지 상권이 아닌 사무가, 유흥가. 학원가 등 경제 활동 혹은 여가 활동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상권 지역에 입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후자의 강권 지역들이 주거지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수퍼마켓의 입지 조건으로서는 적함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러한 편의점 입지 유형들에 대한 보다 신중하고 적절한 해석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은 특정 사례 업체의 점포 입지 유형 분석에서 보완될 것이다.
한편 B 유형과 C 유형의 지역들은 공통성과 차별성의 측면들이 뚜렷이 부각 되고 있다. 공통성의 측면은 거의가 70년대 이후 시가화가 진행된 신개발 지역 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노원구, 중량구, 성동구의 일부 동을 제외하면 강북이 아닌 강남 지역의 동이 이들 유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수퍼마켓이 4개 이상으로 비교적 많이 입지하여 주거지 상권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지역들이 교외화 과정에 형성된 신개발 지역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8)
B와 C 유형간의 차이는 C 유형이 대체로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 중산충 주거 지역에 해당하는 데 비해 B 유형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주거 지역으로 다시 세분된다는 것이다. 편의점 입지가 증산충 지역에 적합하다고 제시한 업체들의 입지 전략의 타당성이 C 유형의 지역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B 유형의 경우에는 특히 고소득충 주거 지역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고소득충의 소비 양식이 편의점과 같이 대중화된 상품과는 차별화된 상품들을 취급하는 구매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거나. 안정적인 생활 여건으로 인해 가사 노동을 외부화하여 시간 비용을 절약할 필요를 적게 느끼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나 여기서 정확한 해명을 하기는 힘들다.
손더스(P. Saunters)의 소비 사회학적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영국에서 소비 수단(means of consumption)의 소유 여부에 의해 새로운 계 충 분화가 생겨나는 경향을 분석한 바 있다. 9) 편의점의 소비 양식은 개별화된 소비를 더욱 극단적으로 상품화, 사회화시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사회화된 소비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의 절감을 추구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그런데 최근 서구 사회의 경향은 사회화된 소비를 다시 개인화하는 현상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여가 시간이 넉넉하고 높은 비용의 소비 수단을 구입할 수 있 는 고소득 계층일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D-I-Y 상품들이다. 이러한 소비 양식의 변화 경향과 비교할 때 편의점의 시간 절약적 기능에 중심을 둔 편의성 제공 방식은 소비 수단을 구입하여 개인화된 소비 양식을 수용할 만한 여유가 부족한 중산층 이하의 소득 계층에게 적절한 소비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득 수준이 아주 낮은 계층들은 편의점 상품 가격에 포함된 시간 절약 비용마저도 부담하기가 힘들어서 가사 노동의 외부화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저소득층 주거 지역의 편의점 상권 밀도는 그 만큼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호주 멜버른시의 경우 가장 많은 편의점이 밀 집한 지역은 노동자 주거 지역으로 조사되었는데 호주 노동자들은 소득 수준이 한국 노동자와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면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보다는 중간 소득 계층의 주거지에서 편의점에 대한 풍부한 구매 수요가 존재함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다.10)
3. 편의점 입지 유형별 분포 특성: 모 업체 사례
수퍼마켓의 분포와 비교 분석한 앞의 논의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지만 여기서는 특정 업체의 점포들을 중심으로 동별 분포가 아닌 구체적인 상권 특성 별 입지 유형에 따른 분포 상태를 살펴봄으로써 편의점 분포의 특성에 대한 보다 실재에 접근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사례 업체는 여타 대형 편의점 업체와 유사한 점포수와 서울 지역 분포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특정 업체 소속 점포들의 분포 특성을 하나의 일반적 경향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앞서 각 업체별 입지 전략의 종합적 고찰에서도 보았듯이 대부분의 업체들이 거의 유사한 점포입지 논리와 출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원 자료에는 이 업체 소속 점포들의 입지를 아파트, 주택가. 사무가, 유흥가, 대학가, 병원, 역세권 등 아주 구체적인 유형으로 명시하고 있는데,11) 이들 입지 유형들을 주요 고객 유형별로 재분류해 보면 고정 고객 위주의 입지가 39.2%, 유동 고객 위주의 입지가 29.6%, 그리고 고정 및 유동 고객이 다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복합형 입지가 31.1%로 나타났다. (표 4-9 참조) 고정 고객 위주형 입지에 주거지만이 아니라 사무가도 포함을 하였는데 이는 주택과 마찬 가지로 직장에 근무하는 종사자와 그 활동 패턴이 대체로 일정하고 따라서 구매 특성도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동 고객 위주형 입지는 구매자들의 구성과 그 구매 특성이 비교적 복잡하고 불안정하다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복합형 입지는 두 유형의 고객이 모두 큰 비중을 차지하여 구매 특성이 더욱 복잡한 경우이다.
그런데 전체 비중에서 보듯이 고정 고객형 입지에 유동 고객형 입지보다 많은 점포가 분포하고 있는 사실은 앞에서 A 유형의 지역, 즉 고정 고객 위주의 상권을 의미하는 수퍼마켓이 별로 존재하지 않으면서 편의점 출점이 보다 많이 이루어졌기에 유동 고객이 위주인 상권 지역에 편의점의 입지 경향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서술한 것과 모순되어 보인다. 12)
이 사례 업체의 입지 유형 분류가 적절한 기준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앞의 논의는 수정이 불가피해 진다. 즉 대형 수퍼마켓의 입지가 고정 고객 위주의 상권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이 되기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대형 수퍼마켓이 근린 구매 시설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구시가지 지역의 편의점 입지 특성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북구로서 이 지역에는 구 전체에 대형 수퍼마켓이 단 2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성북구에서 주거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형 수퍼마켓이나 일반 식품점 등 장시간 영업하는 식품점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서도 편의점의 입지와 성장이 진행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영세 소매업 부문에 대한 편의점의 침투가 구시가지 지역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구시가지 지역의 근린 구매 시설의 역할에 대한 조사를 통해 편의점 입지와의 관련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이 작업은 구시가지 지역의 재래 부문 소매점 구성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 체계적으로 다루기에는 벅찬 일이다. 신시가지 지역의 경우도 대형 수퍼마켓을 지표로 한 상권 고객 특성 분류가 어느정도는 설명력이 있으나 동별 수준에서 세가지 유형의 지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사례 업체의 편의점 입지를 원 자료의 분류 방식에 입각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보았다. (표 4-10 참조)
입지 유형별 구성비의 계산은 복합 상권일 경우 해당되는 입지 유형에 중복 산정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러한 분류의 결과를 보면 주택가가 주요 혹은 부차적 상권으로서 중요한 입지 조건이 되는 점포가 약 62%로서 압도적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편의점의 운영이 주택가의 고정 고객에 의존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앞의 수퍼마켓 과의 비교 분식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A 유형의 지역들 중에는 주택가를 배후 상권으로 하는 편의점 입지가 상당 부분 은폐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주택가 이외의 입지 유형들은 유흥가, 학원가(대학가), 역세권. 상가 등 대부분이 유동 고객을 주요 혹은 부차적 고객층으로 하는 것들이다. 유동 고객을 지향하는 입지 유형들을 모두 합치면 주택가 지향형에 버금가는 큰 구성비가 되는데 이는 편의점의 입지가 그 성격이 어떠하든 간에 유동 고객에 대한 의존 역시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렇게 볼 때 결국 편의점의 입지에서 주택가의 고정 고객과 기타의 유동 고객이 다같이 중요한 입지 선정의 고려 요소가 되고 각 형태의 고객 유형에서 어느 것이 더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 인지는 개별 점포 입지의 구체적인 배후 상권 특성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말해 주는 또 하나의 사실은 편의점의 입지가 고정 고객 혹은 유동 고객이라는 특정한 유형의 목표 시장을 원칙으로 설정하여 둔 상태에서 출점하는 것이 아니며 어떠한 유형의 입지든지 그 상권 특성에 적합한 판매 전략만 잘 구사하면 성공적인 운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편의점의 입지는 연탄의 식품 소매점들, 특히 수퍼마켓에 비해 매우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서 편의점에 대한 시장 수요는 다양한 입지 유형들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특정 업체의 편의점 입지 유형을 한국에서 편의점 입지의 일반적 특성으로 받아 들이는 것에는 어느정도의 한계가 있다. 첫째, 아직은 편의점 성장과 확산의 초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개될 점포 입지 양상은 이전과 크게 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 공간상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매우 협소한 유흥가, 학원가, 역세권, 병원 등 유동 고객 위주의 입지 가능성은 갈수록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점차 도시 공간의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 지역의 시장 영역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사례 업체의 점포 입지들이 대부분 서울이라는 특수한 성격의 공간적 영역에 포함된 것이기에 지방의 대도시와 중소 도시에서의 편의점 입지 유형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게 될 지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의 물리적 공간의 특성, 경제 구조적 특성, 소매업 구성의 특성 등에서 서울의 경우와 상이하다면 편의점의 성장과 확산 과정은 물론 점포 입지의 유형이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상의 특정 업체 사례를 통해서 도출된 결과들 중에는 외국, 특히 미국과 상이한 편의점 입지 유형의 한국적 특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특히 두드러진 점은 주거 지역이 아닌 유흥가, 학원가. 상가, 역세권 등 유동 인구로 특징지워지는 상권에 입지하는 점포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도시의 물리적 공간 특성, 즉 토지 이용 체계가 질서있게 정비되어 있지 않고 복합적, 고밀도 이용 패턴이 일반화된 결과 특히 구시가지에서 주거지, 상업지, 업무가 등의 기능간 공간적 분화가 불명확하여 복합 상권 유형의 비중이 크다는 것과 시장 조건. 즉 편의점 구매 수요가 아직 미성숙하여 수익성 높은 유동 고객 위주의 상권에 치중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제3장에서 보았듯이 미국 편의점의 입지 분포가 교외 주택지(45%)와 교외 도로 주변(35%) 등 교외 지역에 대다수가 분포하고 있는 것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현재 가용한 일본 편의점의 입지 분포 조사 자료들은 조사 범위와 기준의 불일치로 인해 서로 상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표 4-11, 표 4-12 참조) 한 조사 결과는 시가지 주택지(50%1와 교외 주택지(23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여 주택지 입지가 73%로서 압도적인 부분을 구성한다고 하였는가 하면, 1991년 12 월말 시점의 MCR(Manufacture CVS Research) 통계에는 시가지와 교외의 도로변 및 역 주변에 거의 60% 정도가 입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기가 까다롭다. 전자, 즉 주택가 입지가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일본 편의점 입지 조사 결과는 주거지역에 65%가 입지하고 있다는 1991년말 현재 한국 편의점 입지에 대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입지 유형 구분이 다소 개략적으로 된 것이지만 특정 업체가 아닌 모든 업체의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일본과 한국 편의점의 분포의 유사성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후자의 조사 결과가 보다 구체적인 입지 유형 분류를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이를 사례 업체의 입지 유형 분류와 비교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MCR 통계 조사의 결과에는 시가지 및 교외의 주택가 주변과 사무가에 입지한 편의점이 20% 정도로 나와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사례 업체의 편의점 입지에서 이와 같은 범주인 고정 고객 위주형 입지가 30%를 넘고 있으며 대로변, 역세권, 유흥가 등 유동 고객 위주형 입지는 30%이하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일본 편의점은 도로변, 역 주변, 상점가 주변, 유흥업소 주변 등을 합하면 거의 70%를 넘고 있는데 여기에는 주택가를 배후지로 하는 복합 상권 입지가 포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유동 고객형과 복합 고객형을 세분할 경우 한국 사례 업체의 고객 유형별 입지 구성비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일본은 편의점 확산의 성숙 단계로서 교외 입지 유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한국에서는 주택가 등 고정 고객형 입지가 더 많은 비중을 보이기는 하지만 입지 분류 기준의 불완전성을 고려하면 미국에 비해 일본과 미국의 편의점 분포는 대체로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으면 앞으로 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예상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일본과 한국 도시의 공간적 조건과 사회 경제적 특성. 소매업 구성의 복합성 등에서 유사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제4절 편의점 성장과 확산의 공간 정책적 의미
이상에서 살펴 본 편의점의 공간적 확산 과정과 분포 특성은 소수의 대형 업체들에 한정된 것으로 분석의 방식도 대체적인 추세와 현황의 정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분석의 편의상 전반적인 소매업 구조 및 도시 공간 구조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앞서 논의된 편의점 성장의 소매업 구조적 측면의 이해와 편의점 업체의 유통 활동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이러한 편의점 확산의 공간적 특성들이 지역과 도시의 공간 구조에 미치는 영향과 그 의미를 공간 정책적 입장에서 평가해 보기로 한다.
한국 소매업의 구조는 영세 자영업자 집단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이미 살펴 보았다. 이는 유통 산업 전반적인 성격이기도 하다. 유통 근대화 논의의 전제가 되는 한국 유통 산업의 낙후성은 이러한 유통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은 영세 자영업자의 제한된 자본 축적 능력으로는 유통 산업의 낙후성을 극복하고 변화하는 국내외 유통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자본의 직접 진출에 의한 유통 산업 근대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가 중소 유통업의 육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이와 동시에 외국 유통업체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의 유통 산업에 대한 진출의 장애들을 제거하고 선진 기술 도입을 적극 장려하므로써 자본력의 우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냉혹한 자유 경쟁에서 영세 자영업 부문이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막고자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통 산업에 대한 탈규제 정책은 공간 정책보다 상위 수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통 산업의 구조 변화에 따라 기존의 공간 구조가 새로운 방식으로 재편되는 데 대한 효과적인 정책적 대응을 힘들게 한다.
편의점의 성장은 이러한 정부 유통 정책의 변화를 직접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편의점의 성장으로 인해 야기될 사회적, 공간적 측면의 문제들에 대한 검토와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70년대에 수퍼마겟의 혁신 확산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장하고 지원하였던 경우와 대조적으로 정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선진 소매업 기술을 도입할 능력을 갖춘 대기업을 중심을 무정부적 양상으로 전개되는 편의점의 성장 과정의 특성은 이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의 범위가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에서도 편의점의 성장과 공간적 확산 자정에 대한 정부 정책상의 제약성이 거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편의점 성장의 사회적 공간적 측면의 의미를 파악하는 일은 그 확산의 주체인 편의점 업체들의 사업 활동 방식과 경쟁 전략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은 국내 시장 환경 변화에 대용하여 자생적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이미 정착되어 상당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소매 업태이다. 그런데 편의점은 주로 식품을 담당하는 소매 유통 기구의 하나의 유형에 불과하며 소매업 발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의 조건과 소매업 구조적 특성에 더욱 잘 부합할 수 있는 소매 유통 기구의 등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가 정책의 테두리에서 매우 완만한 변화로 이어지던 한국 소매업 구조는 유통 시장 개방 등 급격한 변화의 강제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자생적 혁신 추구의 여지도 없었으며 개별 기업 차원의 자본 축적 논리에 지배되는 수입 소매 업태의 성장 방식은 기존의 국내 소매업 구조에 순응하고 동화되기 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체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고 있기 때문에 편의점과 같은 선진 소매 기구에 의해 한국의 소매업 구조의 재편성이 주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편의점은 소매업에서도 식료품 부문의 구조 재편을 주도하고 있는 업태이다.
이 부문에는 그 동안 선진 업태인 수퍼마켓이 이미 도입되어 있으며 80년대 이후에 급격히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소규모의 가맹점, 연쇄점과 구멍가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규모 매장과 짧은 영업 시간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형태의 수퍼마켓은 최근 들어서야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편의점의 성장은 특히 소규모의 구멍가게형 소매점의 존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 수퍼마켓은 주로 아파트 단지 등 신개발 주거지에서 적절한 상권과 점포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으나 편의점은 입지 요건의 유연성이 풍부하여 영세 소매점들이 주로 자리잡은 재래 시가지에서 이들과 직접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편의점의 영업 방식은 선진국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재래 부문의 업태에 비해 훨씬 큰 매력을 소비자에게 주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
그런데 사례 분석의 결과에 의하면 아직은 성북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편의점인 두드러지게 집중하는 지역은 강남구, 서초구 등 계획적으로 개발된 신 시가지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의 주거지는 주로 대형 수퍼마켓이 식품 소매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편의점과 대형 수퍼마켓은 서로 경쟁하기 보다는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국에서 편의점이 성장하게 된 과정과 유사하다. 재래 시가지에서도 편의점의 입지가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동 인구 밀집 지역 등 수익성이 우수한 입지에 치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우량 입지의 선점 경쟁이 마무리되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영역을 찾아서 도시의 나머지 지역들로 신속하게 진출하게 될 것이며 영세 소매업 부문의 주된 근거지인 재래 시가지의 주거 지역도 예외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럴 경우 재래 부문의 영세 자영업자 집단은 편의점과 본격적인 생존 경쟁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어떠한 형태로든지 적응을 하지 못하면 도태되어 버릴 것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중소 편의점 업체들의 체인점과 기존의 점포를 개량한 자영 편의점 등 대형 업체 편의점의 확산에 대한 재래 부문 소매업자들의 대응도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13) 1993년 3월 현재 중소 편의점 업체 소속의 편의점 수가 대형 업체의 점포수에 버금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적응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자본과 편의점 운영에 관한 노우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거의가 생업형인 자영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제 3장에서 언급한 바 있는 대구 지역의 중소 편의점 체인인 "Food 24"과 같은 '2급 편의점'을 개업하는 데도 3천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2급 편의점으로 업태 전환이라도 할 수 있는 자본 동원력을-갖춘 식품 소매업자는 대부분이 구멍가게 수준인 식품 소매업 부문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편 유통 시장 개방에 대비한 소매업 구조적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서 정부 에서도 정책화하고 있는 구멍가게를 편의점으로 업태 전환하는 방식은 근본적인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양자간의 상권 규모, 즉 점포당 매출액에 큰 차이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단. 수많은 소규모 자영 소매점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는 각 점포의 시장 지분이 매우 작다는 데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 본 바에 의하면 편의점과 소규모 식품점은 점포당 매출액에서 6.5배에서 12.5배 정도의 큰 격차가 있다고 한다. "Food 24"와 같은 2급 편의점만 해도 일반 중소 규모 수퍼마켓의 두 배 정도인 60만원에서 70만원 정도의 하루 매출액을 올린다고 한다. 1급이든 2급이든 편의점 형식의 식품 소매점은 재래식의 식품점보다 훨씬 큰 점포당 매출액을 보이게 되며 국내 시장의 제한된 소비 지출을 고려할 때 편의점의 성장과 확산은 증가되는 편의점 수의 몇 배에 해당하는 경쟁력 약한 중 소 식품점들이 배제되는 과정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국가의 유통 정책은 소매업 구조 변화로 인해 유발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력 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편의점의 확산으로 인한 파급 효과는 이러한 소매업 구조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식품 소매점의 공간적 분포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전체 시장 규모의 변화와는 무관한 점포당 매출액의 대폭 증가는 점포당 관할 상권이 그만큼 커짐을 의미하고 따라서 식품 소매점의 분포는 이전에 비해 훨씬 저밀도의 분산적인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이러한 식품 소매점 분포의 변화가 소비자의 구매 수요 변화와 합치하여 진행된다면 공간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문제될 것이 아니다. 편의점의 상품 구성이 다목적 구매의 이점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길어진 구매 거리를 충분히 수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대된 상권 규모(threshold)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편의점의 입지 가능성이 재래 부문의 식품점들에 비해 더욱 제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소득 수준이 낮거나 주거 밀도가 낮아서 적절한 상권 규모가 충족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편의점의 입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와 공급자의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편의점 입지 기피 지역에서는 재래 부문의 식품점들이 식품 유통 기능을 계속 담당하면서 편의점 성장에 따른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편의점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소비 공간의 입지 여부에 의해 지역간의 차별성이 가시화되고 나아가서 사회적 이질성의 심화를 촉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이 일상적 소비 활동과 밀접한 것으로써 주거지의 성격을 구분하는 하나의 측도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유통 정책은 공급자만을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유통 근대화를 위한 각종 재정적, 제도적 지원 정책이 한국 유통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드높이는 데만 목적이 있고 근대화된 유통의 혜택 분배는 소비자 개인이나 집단의 능력 문제로 방치해 버린다면 국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닌 국민의 지지에 국가의 존립 근거가 있음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상권 형성이 미흡하여 편의점과 같은 근대적인 유통 기구가 입지하지 않는 지역의 거주민들은 전근대적인 유통 기구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런 경우 유통 근대화 정책은 이들에게 전혀 기여한 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결국 사회 공간 정책이 산업 정책에서 배제되고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게 될 부정적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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