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편의점 업체의 유통 활동 특성과 출점 전략

앞에서는 한국에서 편의점이 성장하게 된 배경과 성장 과정 등을 주로 소매업 구조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이제는 편의점의 성장 과정에서 각 업체들이 취하는 경쟁 전략과 유통 기능 수행 방식들이 점포망 구성과 입지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일부 대형 편의점 업체들을 사례로 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의 자료는 업체를 방문하여 면담과 설문지 회수 등을 통하여 수집 정리한 업체별 사업 전개 방식과 현황에 관한 정보들을 위주로 하고 각종 문헌 자료들을 참고하였다. 각 업체별 활동 특성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보다는 공통된 경향들이나, 차이가 있을 경우는 대별할 수 있는 유형들을 도출하여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각 업체별로 자사의 정보가 공개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 연구의 목적상 한국에서 편의점 확산과 입지의 일반적 경향성자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확인하는 정도에서 특정 업체들에 대한 사례 분석을 그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업체는 8개의 대형 편의점 업체들로서 이들은 거의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 받거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술을 자체 개발하여 편의점 확산의 주역으로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업체들에 대한 분석의 내용은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편의점 업체 일반의 경우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대형 업체와 달리 중소 소매점을 조직화하는 등의 변형된 편의점 업체들은 숫적으로는 상당한 정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대규모의 체인망을 운영하기 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대형 유통 업체들이 한국 편의점 업계의 전체적인 구도 형성과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형 편의점 업체들에 한정된 본 사례 분석이 지니는 의미는 식품 소매업 부문, 나아가서 소매업 전반적인 변화에 관한 전망을 수립하는 작업으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다.¹⁾

1. 편의점 업체의 조직과 유통 활동 특성

우선 편의점 본부의 업무 영역별 조직 구성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본부 직원의 기능은 크게 관리직과 영업직으로 구분된다. 영업직 혹은 운영직은 주로 직영점을 직접 운영을 담당하며 관리직은 점포 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본부 직원들이다. 관리직의 업무는 그 부서별로 명확하게 나누어지는 데 점포 회계 관리 및 편의점 사업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과, 점포 입지 선정과 가맹점 유치를 담당하는 개발부, 가맹점 영업 지도 및 가맹점과 본사의 의사 전달을 담당하는 영업부, 신상품 개발 및 상품 거래선 확보와 가격 결정을 담당하는 상품부, 자동화 컨베이어 시스템에 의한 상품 소분 및 가맹 점포 배송을 담당하는 물류 시스템부, 본부 정보처리 및 가맹점 정보를 처리하는 정보 시스템부 등이 일반적 유형이다. 업체의 특성에 따라 이러한 부서의 명칭이 다르거나 기능에서 차이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지방에 점포망이 있는 경우 지방 영업소가 이상의 기능들 중 점포 개발과 점포 운영, 배송 등의 일부 기능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본부 기능이라 할 수 있는 관리, 회계. 전략 기획 등은 서을 본사의 직접 통제하에 놓이는 것이 보통이다.

본부의 입지는 업체별 배송 체계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 사업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해 주는 유통 기능의 일부라는 기본적 성격이라면 이러한 기능을 원활히 촉진시키는 것이 편의점 본부의 주된 임무이다. 때문에 편의점 본부는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신속하게 수집하고 분배하는 물류 기능과 각 점포에서의 판매 활동을 효과적으로 지원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점포의 지원과 관리를 인해서 각 점주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용이한 도시 내부의 요충지에 본부가 입지하려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상품의 수집과 배송 활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본부와 배송 센터가 근접 입지하고자 하는 경향도 함께 나타나는데, 결국은 배송 체계와 배송 센터의 입지에 의해 본부의 입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전문 배송 회사인 벤더를 활용하는 업체는 입지가 그만큼 자유로우며 배송 센터가 도시 바깥에 위치한 경우도 배송 센터와의 근접 입지를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심 업무 지역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도시 내부의 지가가 낮은 변두리에 배송 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업체들은 배송 센터와 근접 입지하여도 점포망 관리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배송 센터와 함께 입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강남 등 업무 지역에 위치하였던 본부가 배송 센터를 따라서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가 이러한 사정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면 본부의 입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배송 센터의 입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살펴보자. 배송 센터는 상품의 수집과 배달이라는 두가지의 기능을, 동시에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도시의 소비 공간과 공업 지역 등의 생산 공간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소비 공간은 도시의 영역에 의해 명확한 범위가 주어지지만 생산 공간은 상품의 가지수에 비례하여 분산되어 있는 경향이 크다. 특히 아직 한국에는 공동 집배송 단지와 같은 물류 기반 시설이 취약하여 편의점 업체의 배송 센터 건립과 운용에는 많은 어려옴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우 한강 이남의 남부와 서부 지역에 생산 기능들이 주로 밀집하고 있어서 서울의 남서부 변두리 혹은 그 외곽에 자리하는 것이 용이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소비 공간에 대한 접근성, 즉 상품 배달 측면을 더 많이 고려하여 시내로 진입이 용이한 고속 도로변에 배송 센터를 입지시키는 방식도 많이 채택된다. 특히 점포망이 서울 이외의 수도권 각 도시에 분산되어 있는 업체의 경우와, 생산 기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상품 수집 범위가 광역적일 수밖에 없는 지방의 경우는 도시 외곽의 교통 요충지에 배송 센터가 입지 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과 같은 본부의 입지와 배송 센터의 입지에서 나타나는 경향들은 점포, 본부, 배송 센터 혹은 벤더, 그리고 생산자라는 편의점의 유통 기능 수행 주체 들간의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공간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과정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공간적 합리성의 추구는 업체별로 상이한 배송 체계를 통해서도 현실화된다. 배송 체계의 전형은 본부 소속의 배송 센터에서 일괄 배송하는 미국 편의점 방식과 벤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본 편의점의 방식으로 대별된다. 이러한 차이는 두 나라의 국토 여건과 소매업의 공간적 구조가 상이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비해 국토가 좁고 과밀한 일본의 소매업 공간 체계는 여러가지의 업태들이 매우 복잡하게 공간적으로 혼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상품을 상이한 업태에 대해 상이한 방식으로 배송해 주는 전문 배송 회사의 발달에 유리한 여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어진 환경불 부합하여 배송에서의 규모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배송 체계가 발달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편의점 운영 기법을 이전받은 국내의 편의점 업체들은 시스템의 경직성 때문에 한국의 유통 구조와 공간적 특성에 적합한 배송 체계의 확립에 상당한 시행 착오를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느정도 적용 기간을 거친 후 각 업체는 나름대로의 배송 방식을 확립하여 세련화시켜 가고 있다. 거의 모든 배송을 벤더에 의지하는 업체와 자사의 물류 센터와 벤더를 적절히 혼합하여 배송하는 업체 등이 있으며 특정 상품에 한정된 생산자 직납 방식은 거의 모든 업체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추세는 점포망이 빈약할 때는 벤더에 크게 의존하고, 점포망이 확대됨에 따라 배송 체계에서 규모 경제성이 확보 가능하면 자사의 배송 센터를 설립하여 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물론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업체는 초기에 배송 센터를 설립하므로써 가맹점 확보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상에서는 편의점 업체의 조직과 배송 활동 체계를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좀 더 역동적인 측면들, 즉 점포망 확대를 위하여 각 업체들이 취하는 출점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출점 전략은 서울 수도권 지역과 지방으로 구분하여 논할 수 있다. 서울권은 기본적인 시장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만 지방은 여러가지 출점상의 장애들이 많기 때문이다. 위성 도시들을 포함하는 서울 지역에서의 출점 전략은 도미넌트(Dominant) 출점 전략으로 특징지워 진다. 이 전략은 특정한 지역 에 집증적으로 출점하므로써 해당 지역의 주도권을 장악하여 그에 따른 각종 이익을 누리고자 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이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이유는 점포가 일정한 공간적 범위내에 밀집함에 따른 배송에서의 효율성과 규모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 중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함에 따라 그 지역에서 여타 업체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여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디. 성장 초 기부터 도봉구와 성북구에 집중 출점한 써클케이가 이러한 전략을 충실히 실행한 전형적인 업체의 사례이다. 한편 점포망의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각 점포들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문제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는 가맹점 확보에 집착하지 않고 직영점을 중심으로 신중히 가맹점 사업의 수익성을 놓고 연구와 실험을 장기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서울 지역에서의 출점 방식과 마찬가지로 지방으로 점포망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도 역시 도미넌트 출점 전략이 기본적인 지침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출점 전략의 형식적인 측면 말고도 지방출점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다. 지방 출정에 장애가 되는 요인들은 크게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급측 요인은 물류 배송과 상품 제조업자 배송 등의 여건이 양호한가와 크게 관련된다. 이미 확립되어 있는 지방의 유통 구조에서 편의점 사업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배송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 도매업자와 제조업자들의 힘의 우위 상태에서는 다빈도 적시 다품종 소량 배송 방식의 충실한 운용이 순조롭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이전 부터 지방에서 수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던 업체들은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물류 체계를 활용하여 작은 추가 부담으로 지방 출점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지방의 도매업자에게 편의점 사업을 프랜차이즈 하는 방식으로 결함하여 진출하기도 한다. 이 경우 협력 업체로 선정된 지방 도매업자가 상표 사용권만 보유하고 실질적인 점포 개발과 운영, 통제 등은 서울의 본부와 지방의 영업소에서 관장한다. 그런데 공급측 요인에는 배송 체계 말고도 유사 혹은 동일 업태와의 경쟁 조건이 문제시 된다. 이미 진출한 편의점 업체가 있거나 재래 부문 업태의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일 경우는 새로운 편의점 업체의 진출에 많은 부담이 있게 된다

지방 출점에 대한 수요측의 장애 요인으로는 해당 지역의 소득 수준이 일차적인 문제이다. 수도권과 지방간의 경제력 격차는 개인 소득 수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편의점이 적정 이윤율을 올리면서 운영될 수 있는 입지가 상당히 제한 되어 있다. 그리고 지방은 수도권과 같은 광범위한 위성 도시의 형성이 미흡하여 지방의 대도시 지역의 전체 시장 규모가 왜소하기 때문에 대규모 점포망의 구축에 의한 규모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도 크지 않다. 또한 지방의 경제 구조가 서울과 많이 달라서 야간 활동 인구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야간 매출액에 크게 의존하는 편의점 사업에 장애 요인이 된다. 한편 공급측 요인과 수요측 요인에 함께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고액의 투자가 가능한 가맹 희망자가 서울에 비해서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하는데, 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수익성만 보장되면 직영점을 내는 방법까지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가맹점 확보에 사활을 건 업체간의 경쟁은 지방 도시들에 출점을 가속화하며 편의점의 상권을 전국화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재래 부문 업태들은 점점 그 시장 영역을 잠식당하여 위기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일부 대도시 지역에 국한되었던 편의점 진출이 중소 도시로 확산되고 그에 따른 업태간 경쟁과 갈등은 더욱 표면화될 것이다.

2. 편의점 입지 전략과 구매 특성

편의점 본부의 활동은 그 핵심이 편의점을 통한 소매 유통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이러한 본부 기능의 말단에서 유통 기능의 최종적 마 무리를 담당하는 것이 편의점이다. 따라서 편의점은 본부 활동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편의점은 입지 산업이라는 소매업 활동의 일반적인 특성을 공유하기에 그 입지가 편의점의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따라서 점포 활동에 대해서는 본부의 활동과는 별개로 특별한 접근이 요구된단. 본 연구의 목적이 소매업 구조 변화의 공간적 표현에 대한 해석에 있다고 할 때 그 최종적 표현 형태인 편의점의 입지에 대해 그 입지 논리와 입지 과정 및 입지의 사후적 의미 해석이라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물론 앞에서 살펴본 편의점 본부의 유통 기능 수행 방식에 관한 사실들도 중요한 전제가 되겠지만 여기서는 주로 업체 조사를 통해 파악된 편의점의 점포 활동 특성들과 입지 선정 방식 및 입지 유형들을 살펴봄으로써 뒤에서 전개될 편의점의 공간적 확산 과정과 분포 특성의 분석 작업에 대한 보다 확고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먼저 가맹점 운영 주체인 가맹점주의 성격에 대해 살펴보자. 가맹점 사업을 위해서는 보통 2-3억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액 자기 자본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정도의 자금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가맹점 운영을 할 기회가 주어진 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모 업체의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이전 경력 조사에 의하면 소매업 경험이 있는 사람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고 70% 정도가 일반 기업체 퇴직자라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업체도 유사한 경향을 보일 것이다. 왜냐한면 첫째는 한국의 소매업 구조상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한 소매업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 중에는 편의점으로 업종 전환을 하고 싶어도 자금력에서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과, 둘째는 편의점 업체들이 기존의 소매업, 특히 식품 소매업 경험자들은 무자료 상품 이용의 관행에 젖어 있어 프랜차이즈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이들과의 가맹 계약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본부의 점포 개발 담당 부서에서 입지 선정시 고려하는 요인들은 직접적인 자료를 구하기가 가장 어려운 내용이었다. 가능한 자료의 범위에서 개략적인 입지 선정 기준들을 정리해 본다 편의점의 상권 규모는 업체별로 상이하게 설정되어 있으나 보통 주택가는 1,000세대, 기타 복합 상권은 상주 인구 500 세대 정도의 범위로 잡고 있다. 상권의 거리는 크게는 1Km까지 보기도 하지만 실질 상권 거리는 25Om 정도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적어도 도보로 접근이 용이한 거리내로 상권이 제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입지 선정시 고려하게 되는 요인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유형이 구분될 수 있다. 즉 상권 규모, 경쟁 조건, 부지 특성 등이다. 상권 규모에는 통행량(즉 유동 인구), 상권 세대수, 상권 세대당 인원. 인구 밀도 등의 요인들이 중요한 측면이다. 경쟁 조건에는 주위에 구멍가게, 재래 시장, 수퍼마켓 등의 재래 부문 소매점과 여타 편의점 등 경쟁 업태가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그리고 부지 특성으로는 시계성, 접근성. 점포 면적, 주차 공간 등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업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꼽는 우수한 입지는 대학가, 사무가, 유흥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아파트 지구, 중상층 거주지 등이다. 특히 여러 업체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편의점이 많은 자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수익성도 크게 고려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미약하지만 급속한 성장 전망을 보이는 지역, 장차 두터운 고정 고객층으로 확보가 가능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딸린 30, 40 대 가장들이 많이 사는 지역 등에 장래성을 보고 입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의 입지 선정 기준들에서 중요한 대목은 기존에 편의점 기능을 담당하던 재래 부문의 식품점과 편의점의 상권 규모가 크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편의점의 자본 투자 규모에 비례하여 그 임계치(threshold)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실질 상권을 보통 250m까지 잡는다는 것은 기존의 구멍가게 수준의 식품점들과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한다. 따라서 편의점이 재래 식품점을 축출하고 상권을 장악하게 되는 지역은 이전에 비해서 훨씬 집중된 상권이 형성될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타 소매업 부문의 상권계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의 입지로 인해 주변의 지가가 상승하 는 등의 현상이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입지 선정 기준과는 별개로 실제로 영업중인 편의점들의 입지를 유형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실증 자료를 제대로 구할 수는 없었으며 단편적인 정보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업체에 따라서 주로 입지하는 지역이 상이하기도 하며 입지 유형의 분류가 통일된 기준이 없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 성과를 기준으로 할 때 학교, 사무실, 유흥가 등은 거의가 우량 점포이며 주택가에서도 동선이 집중되는 길목 등은 양호한 성과를 나타내 고 있다. 특히 유흥가의 경우는 접객업소 종사 여성들이 큰 구매 비중을 차지한 다는데 이는 독신 가구의 일반적 구매 활동 특성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에서 기인한 특이한 현상은 비공식적인 자본 지출 내역인 권리금의 존재로 본부의 회계 처리상 난점등이 작용하여 직영점의 경우 특히 신축 건물에 들어서는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가맹점 모집시에는 프랜차이즈 계약에서 점포 임대와 관련한 내용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 등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낳은 이러한 문제들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의 편의점 업체들도 수천개의 점포망 중 직영점은 수십 곳에 그치는 등 부동산 시장의 환경이 편의점 사업의 전개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편의점 구매 특성을 살펴 보면.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젊은 층 특히 20대의 이용율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성별로는 남자 고객의 비중이 상당히 크게 나타 난다. 이러한 경향은 수퍼마켓 등 재래 부문의 식품점의 경우에는 주부 등 여성이 주고객층이라는 사실과 대조적인 것이다. 편의점의 성장이 젊은 층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므로서 가능했다고 해석할 수 있게 한다. 편의점의 상품별 매출 현창을 보면 이러한 구매자 구성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아이스크림류, 패스트푸드, 라면등의 인스턴트 가공 식품이 주요 매출 품목인 점, 특히 야간에 주류의 매출이 상당한 수준에 달한다는 점 등이 편의점의 고객층 구성상 특성을 반영한다. 그런데 연령별 고객 구성은 대학가와 사무가, 유흥가, 주택가 등 입지 유형별로 그 연령층의 비중이 달라진다.

한편 시간대별 매출 구성을 보면. 22시와 02시 사이의 심야 매출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심야 시간대의 주요 구매 품목이 주류라는 점은 24시간 영업을 특징으로 하는 편의점의 성장 배경이 한국에서는 특이하게 설명되어야 함을 입증한다. 24시간 편의점이 등장한 것에 대해서 경제의 국제화와 유연화로 야간 경제 활동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짓는 설명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측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술을 마시며 야간 작업을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 보다는 개인적인 사교 활동의 시간대가 심야까지 걸쳐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 할 것 같다.²⁾ 따라서 야간 경제 활동 인구의 증가 문제와는 무관하게, 한국인의 생활 패턴이 갑자기 변했다기 보다는 원래 존재하던 심야 구매 순요를 편의점이 효과적으로 흡수하므로써 24시간 영업의 이윤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식의 설명이 적절하다. 특히 야간 매출의 비중이 특히 큰 지역은 주로 유흥가에 한정되어 있으며 기타의 주택가와 사무가 등에서는 22시 이후의 매출이 그리 과대 평가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데서 이러한 견해가 뒷받침된다. 또 한가지 주목할 내용은 편의점의 상품 구성이 재래 부문의 식료품점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식품점이 아닌 여타의 소매 업태들에서 다루던 품목들도 가능한 한 수용하고 있는데 패스트푸드, 문구, 서적, 화장품 등이 그러하며. 나아가서 복사. 현금 자동 지급기, 팩스, 우표, 복권, 심화 배달 등 매우 광범위 한 서비스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추어 가고 있다. 식료품 판매 기능이 중심이긴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 품목들을 구비함으로써 한 점포에서 다목적 구매가 가능한 축소판 백화점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중심지 이론의 결함을 논할 때 언급한 바 있지만 이러한 다목적 구매라는 편익의 향유를 가능하게 하는 편의점의 상품 구성의 특수한 매력 때문에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의 도달 거리 (range)를 자연스럽게 연장시켜 반경 250m라는 식품 소매점으로서는 제법 큰 실질 상권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³⁾

한편 점포의 입지에 따라 편의점의 구매 계층 구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입지 유형별로 상품별 매출액 비중이 상이하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동일 업체의 편의점간에도 입지별로 상품 구색이 동일하지 않은데 이는 분산화되고 다양화된 구매 수요에 편의점 업체들이 민감하게 반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업체별로 상품 기획 전략이 상이하다면 업체간의 입지 경향성에 차이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아직은 업체간의 상품 구성상 차별화가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의 편의점 입지 유형화 작업은 단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2절 편의점의 공간적 확산 과정

본 절에서는 이상에서 살펴 본 편의점의 유통 활동 특성들을 토대로 편의점의 입지 과정의 시간적 차원에서의 표현 형태인 공간적 확산이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살펴보고 그 의미를 해석해 보고자 한다. 편의점이 아직 성장초기 단계이므로 확산 과정에 대해 지리학적인 공간 확산 분석의 전통적 기법을 적용 하는 방식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확산 초기에 나타나는 전국 및 서울시 수준에서의 각 시기별 개점 현황을 정리하여 편의점이 공간적으로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향성들을 도출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함께 향후의 전망을 제시해 본다.

1. 전국 및 지역 수준의 공간적 확산

업체별 시기별 개점 현황을 보면 91년 상반기까지는 완만한 증가를 보이다가 91년 하반기에 개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초기 도입 단계에서 직영점을 중심으로 한국 실정에 적합한 운영 형태를 정착시키기 위해 탐색하고 실험하는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맹점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이러한 성장세가 잠시 주춤하다가 92년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점포의 급속한 증가를 보여준다. (표 4-2 참조) 지역별 시기별 개점 현황은 각 지역별 개점 추이가 상당한 편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전국적 수준의 지역별 개점 추이를 보면 지역별로 최초의 출점 시기가 "서울 -- 수도권 -- 지방 대도시권"의 순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의 확산의 단계들 간에는 대체로 1년 정도의 시차가 보인다. 서울에서 수도권 도시로, 그리고 수도권 도시에서 지방 대도시로 확산의 영역이 확장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1989년 하반기. 수도권은 1991년 상반기, 그리고 지방 대도시권은 1992년 상반기에 최초의 출점이 이루어졌다. ⁴⁾ 서울과 수도권 도시와의 간격이 다소 긴 것은 초기의 실험기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최초 출점 시기와 무관하게 점포수 증가세가 전국적으로 동시화되는 경향이 차차 나타나고 있다. 1991년 하반기에 서울과 수도권 도시 전반적으로 점포수의 급속한 증가가 있었고 1992년 하반기에는 서울의 점포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수도권과 지방 대 도시권에서 동시에 점포수가 급증하였다. 결국 서울에서의 최초 개점이 있은 후 3년여 만에 출점 경쟁의 주요 무대가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권으로 전환되어 버린 것으로 이는 확산의 속도가 그만큼 급속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한편 지방에 서도 대전권과 호남권에 대한 출점 경쟁이 최근 '써클케이'. '바이더웨이' 등의 업체들에 의해 적극 추진되고 있어서 1993년에는 이들 지역에도 출점 경쟁이 본 격화될 것이다.⁵⁾ 이렁게 되면 영남권과 1년여의 시차로 비영남권 도시들에 대한 확산이 전개되는 것이 되어 편의점 확산의 전국화, 즉 전국 주요 지역별로 편의점 확산의 도입이 이루어지는 데 약 4년 정도가 소요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전국 수준의 확산에서 서울, 수도권. 영남권 등의 순으로 확산의 경로가 이어지는 경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호남이나 충청권보다 영남권의 대도시들에서 먼저 확산이 진행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여기서는 간단하게 답할 수밖에 없다. 소매업의 공간적 확산에 대한 이론적 고찰에서 보았듯이 기업적 혁신의 공간 확산은 시장 수익성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다. 시장 수익성은 시장 규모라는 수요측 요인과. 자본 투자 여건과 유통 하부 구조 등의 공급측 요인의 두가지에 좌우된다. 이러한 조건은 경제가 비교적 성장하고 지역 소득이 높은 부산, 대구 등 영남 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우선적으로 출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역간에 출점의 시간적 격차가 존재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편의점 업체의 출점 전략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다빈도 적시 다품종 소량 배송이라는 편의점의 배송 활동이 규모 경제성을 확보하고 국제 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일정 지역 내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입지시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때문에 배송 센터가 입지하게 되면 이를 중심으로 배송 가능한 지역에 대한 점포망 확충에 당분간 치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정 지역에서 확고한 시장 영역을 확보하지 않고 많은 지역에 분산적으로 출점하는 방식으로 는 어느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국 수준의 확산 과정은 시장 수익성이 높은 지역 순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확산의 영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전국 수준의 파산 과정을 각 지역별로 살펴보면 그 내부에서도 상당한 편차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수도진을 중심으로 각 도시들의 시기별 출점 현황을 보면 대체로 경인축의 도시들과 여타 도시들간에 개점 시기의 시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의 지리적 거리가 큰 수원 이남의 도시들의 최초 개점이 경인축 및 서울 인접 도시들에 비해 1년 정도 늦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실은 전국 수준에서는 계층 확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지역 수준에서는 거리 마찰 요인과 밀접한 전염 확산의 형식으로 확산 과정의 상당 부분이 설명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이러한 설명의 타당성은 앞서 편의점 업체의 지방 조직과 배송 체계에서 보았듯이 부산, 대구, 대전 등에 자리잡은 광역권을 관할하는 지방 영업소와 그에 부속된 배송 센터가 해당 지역 전체에 대한 점포 출점과 상품 배송을 담당하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큰 대도시에서 시작된 점포망 구성이 배송 선터의 입지와 배송 활동의 규모 경제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인근 중소 도시들을 포섭하면서 외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사실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수도권 도시들 중에서도 개점 시기가 논은 수원 이남의 도시, 구리시. 의정부시 등은 서울 서남부의 구로 공단 혹은 경인축상에 각 업체의 배송 센터가 주로 입지하고 있어서 이들 도시에 대한 배송 거리의 제약성이 크다는 사실로 출점이 늦어진 것을 설명할 수 있다.

2. 서울시 내부의 공간적 확산

지역 내부의 확산과 도시, 특히 서울 등 대도시 내부의 확산은 약간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지역은 어느정도 분리된 독자적 시장 영역을 이루는 도시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도시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복합체로서 내부의 공간 영역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과 기능 분담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내부의 확산은 지역 내부의 확산 과정처럼 배송 활동의 경제적, 공간적 제약성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특히 수요측 요인이 중요한 입지 결정 요인이 되는데 왜냐하면 공급측 요인은 도시 내부 전체 지역이 거의 유사한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단 공급측 요인 중에서도 재래 소매업 부문의 구조와 같은 경쟁 측면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 지방 대도시는 접포수가 상당히 제한적이므로 서울시를 중심으로 대도시 내부에서의 확산 과정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먼저 서울을 5개의 대권역으로 나누어 편의점 개점 현황의 시기별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시 남동부의 강남 지역과 여타 지역간의 두드러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⁶⁾ 최초 개점 시기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지역별로 분산되어 출점하는 경향이 보이지만 누적되는 점포수에서 강남. 서초, 송파 3개 지역으로 출점 경쟁이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최초 개점 시기에서 지역간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다는 것은 배송 체계상의 제약성에서 도시 전 지역이 유사한 조건에 능여 있다는 사실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후의 계속되는 출점 실적에서 지역간의 차이가 부각되는데 이는 이들 지역 간의 상권 규모와 업태간 경쟁등 시장 조건의 차별성을 이해하여야 설명이 가능 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더욱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서울 전체적으로 1992년 상반기부터 점포 증가세가 약화되고 있는데, 특히 강남 지역 3개 구는 초기부터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으나 최근들어 명백히 둔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도 여전히 이 지역의 개점은 가장 높은 성적을 보인다. 이 지역이 서울에서도 가장 높은 소득 계층이 밀집 거주하고 있고 사무가 등 경제 활동 기능이 집적되어 있어서 풍부한 시장 수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북동부 지역도 제법 상당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 하고 있는데 이는 특정 업체의 전략에 영향받은 바도 크다. 도봉구와 성북구를 중심으로 도미넌트 출점 전략을 충실하게 적용하여 '써클케이'가 집중 출점한 것과 같은 경우를 가리킨다. 서울의 북서부 지역은 초기의 부진한 성적에 비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여 1992년 하반기에는 동남부의 강남 지역에 버금가는 개점 실적을 보였다. 남서부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당히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 이 지역에 공업 단지와 육체 노동자 계층 주거지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하다. 그런데 서울의 전통적 도심 지역인 종로구와 중구의 개점 추이를 보면 예상과 달리 여타 지역에 비해서 그리 두드러진 측면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편의점이 유동 인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될 것이다. 공동화되어 상주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 일상적 구매 수요를 주요 목표 시장으로 하는 편의점의 상권이 충분하게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별 개점 현황의 추이를 보면 지역간 격차가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초기부터 성장을 주도하여 오면서 점포가 크게 밀집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최초 개점 시기가 수도권의 인천과 안양 보다도 늦은 지역들도 다수 있다. 물론 서울이라는 시장 자체가 거대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부 지역간에 균등한 성장세를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초기에 두드러지던 강남구 등의 개점 실적이 다른 구와 유사한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균등한 분포를 향해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초기부터 부진하던 지역이 최근에도 여전히 미미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지역간의 차별성도 부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로구. 동대문구, 성북구, 중구 등이 증가세 가 둔화되는 경향을 선명하게 보이고 동작구, 영등포구, 노원구. 성동구, 용산구, 은평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은 최근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매우 단기간의 추이를 가지고 이러한 판단을 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안으로의 점포 확산 과정 역시 그리 균등하지만은 않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상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을 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상권의 특성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점포당 인구가 3천여 명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인 것을 생각하면 한국은 아직까지도 초창기나 다름없는데 혁신 발생지나 다름없는 강남구와 송파구 등 일부 지역은 점포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것은 편의점의 화산이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암시 한다. 즉 상권이 뒷받침되는 특정한 유형의 입지들에 일차적으로 들어서고 난 다음에는 새로운 마땅한 입지를 확보하기가 힘들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지방 출점의 전략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서울 지역의 시장 확보를 잠시 소흘히 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닌 듯 하다. 혁신 확산의 이론은 혁신 주체들간의 경쟁이라는 측면이 별로 다루어지지 않는데 편의점은 제한된 시장을 둘러싸고 경쟁하는 많은 업체들이 확산의 주체라는 사실이 확산 과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후자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지방 도시들에 대한 거점 확보가 끝날 무렵이면 서울과 지방 도시들에서 동시에 도미넌트 출점 전략에 따라 가맹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기에는 전형적인 확산 이론의 도식에 근접하던 확산 전개 과정이 점점 혁신 발생지와 파급되는 지역간의 확산 속도와 그 수준에서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이는 전국 및 지역 수준의 확산 과정 고찰에서 이끌어낸 해석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산 과정의 복잡성은 일반적인 혁신 확산의 방식에서는 보이지 않은 독특한 경향으로서 경쟁하는 일군의 사업 주체들이 전국을 대상으로 동시에 전개하는 특이한 혁신 확산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표 4-4>는 편의점이 가장 많이 밀집한 강남, 서초, 송파 3개 구를 대상으로 동별 편의점 확산 과정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 앞에서 지적한 것과 같이 대치동, 서초등 등 초기 급성장 지역의 출점이 저조하다는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점포 입지를 보이는 지역이 아파트 등 순수한 주택 밀집 지역이 아니고 업무와 위락 기능이 크게 발달한 지역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대치동, 신사동, 논현동, 역삼동, 서초동, 방배동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그리고 주거 지역간에도 차별성이 드러나는데 강남구의 개포, 청담동 등 상류층 거주지가 반포동이나 송파구의 중산층 위주의 아파트 지역에 비해 아주 적은 수의 점포가 입지하고 있다. 이는 안서 편의점 입지 선정 기준에서 중상층 거주지가 편의점 상권으로 직합하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러한 사실로써 어느정도 타당성은 있어 보인다. 이 점에 대해서도 다음 절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