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각 기업체들의 연구원과 마케팅(혹은 영업) 부서의 사람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사항들을 정리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부서간 통합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특색있었던 사례의 예시와 함께 이를 종합 정리해 보겠다.

3-1. 사례분석

3-1-1. I사(부서간의 갈등으로 인한 신제품 개발의 실패)

I사는 고가의 제품군에서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 음향기기 업계에서의 대표적인 업체이다.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I사 제품에 대한 높은 제품 충성도로 인해 타사와 볼 때 비교적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내수시장의 확대와 함께 경쟁업체의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져 I사의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 부서간의 갈등

I사는 설립 초기부터 기술을 중시하는 사내 풍토가 조성되어 왔었다. 이러한 풍토로 인해 회사 내에서도 연구소의 위상이 영업본부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는 실정인데, 지금까지 수출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특히 국내 사업부와의 마찰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수 대 수출에서 내수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는 부서간의 그러한 갈등들이 표면에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국내 사업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K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생산량이 곧 회사의 매출액으로 바로 이어졌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 오디오산업의 환경과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로 인해 생산량이 곧 재고량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소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제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려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K씨의 이야기에서 연구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의 사회·문화적인 차이의 한 단면을 쉽게 엿볼 수 있다. 부서간의 갈등으로 인해 제품개발이 실패하게 된 하나의 사례를 살펴 보자.

- 실패 제품의 사례

I사의 국내사업부 내의 마케팅 부서에서는 몇년 전에 신혼부부와 2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여 Music center 개발을 연구소에 의뢰한 적이 있었다. 제품의 속성상 제품의 시장출하 시기가 제품의 상업적 성공에 크게 영향을 끼치며 저가제품이기 때문에 연구소의 기술능력을 고려해 볼 때 제품개발상의 어려움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즉 마케팅에서 요구하는 가격대에서 제품의 출하시기만 맞출 수 있다면 국내사업부에서는 제품의 어느 정도 매출은 보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연구소 내부의 사소한 문제로 인해 마케팅에서 요구하는 기간 내에 제품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마케팅 부서에서는 제품개발의 긴급성을 여러 차례에 걸쳐 연구소에 알렸지만 제품개발은 계속 지연되었었다. 그 과정에서 그간에 축적되었던 부서간의 갈등이 표면에 나타나게 된다. 결국 예정 개발기간보다 1년 6개월이 지난 뒤 제품이 개발되어 마케팅 부서로 넘어가게 되지만 마케팅 부서는 제품판매를 거부하게 된다. 마케팅 부서에서 연구소의 편협한 시각을 교정시킬 목적으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내자 문제는 임원진까지로 확대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임원진의 중재로 제품의 판매가 시작되지만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지도 못했을 뿐더러 시장진입이 너무 늦었기에 제품의 상업적 성과는 매우 저조하였다.

- 문제점 및 해결책

① 연구소의 시장지향적 사고부족

문제점 : 연구소가 보는 마케팅 부서는 제품의 판매관리 및 판매전략을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제품의 개념에 있어도 기술적인 측면만 중시함으로써 원가와 품질의 측면에서 마케팅 부서와의 의견대립의 소재가 되어 왔다.

장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제품개발에 치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요구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해결책 : 연구원들의 시장지향적 사고를 함양시키게 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에서의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현재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리점 사장들과 연구원들의 만남과 같은 행사를 참가범위를 확대하여 보다 공식적으로 심도있게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혹은 소비자 그룹을 구성하여 제품개발 당시에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것도 시각 교정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마케팅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마케팅 부서와의 토론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② 임원간(마케팅 대 연구소)의 협조의사 부족

문제점 : 위의 실패사례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은 마케팅 부서의 임원과 연구소의 임원 사이에 업무협조만 되었다면 충분히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성질의 문제였었다. 실무 담당자 사이에 의견마찰이 있을 경우 당사자간에 직접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상급자에 의한 의견조정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그러나 I사의 경우엔 마케팅 부서의 이사가 연구소 개발부의 이사에게 협조 요청을 꺼렸던 것으로 보아 임원간의 유대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해결책 : 부서장들간의 사회·문화적인 차이는 부서간의 사회·문화적 차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부서간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대표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I사의 경우에는 국내사업부의 위상이 연구소에 비해 떨어지는 것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디오 제품의 경우엔 연구개발 업무 못지않게 마케팅 업무도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연구소에 비해 낮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마케팅의 이사가 연구소의 이사에게 협조요청을 하기란 쉽지 않다.

부서장들의 시각교정도 단기간 내에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 아래 조직 분위기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요원한 일도 아니다.

③ 조직설계상의 문제

문제점 : 현재 I사의 조직도를 살펴 보면 제품기획 부서가 연구소 내부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엔 따로 제품기획 부서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영업본부 내에 포함시키거나 영업본부와 연구소에 이중으로 두게 된다.

I사와 같이 제품기획 부서가 하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내부에 둘 경우엔 연구소 내부의 조직 분위기에 제품기획 부서가 동화되기 때문에 기술력만 중시하는 제품개발을 하기가 쉽다.

해결책 : 연구소 내부에서 연구원들이 제품기획을 하는 것도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장점들은 연구원들이 시장에 관한 조사를 철저히 할 경우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조직구조 하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현재 가능한 대안은 국내사업부 내부에 제품기획실이나 팀을 만들어서 연구소 내의 제품기획 부서와 업무를 협조하게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으며 연구소 내의 제품기획팀을 흡수하여 국내 마케팅 부서 내에 제품기획팀을 만드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첫번째 방안은 비용이 많이 들며 업무의 중복이 발생하기 때문에 시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며, 두번째 방안은 부서 흡수시에 연구소의 저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만 극복할 수 있다면 회사로서는 많은 효과를 볼 것이다.

3-1-2. K사의 사례분석(연구개발 부서 중심의 신제품 개발)

K사는 수지(Epoxy)를 주로 생산하고 있는 정밀화학 업체이다. 1972년에 설립하여 20년 동안 축적된 기술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교해서 공정·제조기술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K사에서의 제품 개발은 거의 대부분이 사용자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물론 자체 내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사용자의 요구도 수입 외국 제품의 대체요구와 현존 제품을 수정·보완한 신제품 개발 요구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두 가지 모두 신제품 개발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문제는 사용자의 요구를 취합, 분석하는 업무와 소비자가 요구하는 제품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개발 가능성에 있다.

이 두 가지의 업무만 제대로 수행된다면 신제품 개발과 관련해서는 커다란 어려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 신제품 개발 방식

K사의 신제품 개발 방식은 다른 회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가 연구개발 부서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즉, 제품의 아이디어 형성에서부터 신제품의 초기시장 진입까지를 연구개발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신제품의 초기판매까지를 연구개발 부서에서 담당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영업부서에서는 본격적 궤도에 올라가 있는 제품의 판매만 담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제품개발 방식을 취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고객 요구에 의한 제품개발 :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K사의 신제품 거의가 고객의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고객의 이러한 요구는 연구원이 직접 듣지 않으면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연구원은 고객과 직접 만나든지 영업부원과 대동하여 고객과 만나게 된다.

② 신제품 설명상의 어려움 : 개발된 신제품의 특성을 사용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신제품의 초기진입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영업부는 이와 관련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제품의 특성에 대해 정확한 설명이 어렵다. 따라서 제품개발 담당자가 사용자를 만나 제품의 판매를 하게 된다.

이러한 신제품 개발 방식은 부서간 연계의 측면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진다.
① 신제품의 시장조사와 개발 및 초기판매의 전과정을 연구개발 부서에서 맡아서 하기 때문에 제품개발과 관련하여 영업부서와의 갈등이 거의 없다.
② 제품개발과 관련한 기술적인 문제와 시장의 문제가 한 부서 내에서 처리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지고 제품개발에 임하게 된다.
③ 연구원들이 사용자들과 직접 접촉함으로써 사용자들의 불만, 의견 등을 수렴하여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부서간 연계를 발견하기 힘든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조직의 규모증가로 인한 전문화, 분화의 심화 : 조직의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조직내 부서간 업무는 세분화되며 그 결과로 기능별 조직형태가 자리잡게 되면 자기 업무가 아닐 경우엔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에 책임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
② 연구원의 무관심 : 대개의 연구원들은 제품이 개발된 후 영업부로 넘어가고 난 뒤에는 제품의 판매에 대해 더 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3-1-3. L사의 사례(제품개발부를 중심으로 한 신제품 개발)

L사는 1958년에 설립된 이후 계속 아이스크림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이 업계에서 시장 점유율이 대략적으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의 속성상 제품수명 주기가 짧기 때문에 1년에 개발되는 신제품의 수가 거의 수십 가지에 이르고 있다. L사에서 개발되는 신제품의 아이디어는 대부분 일본의 제품에서 나오고 있으며 국내 경쟁회사의 제품을 모방한 제품개발도 간혹 이루어지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맛과 용기선택 및 용기의 디자인이다.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주요 부서는 개발부, 영업부, 중앙연구소, 생산부이며 업무연결과 관련하여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위의 도표는 조직도상의 관계가 아니라 신제품 개발 업무를 나타내기 위해 편의상 그린 것임에 주의하자. 위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모든 아이디어가 개발부를 중심으로 취합, 정리되어 중앙연구소와 사내 각 부서로 전달되고 있다.

현재 L사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아이스크림, 음료, 주방용품, 유지의 4개 그룹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개발부서 내부에도 각 부분을 담당하는 인원이 각각 정해져 있다.

- 신제품 개발 방식

신제품 개발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개발부서에서 아이템 선정
② 영업부-개발부 회의를 통해 신제품 개발 의뢰서 작성
③ 연구소에 개발의뢰서 전달
④ 연구소에서 샘플개발

⑤ 임원진 참석하의 제품 품평회
⑥ 사전 시장조사 후 제품출하

개발활동의 분류 : 아이스크림이 갖는 제품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맛의 결정은 대략적으로 개발의뢰서에 명시되지만 구체적인 결정은 중앙연구소에서 이루어진다. 맛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의 특성은 모두 개발부서 내에서 이루어진다.
부서간 연계에 대해 L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연구원들의 고객욕구 파악의 부족

식품의 맛은 시장조사와 같은 체계적 절차에 의해 사전에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연구원들의 '감'과 시행착오에 의해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맛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민감하여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는 제품은 시장에서 생명력을 곧 잃게 된다. 따라서 연구소에서 직접 맛을 결정하는 연구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에 대한 '감'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중앙연구소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응용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원들이 월 2회 정도의 대리점이나 슈퍼마켓을 직접 방문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듣는 고객에 관한 정보는 소비자 → 영업부 → 개발부 → 연구소의 순서를 거치기 때문에 시장조사의 결과라든지 제품에 관한 소비자의 의견들이 정보가치를 많이 상실한 상태에서 전달된다.

② 신제품 개발의뢰서 작성시 연구소의 불참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제품 특성(concept)의 수정은 개발이 진행될수록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수정 자체가 힘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품특성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중앙연구소가 참석하여 가능한 문제점을 사전파악 및 제거하여 재품 품평회에서 임원들에 의해 거부되는 제품의 비율을 줄여야 할 것이다.

- 신제품 개발 부서를 중심으로 한 신제품 개발 방식에서 유의할 사항

소비재를 생산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방식의 제품개발 방식은 마케팅과 연구소의 의견을 조정하고 제품개발 계획과 개발일정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이 중요한 대기업에서 적합한 제품개발 방식이기는 하지만 제품개발 부서는 다음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어느 부서에 치우친 관점을 가지지 말고 연구소와 영업부서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연구소나 영업부서의 정보를 필요한 부서에 전달함에 있어 가급적이면 정확하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영업부와 연구소가 만나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여 서로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3-1-4. J사 사례(열성적 추구자의 존재)

J사는 치료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 제약업체이다. 의약품은 크게 나누어 대중약(over the counter product)과 처방약으로 나눌 수 있는데 J사는 처방약에 주력해 왔었다. 그러나 처방약은 개발비가 많이 들며 개발기간이 길 뿐 아니라 시장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단점이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몇 년 전부터 드링크류 소화제의 시장이 건강식품의 성장과 함께 급신장하였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J사에게 드링크류 소화제는 매우 생소한 제품이었다. 왜냐하면 창업자의 경영철학이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를 고집해 왔었기 때문이었다.

J사의 총무부에서 10년간 근무하다 그 당시 개발부로 옮겨간 L씨는 드링크류 소화제 시장에 참가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이의 추진을 계획하게 된다. 예상대로 그 계획은 조직 내부에서 많은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회사의 이미지 고집이라는 명분 앞에 제품개발의 현실적 필요성을 주장하여 드링크류 소화제의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이 제품은 개발이 비교적 용이할 뿐더러 시장진입에 성공하였을 경우 매출액의 증가가 가져다 주는 이익 때문에 창업자의 인가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L씨는 당시를 회고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선발업체들이 그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사제품의 니치를 찾아 내는가에 있었다. 생약소화제로 제품의 특성을 정한 후 제품의 개발은 <동의보감>의 처방을 따랐기 때문에 개발상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그러나 개발의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의 입장에서 볼 때는 앞에서 말한 이유로 인해 부서간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제품개발과 관련된 부서는 판촉부, 광고부, 영업부, 개발부, 연구소, 생산부를 들 수 있으며 이들 부서간의 조직도는 다음과 같다.

신제품 개발은 임원진이 참석한 개발추진위원회에서 의견이 조정이 되며 그 결과를 제품개발부에서 정리하여 각 부서에 발송한다. 개발추진위원회에는 연구소장이 참석할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있으며 연구실과 제품개발부는 월 2회 정도 정기적 토론을 거친다. 신제품 개발의 업무가 제품개발부를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만큼 그 부서내의 중견간부가 열성적 추구자가 되었을 경우엔 부서간의 원활한 업무협조 뿐만 아니라 신제품의 상업적 성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후발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한 신제품은 몇 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선두에 나서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광고효과나 회사의 이미지나 판매력 등이 모두 적절했지만 L씨와 같은 열성적 추구자가 상업적 성공이나 부서간 연계에 끼치는 효과도 컸다고 생각된다. 조직도상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제품관리자(product manager)를 모아 판촉부 내에 P.M과를 만든 것인데 보사부의 허가가 나는 시점에서 신제품의 제품관리자가 정해지는 것으로 보아 신제품 개발에 제품관리자의 적극적인 참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짐작된다.

3-1-5. S사의 사례

S사는 국내 최초로 PC를 개발한 이래로 우리나라 컴퓨터산업에서 선두를 지켜온 기업이다. 최근까지는 국내에서의 높은 지명도로 인해 비교적 고가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된 물건은 꾸준하게 잘 팔려 왔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컴퓨터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와 함께 경쟁업체의 증가로 인해 우호적이었던 외부 환경들의 이점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신제품 개발에서 마케팅 부서의 참가는 거의 없었는데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① 고객의 높은 제품충성도로 인하여 물건이 없어 판매를 못할 정도로 제품판매에 바빴다.
② PC는 S사의 주력제품이기 때문에 기획조정실내의 전략마케팅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마케팅의 참가가 배제되었다.

그러나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산업 역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는 지금 마케팅 부서는 신제품개발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마케팅에서 요구하는 제품이 하나 둘 생겨나게 되었다. 그 중 하나인 Home PC의 개발사례에 대해 알아 보겠다.

- Home PC 개발사례

이 제품은 우리나라 가정주부를 목표 소비자로 하여 출하되었으며 제품의 아이디어는 미국의 시장에서 얻은 것이다. 미국에는 슈퍼에서 이 제품(주로 IBM)을 팔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는 것에 착안, 국내 마케팅 부서가 개발을 건의하여 제품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제품은 시장의 선점효과가 크기 때문에 제품의 빠른 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였다. 또한 제품의 하드웨어상으로는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으며 소프트웨어의 개발만 되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발기간이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볼 때 짧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서 규정된 제품개발의 절차를 그대로 거칠 경우엔 개발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그럴 필요성도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S사의 개발계획 수립까지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위의 절차를 생략하는 대신 위의 절차와 관련된 부서에서 인원을 뽑아 Task Force를 구성하여 위의 업무를 대신하는데, 이는 앞서 밝힌 대로 제품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었다.

태스크 포스의 인원은 10명으로 영업부, 마케팅부, 시스템, 엔지니어링 부분에서 선발되었으며 시장조사팀, Spec 조사팀, 데이터 수집팀으로 다시 구분된다. 시장조사팀은 제품가격 결정을 위한 조사를, 데이터 수집팀은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가정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여성 잡지사를 찾아 다니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태스크 포스는 하루에 2회씩 만나 토의를 하였으며 제품기획서가 완성된 후에는 해체를 하였다.

- 시사점

Home PC의 개발사례에서 다음 두 가지 흥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① 영업부와 엔지니어가 포함된 팀의 형성 : 많은 경우 연구소 내에서는 제품개발을 위해 팀을 구성하지만 영업부가 포함된 팀을 만드는 경우는 찾아 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제품과 같이 제품의 빠른 개발을 필요로 하거나 부서간의 긴밀한 업무협조가 필요한 경우엔 영업부와 연구개발 부서가 공동으로 팀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② 아이디어 형성만을 위한 팀 구축 : 본 사례의 태스크포스 팀은 제품기획서를 작성하는 순간까지 한정적으로 존재했었다. 그 결과 개발기간을 단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제품기획서의 내용 또한 기존의 절차를 밟았을 때 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아이디어 형성 단계에서의 부서간의 충분한 토의는 개발 도중 발견되는 오류를 많이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개발방식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된다.

3-2. 우리나라 기업들의 연구개발/마케팅 부서간 통합

본 연구의 분석에 포함된 제품은 기업부설 연구소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이기에 신제품 개발업무가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대개의 경우 신제품 개발은 1년이나 2년 정도 앞서 기획하여 개발에 착수하며 개발의 아이디어는 마케팅 부서에서 나오는 것, 연구개발 부서에서 나오는 것, 최고경영자에게서 나오는 것의 세 가지 경우로 분류할 수 있었다. 생산 공정상의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에 대한 아이디어는 생산부서로부터 제기되는 수가 많았다.

1년 중 특정기간에 각 부서로부터 신제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데 연구소에서 이 업무를 담당하여 각 부서에 서류로 그 결과를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제품기획 부서가 따로 있는 경우엔 그 부서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에서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갑자기 생겼을 경우엔 비정기적인 제품개발을 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은 사전의 공식적인 절차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3-2-1. 부서간 통합이 필요한 이유

신제품 개발 과정에 있어 부서간 통합이 왜 필요할까?

일선에서 제품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R&D/마케팅간의 통합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기인한다.

① 개발일정의 조정 : 마케팅 부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의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것을 연구개발 부서에게 요구하지만 연구개발 부서는 보다 완벽한 제품을 시간을 두고 개발하고자 한다. 이러한 제품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개발일정의 지연을 낳게 되며 이는 기업의 전략수립에도 큰 차질을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두 부서간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개발일정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② 경쟁회사에 관한 정보수집 : 기업간의 신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타 회사의 신제품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마케팅 부서가 수집하는 시장관련 정보와 연구개발 부서가 수집하는 기술관련 정보를 두 부서가 공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R&D 부서가 인식하는 경쟁회사에 대한 정보의 요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③ 제품의 복잡성 증가 : 제품과 관련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제품이 점점 복잡 해 진다. 이러한 제품의 복잡성은 마케팅 부서의 입장에서는 개발된 제품 특성이나 사용법을 이해하기 힘들게 한다. 따라서 연구개발 부서가 신제품과 관련하여 영업부서를 교육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④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 : 이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기업에 의해 창출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이는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지 않았고, 소비자의 요구 또한 단순하였던 데에 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시장은 기업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도하여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고 있는가를 제품개발 과정에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연구개발 부서의 입장에서 이러한 필요성은 높아진다.

3-2-2. 부서간 통합문제의 유형

현실에서 나타나는 각 기업들의 부서간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부서간에 필요한 최소한의 업무협조도 잘 안 되는 경우

신제품 개발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것이 어떠한 형태이든지 연구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 사이에는 업무의 상호의존성이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두 부서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엔 상대 부서의 의견에 대해 종지 못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수가 있다. 쉽게 협조를 할 수 있는 그러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상대 부서의 의견을 거절할 경우 나타나게 될 결과에 대해서는 예상이 어렵지 않다. 물론 이렇게까지 두 부서 사이의 관계가 좋지 못한 조직의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 경우에 해당하는 부서간의 관계를 찾아볼 수 있었다. 부서간 관계의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심각한 경우에 해당된다.

② 공식적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하는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이 범주에 해당된다. 신제품 개발의 중요성 때문에 부서간에 업무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수는 없다. 상대 부서의 요구 중에서 손쉽게 들어줄 수 있는 협조사항에 대해서는 잘 들어 주지만 그것이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사항이라든지 혹은 책임의 소재와 관련된 문제일 경우엔 여러 가지 핑계를 대어 업무협조를 회피하게 된다.

③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우

상대 부서의 아이디어에 대해 상대 부서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기 부서의 의견을 개진하여 마케팅 부서의 시장관련 정보와 연구개발 부서의 기술관련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마케팅 부서의 업무와 연구개발 부서의 업무구분은 그 특성상 불가피하지만 상대 부서의 의견이 제약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

연구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주어진 제약으로 해석할 경우엔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이 어려우며 상대 부서가 제공하는 아이디어를 자기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경우에 비로소 부서간의 유기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Young(1980)은 부서간 통합의 문제를 가벼운 문제(Mild problem)와 심각한 문제(serious problem)로 구분하여 심각한 문제가 존재할 경우엔 제품의 상업적 성공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 마케팅 부서와 연구개발 부서의 능력(Capability)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의 이야기이다. 즉 모든 조건이 비슷할 경우엔 부서간의 통합이 제품의 상업적 성공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만 각 부서의 능력에서 현저한 차이가 존재할 경우엔 부서간 통합변수가 부서 능력변수와 혼합되어 제품의 성과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경우, 특히 식품산업이 이러한 측면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한 제품의 경우엔 광고나 유통정책이 부서간 통합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에 속한 제품은 부서간 통합의 영향력 분석에 유의해야 한다.

3-2-3. 부서간 통합달성의 저해요인

부서간 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다음의 사항들을 들 수 있다.

① 책임의 상호전가 : 신제품 개발시에는 책임의 소재가 모호할 경우가 많다. 이때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갈등의 원천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 내에 무사안일주의라는 소극적인 업무태도가 팽배하게 된다.

② 두 부서의 시간관의 차이 : 마케팅 부서는 신속한 제품의 개발을 원하는 반면에 연구개발 부서는 보다 많은 시간을 가지고 제품개발을 하려고 한다. 제품개발시 이러한 시간관의 차이는 상대 부서의 입장을 이해하기 전에 갈등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③ 제품에 대한 인식의 차이 : 마케팅 부서에서는 제품의 개념이 상품 쪽으로 편향되어 있는 반면 연구개발 부서는 제품의 개념이 작품 쪽으로 편향되어 있다. 제품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부서간 통합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④ 부서간 사내위상의 불균형 : 어느 한 부서가 다른 부서에 비해 사내에서보다 많은 힘을 가진다면 힘이 약한 부서는 의견을 제시하여도 그것이 무시되기 쉽다.

3-2-4. 부서간 통합방법

현실적으로 두 부서간 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통합기구는 크게 나누어 정보처리의 양을 늘리는 방법과 정보처리의 필요성을 줄이는 방법, 행태적 접근방법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① 정보처리의 양을 늘리는 방법

실제로 Galbraith가 제시하고 있는 통합의 메커니즘의 거의 대부분이 발견되었다. 물론 그러한 통합의 메커니즘이 각 기업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일반적 분류를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간 접촉이나 상급자에 의한 정보교환의 방식은 생략하고 제품관리자에 의한 부서간 통합방법부터 설명하기로 한다.

- 제품관리자에 의한 부서간 통합 : 흔히 P.M(Product Manager)이라고도 불리는 제품관리자는 규모가 크고 소비재에 가까운 제품일수록 그 역할이 중요하였다. 제품관리자의 역할은 그 제품의 개발, 생산, 판매에 걸친 전영역의 순조로운 진행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몇 개의 브랜드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었으며 그 제품과 관련된 각 기능별 부서의 의견조정은 일차적으로 제품관리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제품 개발은 대부분 기존의 제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제품개발 시점에서부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각 부서의 어려움과 현실을 가장 객관적으로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제품관리자의 중재 능력이 뛰어날 경우는 부서간 갈등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지만 제품의 기술, 생산, 판매에 걸쳐 두루두루 기본적 지식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질을 가진 사람을 양성하기란 쉽지 않으며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가도 간단히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면담 기업들을 통해 드러난 제품관리자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그 위치를 인정해 주는 경우와 공식적으로는 제품관리자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제품관리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제품관리자는 주로 개발의 후기단계부터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제품의 개발 초기부터 그 제품의 관리자는 제품의 종류에 의해 그와 유사한 현제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정해지지만 제품관리자의 업무가 많은 탓에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는 적극적인 개입은 거의 없었다. 또 다른 이유로서는 연구소와 관련하여 그쪽 방면의 지식의 결여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제품관리자가 대부분 인문계 출신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소 출신 중에서 기획이나 관리방면에 소양이나 자질을 갖춘 사람을 교육시켜 제품관리자로 선정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상품기획부에 의한 업무조정 : 위에서 언급한 제품관리자는 관리대상인 제품이 비교적 간단한 경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식품이나 의약품, 간단한 전자제품일 경우에는 한 사람이 그 제품과 관련된 전반적 관리를 수행할 수 있지만 제품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와 관련된 업무조정은 힘들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대기업들이 제품별 조직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이때 연구소는 그룹전체 연구소로 남는 경우가 많다. 제품별 사업부가 커짐에 따라 사업부 자체 연구소를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중앙연구소와 업무연결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조직이 제품별로 구성됨에 따라 부서간 연결은 비교적 용이해지지만 개발단계의 부서간 연결은 여전히 숙제로 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품개발과 관련된 업무조정만을 목적으로 따로 독립된 부서나 室을 만드는데,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제품기획부에서 하는 주요업무는 시장정보를 취합, 정리하여 제품개념을 정리하여 연구소에 넘겨준 뒤 양산체제에 들어갈 때까지 제품관리를 한다. 제품기획부는 제품 관리자들의 합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판매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제품개발과 관련한 연구소와의 접촉은 제품 담당자가 정해져 있어 담당자 선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물론 제품의 아이디어 형성단계에서는 각 임원들이 참석한 회의를 거친다.

제품 기획부서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연구소의 업무를 보다 잘 이해하고 시장조사 시점에서 연구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D사의 경우 제품의 시장조사를 제품 기획부서와 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연구소와 위치가 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개발 도중엔 거의 매일 연락을 취할 정도로 부서간의 업무협조가 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팀을 통한 업무협조 : 마케팅 부서원과 연구원이 포함된 하나의 팀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앞서 살펴본 S사의 사례처럼 영업부서와 연구소가 공동으로 팀을 형성하여 단기간 내에 양질의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영업부서와 연구소의 공동 팀을 일시적으로 형성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팀을 만들지 않아도 팀처럼 연결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팀을 공식화했을 때 가지는 팀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팀이 적합한 경우는 제품의 대충의 윤곽은 형성되었는데 구체적인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의 개념 결정이 시급한 대기업에서 적합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 Dyad coupling : 마케팅 부서와 연구소의 업무 연결을 제품별로 각각 한 사람씩 정해 개발과정과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를 두 사람의 선에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다른 통합기구와 병행하여 사용될 수도 있으며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경우 제품관리자나 제품기획 부서를 만들 만한 기업의 여력이 없거나 아직 그럴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못하는 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이 가지는 장점은 두 사람간의 인간적 유대관계가 두터워진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경우는 개발상의 문제(개발기일, 제품성능)가 대부분이며 제품 아이디어 형성과 관련해서는 거의 임원진의 수준에서 해결된다.

실제로 제품개발과 관련해서는 이 두 사람이 실무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에 개발 아이디어의 초안을 이들에 의해 작성하여 임원진에서 검토하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면담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의 경우는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부서간 통합을 어떻게 조직화하느냐에 대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유형들로서 주로 부서간 정보교환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제품개발에 관련된 정보가 한 부서나 한 사람의 선에서 완전히 융합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원천에서 생생한 원래의 자료를 획득해야 한다. 여러 부서를 거쳐 정보가 가공되는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정보가 누락되거나 변질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한 필요성은 높아진다.

부서간 통합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정보의 흐름은 소비자로부터 연구원으로의 정보 흐름이다. 연구소가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수록 정보에 대한 마케팅 부서에의 의존도가 줄어들며 보다 정확한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② 통합의 필요성을 줄이는 방법(연구소의 직접정보 획득)

- 개발과정에서 소비자와의 직접 접촉

제품의 개발과정에 소비자를 참가시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 G사의 경우 세탁기의 개발과정에서 소비자 집단(주부)을 형성한 후 그들의 의견을 제품의 개발과 수정에 반영하여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 소비자와의 직접접촉

연구소가 포함되어 제품의 출하 전 테스트를 하는 경우이다. 전략적 제품일 경우엔 전문 조사기관에 맡기는 수가 많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그렇지 않을 경우 제품의 실질적 개발자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보고 들음으로써 제품의 수정이나 시장지향적 성향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기업들이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하거나, 한다고 해도 연구원을 배제한다. 그러나 몇몇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서는 이러한 예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제품고충에 대한 소비자 의견의 직접청취

대부분의 대기업이 소비자 상담실을 개설하여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소비자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연구원에게 전달되지 않으며 A/S 수준에 거치고 있다. 상설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들을 순 없지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연구원과 제품 소비자들이 만나 제품에 관한 토의를 하는 경우는 발견되었다.

전화기를 생산하고 있는 N사의 경우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사내 연구실에서 소비자로부터 직접 청취하고 있었다.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소비자의 불만을 다른 적합한 부서에서 취합, 정리하여 문서로나마 연구소로 전달하는 것도 미흡하나마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시장에 진출한 제품의 판매상황의 직접적 체험

자기가 개발한 제품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대리점이나 매장에 직접 나가봄으로써 시장에 관한 시각을 형성한다. 식품을 만드는 대기업에서 공식적(독후감 같은 것을 제출하게 함)으로 시행하고 있었지만 형식에 치우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판매의 일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토의

화장품의 경우 미용사원이 소비자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L사의 경우 제품의 개발에 이들 미용사원의 의견을 연구원이 직접 청취하여 제품개발에 반영하고 있었다. 또 I사의 사례에서도 밝혔듯이 각 대리점의 사장들과 연구원들이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것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 사내에서의 시장조사

연구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가족도 훌륭한 소비자 집단이 되며 그들로부터 도움이 되는 의견을 들을 수도 있다. 제품 출하 전 제품하자를 발견하기 위해 사원들의 부인들을 대상으로 제품성능 테스트를 하는 사례가 S사에서 발견되었다.

③ 행태적 접근방법

- 최고경영자의 낮은 관여 : 최고 경영자가 신제품 개발과 세세한 사항까지 일일이 간섭할 경우엔 각 부서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사항들이 줄어듦과 동시에 부서간에 정보를 교환할 필요성도 줄어든다. 최고경영자가 부서간의 통합에 높은 관심을 가짐과 동시에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의사결정 권한을 각 부서에게 일임할 때 부서간에 달성된 통합은 높아진다. 왜냐하면 제품개발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각 부서에서 직접 체험할수록 상대 부서와 협조할 필요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모호성은 조직 내부에 항상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

- 직무순환제도의 도입 : 연구개발 부서와 영업부의 업무를 둘 다 경험한 사람이라면 각 부서의 어려움과 현실적 제약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연구소의 사람을 마케팅 부서로 배치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그렇지만 마케팅 부서 내에 연구업무를 경험해 본 사람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I사의 경우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연구소에 근무하다 마케팅 부서에서 시장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연구소에서 일해 본 경험은 연구소와 의사소통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뿐더러 마케팅의 시장정보 수집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 부서간 位相의 조정 : 연구개발 부서와 마케팅 부서간에 社內 위상이 차이가 많이 날 경우엔 부서간에 원만한 통합이 아닌 한 부서가 다른 부서에게 끌려가는 식이 되기 쉬우며 위상이 낮은 부서의 의견은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회사의 창립 이후 계속되는 조직 풍토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 아래 부서간 Power의 균등한 배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갈등발생시 표면화시켜 해결 : 부서간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 이를 덮어두고 소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은 부서간 관계개선에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를 덮어둘 경우엔 서로간의 불신의 폭은 넓어지며 문제를 표면에 부각시켜 두 부서간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많이 가질수록 서로가 처한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며 나아가 부서간의 높은 통합으로 이어진다.

- 제공하는 정보의 질 향상 : 신제품 개발단계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