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한국 소매업 구조 변화의 전개

소매업의 한 유형인 편의점이 한국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적절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특수한 사회 경제적 조건과 여기서 파생되는 유통 산업 구조의 특성, 그리고 유통 산업의 한 부문인 소매업 구조의 특성과 그 물적 배경인 공간 구조적 특성 등 제반 조건들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나아가서 편의점의 성장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공간적 파급 효과와 그 의미의 해석 작업에 토대가 될 것이다. 광범위한 영역의 문제들이기에 깊이있고 체계적인 고찰이 이루어지지는 못하였지만 소매업 구조적 변화와 그 공간적 표현에 대한 이해를 매개하기 위해서 소홀히 하여서는 안될 부분이다.

1. 한국 소매업 구조와 상업 공간 체계의 특성

1) 한국 유통 산업 발전의 특수성

한국의 유통 산업은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고도 성장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수출 주도 산업 위주의 경제 개발이 경제 정책의 기본 방향이었기 때문에 유통 산업은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낙후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¹⁾ 그런데 유통 산업이 낙후된 주된 원인이 국가 정책으로부터의 소외에 있다는 인식은 문제의 본질에 정확히 접근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유통 산업이 전체 경제 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유통 산업이 한국에서 그 동안 제조업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전근대적인 특성을 많이 지닌 채 방치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조건을 이해할 수 있다.

유통 산업은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생산과 소비라는 핵심적 경제 행위를 원활하게 매개하여 주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런데 한국은 대외 의존적 경제 구조하에서 수출 산업 중심의 경제 성장을 추구해 왔다. 이러한 대외 의존적 국가 경제 구조하에서는 생산과 소비의 심각한 괴리가 그 특징으로 나타난다. 즉 자본 순환의 주요 흐름이 일국적 차원에서 완결되기 보다는 생산은 국내에서 소비는 선진국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로 왜곡된 자본 순환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왜곡된 자본 순환에서는 국내 소비력의 견인 없이도 원활한 생산과 자본 축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 도상국의 경제 성장 정책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왜곡된 자본 순환에 기반한 자본 축적을 추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시장은 소비 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은 희박하고 단지 저임 노동력이라는 생산 요소의 제공지라는 측면에서만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자본 흐름이 국가 정책에 의해 주도되고 이에 편승하여 대자본의 형성이 급속히 이루어 지는 과정이 한국의 경제 성장 과정이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유통 산업은 그 국가 경제적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없음이 필연적이었다. ²⁾ 국내의 .생산지와 선진국의 소비지 사이틀 중개하는 국제 유통 즉, 무역업은 경제 성장과 비례하여 성장 하였는데 이는 종합 상사 등의 번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유통 부문은 빈약한 내수 시장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서 제한적인 발전을 보이는데 그쳤는데, 대자본의 국내 유통 시장 진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당시의 국내 시장 규모가 이윤성을 충족시킬 만큼 크지 않았다는 이유와 함께 정책적 규제가 작용하였다는 측면 등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³⁾ 국가가 정책적으로 대자본의 국내 유통 시장 진출을 규제한 것은 수출 주도 경제 성장에 자본력을 집중하고자 한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이유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대자본의 국내 유통 시장 진출은 급속한 경제 개발 정책의 추진과 동시에 급속히 진행된 도시화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몰려든 잉여 노동 인구의 저장소 역할과 함께 국내 유통 기능을 담당하던 소위 비공식 부문 등 거대한 자영업자 집단의 생존 근거를 위협하므로써 심각한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⁴⁾

2) 한국 소매업 구조의 특성

이상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유통 산업은 자영업자 집단이 주로 담당하여 왔다. 시장 규모에 비해서 유통 기능을 담당하는 업소가 과밀한 까닭에 대부분 얼마 안 되는 시장 지분을 위해서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으며 자본 축적을 통해 기업화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그러나 정책적으로 대자본. 특히 생산 자본의 유통 산업 진출을 억제하였기에 영세한 자영업체 위주의 유통 산업 구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었다. 이제 이러한 기본적인 한국 유통 산업의 성격이 소매업의 구조에는 어떠한 형태로 반영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흔히 한국 도 소매업의 낙후성을 영세성, 과밀성, 저생산성 등으로 특징짓는다. 그리고 89년 현재 종업원 2인 이하 소매업체가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업체 당 연간 판매액은 5천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등의 총량적 통계 자료가 그 근거로 제시된다. ⁵⁾ 전체 국민 경제의 유통 구조 효율성이라는 기준에서 판단하는 이러한 소매업의 성격 규정 방식은 그 지향하는 바가 경제적 효율성을 드높이는 정책을 우선시하도록 이끌기 마련이다. 그런데 앞서 이론적 논의에서 언급되었듯이 소매업은 업태 단위로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이 선명하게 구분가능하기 때문에 소매업 구조에 대한 고찰은 업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본 연구의 접근 방법과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업태의 유형은 근대적 유통 기능을 특징으로 하는 혁신적 소매 업태와 그에 대비되는 전근대적 성격의 재래 소매 업태로 구분하여 양자간의 역학 관계를 탐구할 것이다. 그리고 동일 업태일지라도 운영 규모에 따라서 대형 업체와 소규모 업체간의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 대해서도 동시에 고찰함이 필요하다.

먼저 최근의 현황을 살펴보면. 85년 현재 점포 형태별 소매업 구조에서 재래 부문의 영세 업체가 대부분인 독립 점포가 과반수인 322,831개를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다 마찬가지로 영세한 전근대 부문 업태인인 상설 일반 소매 시장과 정기 시장, 그리고 가맹점형 연쇄화 사업 부문 점포들을 합하면 567,800개로서 전체 점포 588,516개의 96N가 넘는다. 이는 소매업에서의 자본 집중화 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표 3-1. 참조)

소매업체의 사업 규모에 따른 분포를 살펴보면 한국 소매업 구조의 두드러진 특성인 규모의 영세성을 가장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표 3-2>에서 보듯이 매장 규모별 점포수 비중에서 10m2(약 3명)이하의 점포가 80.7%에 이르는 반면, 50m2(약 15평)이상의 점포는 1%(대만의 경우는 3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대단히 영세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소매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음식료품 소매업의 경우 더욱 두드러져 그 비중이 각각 80.3%. 0.2%로 나타나 지극히 영세한 규모이다. 종업원 규모 구조 역시 마찬가지여서 종업원 2인 이하의 점포가 전체의 89.7%에 이르는데. 식료품 소매업의 경우는 무려 95.9%에 달하고 있다. 고용 형태별 구조에 있어서는 경영주 또는 가족에 의한 자영 소매점 즉, 생업형 소매점의 비중이 76.1%(음식료품 소매업의 경우94.8%)에 달하며, 소매업의 법인화율도 0.6%에 불과하여 개인 소유의 비율이 99.0%에 이르고 있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소매 업태별 중감 추이를 보면 정기 시장, 일반 시장 등 재래 부문 소매 기구는 감소 또는 정체 추세에 있으나 백화점, 쇼핑센터, 수퍼마켓 등 근대적인 대형 소매 기구는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표 3-3. 참조)

특히 수퍼마켓은 연평균 78.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퍼마켓은 <표 3-1>의 회사형 연쇄화 사업자. 즉 회사형 수퍼마켓 체인 소속의 점포와 같은 내용이다. 회사형 연쇄화 사업자 중에는 대기업에 사실상 계열화되어 있거나 일부 독과점 업체의 상호를 그대로 달고 유통업에 진출 한 경우 등이 상당수 있는데 이들은 대자본을 바탕으로 많은 직영점을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자본이 수퍼마켓 부문에 특히 많이 진출하게 된 것은 정부 정책에 의해서 조장된 측면도 강하다. ⁶⁾ 백화점이 유일한 근대적 유통 기구로서 존재하였지만 아직 전반적인 소득 수준상 일부 부유층을 위주로 한 제한된 구매 계층을 더이상 넓혀나갈 여건이 되지 못하였고, 반면에 계속된 경제 개발 정책의 성과로 어느정도 누적된 중산충을 주요 대상으로 한 근대적 유통 기구의 필요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산층이 밀접한 아파트 지역의 급속한 증가는 이러한 고밀도 주거지에 적합한 소매 유통 기구로서 수퍼마켓이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었다. 그런데 일정한 수의 직영점을 갖춘 수퍼마켓 체인 사업에는 상당한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상업 자본의 축적이 거의 없었던 국내 유통 산업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부는 제한된 범위에서 생산 자본을 포함한 대자 본의 참여를 허용하는 정책상의 변화를 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전통적인 백화점 업체인 신세계(1969년). 미도파(1973년)의 직영 체제화로 백화점업계는 내부 상인들끼리의 경쟁으로부터 백화점끼리의 경쟁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으며 70년대 후반에 롯데(1379. 12), 한양 유통(1979. 5) 등 대기업이 유통업에 진출하고 1980년대에 들어서는 한신공영, 현대 등 재벌 기업들이 대거 유통업에 진출하게 된다 그리하여 1983년과 1991년 사이에 백화점의 업체수는 34에서 86개로, 점포수는 5,462에서 17,056개로 대폭 증가하였다. ⁷⁾ 정기시장은 절대수조차도 감소되었는데 이는 도시화가 진전됨에 따라 농촌 지역의 인구 규모가 크게 감소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일반 시장, 즉 도시 소재 재래 시장은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도시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주거 지역 확산에 따라 특히 공동 주택이 아닌 단독 및 다 세대 주택 지역 등에서 새로운 성장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재래 시장의 기능이 수퍼마켓의 기능과 중첩되는 측면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한 것은 수요측 요인, 즉 아직 수퍼마켓의 장점인 염가 일괄 대량 구매의 이점을 누릴 만큼 일반 서민들의 소득 수준이 미치지 못하였던 데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수퍼마켓은 특히 대형점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 지출 규모가 커진 재래 시장의 고객을 상당 부분 흡수한 데 따른 것이다.

3) 서울시 상업 공간의 특성

이상과 같은 소매업의 구조적 특성이 도시 공간상에 어떠한 양상으로 표현되어 있는지 서울시를 중심으로 살펴 봄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소매업 구조 변화의 공간적 파급효과를 해석할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의 연구들은 업태별 연구는 드물고 업종을 기본 분석 단위로 하거나 넓게는 업무와 일반 서비스 기능까지 포괄하여 도시 중심지 체계를 도출하는 방식의 연구가 일반적 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방법론에 충실한 도시 소매업 공간 구조의 명확한 서술이 여기서 충분하게 이루어질 수는 없으며, 기존 연구들에서 유용한 부분들을 추출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상업 공간 구조는 전반적인 도시 공간 구조의 한 구성 요소로서 그 한계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도시 공간의 형성과 발전 과정에 대한 고찰은 상업 공간의 이해를 위한 전제가 된다. 도시 공간 구조게 대한 지리학과 도시 계획학에서의 연구들은 상당히 축적되어 있다. 이 중에서 이은숙은 서울시의 도시 형태가 교통 수단의 발달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밝혔는데, 특히 주목되는 부분 은 1974년을 전후하여 버스에 의한 대중 교통 시대에서 지하철 자동차 혼합 교통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1974년이라는 시점은 신시가지 개발 등 교외화가 진전되고 유통 산업의 경우 백화점, 수퍼마켓 등 대형 소매 기구가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이러한 사실은 소매 기구의 성장이 교통 수단의 특성 및 주거지의 물리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에서 '교통의 발달이 도시 공간 구조를 변화시키는 중심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상업 중심지의 성장과 구조 개편을 촉진시켰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는 없을 것이다.⁸⁾ 어찌 되었건 교통과 도시 공간 구조의 밀접한 관련성은 인정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통 발달과 도시 공간 구조 변화라는 환경적 변화로 인해 상업 공간의 변화가 유발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동차 교통의 대중화에 적합한 물리적 하부 구조를 갖추고 도시 공간 구조 개편의 주축이 된 강남 등의 신개발된 지역에 대해서 이러한 도식의 적용이 큰 설명력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하부 구조와 도시 기능 및 활동상의 변화가 거의 없이 유지된 구시가지 지역들의 경우는 상업 공간 측면의 변화 역시 크게 진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전망에서도 신시가지 지역과는 차별적인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용수는 서울시 상업 중심지를 분석하여 4개 유형의 중심지를 분류하고 있다. ⁹⁾ 이 중 판매 기능은 1위계 중심지 이하에서 특화되어 나타나고 CBD내의 초 중심지에서는 업무 기능 위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한편 서울의 3핵이라 할 수 있는 CBD(도심), 영등포,여의도(부도심), 강남(부도심) 지역은 중심 지역에 업무 기능이 특화된 중심지가 입지하고 업무 중심지 주변으로 서비스 기 능 중심지 또는 서비스 및 판매 기능 혼합 중심지가 둘러싸고 있는 패턴을 보인 다고 하는데 이러한 상업 중심지 내부의 공간 구조는 Garner의 입찰 지대 개념에 입각한 모형과 유사하다.

한편 이러한 상업 중심지의 중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배후지의 인구 규모 및 경제적 수준, 그리고 중심지의 상업 지역 면적을 비롯한 도시 개발 정책 및 제도라는 두가지를 들고 있다. 그런데 상업 지역 지정과 배후 인구의 접근 여건 개선에 대한 부분은 직접적으로 공공 부문에서 다루어야 하며, 사실 상 배후지 인구 규모 또한 용도 지역제, 시가지 개발 사업 등에 의해 통제되는 요소이므로 상당 부분 공공 부문이 담당할 분야로서 상업 중심지의 형성이 결국 공공 부문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¹⁰⁾

80년대 초반에 나온 한 연구 결과는 서울시의 시가지 발전에 수반된 소매업 유형별 중심지들의 형성 과정을 일부 반영하고 있다. ¹¹⁾ 60년대에는 영등포. 청량리, 신촌 둘의 부심이 성장하였으며. 1970년대 전반기에는 제 3계층(지구 중심, community center), 제 4계층(근린 중심, neibourhood center)에 해당하는 지역에 재래 시장이 발전하였다. 1975년 이후의 시기에는 서울의 남부와 남서부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현저하게 나타나고 여의도와 영동 지역에 계획된 쇼핑 센터가 건설업자에 의해 운영되면서 유통 업계에 큰 변혁을 초래하였다고 한다.

이들 대기업 건설업체들은 많은 자본과 고급 인력을 투입하여 아파트 단지내의 상가를 운영하면서 유통 업계에서 성장 기반을 확보하였다.¹²⁾ 이 연구 결과에서 정리한 서울의 도시 발달 경로와 연계된 상업 중심지 계층의 형성 과정에서 특히 주목할 내용은 70년대 전반의 재래 시장의 확대 시기에 형성된 중심지와 그 이후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등장과 함께 형성된 중심지를 구분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주거지 특성과 그 지역의 소매업 점포 유형이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으로서 본 연구의 분석 작업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¹³⁾ 물론 80년대에 새로 성장한 지역과 기존 지역의 중심성 변화등에 대해서 보완적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 상업 기능의 공간 구조에 관한 김대영의 논문은 4개의 계층 분류 중에서 제 4계층, 즉 근린 중심을 제외한 3개 계층의 상업 중심지를 도출하였다. ¹⁴⁾ 이러한 분류는 도매업과 음식 숙박업까지 포함한 분석 결과이기 때문에 소매업 계층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런데 1986년을 기준으로 한 이 분석의 결과 제 3 계층인 지구 중심(community center)의 쇠퇴가 지적되고 있는데 그 원인으로 대 규모 소매업의 성장으로 재래의 소규모 소매업이 위축되면서 하위의 상업 계층 중심지가 쇠퇴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앞에서 보았듯 이 제 3계층의 소매업 중심지가 일부 신개발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재래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는 사실과 밀접한 상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독립 소매점을 위주로 재래 시장이 형성되었기에 대자본과 고도의 마아케팅 역량을 갖춘 대형 소매 기구들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에 제 3 계층의 쇠퇴가 재래 시장의 위축으로 야기된 것이라면 수퍼마켓 등 근대화된 대형 소매 기구 위주로 구성된 신개발 지역의 중심지들은 여전히 그 상권을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서울시의 소매업 공간 구조는 재래 시가지는 중 하위 중심지의 쇠퇴로 불균형적인 중심지 체계로 변하고 아파트 위주의 신개발 지역은 지구 중심과 근린 중심의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어 균형잡힌 중심지 계층 구조를 보이는 등 이원화된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상에서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하며 서울시의 상업, 특히 소매업의 공간적 특성을 파악해 보았으나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앞에서 살펴 본 소매업 구조의 특성이 공간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에 대한 설명은 매우 포괄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소매 업태를 기본 단위로 한 공간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데 큰 이유가 있는데 이는 본 연구의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전개될 분석에서는 이 정도의 개략적인 윤곽을 토대로 하여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에 관련되는 자료를 동원하여 분석의 근거로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¹⁵⁾

2. 유통 산업 변화의 일반적 경향

여기서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유통 산업의 역동적 변화 움직임을 살펴 보고자 한다. 한국의 상황과 일정한 거리가 있긴 하지만 유통 산업의 시장 개방으로 인해 이들 국가의 유통 업체가 국내 유통 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게 될 것이고 현재 정부나 대자본이 추구하는 유통 산업 변혁의 방향도 외국 업체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므로 한국 소매업의 구조 변화와 관련해서 많은 참고가 된다. 이들 국가들의 유통 산업 환경에서 일국적 특수성과 관련된 부분들. 즉 국민 경제의 상태. 인구학적 특성. 문화적 변화, 정치, 제도적 측면 등에 관한 것들은 우리와 직접적인 이해 관계가 거의 없는 내용이며 특히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유통 기술의 변차와 이에 따른 유통 산업의 조직적 변화. 그리고 유통 기능 수행 방식의 특성 변화 등이다.

유통 산업에서 기술 발전은 제한된 시장을 둘러싼 피할 수 없는 경쟁의 결과이며 경제 환경이 경쟁을 더욱 촉발시키는 상황에서는 유통 기술의 변화는 더욱 신속하게 일어난다. 유통 기술의 발전은 곧 유통 정보화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유통 정보화의 중요성이 대두하게 된 배경은 유통 기구의 대형화 및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다품종 소량화에 따른 판매 로스의 최소화 및 머천다이징 능력의 향상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향상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데 있다. 경쟁의 퇴화는 서비스 수준 향상을 중요한 문제로 부각시키게 되고 이는 결국 비용의 증가와 더불어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다빈도 소량 배송에 의한 수송비 부담은 유통 업체에서 매우 심각한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정보화는 적정 재고 및 구매 관리를 통한 재고 비용의 절감 및 고객 욕구에 대한 신속 정확한 탄력적 대응을 실현시켜 상대적인 경쟁력을 확보 하게 해준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¹⁶⁾

유통 정보화와 관련해서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POS(Point-of-Sale), 즉 '판매 시점 정보 관리'가 있다. POS 시스템은 향후 첨단 소매 기법의 핵심이다. POS 시스템은 예전의 금전 등록기 사용이 발전된 것으로서, 스캐닝(scanning) 기술과 복합되어 이제는 재고 관리 및 경비 관리, 취급 상품의 저장 및 보급. 판촉을 위한 타겟 그룹 설정 등에서 핵심이 되고 있다. 이 시스템의 사용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이점이 향유될 수 있다. 즉 신속 정확한 판매 정보 입수, 급료 지급 및 커미션 데이터 검색 개선, 데이터 입력 노력 경감, 회계 비용 경감, 대손금의 경감, 피크 시즌 대응 능력 강화, 판매원의 생산성 제고 등이다. 결국 POS 시스템은 판매. 재고 관리. 고객 관리, 상품 기회, 수발주. 배송 등 유통 기능의 거의 모든 것을 정보화할 수 있는 하부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작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Bar Code의 광범위한 실용화가 전제로 된다. 유통 기능의 본질이 상품의 판매에 있는 만큼 상품 자체의 거래 상황을 정보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코드의 표준화 및 사용 확대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배송 체계의 효율성을 드높이기 위한 즉응 체제 (Quick Response)의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즉응 체제란 소매업자와 상품 공급 업체(Vender)간의 업무 협조 약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급업자측체서는 회전율이 빠른 제품(Fast-Mover)의 재고는 충분히 확보해 놓는 한편, 소매업자측에서는 POS 데이터를 모니터링 하여 제품 판매 동향을 분석. 동 정보를 공급업자에게 즉시 전달해 줄 것을 약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소매업자들은 시황 변화에 따라 공급업체에 수시로 주문을 하고, 공급업체는 이에 신속히 대용하여 수시적인 소량 발주에 응해 주는 것이다.

이같은 QR 시스템은 라이프 싸이클이 짧은 인기 폭발 제품(Fad)이나 패션 제품의 생산 판매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를 더욱 발전시켜 주고 있다. QR 프로그램은 소매점과 공급업체에 다음과 같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 첫째, 판매 확대 및 인기 제품의 회전을 제고, 둘째, 운영비 절감, 셋째, 머천다이징, 배송, 경영. 재고 유지 등에서의 비용 경감 등이다. ¹⁷⁾

즉응 체제는 전산화 배송 체계(Computerized Distrubution system)와 전자화 준통합(Electronic Quasi-Integration)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전산화 배송 체계의 채택은 한 연구에 의하면 재고를 31%나 감소시켜주며 회전 자본을 감소시키고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를 밀착시켜서 경쟁력을 드높인다고 한다. 그리고 전자화 준통합은 독립된 기업들이 공동의 컴퓨터 통신 하부 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서 역시 즉응 체제의 한 형태가 되고 있다. ¹⁸⁾ 전자화 준통합의 한 수단으로 최근에는 전자 문서 교환(EDI, Eloctronic Data Interchange), 즉 종이 서류 없이 전산망에서 수발주 업무를 처리하는 공식화된 프로그램의 개발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¹⁹⁾

90년대 미국 소매업계의 기술 혁신은 대부분 분배 유통 센터(DC, Distribution Center)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는 재고 관리, 상품 분류, 저장, 출고 등과 관련된 업무의 컴퓨터화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앞으로의 기술 혁신은 상품의 저장, 출고 및 적재시 전자식 유도 장치와 로보트를 활용한 전 창고 기능의 자동화에 집중될 것이다. 물론 현재도 대부분의 유통업자(Distributer)들은 거의 완벽한 컴퓨터 하드웨어를 갖추고 점차 세련된 소프트웨어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있으며. 광역 또는 전국적인 네트워크의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교한 기능의 로보트 개발 등 분배 유통의 완벽한 자동화는 2000년대에 가서야 가능할 전망이고 1990년대 까지는 적어도 전반전인 설비의 컴퓨터화와 정교한 EDI 경영 관리 체계는 완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²⁰⁾

이상과 같은 유통 기술의 정보화 발전은 소매업 활동과 조직의 집심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집심화의 필요성은 소매 기구의 대형화와 수행 기능의 복합화 및 다양화, 즉 사업 다각화 전략의 채택으로 오히려 중앙 통제 기능의 강화를 더욱 요구하였다는 데 있다. ²¹⁾ 집심화는 배송 활동의 통제와 말단 점포 활동의 통제 등에 다같이 해당되는 문제이다. 소매 활동은 불균등하게 분포하고 각기 상이한 성격을 가진 상권과 구매 계층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 특성에 적합한 마아케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중앙 집중식 통제 방식의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쉽지 않다. 향상된 정보는 품목의 구매, 저장, 배달에서의 상당한 비용 절감을 가적 올 것이다. 명화한 세분화 시장을 지향하고 한정된 상품군을 보유한 체인들 역시 마아케팅 절차를 표준화하므로써 상당한 비용 절감을 달성할 것이다.²²⁾ 그런데 변화하는 시장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활동을 조율하기 원하는 점포들은 이심화된 경영 기법을 필요로 한다. 시장 세분 화와 소매업 활동의 통합 집중화간의 긴장은 특히 대규모 체인점을 거느린 다점 포 소매업에서 중요한 해결 과제가 되고 있다.²³⁾

한편 이러한 유통 기술상의 진보와 경제 환경의 변화는 소매 자본과 생산 자본간의 역학 관계에서 소매 자본이 더욱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만들고 있다.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단축으로 신제품 개발이 가속화되는데 이는 제한된 진열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제조업자간의 경쟁을 격화시켜 소매 자본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요인이 되며, 유통 정보화의 진전으로 소매업체의 시장 정보 수집 관리 능력을 증대시켜서 소매업에 대한 제조업의 의존성을 더욱 심화시켜 왔다. 그리고 대형 소매업체의 자체 상표 사용의 확대는 생산 과정에 대한 소매업자의 개입과 조절 역할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매 자본의 우위는 소매점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지는 새로운 첨단 판매 기법의 등장 등으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새로운 유통 시스템인 전자 문서 교판 시스템과 즉응 체제 등의 확산은 오히려 양자간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²⁴⁾

3. 유통 시장 개방과 한국 소매업 구조의 재편 양상

80년대에 접어 들면서 국내 유통 산업 환경은 급변하게 된다.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한 수출 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심각한 장애에 부딪치면서 대자본은 서서히 국내 소비 시장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고 이의 활성화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러나 국내 소비 시장은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상승에 의해 소비 지출의 규모가 커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대자본의 국내 수요 개발 전략은 어느 정도 임금 상숭과 관련되어 있다. 임금의 상승은 물론 자본가의 시혜 결과가 아니지만 대자본은 국내 임금의 상승에 따른 내수 시장의 규모 성장이라는 싯점을 재빨리 새로운 이윤 창출의 가능성으로 연결시켰다.²⁵⁾ 이러한 상황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이전까지 왜곡되었던 일국적 자본 순환이 정상화되어 간다는 것이다.²⁶⁾ 그런데 국내에서의 생산과 소비간 연계가 더욱 큰 중요성을 지니게 되면서 이제까지 방치되어 왔던 국내 유통 부문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요구되어 졌다. 즉 대폭 증가된 국내 유통의 원활한 수행을 담당하기에 기존의 유통 산업 구조는 부적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 부문에 새로운 문제 인식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국가와 대자본 모두에게 중요한 당면 과제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국가와 자본의 이해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유통 기능의 혁신으로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유통 효율을 증가시켜 자본 순환을 원활히 하는데 우선적 관심이 있는 반면 국가에 대해서는 자본 순환의 원활화와 동시에 대자본의 유통 산업 진출이 가져 올 영세 유통업 부문의 몰락 등의 충격 을 최소화하는 문제도 과제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통 시장의 개방이라 는 새로운 국면의 전개가 가까와 있는 현 시점에서 특히 국가는 유통 부문 근대화의 절박성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업체들의 몰락에 따른 사회적 충격의 완화라는 두가지의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할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데 한계를 보이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불투명한 당위성의 정책들만 제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가의 역할이 제한된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 개방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대자본의 유통 산업 진출이 정책적으로 촉진되고 있는 등 국가의 유통 부문 정책 목표의 내용들과는 무관하게 국내 유통 산업은 대자본의 주도하에 급속한 구조 변화의 국면으로 이행하고 있다. 유통 시장의 개방은 앞으로 전개될 소매업 구조 변화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업체들의 진출 방식과 전략, 정부와 국내 업체의 대용 등에 따라서 그 양상이 좌우될 것이지만 지금은 정확한 예측을 하기 힘들다. 외국의 유명 업체들은 대부분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거나 추진중에 있으며 국내 업체들 역시 나름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대비를 분주히 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유통 산업의 전반적인 낙후성으로 인해 유통업 거의 전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때문에 외국 유통 업체의 진출 업종이가 업태는 매우 광범위하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오래전부터 '한국 시장의 특성에 대한 치밀한 조사와 연구를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업체들은 일본 업체와의 기술 제휴 등의 관계를 통해 한국 시장 정보의 수집에 협조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²⁷⁾

1993년 1월에 확정된 3단계 유통 시장 개방안은 외국 소매업 진출 규제를 완화하여 외국 업체당 허용 점포수를 20개, 매장 면적 제한을 3000m²로 하였으며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유통업을 주력업종으로 포함시키고 부동산 획득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²⁸⁾ 유통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의 대응 조치 중에서 국내 유통 산업의 경쟁력 강차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중소 유통업의 구조 조정 사업과 유통 산업의 생산성 향상 사업으로 크게 나누어 진다. 중소 유통업의 구조 조정 사업에는 업태 전환 사업, 조직화 사업. 집단화 사업 등이 있고 생산성 향상 사업에는 물류 시설 ·확충, 유통 정보화. 선진 기술의 확산 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²⁹⁾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유통 개방 조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중소 유통 업자의 조직화를 위해 연쇄화 사업의 요건을 완화하였는데 이 때문에 외국 업체의 진출을 더 쉽게 하였다고 한다 특히 '현대화 업종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므로서 양판점이나 전문 백화점을 진출시키고 있는 외국 업체들에게는 대단히 유리한 정책적 뒷받침을 해준 셈이고 이런 전문 백화점 경영에 경험이 미숙한 국내 업자들이 경쟁에 밀릴 것은 명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통 부문의 선진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주로 프랜차이즈를 통한 기술 도입을 촉진하였는데 이 또한 국내업체의 자기 상표 개발 노력을 저하 시키고 외국 상표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지적한다.³⁰⁾

한편 정부의 조치들 중 이러한 사업의 실천을 위한 지원 방식이 그 의도와는 달리 중소 업자들에 대한 적극적 육성 지원이라기 보다는 제한된 조건을 충족시키는 업체에 대한 선별적 지원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는 대다수 영세 업체들은 낙오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산업 자본의 유통 개별화에 의한 대규모 유통 기구와 영세한 중소 유통 업체로 구분되는 국내 유통 산업의 2중 구조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³¹⁾

유통 시장의 개방으로 전개될 한국 소매업 구조 변화의 개략적인 추이를 선진국과 한국의 소매업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살펴보자. 미국, 서독. 일본 등 선 진국들은 이미 국내 시장이 대량 소비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되었기에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매개해 주는 대량 유통 기능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표 3-5>에서 보듯이 이들 선진국들의 소매업 1점포당 종업원수가 6.1명, 5.9명, 3,5명 등인데 비해 한국은 2.2명으로서 유통 산업의 전통이 유사하다는 일본보다도 훨씬 소매업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것을 국제 비교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소매업 구조에선 선진국과의 이러한 질적 격차를 볼 때 이제 본격적인 대량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구조적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소매업의 점포당 평균 종업원수가 한국과 유통 산업 전통이 비슷한 일본 수준인 3.5명이 되는데만 하더라도 영세 업체의 상당한 감소와 대 규모 업체의 대폭 증가가 있어야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유통 시장의 개방으로 외국 유통 업체의 대거 진출과 국내 대자본의 적극적인 유통 부문 투자 등이 전개되면서 한국의 유통 산업 구조가 일찌기 대량 소비 시대로 접어든 선진국의 수준으로 근접해 간다는 전제하에서 보면 수많은 영세 소매업체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