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혁신 업태로서 편의점의 성장

소매 기구의 변화 이론에 의거할 때 편의점 성장은 혁신적 소매 기구가 기존의 소매 기구들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성장하게 되는 소매업 혁신의 역사적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체계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최초의 편의점 발생지인 미국에서 편의점이 기존의 혁신적 소매 기구인 수퍼마켓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소매 기구간 변증 법적 진화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이에 기반하여 여타 소매 기구와는 다른 편의점의 특수한 유통 활동 방식과 그에 따른 입지 논리를 규명하고자 한다. 나아가서 한국에 편의점 혁신이 도입되는 과정과 혁신 발생지인 미국과는 다른 특수한 한국적 조건, 특히 소매업 구조적 제약성 속에서 편의점이 성장하는 방식과 소매업 구조적인 충격 등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에서 편의점의 성장 과정에 수반될 공간적 특성의 이해에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1. 편의점의 유통 혁신적 특성

편의점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매업 구조적인 측면에서 시장 환경의 변화라는 수요측 요인과 소매 기구의 진화 발전이라는 공급측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나서. 편의점의 유통 기능 수행 방식과 유통 비용 절감 측면에서 혁신적 특성 및 이 특성이 지니는 공간적 성격들을 조사하여 공간 확산과 입지에서의 경향성을 도출하고, 이를 재래 부문과 비교 평가하여 이들간에 전개될 입지 갈등의 양상을 이해하므로써 편의점의 공간 확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을 해석하는 데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1) 편의점 성장의 배경: 소매업 구조적 측면

편의점은 미국 소매업 구조의 특수한 성격에서 유래하였다. 미국은 전후 지속적인 교외화로 주거 지역이 넓은 교외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주거 밀도가 매우 낮은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그리고 자동차 대중화의 급진전으로 구매 활동에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이러한 주거지의 물리적 특성과 자동차 대중화라는 조건은 미국의 소매업은 대형 소매점이 번성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도심의 백화점은 쇠퇴하는 반면 교외 지역에 넓은 주차장을 갖춘 쇼핑 센터와 대형 수퍼마켓이 전형적인 미국의 구매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특히 수퍼마켓은 식품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가장 대표적인 식료품점(grocery store) 으로서 엄청난 시장 영역을 확보하였다.

수퍼마켓은 낮은 가격의 제품을 대량 일괄 구매하므로써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규모의 경제성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셀프 서비스 방식을 취하여 인건비를 절감하여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수퍼마켓은 자동차의 보급율과 비례하여 계속 성장을 하였으며 거의 모든 미국 가정들은 일주일에 한두번 수퍼마켓을 통해 식료 잡화를 구입하는 구매습관을 익혀왔다. 한편 미국의 식료품 판매점은 수퍼마켓 외에도 전통적인 소매점 형태인 Papa & Mama Store, 즉 구멍가게가 있었다. 이는 수퍼마겟의 상권이 미치지 못하는 일부 공백 지역이나 시간대에. 혹은 자동차를 이용하여 일괄 대량 구매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능력이 되지 않는 빈민, 노인 등 한계 집단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식료품 등을 판매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구멍가게가 차지하는 시장 지분은 매우 작으며 수퍼마켓이 식료품 부문의 시장을 거의 장악하였다. 그런데 70년대에 들면서 수퍼마켓이 주도하는 식료품 시장에 편의점이 참여하여 급격히 그 시장 영역을 확대하여 갔다.³²⁾ 편의점은 1927년에 처음 생겼지만 1950년대에 이르러 하나의 소매 업태로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편의점이 급격히 확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들이 있으나 이론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는 현상적인 수준의 이해에 그치고 있다. 흔히 거론되는 편의점 성장의 요인으로는 소득의 중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소비자 욕구의 변화, 취업 여성의 증가와 심야 활동 인구의 증가로 인한 야간 쇼핑의 필요성 대두 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편의점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부인 할 수 없지만 소매업의 유통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소매 기구의 변화 논리에 의하면 기존의 혁신 소매 기구가·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결함을 드러내게 되면서 이러한 결함을 극복한 새로운 혁신 소매 기구가 등장하여 기존의 소매 기구들의 시장 영역을 잠식해 간다. 이러한 도식에 의하면 편의점은 수퍼마켓이라는 기존의 혁신 소매 기구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이를 보완하여 변화된 요구에 부합하는 소매 업태로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 편의점이 침범할 수 있는 시장 영역의 규모는 기존의 소매 기구들이 가진 한계성의 크기에 비례할 것이며 새로운 혁신 기구의 시장 개척 전략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즉 수퍼마켓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의 크기와 편의점이 제공하는 편익의 크기에 비례하여 편의점의 성장 전망이 결정된다. 이는 앞서 이론에서 살펴 보았듯이 제한된 소비자 지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매 자본간의 경쟁이 가지는 기본적 제약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기존의 혁신 소매 기구인 수퍼마켓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게 된 원인으로서 사회 경제적인 환경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70년대 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석유 위기의 충격으로 안정적인 번영의 시대를 마감하고 주기적인 불황과 극심한 경쟁의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러한 세계적 경제 환경의 변화는 미국내 고용 사정에도 영향을 미쳐 특히 여성의 고용이 증가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의 수입만으로 가계를 운영하기 힘든 가정이 늘어난 데 큰 이유가 있다.³³⁾

그런데 취업 여성들은 이전과 같이 주중의 낮 시간을 이용하여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기가 힘들어졌으며 수퍼마켓은 보통 초저녁에 문을 닫기 때문에 이들 취업 여성들의 일용품 구매는 매우 힘들게 되었다. 수퍼마켓 말고 달리 그 기능을 대신할 만한 구매 시설이 제대로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취업 여성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거나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식료품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존의 구멍가게가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수퍼마켓에 익숙해 있던 취업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수퍼마켓과 유사한 상품 구색과 품질, 그리고 서비스를 갖추길 원하기 때문에 구멍가게의 빈약한 구색, 불량한 품질과 매장 분위기 등으로서는 새로운 수요를 흡수할 수 없었다. 결국 이러한 새로운 수요에 부합할 수 있었던 편의점이 새로운 소매 기구로서 각광을 받을 수가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독신 가구의 증가도 이와 같은 시간적 유연성을 지닌 소매 업태의 성장을 촉진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독신 가구에서 필요한 물질은 수퍼마켓에서의 대량 구매 이점을 누릴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퇴근 시간을 가까운 장소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점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수퍼마켓의 영업 시간이 짧다는 데에서 기인한 편의점 성장 조건이기도 하지만 이와 달리 수퍼마켓의 입지 성격에서 비롯한 측면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즉 수퍼마켓은 규모의 경제성에 버금가는 넓은 상권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는 결국 주거지와 수퍼마켓간의 평균 거리가 매우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굳이 자동차를 이용하여 수퍼마켓에서 계획적인 대량 구매할 필요성이 없는 비일상적 소비용 물품들의 구매를 위해 따로 주거지 인근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매점이 들어서기를 원하는 수요가 커졌으며 이러한 요구를 편의점은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85%가 가사에 전념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결국 편의점은 교외화라는 미국의 주거지 특성과 수퍼마켓 주도의 소매업 구조의 특수성에 기초하여 변화된 사회 경제적 환경을 적절히 반영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하나의 유통 기능으로 이해할 때 소비자측의 유통 기능 수행 방식 변화가 소매점, 즉 공급자측의 유통 기능 수행 방식에서의 변화를 유발하게 된 측면이 편의점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물론 이러한 설명에서 제외된 많은 요인들이 편의점의 성장과 관련하여 적용할 수 있으나 그 인과 관계의 명확성이 확고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즉 편의점의 특성 자체가 편의점의 성장 요인인 것으로 보는 방식이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의 적극적인 고객 확보 전략에 따라서 개발된 각종 새로운 특징들이 부가되어 현재와 같은 24시간 편의점의 번성으로까지 다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오늘날의 전형적인 미국 편의점 형태는 전 미국 편의점 협회의 정의에 압축 되어 있다. 1) 건물의 넓이는 90-130평방 미터이고, 2) 주차장은 5-10대 수용 가능하고, 3) 지역내의 다른 마아케트보다 영업 시간이 길다. 처음에는 7시 - 11시가 표준 영업 시간이었으나 최근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 4) 셀프 서비스제가 채용되고 있으며, 5) 취급 상품은 유제품, 빵류, 음료, 연초. 냉동 식품. 과자류. 乾物. 건강 미용 식품, 비식품 등 보통 2.000-3,000 품목이며 1일에 500-1,000명의 손님이 모이면 성립되도록 되어 있고, 6) 고객에게는 수퍼마켓과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³⁴⁾

2) 편의점의 유통 기능 수행 방식과 입지 특성

미국에서 번성하는 편의점의 특징은 고도의 경영 기술과 시설 등을 갖춘 본부 회사로부터 경영 기술. 방식, 시설을 제공받는 방법으로 체인화된 가맹점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물론 직영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거의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종류의 프랜차이즈 점포이든지 거의 유사한 소매업 체인이다. 즉 표준화 된 상품, 입지, 장식, 상품 기획 기법 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징은 비교적 작은 자본 투자와 낮은 경영 추가 비용을 요하므로 팽창의 장애물은 주로 수요 측면에 놓여 있다.³⁵⁾ 따라서 소득 수준의 향상, 소비 지출의 확대. 여성 취업의 증가, 경제 활동 시간의 학장과 유연화 등의 사회 경제적 조건이 편의점 사업에 유리하게 형성되어야 편의점의 성장은 순조로울 수 있는 것이다.³⁶⁾ 프랜차이징 관계에서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가장 핵심적 양상은 수수료, 입지, 운영 규칙 등을 명시하고 있는 모기업과 프랜차이즈 보유자 간의 계약이다. 프랜차이즈 보유자는 특정한 시장에서의 배타적 권리와 광고 및 마아케팅 전략에 관한 부가적 지원을 부여받는다.³⁷⁾ 이러한 체인화된 점포 운영에는 상품의 원활한 배송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미국과 일본의 편의점 업체들처럼 수천개의 점포를 관리하며 상품 공급을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리고 각 점포의 영업 상태를 통제 관리 지원해야 하는 가맹점 본부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보 처리의 능력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최근의 편의점 업체들은 대부분 POS 시스템을 갖추고 점포와 본부를 전산망으로 연결하여 상품 기픽과 배송, 고객 관리, 성과 분석 등을 위한 하부 구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배송의 문제가 중요시되는 것은 편의점의 특성상 상품 구성 방식이 다품목 소량 진열과 최소한의 재고에 의한 회전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빈도 소량 다품종 배송이 유통 효율을 드높이는 것이 핵심적인 사안이 된다. 따라서 편의점 체인망을 구축하는 데 이와같은 배송 체계를 갖추는 것은 기본 전제가 되다시피 한다. 이러한 배송 체계는 본부 직영 창고를 두는 경우와 약정을 맺은 전문 공급 회사(Vendor)를 활용하는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되지만 기타의 방식으로 공급 되는 상품들도 일부 차지한다

이처럼 본부와 점포간의 긴밀한 상호 관계와 신속한 배송 체계의 구비라는 사업 전개 방식의 특성으로 인해서 편의점 출점 방식은 도미넌트 (Dominant) 출점 전략, 즉 일정 지역에 점포를 집중적으로 입지시키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따라서 편의점의 입지는 대규모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며 점점 하위 계층의 도시들로 파산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확산의 한계 규모는 비교적 커질 수밖에 없다. 다빈도 소량 다품종 배송이라는 배송 체계의 구축이 요구하는 규모의 경제성을 충족시키는 범위에서 점포의 입지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앞에서 본 것처럼 편의점이 애초에 수퍼마켓의 기능에 대한 수효가 시간적, 공간적, 계층적으로 분산화되면서 이러한 분산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성장하였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편의점의 구체적인 입지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³⁸⁾ 따라서 편의점은 주거 지역만이 아니라 분산된 수요가 존재하는 지역이면 어디든지 입지를 하게 되어 유동 인구가 많은 상가, 사무실 지역, 학원가, 유흥가 등 기존에는 수퍼마켓의 입지와 거리가 멀던 지역에도 많은 분포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편의점의 입지 경향 역시 변화된 소비자 구매 활동의 특성에 부합하는 공간적 입지 체계를 갖춤으로써 번성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편의점의 입지 방식이 이렇듯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입지의 특성을 분석 하는 작업 역시 매우 복잡할 수밖에 없음을 예상할 수 있다.

3) 미국과 일본의 편의점 현황

현재 편의점의 발상지 미국은 포차 상태로 접어들었으며 일본 역시 80년대에 편의점의 급속한 성장으로 지금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들 두 나라의 편의점 성장 현황과 편의점 이용 특성 등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례의 분석을 위한 참고로 삼고자 한다. 미국과 일본의 편의점의 최근의 성장 추세를 보면, 두 나라 모두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이 눈에 뜨인다. 일본은 80년대 중반까지 연 10%이상의 높은 점포수 증가율을 보여왔으나 점포의 절대수 증가는 1982년의 3,800개를 고비로 점차 하락하여 1991년에는 1.436개의 점포의 증가하고 증가을도 3.6%에 그치는 등 이제 점포수에서 편의점이 포화상태에 근접해감을 보여준다. 매출액의 성장은 계속 하락하고는 있지만 1991년에 9.8%의 성장을 보이는 등 아직 정체나 쇠퇴의 국면에 이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점포당 평균 일 매출액도 증가를 계속 하여 1991년에 48만엔을 기록하여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편의점 성장 추세는 조금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대규모 체인의 쇠퇴가 가시화되고 대신에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에 잇따라 편의점 업계에 진출한 석유 소매 계열 편의점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1백-5백개 점포 규모의 중견 지역 거점 체인들이 식품 서비스 강화 등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꾸준한 점포수 증가와 매출액의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전통형 편의점은 점포수가 1988년을 고비로 하락세로 접어들고 매출액도 저조한 증가에 그치고 있는 탄면 석유 소매 계열의 편의점은 꾸준한 점포수 증가와 함께 매출액의 급신장을 보이고 있는 등 양 진영간에 성장과 쇠퇴의 뚜렷한 대조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서 엿볼 수 있는 사실은 편의점이라 하더라도 모두가 동질적이지 않고 그 내부적인 분화와 함께 기존의 것과 이질적인 성격의 유사한 형태의 편의점이 등장하여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소매업 자체의 역동성에 따라 소매업 구조가 변화하게 되는 과정의 일면을 확인해 준다.³⁹⁾

미국과 일본의 편의점 고객층 특성에서, 연령별 구조를 보면 미국에 비해서 일본은 16세-35세의 젊은 층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이 대조적이다. 이는 편의점 성장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중 장년층들은 다른 형태의 소매점들을 많이 이용함을 반영하고 일다. 일본에서 편의점과 병행하여 이와 유사한 소매 업태인 미니수퍼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일본 소비자층 구성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표 3-6 참조)

그리고 편의점 이용 이유에서는 두 나라 모두 입지와 영업 시간의 편의성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입지의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큰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는 고밀도 국가인 일본과 달리 교외화가 광범위하게 진행 되어 분산화된 도시 공간 구조에서는 소매점에 대한 평균 구매 거리(range)가 커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 활동에서 접근성과 관련된 소매점의 입지가 중요한 소비자 편익 구성 요소가 되고 있는 미국적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는 미국에 비해서 특히 점포의 청결성이 중요한 편의점 이용 이유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은 힘들지만 한국에서도 점포 청결성이 편의점의 강점으로 손꼽히는 있음을 생각하면 일본에서 여타의 소매점 유형들에 비해 청결한 편의점의 점포 분위기가 소비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받아들여짐을 추측할 수 있다.

편의점 이용 고객의 성별 구성은 미국과 일본 다 같이 남자 고객의 비중이 크다. 수퍼마켓의 고객이 생필품의 일괄 염가 구매를 주로 담당하는 주부 등 여성이 압도적인 것과 비교하면 남성들 위주인 편의점의 이용 목적은 보다 일회적이고 비일상적 목적의 구매가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2. 한국에서 편의점의 성장 과정과 소매업 구조적 충격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처음 진출한 것은 1988년 초, 노량진 역 부근에 선보인 'c-스토어'라고 한다. 물론 이 이전에 1981년 12월, '주식회사 뉴코아'가 28평 규모의 편의점을 개점하였으나 본격적인 편의점형 점포의 진출은 C-스토어가 처음이다. 1982년 11월에는 '롯데 세븐'이 1호점을 신당동에 개점하고 1983년 3월 에는 서교동. 노현동 등 8개점으로 확대하였으나 노우하우 부족으로 1년만에 모두 철수하였다.⁴⁰⁾

1987년 외자 도입법의 개정을 계기로 국내 소매업체들은 종래의 상표 도입을 통한 간접적인 경영 기술 도입에서 탈피하여 경영 기술의 직접 도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직접 기술 도입 계약으로의 전판 이유는 유통 시장 개방을 앞 두고 국내 유통업체들에게 대외 경쟁력 배양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점과 국내 상품 수준의 향상으로 상품 도입의 중요성이 감소되었다는 점, 그리고 종래의 상표 도입을 통한 간접적인 경영 기술 도입 방식으로는 해외 유통업체의 선진 노우하우를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 양판점 등 국내에는 없던 새로운 업태들이 계속적으로 출현함에 따라 이를 위한 노우하우 도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⁴¹⁾ 1988년부터 정부에 의해 허용된 선진 유통 기술의 도입은 1991년말 현재 백화점 부문 5건, 대중 종합점 부문 2건. 연쇄화 사업 6건 등 모두 13건이며 이 중 연쇄화 사업은 모두 편의점 사업에 관한 것들이다. 편의점 사업 관련 기술 도입 내역을 보면 <표 3-7>과 같다.⁴²⁾

결국 한국에 본격적인 편의점 시대는 코리아세븐 주식회사(동화 산업)와 미국 사우스랜드사 사이에 편의점에 관한 노우하우 및 Seven Eleven의 상호 사용에 관한 기술 도입 계약 체결(1988년 8월)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⁴³⁾ 와 '세븐 일레븐'에 이어 '써클 케이'와 '로손'이라는 상호로 2개의 미국계 편의점 업체가 진출을 하여 이들이 선발 3사로 한국에서 편의점 사업의 선두 그룹을 형성하였다. 이 업체들은 모두 1989년에 각자 최초의 점포를 개점하였다 그리고 1990년에는 일본 편의점 업체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은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독자 개발 업체의 상호인 '엘지 25'와 '바이 더 웨이'가 1990년 말 과 1991년 초에 각각 개점하여 후발 4사로서 선발 3사와 함께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외에도 '에이엠 피엠'이라는 미국계 편의점을 비롯하여 국내 독자 개발 편의점 업체들이 다수 점포망을 확대중에 있다. (표 3-8 참조)

한편 외국 업체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점포수에 관한 규정으로서. 대부분의 계약이 계약 체결 3년 내에 100 개 점포, 5년 내에 200개 점포까지 가맹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가맹점이 100개 또는 200개가 되면 현재의 물류 시스템과 체인점 경영 노우하우로서는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계약 기간이 대부분 5년으로 한정되어 있고 필요하면 추가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한국에서의 편의점의 성장 가능성이 확실시 되는 이상 각 외국 기업은 계약 만료후에는 직영을 하든지 또는 경영 참가를 할 예정이다.
세째, 한국 정부가 유통 시장을 개방할 경우 주식의 49%를 외국 제휴사에 양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가진 계약이 대부분이다. 이는 바로 합작 투자에 의해 경영 참가를 할 계획임을 말해준다.
네째, 계약 만료후 상표를 반환해야 할 경우에는 국내업자들이 확보해 놓은 체인 가맹점을 '가맹점 보호'의 차원에서 외국 기업에 넘겨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그런데 편의점 업체들이 가맹점 확대에 크게 힘을 기울이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속성에서 비롯된다. 편의점 본부와 가맹점간의 계약 내용은 앞에서 보았던 제 2세대, 즉 비지니스 포맷 프랜차이즈에 해당하기 때문에 편의점 자체의 매출 이익도 중요하지만 경영 기법 및 노우하우 판매를 통한 이익 창출, 즉 로열티 수입이 보다 중요한 것이다.⁴⁴⁾ 따라서 로열티 수입이 가맹점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가맹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편의점 업체의 사업 목적상 필수적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가맹점 수가 많을수록 본부의 활동과 배송 시설의 규모 경제성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며, 자체 상표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도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까지는 가맹점 확보에서 후발업체들이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선발 3사의 특징이 3-5개 직영점을 1년간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해서 시스템을 갖추고 가맹점 모집에 나선 데 비해 후발사들은 선발사가 시행 착오로 겪은 1년이라는 시간을 절약하고 이들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노우하우를 갖추고 진출했기 때문에 선발사들보다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⁴⁵⁾ 그런데 가맹점 모집에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미국계 업체들은 가맹점 사업시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본부에서 제시하는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점포 입지에 따라 매출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초창기 매출 부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본부가 도입하고 있는 최저 수익 보장 제도는 본부의 투자를 증가시켜 자금 압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⁴⁶⁾

한편 각 업체의 가맹 모집에서 문제로 지적된는 것은 '선별적 가맹 모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약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본부가 보유하기 위해 식품 소매업 유경험자는 우선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각 업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존 미니 수퍼마켓이나 식품 소매점을 한 점주들은 무자료 상품.취급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아 본부 통제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봉급 생활자나 젊은 부부, 퇴직후 사회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 공무원 등을 우선 순위'로 정하고 있는 데서 편의점 업체의 이러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⁴⁷⁾ 이러한 가맹점 모집 방식이 일반적인 유형이라면 이는 정부가 유통 시장 개방을 대비하여 국내 중소 유통업의 경쟁력 제고 사업의 하나인 업태 전환 사업의 내용, 즉 구멍가게를 편의점이나 수퍼마켓으로 전환한다는 정책 방향과는 거리가 있게 된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떠한 조치를 실제로 취했는지 모르나 현실로 나타난 결과들은 그와 모순되고 있는 것이다. 대자본을 바탕으로 진출한 대형 편의점 업체들의 사업 방식을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들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뒤지는 중소 편의점 업체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정부가 진정으로 영세한 중소 상인들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이 확인되지 않는다. 적정 매출액 규모로 볼 때 현재와 같은 유형의 대형 업체 소속의 편의점은 기존의 소형 식품점과 기본적으로 상권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긴 때문에 기존의 식품점을 편의점으로 전환한다고 할지라도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으며 상당수는 배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편의점의 장점을 간직하면서 상권의 규모가 기존의 소형 식품점과 유사한 새로운 방식의 편의점이 개발되지 않는 한 편의점 업체와 중소 식품 소매업자 간의 모순적 관계는 구조적인 해결에 이를 수가 없으며 일부 선택된 업자들만 편의점 가맹점을 운영하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될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편의점 업체들은 이러한 축소판 편의점을 개발하는 데 대한 관심은 거의 두지 않으며 소매업 구조적인 충격의 문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편의점 업체간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을 짜내는 데 전력하고 있다. 이는 시장 점유 확대와 이윤성 제고를 지상 목표로 하는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경향이기도 하겠지만 로열티를 주고 수입하거나 이를 모방한 것과 전혀 다를 수도 있는 새로운 방식의 편의점 운영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 자체가 선구자적 희생을 요구하는 작업이기에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무리는 있더라도 안정성이 담보된 쉬운 길, 즉 배워서 써 먹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형 업체와의 프랜차이즈 계약에 의한 가맹점 형식이 아니라 독립 소매점을 편의점의 장점을 본딴 개량형 편의점으로 개조시켜 주는 컨설팅 업체 혹은 이러한 컨설팅 업무와 함께 상호도 판매하여 임의형 체인망으로 조직 하는 소규모 업체가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들과 대형 업체간에는 경쟁력에서 큰 격차가 존재하기에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대형 업체들이 잡고 있다.⁴⁸⁾

<표 3-9>에서 보는 바와 같이 편의점과 다소간 경합 관계인 나머지 업태들 (특수 매장 제외) 사이의 평당 매출액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숫적으로 압도적인 소규모 체인과 독립 소규모 업체들은 매장 면적까지 감안 하면 편의점과의 점포당 매출액 차이가 약 6.5배와 12.5배나 된다. 이들 영세 소매업체들이 편의점과 가장 직접적인 경합 관계에 놓인 점을 생각하면 편의점의 성장에 따라 이들 영세업체들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 분명해 진다. 결국 한국의 소매업 구조는 자생적인 반성과 변혁의 노력이 개입될 여지도 없이 선진국에서 이식된 업태들에 의해 파괴적인 방식의 구도 재편성 과정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