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절 소매업 구조 변화에 관한 이론적 고찰

공간적 현상은 비공간적 과정과 별개를 다루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소매업에 대한 지리학 혹은 공간 계획 분야의 연구 전통은 소매업 활동의 비공간적 측면에 대한 이해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였으며 그 결과 소매업의 입지 연구는 소매업 변화의 과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점점 그 설명력을 상실하여 왔다. 특히 사회 경제적 조건이 급속히 변동하고 그에 따라 소매업 구조 역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양상으로 재편되는 오늘날의 현실은 비공간적 현실의 적극적인 탐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공간 현상에 대한 실제에 근접한 설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소매업 활동의 비공간적 측면, 즉 소매업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찰은 소매 기구의 입지와 공간적 확산 등 공간적 현상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1. 소매 자본의 운동 양식

1) 상업 기능의 경제 구조적 의의

소매업을 서비스업이라는 개념으로 분류하고 이해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공식 통계 자료에서 서비스업은 도 소매업과 음식 숙박업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서비스 관련 이론 서적들에는 서비스 산업의 하위 범주로 생산자 서비스와 소비자 서비스를 구분하고 소비자 서비스의 한 형태로 소매업을 포함시키는 것 이 보통이다. 소매업을 서비스 산업의 일종으로 히급하는 것은 신고전 경제학이 주도해 온 학문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신고전 경체학에서는 생산과 소비 간의 시, 공간적 불일치를 공급과 수요의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불균형 상태를 유발하는 요인 정도로 간주하여 생산과 소비를 매개하는 유통 기능의 역할을 엄밀히 이론화하는 대신 직접적인 재화의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경제 행위를 의미하는 서비스의 범주에 포함시켜 버림으로써 유통 기능이 지니는 경제 구조적 의미를 덮어버렸으며. 여타 학문 분과에서도 소매업에 대한 이러한 이해의 방식을 대부분 답습했다. 그래서 공간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는 지리학에서 조차도 소매업 활동이 지니는 공간적 의미를 경제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포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다.

생산과 소비의 시 공간적 거리를 매개하는 상업 기능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함께 그 경제 구조적 의미와 운동 논리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은 마르크스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마르크스는 전체 자본 순환의 일 계기로서 유통 기능을 담당하는 상업 자본의 역할을 규명함과 동시에 상업 자본의 하위 형태인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을 구분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 간의 자본 순환을 매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이라는 두가지 형태의 자본이 담당하면서 생산 자본이 산출한 잉여 가치를 실현하여 안정적인 자본 축적과 사회 재생산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¹⁾

그런데 신고전 경제학의 접근과 마르크스의 가치론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바로 상업 자본의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소위 주류 경제학의 서비스 개념은 생산적인 황동으로서 재화 생산 활동과 동일한 자격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가치론에 입각한 마르크스는 유통 활동은 생산 자본이 산출한 잉여 가치를 실현시켜 주는 대가로 실현된 잉여 가치의 일부분을 이윤의 형식으로 획득하게 되며 따라서 이는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며 단지 자본 축적을 측진시켜 주는 데 그 존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생산 자본과의 차별적인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마르크스의 입장에 서게 될 때 우리는 유통이라는 활동과 이를 담당 하는 상업 자본에 대해 많은 함의를 얻을 수 있다. 유통 비용은 근본적으로 불생산적이지만 사회 재생산을 위해서 불가결한 초과 비용이라는 사실은 유통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개별 상업 자본의 이윤 확대만이 아니라 사회적 생산성을 드높이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함을 말해 준다. ²⁾ 과거부터 정부가 나서서 유통 근대화를 외치고 정책적 지원과 여건 조성을 위해 애써온 것도 이러 한 관점에서 이론적 설명이 가능해 진다. 상업자본이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이지만 그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또한 생산과 소비간의 시. 공간적 거리가 일 시적이거나 우연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필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거리의 극복을 위해 유통 기능을 담당하는 특화된 자본 분파, 즉 상업 자본의 존재 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사실에서 상업 자본의 활동이 지니는 공간적 의미를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 소매 자본의 현실적 운동 양식

소매 자본은 상품 자본의 하위 형태인데 마르크스는 소매 자본에 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업 자본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소매 자본의 현 실적 운동 방식과 그 사회적 공간적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에 토대가 된다. Ducatel과 Blomley는 마르크스의 상업 자본 개텀에 입각하여 소매 자본의 이론화를 시도하였다. ³⁾ 그는 먼저 소매 자본이 상업 자본의 하위 형태이기 때문에 그 지배적 운동 논리는 교환의 논리, 즉 생산된 상품과 소비자가 지출하는 화폐를 교환하는 데 있다고 한다. ⁴⁾ 그런데 Blomley는 전체 사회적 재생산과 관련된 소매 자본의 본질적 운동 논리보다는 기본적으로 이윤 추구를 지상 목표로 하는 소매 자본이 구체적 현실 속에서 여타의 경제 주체들과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생산 자본과 소매 자본 간의 관계, 소매 자본과 소비자 간의 관계. 소매 자본 간의 관계 등 세가지 측면에서 상호 작용과 역학 관계의 변화를 탐구하고 있다.

생산 자본과 소매 자본은 상품의 소비 즉, 사용 가치에는 기본적으로 무관심하며 교환 가치를 재현하고 있는 동안만 사용 가치에 관심을 가진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현된 가치의 제한된 양을 둘러싸고 생산 및 소매 자본은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공통된 이해와 상충된 이해가 공존하기 때문에 양자는 타협과 갈등이 복합된 관계를 지속하게 되며 그 역학 관계의 주도권은 항상 유동적인 상태로 있다. 역사적으로 양자간의 관계에서 초기 자유 방임 자본주의 시대에는 상업 자본이, 독점 자본주의 단계에는 생산 자본이 그 주도권을 잡고 있었으나 오늘날은 범 지구적 자본주의화의 진전과 유연적 생산 방식의 확산으로 상업 자본의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오늘날의 시장 조건이 과거 포디즘적 소품종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처럼 안정적이거나 단순하지 않고 경쟁 또한 격렬해 지고 있기 때문에 가치의 생산보다는 그 실현의 문제가 경쟁의 결과에 더욱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매 자본간의 경쟁은 소매 자본의 역동설을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한 측면이다. 소매 자본은 구체적 현실속에서 여러 종류의 소매 기업들로서 분화되어 표출되었으며 역사적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거쳐 왔다. 특정한 부문내에서 소매 자본의 구체적 형태들은 서로 경쟁의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한정된 소비자 지출(화폐 자본) 중의 지분을 둘러싸고 제로 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⁵⁾ 그리고 소매 자본간의 경쟁은 유통 비용의 절감 노력을 더욱 강력히 추동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통 비용이 비생산적인 사회적 추가 비용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 절감은 소매 자본의 경쟁 전략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산성 제고에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유통 비용 절감 노력은 특히 소매 자본이 생산과 소비의 시. 공간적 거리를 매개하고 공간적 시장을 포섭하는 방식, 즉 유통 기능 수행 방식(유통 기술)의 변화 과정에서 결정적 계기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이 측면에 대한 연구는 소매업 구조 변화와 공간 구조 변화를 접목시키는 핵심 고리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⁶⁾

소매 자본과 소비 영역 사이의 역학 관계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함의를 지니는 문제로서 소매 자본에 의한 유통 비용의 절감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가져올 긍정적, 부정적 영향이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사용 가치의 극대화와 교환 가치의 극대화라는 상이한 목적을 가지고 소비자와 소매 자본은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며 이러한 성격의 관계는 상호간에 갈등과 타협의 잠재성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생산 자본과 소매 자본간의 관계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제도화되고 조직력을 가진 소매 자본과 고립 분산된 대중인 소비자 사이의 역학 관계에서 소매 자본이 그 주도권을 잡는 경우가 보다 일반적이다. 소비자의 사용 가치 실현이 소매 자본의 교환 가치 실현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킬 때에만 가능한 반면 소매 자본은 교환 가치의 실현을 보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용 가치에만 관심을 가지거나 그러한 사용 가치를 광고등의 수요 조작 기법들을 동원하여 창출 하게 되는 불공평한 협상의 구도에서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소비자들은 자신들 의 힘을 결집하여 정치적 혹은 사회적 압력의 수단을 통해서 절실한 사용 가치의 실현을 이루어낼 수도 있다. 사용 가치의 실현이란 달리 말하면 사회 재생산을 의미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의 절감과 관련한 소매업 구조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공간적 충격들을 정책적 입장에서 해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층격들이 소비자 즉. 지역 주민들의 사용 가치 실현에 얼마나 부합하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소매업의 공간적 분포가 지역적으로 차별성을 보이는 현상은 사용 가치와 교찬 가치의 실현을 추구하는 소비자와 소매 자본 간의 이해의 합일과 타협이 지역적으로 균일한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 한다. ⁷⁾

2. 소매 기구의 변화 형식

소매업의 변화에 대한 제도적 접근, 즉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활동 양식을 취하면서 공식화된 소매업 유형들, 즉 소매 지찬(retail institution)를 주요한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접근이 주로 경영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⁸⁾ 경영학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러한 연구는 추상 수준이 다소 높은 소매 자본의 개념에 입각한 이론적 접근이 지니는 결함을 보완하여 소매 기구 형태들의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역동적 변화의 과정을 체계화하므로써 소매업 구조 변화의 보다 구체적인 경향들을 해석하고 그 전망을 도출하여 이론적 수준의 분석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소매 기구의 변화가 소매업의 혁신 과정과 거의 동일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에 대한 연구는 혁신적 소매 기구의 등장으로 인해 급속화되는 소매업 구조 변화의 중요한 계기들을 포착할 수 있는 분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연구 성과는 소매업의 공간적 측면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매우 유용한 관점과 분석의 수단을 제시해 주었으며 일부 지리학자들은 제도적 접근과 공간적 접근을 종합하여 이론화를 시도하였다.

소매 기구의 변화 형식에 대한 제도적 접근은 보통 세가지 흐름 즉. 환경 이론(environmental theory), 주기 이론(cyclical theory), 갈등 이론(concflict theory) 등으로 나누어 진다. 환경 이론에 의하면 소매 활동의 변화는 사회 경제적 환경 발전의 함수이다. 시장의 경제적, 인구학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조건들의 변화가 소매 체계의 구조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소매 기구는 환경적 여건에 직접 반응하여 등장 발전. 성숙, 쇠퇴한다고 한다. 환경이론은 다시 역사적 접근, 환경 요인별 접근, 생태적 접근 등으로 나누어 진다. 이 중 특히 생태적 접근에 입각하여 공간적 연구가 시도되었는데 Shaw는 개척(colonization), 정착(establishment), 포화(saturation), 쇠퇴(decline) 등의 네 단계로 소매업 공간에서의 침입과 계승이 진행된다고 하였으며, Thorpe는 소매 활동의 공간 구조. 소비자 수요, 소매 활동의 조직 간의 복합적 상호 관계 구도를 개념화하였다. ⁹⁾

주기 이론은 소매 기구의 변차가 이전의 경향을 포항하여 반복적인 방식으로 일어난다는 것으로서 환경 이론보다 소매 조직 자체에 더 주안하고 있다. 주기 이론은 소매 아코디언(the retail accordian), 소매업 차륜(the wheel of retailing), 소매 생애 주기(the retail life cycle) 등으로 나누어 진다. 소매 아코디언은 소매 기구가 취급하는 상품화 라인의 수효 측면에서 '일반-특수-일반'의 구도로 지배적인 기구 형태가 변화한다는 것인데 오늘날의 양상은 집중화와 다각화, 전문화가 등시에 진행되는 등 설명력이 떨어진다. 소매 차륜은 가장 유명한 기구 변화의 이론으로서 혁신적 소매 기업이 가격 할인, 저비용, 좁은 마진 등을 기반으로 운영을 시작하여 고비용. 머리가 큰 기구로 성숙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 변화의 형식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도식도 고비용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부띠크. 편의점 등에 대해서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리고 소매 생애 주기 모델은 출생, 성장, 성숙, 노쇠 등의 의인화된 단계를 거쳐 소매 기구들이 진화한다는 것인데 앞의 두가지 도식들 보다 융통성이 있는 구도로서 그 설명 범위가 더 포괄적이다. 이러한 주기 이론의 설명틀은 지리학적 연구에 많이 용용되었으며 특히 생애 주기 모델은 Dawson 등에 의해 공간 확산 이론과 접합이 되었다. ¹⁰⁾

갈등 이론은 기구 형태보다는 변화의 추진력인 소매 기구간 갈등 관계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혁신적 기구의 도전에 직면하여 기존의 기구들이 반응하는 방식도 변화의 중요한 작용 인지로서 상호 적용(mutual adaption)의 결과에 따라서 새로운 기구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 적응의 과정을 Gist는 '정-반-합'이라는 변중법적 도식으로써 설명한다. 지리학자들은 공간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소매 기구간 갈등 이론을 적용하여 연구하됐는데 특히 도심과 교외의 쇼핑센터간 입지 갈등과 그 전개 과정을 이 구도로 설명을 하였다. ¹¹⁾
세가지 이론들을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이 행해졌는데. 특히 Agergaard 는 나선 운동 이론(the theory of spiral movement)을 제시하였다. 이는 변화하는 사회 경제적 환경, 주기론적 은유, 기구들간의 갈등 등을 통합하는 것으로서 공간적 준거틀 속에서도 설명이 가능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편의점은 기존의 구멍 가게의 보다 세련된 Liersion일 뿐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세가지의 소매 기구 변화 형식에 관한 이론들은 각각 일정한 가치와 결함을 지니고 있다. 환경 이론은 환경 변화와 소매 기구 변화와의 정확한 인과 관계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복합적인 환경 요인들 울에서도 소매 형태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핵심적인 부분들에 한해 환경 이론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소매 자본들의 대용 방식에 따라 그 영향이 제한적이고 유동적인 환경 요인들은 갈등 이론의 구도에 포함하여 설명하는 것이 결정론과 상대론의 오류를 동시에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환경 이론과 갈등 이론은 소매 기구 변화의 발생. 성장 쇠퇴, 소멸을 인과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으며 주기 이론은 변화 과정의 단계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유형 화하는데 적절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세가지 이론들은 모두 이론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경험의 사후적 정리와 유형화 작업의 결과로 도출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다 포괄적인 사회 경제적 조건 및 현실의 역동성을 포함하여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이 이론들을 소매 자본의 운동 논리에 입각하여 재해석하고 그 의의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소매 자본이 그 본질적 기능인 생산과 소비의 매개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표출되는 소매 자본과 생산 자본, 소매 자본과 소비 영역간의 역학 관계, 그리고 소매 자본간의 경쟁 등 세가지 측면의 모순적 관계들에서의 변화를 설명하는 작업에 소매 기구의 변화 이론들은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소매 자본의 운동 논리에 입각하여 소매업 구조 변화의 양상을 탐구할 때 기구 변화의 이론들은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의 분석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3. 소매업 구조 변화의 전개 과정

소매 자본의 운동 방식에 관한 경제 구조적 이해와 소매 기구의 진화에 관한 모델들은 모두 소매 기구의 혁신과 소매업 구조 변화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런데 소매업 구조의 특성과 그 변화 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는 일은 더욱 포괄적이고 풍부한 현실적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상의 이론적 배경이 된 미국 등 서구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과 한국의 자본주의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이 상이하기 때문에 소매업 구조의 특성과 발전 과정 또한 다를 수밖에 얼다. 따라서 한국의 현실에 대한 이론적 연구에 앞서 연구의 수단이 되는 이론들이 토대로 하는 역사적 조건들에 대한 이해를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통 구조의 발달을 서구 자본주의 발달 과정과 관련시켜 살펴보자¹³⁾봉건적 가내 경제 혹은 대가족 공동체 경제의 단계에서는 자급 자족이 위주로 되어 있어서 유통 기능의 중요성은 거의 인식됨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직업적 분업이 진전하여 생산과 소비가 분화됨에 따라 각 소가족 간의 잉여 생산물의 교환이 발생하고 확대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환을 매개하기 위한 화폐가. 발달하게 된다. 그러다가 산업 혁명으로 생산력이 비약하고 거래량이 중대함에 따라 도소매상이 분화되기 시작하였다. 생산과 소비의 격리가 보다 심화되고 거래량이 많아지고 거래 지역도 넓어짐에 따라 유통 기능의 분화가 더욱 진전되었다. 그렇지만 19세기 말까지는 해외 식민지 시장의 지속적 확대로 항상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유통 구조의 근대화 속도는 완만한 편이었다.

그런데 20세기에 이르러 해외 식민지 시장 개척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수요가 정체하게 되는 반면에 우회 생산 방식에 의한 대량 생산 및 다품종 생산은 상품의 유통 경로를 더욱 더 신장시키게 되고 따라서 마아케팅 비용의 상대적 증대를 초래하여 그 비중은 거의 생산비와 같게 되거나 혹은 그것을 상회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잉 생산의 경향은 1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 등을 통해 파괴적으로 그 모순을 해소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¹⁴⁾

경제 공황이 가져다 준 유통 기능에 대한 인식 전판은 이후 유통의 합리화를 위한 연구를 촉발시켰으며 유통 비용의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유통 과정에 대한 진출은 이른바 중간상 배제 운동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대항하는 상인들의 상권 옹호 운동도 일어나고 백화점 대 소매점, 연쇄점 대 소매점의 대립 분제가 야기 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유통 구조는 통합 경향을 가져와 유통 경로가 단축되고, 통제 경제 체제의 국가에서는 유통 구조가 국가 정책에 의해 변천되기도 하였다.

한편 유통 구조의 전반적인 변화 과정을 더욱 체계화하여 산업화 이후의 경제 발전 단계와 그에 부합되는 소매업 구조를 연계시키는 설명 방식이 있다.¹⁵⁾ 산업화 초기, 중기, 후기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경제가 발전하여 생산력과 소비력이 증대함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다양해 지고, 이러한 추세에 부응하여 소매 기능은 세분화되고 전문화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소매업 변화의 계기로 설명하는 방식이 이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지만 변화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살펴볼 가치가 있다.

첫째 단계는 잡화상 단계이다.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상품의 수도 제한되어 있고 소비자의 구매력도 크지 않기 때문에 잡화상 형태의 독립 소매점이 소매 유통의 주류를 이룬다. 이 때의 잡화상은 거의 대부분이 가족 경영의 형태를 취하며 경영 방법도 전문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공업화가 진전되고 2차 산업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비농산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커지게 되면서 전문 소매상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생산과 소비 활동의 증가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잡화상의 구색이 다양해지고 품목별로 전문화된 분화 소매상이 등장한다. 이 때의 전문점은 아직 소규모이고 경영도 가족 경영의 특징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 소매상에 상품을 공급할 도매상이 발달하고 이에 따 라 이 시기에 소매상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공업화가 더욱 진전되면서 제조업체는 더욱 대형화되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 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점의 고품질과 잡화상의 다품목 요구 조건을 함께 충족시키는 대규모 소매상이 출현하게 되는데 이 때를 통합 소매상 단계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초기에 등장하는 소매상으로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백화점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단일의 대규모 매장이 갖는 규모 경제의 이점을 이용하는 경우이다. 이어서 등장하는 연쇄점은 여러 다른 위치에 있는 소매상을 수직적으로 연결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뒤이어 저렴한 가격을 요구하는 중하층의 소비자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이들을 고객으로 하는 수퍼마켓과 할인점이 등장하게 되고, 수직적 통합이 더욱 진행되면서 수퍼체인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설명은 이론이나 모델이라기 보다는 서구 자본주의 국가 특히 미국의 경험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변화의 경향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경로가 이상적인 모델로서 추구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이상과 같은 소매업 변화의 경로를 가장 충실하게 밟아 온 미국과 유럽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영국 두 선진 자본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최근의 소매업 구조의 일반적 재편 양상을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살펴 봄으로써 한국 사례의 분석을 위한 유용한 관점을 도출해 본다. 이들 두 나라에서 나타나는 소매업 구조 변화의 공통된 경향은 소매 자본의 집중 강화, 생산-상업 자본간의 역학 관계에서 소매 자본의 힘 증대, 소매 자본의 유통 비용 절감 노력의 두드러짐 등이다.¹⁶⁾

소매 자본의 집중화 양상은 주요 거대 소매상들의 시장 점유율 증가, 그리고 이에 수반된 소매점들의 공간적 집중 등이다. 미국에서 5대 식료품 체인들은 1985년에 총 식료품 지출의 23.5%를 차지하고 있다. 형국의 경우는 다점포 식료품점의 시장 점유을이 1978년의 52.9%에서 1983년에는 66.8%로 증가했다. 이러한 소매 자본의 집중은 전통적으로 자영업자 집단의 교환 관계에 의해 주도되는 소매업의 영역으로 자본주의적 소매 자본이 침범하는 과정의 결과이다. 소매 자본들이 전통적 소매업 영역을 침탈하는 자정은 쁘티 부르주아 업체를 자본주의적 업체로 변형하는 것, 그리고 전혀 새로운 업체를 설립하는 것 등 두가지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전자의 경우 처음에는 지역적 독립 소매점의 연쇄 조직을 형성하고 그 다음에는 이들을 전국적 범위의 소매 자본 집단들로 흡수 합병하는 방식이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한편 후자의 방식이 의미하는 것은 소매 자본의 내포적 집중이 가능한 범위까지 진행되었다는 사실인데. 축적 강화의 전략으로 소매 자본은 새로운 공간적 영역으로 사업 활동을 확장하는 것과, home improvement와 같은 비교적 저개발된 제품 영역으로 소매 활동을 다각화하는 것 등 두가지 방식을 취해 왔다.

생산 자본자 소매 자본간의 역학 관계 변화는 물적 유통 과정의 제도적 조직 상의 점진적 합리화 결과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중간상를 배제하여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전후 서구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제조업자에 의한 유통 경로 지배로 나타났지만 소매 자본이 도매상 기능을 흡수하는 역행적 통합 과정(backward integration)도 동시에 진전되었다. ¹⁸⁾ 소매 자본에 의한 역행적 통합 과정은 1960년대 초반까지는 제한적이었지 만 그 이후에 대규모 소매 회사의 부상은 생산-소매 자본간 잔계의 균형을 변화 시켰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매업자의 상표를 부착하는 독자 상표(own label) 소매 제품의 증가로서 이는 소매상들에 의한 수요 독점(monopsony) 경향을 강화 하여 노매상들의 협상력을 중대시키고 생산자들의 자율성을 효과적으로 잠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집중된 소매 자본은 생산 자본에 대한 전망을 수립하는 데 점점 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¹⁹⁾

소매 자본간의 경쟁은 유통 비용의 절감 노력으로 집중되는데 유통 비용 절감 과정은 두가지 경로로 진행되어 왔다. 첫째는 숙련된 남성 위주의 노동력을 서서히 배제하고 저숙련 저임의 여성 노동력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서 이는 파트 타임 및 현소자 노동 이응의 증가로 나타난다. 두번째는 공급의 집심(centralisation)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이 교환과 소비라는 일을 보다 많이 떠 맡도륵 강요하는 것이다. 공급의 집심 강화는 특히 소매업 공간 조직의 변화를 낳게 되는데 이는 점포 내부 공간에서는 식료품 판매 노동력의 탈숙련화, 점포 입지의 측면에서는 대형 점포의 개발로 나타났다. 그리고 점포 수의 감소 및 점포당 판매 공간 확대. J-I-T 배달과 회사 창고로부터 직접 배달 등 효율적인 배 송 체계의 채택으로 소매업체 소유의 배송 센터 축소 등이 공급의 집심 강화에 따른 현상들이다. 한편 소비자는 교환 행위에서 더 많은 수고를 감수하며 그 댓가로 대형 점포의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낮은 제품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색을 누리게 되었다.

자본주의 발전 단계가 동일하더라도 국가에 따라 상이한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한 국민 경제 제재의 특성들이 있다. 특히 소매업은 전체 경제의 하위 부문으로서 경제의 핵심이랄 수 있는 생산 부문에 대한 보조적 기능을 특징으로 하기에 전반적인 상품 경제의 흐름에서 일정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소매업의 기능 방식이 순수한 경제 논리만이 아닌 소비자들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과 지리적 물리적 여건(생산과 소비의 시 공간적 매개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국가에 따라서 소매업 발전의 과정이 상이하고 소매업 구조 또한 동질적이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소매업 구조 변화에 대한 적절한 탐구를 위해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자본주의 국가들의 보편적인 경향성을 인식한 위에 이것이 한국의 특수한 여건들 속에서 어떻게 독특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제2절 소매업 활동의 공간적 특성 고찰

소매업은 여타의 경제 활동에 비해서 공간적 제약성을 가장 강하게 받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앞서 소매업의 경제 구조적 의미에서 살펴 보았듯이 생산과 소비의 시 공간적 매개를 그 본질적 기능으로 하는 유통 활동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비록 이러한 유통 기능적 측면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토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소매업의 공간적 특성에 대한 연구는 지리학 분야에서 오래동안 연구되어 왔으며 상당한 이론적 성과가 축적되어 있음이 사실이다. 따라서 소매업 활동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그 한계와 의의에 대한 평가를 하고 특히 소매업 구조적 측면의 이해와의 관련성하에서 본 연구의 진행에 유용한 부분을 도출하는 작업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1. 소매 기구의 입지와 분포 특성

1) 중심지 이론

소매업과 관련된 공간적 측면의 연구들은 전통적으로 두가지의 이론 즉, 중 심지이론(central place theory)과 일반상호작용이론(general interaction theory)에서 출발하고 있다. ²⁰⁾중심지 이론은 상업 서비스 기능의 분포를 바탕으로 정주 단위간 계층 구조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였으며 지리 학자들은 이를 계승하여 도시 내부 상업 지역의 계층 구조 연구로 발전시켰다. Proudfoot, Carol. Berry, Garner 등의 연구 성과가 대표적이며 특히 Garner는 각 계층의 상업 지역 내부의 소매업 분포 패턴을 입찰지대곡선을 사용하여 도출 하였다.²¹⁾

일반상호작용이론 혹은 소매인력이론(retail gravity theory)은 소비자의 점포 선택과 입지 수요를 예측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서 Roily, Huff, Converse 등의 연구가 있으며 Garner등은 행동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인지적 행동 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²²⁾ 이들 연구 외에도 보다 미시적으로 소매업의 점포 입지 결정 모델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주로 경영학과 마아케팅 지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다.²³⁾

이상과 같은 이론적 연구 성과들 중에서 특히 중심지 이론과 그 발전 형태들은 계획가들이 도시 상업 공간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수단을 선택하는 작업에서 핵심적인 이론적 토대로서 확고히 자리잡아 왔다. 점포 입지 이론과 소비자 행동 이론 등은 보다 구체적이고 유연한 현상 설명을 가능케 하지만 계획가의 문제의식은 정주 체계와 도시 공간 구조적 측면에서 소매업 활동의 의의에 크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중심지 이론의 구도에 이끌릴 수 밖에 없었다.

중심지 이론의 기본적 개념들을 살펴보자. Christaller는 도시가 지역 사회의 중심이며 지역 사회 활동의 매개지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가정하여 도시를 중심지로 명명하였다. 그는 모형을 정립하기 위하여 보완 지역(complementarr region: 중심지에 의해서 서비스를 받는 주변 지역), 중심성(centrality: 중심지가 수행하는 중심지 활동 즉, 중심지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활동의 보유 정도), 규모의 임계치(threshold: 중심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 범위(range: 도달 거리 즉, 중심지 활동이 제공되는 공간적 한계), 포섭 원리(nesting principles: 상위 계층의 중심지가 하위 계층 중심지를 포섭하는 배열 원리) 등의 개념을 설정하였다. ²⁴⁾

소매업과 관련한 전통적 접근인 중심지 이론은 상업 기능의 입지와 정주 체계의 밀접한 관련성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였다는 학문적 의의와 함께 공간 정책의 전개 수단으로서도 그 기여한 바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1950년대에 들어 교통과 산업의 발달, 특히 상업 부문의 조직적 ·기술적 변화는 상업 기능 분포 체계에 많은 변화를 유발하였으며 이러한 현실의 인식에 기반하여 그 동안 도시간의 체계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틀이라고 여겨졌던 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대두되었다.²⁵⁾

중심지 이론의 결함과 한계성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의 지적이 있다. 것째, 상이한 유형의 소매업체들간의 상호작용을 무시하였다는 점이다. 각 유형의 상 점들 나름의 공간 패턴을 도출하여 이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전체적 공간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였으며 이러한 이론 구성 방식의 결과 기업의 행태(상호 작용 방식)에 따라 나타나는 집적 현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되고 있다. 기업 행태와 집적 현상을 인정하게 되면 소비자 구매 행태 또한 단일 목적 구매가 아닌 다목적 구매 활동이 중요한 공간 패턴 구성의 요소로서 부각되며 결국 중심지 이론의 최근접 중심지 가설(nearest center hypothesis)은 수정이 불가피해 진다.²⁶⁾ 이러한 비판은 앞에서 언급한 일반 상호 작용 이론과 규모

경제 혹은 도시화 경제 개념을 근거로 이루어져왔다.²⁷⁾ Davies는 중심지 이론과 일반 상호 작용 이론을 비교 평가하여 양자가 서로 보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 음을 보이고 있다. ²⁸⁾

두번째 유형의 비판은 첫번째와 어느정도 관련되지만 그 이론적 의의에서의 보다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즉 중심지 이론의 전체 구도는 본질적으로 정태적인 것이기 때문에 수송 양식, 소매 조직, 상이한 중심지들에 대한 구매자의 선호 등에서의 변화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소매업 환경하에서는 시대착오적이며 이 이론에 근거한 계획가들의 작업은 현존하는 계층을 확인하고 이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치중되어 있어서 소매업 변화를 포용하기 보다는 거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²⁹⁾

한편 Losch는 중심지 이론의 결함을 보완하여 더욱 현실을 잘 반영한 수정된 모델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는 중심지의 상품마다 독특한 최소 요구치(threshold size)를 가진다는 데 착안하여 비고정 K 체계를 설정하고 최소 위계층 최소 요구치로부터 시작되는 중심지 패턴을 만들었다. 그러나 Losch의 수정 모델도 Christaller 모델의 한계를 거의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³⁰⁾

2) 도시 상업 공간 연구

앞서 언급하였듯이 많은 지리학자들이 크리스탈러의 중심지 이론을 도입하여 이 이론을 도시 상업 공간 연구에 적용하였다. 이들은 중심지 이론이 설정한 중 심성, 임계치. 보환 지역(배후지) 등과 같은 개념을 도시 내부 공간의 중심지 해석에 원용하는 방식을 주로 취하였다. 중심성을 중심적 상업 기능의 기능 집적 정도로 해석하고 중심성이 뛰어난 상업 중심지인 도심. 부도심, 지역 중심 등을 주요 대상으로 이들 지역간의 계층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³¹⁾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 연구는 대부분 기능 중심적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Rolph, Proudfood, Ratcliff, Canoyer, Garrison 등의 연구가 이러한 경향을 띠고 있었다 그러다가 상업 지역간의 위계적 계층 질서에 대한 해석은 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이 도시간 계층 파악의 유용한 틀로 보편화되고 실증적 연구들이 축적되는 한편 도시 내부 지역의 토지 이용을 분석하는 측면에서 위계 또는 순위 결정의 필요성이 요구되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 이후에 활발해 졌다. 중심지 이론을 원용하여 도시 내부 상업 지역의 중심지적 계층 체계를 규명하고자 한 최초의 학자는 Carol이었다. 그는 스위스의 취리히를 대상으로 상업 중심지들을 연구한 결과 상업 지역 계층의 위계에 따라서 동종의 상품이라도 상품의 가지수와 가격, 그리고 상품의 질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이론 통해 도시 내부의 상업 구조가 하나의 중심지 체계임을 밝혔다.³²⁾

Losch의 수정된 중심지 모델은 특히 도시내 중심지들의 계층 구조 및 기능적 특화에 적합한 기본적 틀을 제공하였으며, Berry(1963)는 중심지 이론의 일반틀에 핵형(중심지 계층), 가로 상가(ribbons), 특화 지역(specialized area)의 개념을 결합시킴으로써 중심지 이론을 도시 내부 상업 지역 계층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³³⁾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Christaller 모델의 결함과 한계들은 이 이론을 원용하여 도시 내부 구조에 그대로 적용한 상업 지역 계층 이론에 그대로 이전되었다. 교통과 상업 부문의 조직적 기술적 변화라는 환경의 변화를 수용하 면서도 연구의 촛점은 여전히 이러한 변화가 반영된 결과물에 불과한 변화된 상업 공간 조직의 사후적 경험적 재구성과 일반적 유형 도출 작업에 두어졌기 때문에 줌심지 이론의 근본적인 재검토보다는 모델의 적당한 수정이나 도식적 응용에 그치고 말았다. ³⁴⁾

이렇게 소극적인 방식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한 결과 환경 변화. 특히 교통과 상업 부문의 조직적 기술적 변화 그 자체의 고유한 경향성과 특수성 등을 도출 하여 이를 상업 공간 연구에 창조적으로 적용하는 일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못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미국 보다는 영국의 소매 지리학 혹은 마아케팅 지리학 연구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진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비해 협소한 국토 면적을 가졌다는 사실 외에도 일찍부터 도시 계획이 도시의 공간적 특성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이유 때문에 영국의 지리학들은 공간 이론 편향성이 작은 대신에 실천적 관심에서 비롯된 현실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탐구의 전통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Davies는 영국에서 도시 소매업 패턴의 변화를 주도하는 경향성으로 자유 시장력의 작동과 함께 계획의 영향을 들고 있다. 자유 시장력의 작동에 의한 결과는 소매업 입지의 교외 분산 경향으로 나타나고 계획의 영향은 내부 도시(inner city)의 재개 발과 쇼핑 센터 건립 등으로 결과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소매업 패턴 변화에 대한 기본적인 원인으로서는 소비자의 공간적 구성 변화, 구매습관과 소비자 기호의 변화, 사업의 규모 경제성 변화. 사업 단위 상호 작용과 배송 저널의 변화 등을 중요한 것으로 들었다. 이 네가지 변화의 원인들은 중심지 이론의 기본 개념을 비교적 충실히 적용하여 중심지 체계의 동태적 변화를 추적 및 식별하고자 하는 작업에 유용한 범주들을 제시하고 있다.³⁵⁾

또다른 영국의 소매 지리학자들은 도시 상업 지역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개념들인 핵형 중심지, 리본형 발달, 특화 지역 군집 등 세 차원의 분화 경향에 따른 지역 특성 구분에 대해서 비판을 한다. 즉 많은 경우에 이러한 개념들은 도시 소매 입지의 공간적 실재성에 단지 부분적으로만 관련될 수 있는 비공간적인(aspacial) 분류라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로써는 소매 시설들의 도시 내부 분포와 구매 습관이 변화하는 방식에 대한 정확한 진술이 불가능하다며 이러한 연구들이 '실질로부터 심각하게 이탈할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실재와 이론적 연구간의 이러한 괴리는 소매점 입지 방식의 변화보다 이에 부응한 이론적 검증의 속도가 더 느리기 때문이며 이와 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에 기반한 용용 연구는 그 의의가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비판하고 있다. ³⁶⁾

3) 도시 공간 정책과 소매업 입지

Kivell과 Shaw에 의하면 소매업에 대한 계획 당국의 개입은 네가지의 측면 즉, 소매업 구조, 도시의 물리적 공간 구조, 사회적 형평성, 환경 보호 등에서 의 공공적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이루어졌다. ³⁷⁾ 특히 첫번째 측면의 개입을 정당 화하기 위하여 계획가들은 공급의 질 보다는 매장 면적과 매출액 등 양적 지표에 주로 의존하였다.³⁸⁾ 그런데 사회적 형평성을 명분으로 한 계획 체계의 개입은 사법 기관의 판결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개입의 영역은 물리적 공간, 즉 소매업의 입지와 건축 규제가 중심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소매업 활동에 대한 개입 영역의 한계는 공간성에 편향적인 중심지 이론의 결함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계획가들의 관심을 소매업 자체의 역동적 변화 과정보다는 이러한 변화 결과의 공간적 표현에 한정시켰으며. 나아가서 소매업 환경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유통 구조에 적합한 상업 공간 체계를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의 제도적 틀로써 변화의 흐름을 감당하고자 하는 소극적인 정책 대응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³⁹⁾

그런데 비록 제한된 범위이지만 소매업의 활동에 대한 계획 당국의 개입은 소매업의 구조적 변화와 공간적 특성 변화에 하나의 중요한 규정력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 개입의 범위와 수준은 국가 혹은 지방 자체 단체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따라서 계획 체계의 개입에 의한 도시 상업 공간 구조의 변화는 이론적으로 논의되기 보다는 역사적 경험을 고찰하여 실천적 의의를 도출하는 방식의 접근이 적절할 것 같다.

앞에서도 지적된 바 있지만 자유 경쟁적 시장 원리가 공간 구조에도 크게 반영되는 미국과 달리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서는 당국의 공간 정책이 .소매업 입지와 분포 패턴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영국에서는 교외화를 억제하기 위 해 엄격한 계획적 개입이 이루어져서 도심지와 내부 도시의 쇼핑 센터 개발 위 주로 상업 .공간이 형성되어 왔는데, 이에 대해 도심지의 투자자들과 당국이 부당한 독점력을 누린다는 비판이 증대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창고형 소매점 (retail warehouse), 수퍼 스토어. 하이퍼 마켓 등 대형 소매점들이 대도시 교외 입지가 확대되고 있다.⁴⁰⁾ 독일에서도 소매업 구조 변화와 그에 수반된 부정적 영향들을 정책적으로 조절하고 중심지 계층에 입각한 균형된 공급 체계를 구축 하고자 급속히 파산되고 있는 수퍼 스토어 등치 대쳔 소매 기구의 입지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였으나 이 규제의 허점으로 인해 대도시 배후지에 대형 소매점이 과다하게 밀집하는 현상을 낳기도 하였다. ⁴¹⁾ 한편 유럽 국가는 아니지만 공공에 의한 적극적인 도시 개발을 추진하였던 싱가포르의 경우는 계획의 영향이 가장 뚜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도심 재개발과 대대적인 공공 주택 건설 사업은 주요 토지 이용과 인구의 재분배를 수반하였으며 이에 따라 소매업 활동도 그 면적, 입지. 조직 등에서 전반적으로 재편성되었다. 도심과 교외 및 공공 주택 지 역의 센터 등이 적절한 기능 분담을 하는 계획적 상업 지역 계층이 공공의 적극적 개입에 의해 형성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⁴²⁾

그런데 하나의 도시 범위를 넘어서는 지역적 차원에서는 각 자치 단체의 소매업 활동에 대한 영향력이 자신의 관할 구역에 대형 소매 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⁴³⁾ 소매업 입지에 대한 규제와 달리 자치 단체의 세원 확보를 위한 소매 자본 유치 경쟁은 균형된 공급 체계를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전국 내지 지역적 차원에서 비효율적인 상업 공간 체계를 낳게 되어 효율적인 유통 구조의 형성을 지향하는 산업 정책과는 모순되기도 한다. 대형 소매 기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으로 인한 중심지 체계의 문란은 지방 자치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한국에서 앞으로 전개될 상업 공간 정책에 하나의 과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 소매업 혁신의 공간적 확산

앞 절에서는 소매업을 하나의 경제적 현상으로 주로 취급하여 소매업 활동의 특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살펴 보았다. 소매업은 그 본질적 성격에서도 이미 확인되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극복하는 것을 그 기능으로 하기 때문에 소매업 활동 방식의 변화는 시 공간 매개 기능의 수행 방식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리고 소매업 구조의 변화 과정에서는 혁신적 소매 기구의 등장에서 파급에 이르기까지 상충된 이해 관계를 지닌 (공간상의) 소매 기구들간에 갈등과 경쟁이라는 과도기를 거치고 나서야 혁신적 소매 기구가 시장에서 안정된 지분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른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처럼 소매업은 여타 경제 활동에 비해서 특히 공간적 속성을 강하게 지니고 있으며 소매 기구의 활동 특성과 소매업 구조에서의 변화는 공간적 제약성을 항상 동반하면서 진행될 수밖에 얼다. 따라서 혁신적 소매 기구의 공간적 확산 과정에 대한 고찰은 소매업 구조 변화를 공간적 측면에서 파악하고 설명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소매업 구조 변화 과정에 대한 상황 인식에 기반하여 혁신적 소매 기구의 공간적 확산 과정에 대한 관찰과 해석을 하는 방식이 실제의 분석 작업에서 적용되어야 될 것이다. 혁신은 그 내용의 성격에 따라 가구적 혁신과 기업적 혁신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혁신의 확산 유형은 그 진행 방법에 따라 계층 확산과 전염 확산으로 구분 된다. 기존의 연구들에 의하면 혁신 확산의 진행 방식이 도시화의 진행, 교통망의 확충 등에 따라 전염 확산에서 계층 확산으로 그 지배적 유형이 변한다.⁴⁴⁾ 한 편 확산의 채택율이 지역적으로 차별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시장의 수익성에 좌우된다는 경제학적 확산 가설과 상호작용의 강도에 따른 정보 전달의 양의 상이함에 기인한다는 사회학적 확산 가설 등의 설명 방식이 있으나 양자는 서로 보완적인 것으로 보인다. ⁴⁶⁾

소매업의 혁신은 그 내용의 성격상 기업적 혁신에 해당한다. 기업적 혁신은 노동력, 도시적 문화, 자본 조달, 사회 간접 자본, 교육 및 연구 기관 등에서 유리한 여건을 가진 대도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적 혁신의 확산은 중심지 계층에 따라 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⁴⁶⁾ 그런데 소매업의 혁신 확산에 관한 연구들은 전염 확산과 계층 확산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규모 소매점의 경우에 특히 이러한 경향이 많이 보이는데 도시 내부를 하나의 중심지 체계로 간주할 때 이 역시 계층 확산이 지배적 유형일 가능성이 크다.

혁신의 확산은 지역 발전과 밀접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⁴⁸⁾ 그래서 Berry는 혁신의 확산을 촉진, 증대하기 위해서는 한계규모(threshold)의 축소와 접근성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정책적인 시사를 하고 있다.⁴⁹⁾ 그런데 혁신 확산과 지역 발전의 관계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모든 형태의 혁신에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혁신의 확산이 이를 수용한 지역에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적 혁신의 경우 이 혁신의 수용이 해당 지역을 국가의 중심부에 대한 종속을 강화시키고 자율적 발전의 여지를 좁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혁신의 내용보다는 혁신의 전달 방식에 기인하는 것이 보통인데 국가 중심부에 통제 권한이 집중된 기업의 분공장의 지방 분산데 관한 연구들은 혁신의 확산이 지역 발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만 가적 오지는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⁵⁰⁾ 본 연구의 대상인 편의점을 혁신의 확산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 이러한 측면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각 점포를 하나의 혁신 단위로 볼 때는 혁신의 채택이 시, 공간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나 서울에 소재한 본사의 치밀한 전략하에 본사의 경영적 통제하에 놓인 체인망을 전국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은 동일한 혁신 채택자의 사업 영역이 전국화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단순한 가맹점의 입지와 편의점 본사의 입지가 지역 발전에 대해 지니는 의미가 비교 평가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편의점은 그 혁신이 미국에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편의점의 확산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편의점의 혁신적 유통 기술을 국경을 넘어 수입해 와야만 한다. 소매업 혁신의 국가간 확산도 일반적인 확산 논리가 적용되지만 선진국에서 개발 도상국으로 소매업 혁신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은 살펴볼 가치가 있다.⁵¹⁾

GoldHan은 선진국의 소매 노하우, 즉 혁신적 소매 기법이 개발 도상국으로 이동하는 데 장애가 되는 변수들을 수요와 공급의 두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공급 측면의 변수로는 보조 기술, 생산성, 전통적인 소매상들의 반응 등을 들고 있다. 보조 기술은 신기술을 현실화하는 데 기본 전제가 되는 하부 구조 조건들을 말하는데 이러한 하부 구조의 확충에 수반되는 외부 경제성 (externalities)의 존재가 미흡하여 신기술의 도입 자체가 지연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전통측인 소매상들의 반응은 정부 혹은 공급 업체에 대한 압력을 통한 정치적인 규제와 재래 소매상 자신들의 사업 방법을 개선 변화시키는 것 등 두가지가 주로 취해 지는데. 후자가 보다 일반적인 대응 방식이며 이로 인해 혁신적 소매 기구의 화산이 단기적으로 제약을 받기도 한다고 한다.

수요 측면의 변수는 비용/편익 분석에 입각하여 설명하고 있다. 즉 개발도상국의 소비자가 혁신적 소매 기구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이점과 재래 소매 기구로부터 혁신적 소매 기구로 전환할 때의 비용을 비교해서 이점이 더 많을 경우 혁신 기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퍼마켓을 이용함에 따른 편익에는 가격의 저렴함, 향상된 품질, 기타 부수적 편익들(상품의 다양성, 편의성, 청결성) 등이 있다. 그런데 개발 도상국 소비자들은 낮은 소득 수준과 자동차 보유율, 수입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일괄 대량 구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편익을 제대로 누릴 수 없고 기본 욕구의 충족이 더욱 절실한 문제이기에 부수적인 편익도 별로 중요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외상이 되는 이웃의 구멍 가계나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더욱 저렴한 재래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더 매력적 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요 및 공급 측면의 변수들 중에서 수요측 변수들은 조절하 기가 매우 힘이 든다. 공급 측면의 변수에서도 하부 구조 등 현지의 조건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현지의 조건에 맞게 신기술, 즉 혁신적 소매 기법을 수정하는 것이 편리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⁵²⁾

한편 앞서 살펴 본 소매 기구 변화 이론과 공간 확산 이론을 결합하게 되면 소매업 구조 변화의 공간적 동태성을 탐구하는데 매우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 혁신적인 소매 기구가 등장하여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는 그 공간적 표현의 전개 양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된다. 특히 갈등 이론은 상이한 형태의 소매 기구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경쟁으로 인해 소매업 혁신의 공간적 확산과 분포가 불균등하게 이루어지는 현상의 설명에 유용하다. 그리고 중심지 이론과 공간 확산 이론의 결합은 수요측 요인 즉, 정주 체계와 상권의 특성 차이에 따른 소매업 혁신 확산과 분포의 지역적 불균등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해 준다.

제3절 분석틀의 구성

이상의 논의들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편의점을 사례로 한 소매업 변화의 공간적 특성 파악을 위한 분석의 틀을 구성해 보자. 소매 자본의 운동 논리는 편의점이 하나의 자본주의화된 소매 기업의 형태로서 자본의 축적을 지상 과제로 모든 활동을 펼쳐간다는 측면에서 편의점 업체의 근본적인 활동 성격을 이해 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소매 자본의 현실적인 운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세측면의 역학 관계는 소매 자본이 현실속에서 자본 축적을 진행하는 과정을 제약 하는 요인들로서 이러한 관계들 속에서 소매 자본은 구체적인 성장과 경쟁 전략 을 구성하게 된다. 특히 소매 자본간의 경쟁은 가장 강력하게 소매 자본의 운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측면으로서 소매 기구의 변화 이론을 통해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의 분석을 진전시킬 수 있다.

소매 기구의 변화 이론은 역사적으로 제도화된 소매업의 기능 형태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서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는 의의와 함께 현실의 분석을 위해서도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론들은 소매업에서의 혁신 발생 과정과도 밀접한 연관을 지니는데 이는 결국 혁신적 소매 기구의 등장과 쇠퇴를 역사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을 말해준다. 혁신 발생사는 국가별로 상이하며 이에 따라 소매 기구의 변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소매 기구의 혁신과 변화는 전체 사회 경제적 환경과 맞물리면서 특정한 형태의 소매업 구조를 형성하고 변화시키게 되는 과정 속에서 포괄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경제 발전 단계 혹은 경제 발전의 역사가 상이한 국가들은 소매업 구조에서도 상이한 특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차이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초래한 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전제로 한 사례 연구에서도 이 과정은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부분이다.

소매업을 경제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입지 중심의 연구는 소매업이 공간적 제약성을 가장 크게 받는 경제 활동이라는 사실에서 그 의의를 인정할 수 있다. 중심지 이론은 대표적인 소매업 입지 이론으로서 그 기본적 개념은 상당히 융통성있고 포괄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본 연구의 분석 대상인 편의점의 공간적 활동 특성을 이해하는 데 적극 도입하고자 한다. 다만 변화된 유통 환경에 입각한 대안적 개념들도 수용하여 비판적으로 적용할 것이다. 중심지 이론이 소매업 입지의 일반 이론이라면 도시 소매업 공간에 대한 연구들은 그 용용 연구의 형태들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이론적 취약성과 함께 실천적 의의에서도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을 사례로 한 연구들에서 본 논문의 진행에 유용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서 이러한 연구들에 대한 고찰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한편 소매업의 구조적 측면과 공간적 측면이 맞물려서 표현되는 현상으로서 소매업 혁신의 공간적 확산은 소매업 구조 변화의 역동성을 공간상에서 화인할 수 있는 핵심적 고리이다. 한국에서 편의점의 성장 및 확산 과정은 공간적 확산의 개념들에 입각하여 설명되므로써 그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그런데 소매업 혁신의 발생은 거의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이루어졌으며 혁신적 소매 기구의 국가간 전파는 일반적 공간 확산 이론의 개념위에 국가간 장벽과 국제 정치라는 특수한 측면이 부가되어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혁신이 발생한 편의점 역시 이러한 측면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소매업 활동의 성격과 관련된 이상과 같은 논의들을 바탕으로 한국의 편의점을 사례로 한 본 연구는 한국 소매업 구조의 특성하에서 편의점이 성장하게 되는 조건과 그 과정을 살피고 나서 편의점이 가지는 유통 기능 수행 방식상의 특성으로 인해 표출될 입지 논리와 상업 공간 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편의점의 성장과 그 공간적 표현이 지니는 공간 정책적 의미들을 검토하면서 글을 마무리 한다. 연구의 진행을 위한 기본적인 분석의 틀을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